V (feat. J-hope) (방탄소년단) - 안아줘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어릴 때 그 말을 들으면 콧웃음만 치고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단정을 했던 나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내가 틀렸다고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데뷔를 한 이후 처음 서본 센터자리는 생각보다 주목을 많이 받는 자리였다.
그러니까 내가 혼자 센터에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무대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무슨 행동을 하던 매우 눈에 잘 띄는 그런 자리였다.
무명 아이돌도 연애한다
09
w. 복숭아 향기
"많이 바쁜가봐."
민윤기는 내 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모니터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는 사람이 와도 돌아보지를 않냐.
내가 투덜거려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 이게 민윤기 다웠다. 김남준역시 민윤기의 옆에 앉아서 이어폰을 꽂고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작업실 한 쪽에 마련되어있는 작은 쇼파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얼굴도 이름도 심지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기자를 떼어놓고 오는 것은 생각보다 고된 일이었다.
"안피곤하냐?"
"피곤해."
"인터뷰 요청 존나 많더만."
"피곤해."
"노래 많이 늘었더라."
아무말없이 노트를 끄적이던 김남준이 한 마디를 툭 던졌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쓰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뭐... 늘었다고 해주면 나야 고맙고. 내 말에 김남준은 푸스스 웃으며 펜을 빙글빙글 돌려댔다.
그냥 고맙다고 말하지. 됐거든.
그런 멘트는 나 말고 민윤기한테나 잔뜩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가이드 할 노래가 뭔데?"
"너 내일 음악방송 있잖아. 괜찮겠냐?"
"해달라고 할 때는 언제고."
"나야 해주면 땡큐지."
그럼 잔말 말아.
민윤기는 책상 위에 있던 종이뭉치를 내게 건내주었다. 하여튼 정리 좀 하고 살라니까... 성격은 깔끔하면서 이럴 때는 묘하게 더러워요.
민윤기가 준 악보는 내게 꽤나 익숙한 것이었다. 이거 지난번에 내가 가이드 했던 거잖아.
가이드 했던 거를 또 하라고? 내가 고개를 들고 민윤기를 바라보자 그는 여전히 모니터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가사 나왔어."
"그럼 곡 주면 되잖아."
"그냥 좀 불러봐. 들어서 이상하면 바꾸게."
이런 경우도 있었나...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전에 김남준과 민윤기는 나를 이끌고 녹음실로 향했다.
지난번 가이드 녹음 했을 때도 여기서 했는데... 앨범 작업을 하기 위해 수도 없이 들락거리는 작업실이지만 민윤기가 있는 녹음실은 다른 곳보다 더욱 편안했다.
돈을 받고 녹음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그랬다.
"이상하면 바로 자를 거니까 그런 줄 알고."
다른 작곡가님들보다도 훨씬 싸가지없고 재수없는 민윤기지만
"목아프면 말해. 김남준이 물 줄거야."
다른 작곡가님들보다 나에 대해 훨씬 많이 알고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목아프면 나 그냥 간다."
"쏘리. 걍 해."
"물이나 줘. 목말라."
나도 민윤기한테 막말을 할 수 있으니까... 그거는 확실히 여기가 편안한 이유 중 하나였다. 것도 꽤나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
[김석진]
- 뭐해?
- (사진)
- 내생각해?
- 아니면
- (사진)
- 홉이 생각해?
- 아니면
뭐에요 -
갑자기.. -
- 어
- 답톡이다
- 나 감동
... -
이러고 놀아요? -
- 그럼 뭐하고 놀아?
- (사진)
- 이러고 놀까?
... -
그냥 닥칠게요 -
- 잘생각했어
이러려고 번호를 땄던 건지...
나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저놈의 사진은 언제까지 우려먹을 생각인 걸까.
지난번 비상구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만났을 때, 나는 결국 그들이 대기실까지 끌려갔었다. 정말 끌려서 갔지.
정확히 말하면 들려서.
조금 있으면 사녹이 있다는 내 말에도 정호석은 오늘 도시락이 왔는데 진짜진짜 맛있다고, 같이 먹자고 땡깡을 부렸었다.
팬들이 준 거를 내가 어떻게 먹냐 말을 하자 잠시 고민을 하던 그는 이내 환하게 웃으며 내게 말을 했다.
우리 매니저 형 꺼 줄게!
방탄소년단 매니저에게 심히 애도를 표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남자 아이돌 대기실은 좀 부담스럽다 말을 했었다. 이렇게 말을 하면 그들이 아 그래? 하면서 놓아줄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병신이지.
[어, 어?]
[나이스 정국이.]
[저, 저기... 정국...씨? 정국아? 저기?]
[형... 무거워...]
[무거우면 좀 내려놓지... 저기... 정국씨? 정국아!]
[하나만 해. 하나만. 우리 막둥이 헷갈리잖아.]
나는 그대로 전정국의 어깨 위로 들쳐매졌다. 무슨 정육점 아저씨가 돼지고기를 어깨에 짊어지는 것처럼.
그 와중에도 정호석은 바닥으로 떨어진 자신의 겉옷을 내 허리에 감싸주었다. 이걸 고맙다고 해야해... 아니면 그냥 내려놓으라고 발버둥을 쳐야해...
신고 있는 신발이 하이힐인지라 내가 발버둥을 치면 전정국이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빠르게 포기를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결국 방탄소년단 대기실에서 밥도 먹고 김석진에게 번호도 따이고 뒤늦게 들어온 김태형과 박지민에게 잡혀 쎄쎄쎄도 하고 나왔었지...
그 결과 김석진은 매일같이 나에게 이런 의미없는 카톡을 보내고 있었다.
민윤기 말에 따르면 본인이 잘나왔다고 생각하는 셀카를 남에게 보내는 게 김석진의 취미란다.
그것도 본인이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만. 나는 친하지도 않은데 왜 보내는 건지...
게다가 보낼거면 자기꺼만 보내면 되는 거지 왜 정호석 사진도 같이 보내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름아."
"네?"
"다왔어."
오랜만에 찾아오는 연습실이었다.
다른 멤버들은 항상 제시간에 맞춰오지 않았고 정연이는 바빴기 때문에. 나도 요즘들어 갑자기 늘어난 인터뷰 때문에 자주 찾아오지 못했었다.
인터뷰를 할 거면 그냥 말만 하면 되는 거지 왜 샵에가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해야하는 건지... 이것 역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오늘도 연습실에는 은영이만 있을 것이다. 나는 연습용 신발로 갈아신고 연습실 안으로 들어갔다.
"..."
연습실에서 몸을 풀고 있는 사람은 은영이가 아닌 정연이었다.
정연이는 거울로 내가 들어오는 걸 봤는지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안녕. 안녕하세요. 그 흔한 인삿말도 오가지 않았다.
그 라이브 무대 이후로 나에게 딱히 말을 걸어오지 않았던 정연이었다. 나는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천천히 내 자리로 걸어갔다.
"오랜만이에요."
"그러게."
"많이 바빴나봐요."
"바쁜 거는 너지."
눈을 감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는데 정연이가 말을 걸어왔다. 나는 눈을 뜨지 않고 계속해서 스트레칭을 하며 정연이의 말에 한마디씩 대꾸를 했다.
잠시나마 주고받던 대화가 끊기면서 연습실 안은 침묵으로 둘러싸였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동선 다시 맞춰봐야하는데... 왠지는 모르겠지만 정연이에게 그다지 말을 걸고 싶지 않았다. 아마 사무실에서 봤던 그 음료수 때문인 것 같았다.
"언니."
"응."
"들었어요."
"뭘?"
"언니 그 음료수... 범인 잡혔다는 거요."
아. 맞아.
그 때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경찰에게 연락을 했던 나였다. 앞으로 수사가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는 나에게 알려달라고 부탁을 하기 위해서였다.
직접적인 피해자는 나였기에 경찰 측에서도 생각보다 쉽게 오케이를 했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연락이 왔지. 범인이 잡혔다고.
범인은 내가 기억하는 교복을 입고있던 그 학생이 맞았다. CCTV에 찍혀있었단다.
경찰서에 가서 얼굴을 마주봤을 때 그 아이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마치 처음 나에게 음료수를 건네줄 때처럼.
이유는 아직 듣지 못했다. 그 아이를 보자마자 내가 선처는 없다 말을 하고 경찰서 밖으로 나와버렸으니까.
"그걸 너가 어떻게 알아?"
"실장님이 이야기하는 거 들었어요."
"... 근데?"
"그 애... 저랑 사촌이에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정연이를 바라보았다. 정연이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연이의 말투 역시 나 오늘 저녁에 샐러드 먹었어요. 라고 말을 하는 것처럼 매우 일상적인 것이었다.
사촌... 사촌이라...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뭘까.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깨물지 마. 라고 말을 하는 정호석의 말이 잠시 귓가에 맴돌았지만 애써 모른척했다.
"그래서?"
"선처... 안될까요?"
"내 목숨값이야."
"모르고 한 거래요."
"그럼 너는 알고 있었다는 거네?"
"..."
"그 애가 그 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거니?"
"몰랐어요."
"왜 그랬다니? 들어나보자."
"그건 저도 몰라요. 망상장애가 있는 애라 무슨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어요."
"..."
"장애때문에 학교도 제대로 못가는 그런 애에요. 한번만... 한번만 봐주시면 안돼요?"
나는 말없이 정연이를 바라만보았다. 스트레칭 자세를 취하고 있는 정연이의 손끝이 파르르 떨려왔다.
스트레칭때문에 그러는 걸까, 아니면 긴장을 해서 그러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거짓말을 하는 것 때문에 그러는 걸까...
나는 바닥에 내려놓은 가방을 집어들었다. 정연이는 여전히 거울 속 자신의 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연습은 못할 것 같았다. 적어도 3명은 있어야 동선을 맞추던지 하는데 두 명밖에 없으니...
"응. 안돼."
내 말에도 정연이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문을 열고 연습실 밖으로 나왔다. 사실 내가 된다, 안된다 말을 하는 것은 그다지 효력이 없었다.
그 아이가 저지른 일은 친고죄도 아니었고 반의사불벌죄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한가지 더. 나는 그 아이를 용서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내 목숨을 앗아갈 뻔해서가 아니었다.
그 아이가 나에게 음료수를 건네주었을 때 그 때의 기분을 한순간에 앗아가고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그녀의 행동 때문이었다.
어찌되었든 나에게 선물을 건네주며 나에게 호의를 보여주었던 사람은 그 아이가 처음이었으니까 말이다.
-
술이 고파졌다.
자주 마시면 얼굴도 붓고 그러는데... 나는 지난번 정호석을 만났던 술집으로 찾아갔다.
지난번에 그랬던 것처럼 술집 안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혼자 마셔야 하는 건가... 오늘은 혼자 마시기 싫은데.
나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바쁘려나?
[정호석]
바빠? -
바쁜 모양이었다. 답톡이 바로 오지 않는 걸 보면.
민윤기라도 부를까. 민윤기 지금 잘텐데... 아니다. 간도 안좋은 사람 불러서 뭐해. 김남준 부를까? 보나마나 민윤기때문에 못나온다고 하겠지.
에라이. 커퀴. 그냥 혼자 마셔야지.
종업원이 다가오자 간단한 국물 하나와 소주 그래고 맥주를 주문했다.
평소에는 맥주만 즐겨마시는 나였지만 오늘은 좀 취하고 싶었다. 사실 그다지 주량이 센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소주랑 맥주랑 같이 마시면 더 빨리 취하겠지. 나는 냉장고 안에 있었는지 하얗게 김이 서린 맥주잔을 만지작거리며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이따 숙소에는 어떻게 들어가지... 아니다. 이런 생각은 나중에 해야지. 그냥 취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는 거야.
술은 생각보다 더 빨리 나왔다. 그냥 냉장고에서 꺼내기만 하면 되니까 당연한 건가?
나는 소주잔에 소주를 쪼르르 따라냈다. 지난번에 정호석은 소주잔없이 그냥 소맥 말던데. 그건 어떻게 비율 맞추는 거지?
머릿속으로 기억을 떠올리려 했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내가 하던대로 해야지. 소주와 섞인 맥주잔에서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맛없어.
처음 술을 먹었을 때도 지금도 술을 먹으면 나오는 반응은 똑같았다.
이렇게 맛없는 걸 왜 돈을 주고 사먹는 걸까. 늘 궁금했지만 결국은 술을 마시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나였다.
그나저나 내가 오늘 왜 술 마시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지? 이것 역시 기억나지 않았다. 나중에 술 다 깨면 그 때 기억나겠지.
아마 이것 때문에 취하고 싶고 마시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 일수도 있었다. 술 마시면 기억이 안나니까. 그래. 이게 맞는 것 같았다.
[톡]
핸드폰이 반짝였다. 카톡이 온 모양이었다.
나는 배실배실 웃으며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누구지? 어라. 바쁜 정호석이었다.
[정호석]
바빠? -
- 아니
- 이제 연습끝났어
- 왜?
- 무슨 일 있어?
카톡치기 힘들어... 나는 작게 중얼거리며 바로 정호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역시 핸드폰을 갖고 있었는지 신호음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정호석의 목소리는... 음... 생각보다 더 좋았다.
"나 지금 지난번에 왔던 술집이다."
[술 많이 마셨어?]
"근데 혼자있어."
[무슨 일 있어?]
"안 알려줄거지롱."
[...]
"나 심심해."
기다려. 금방 갈게.
이 말을 마지막으로 정호석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빴어. 내 전화 먼저 끊고. 나는 입술을 삐죽이며 소주병을 집어들었다.
아직은 많이 마시지 않아 소주가 찰랑거리는 게 눈에 바로 들어왔다. 오늘 내가 주문한 거는 다 먹고 가야지.
나는 소주잔에 다시 소주를 따라냈다. 아이코. 조금 넘쳐버렸다. 술 아까워. 나는 울상을 지으며 소주잔에 있는 소주를 맥주잔에 따라냈다.
맥주... 맥주가 어디있더라. 아까 테이블 위에 올려놨었는데... 아. 저기있다. 왜 저렇게 멀리 있지.
나는 손을 뻗어 맥주병을 집어들었다. 생맥이라 그런지 거품도 색깔도 참 맛깔스러웠다. 맥주잔에 맥주도 따르고 다시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올 때 즈음...
"혼자 여기서 뭐해."
정호석이 왔다. 정호석은 내 앞자리에 앉으며 겉옷을 벗었다. 그 겉옷은 지난번에 그랬던 것처럼 내 무릎 위로 올라왔다.
나는 배시시 웃으며 방금 만든 소맥을 정호석에게 밀어주었다. 내가 만든 거야. 먹어. 내 말이 어이가 없었는지 정호석은 그저 푸스스 웃기만 했다.
"왜 안먹어?"
"이따가 먹을게."
"그럴거면 왜 왔어. 그냥 지금 먹어."
"많이 마셨어?"
"아니. 소맥 두잔."
"무슨 일이길래 그래."
"너가 맞춰봐."
"응?"
"너 나에대해 다 알잖아. 너가 맞춰봐."
음...
내가 말을 하자 정호석은 정말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맞춰보려는 건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를걸. 오늘 나한테 무슨 일 있었는지 나도 말 안했으니까. 나는 배실배실 웃으며 서비스로 나온 마카로니 과자를 만지작거렸다.
"모르겠다."
"바보. 그것도 모르고."
"그러네. 나 바보네."
"뭐야. 재미없어."
"안알려줄거야?"
"비밀이야."
"너 비밀 많잖아."
그런가?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나 비밀 별로 없는데... 내가 말을 하자 정호석은 뭐가 그리 좋은지 그저 입꼬리만 말아올린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뭘 그렇게 봐. 나 진짜 못생겼는데.
내가 툴툴거려도 그의 시선은 다른곳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아. 민망해.
"난 비밀 많아."
"비밀?"
"응."
"무슨 비밀?"
"너 입무거워?"
"그럼. 나 입 진짜 무거워."
"정말로?"
"그렇다니까. 민윤기랑 김남준이랑 사귀는 것도 어디가서 말 안하잖아. 아... 지금 말했다. 아니야. 너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비밀 아니야."
"알았어. 그럼 내 비밀하나 알려줄까?"
"진짜?"
나는 만지작거리던 마카로니 과자를 내려놓으며 정호석을 바라보았다.
응. 근데 누가 들으면 안되니까 너가 이쪽으로 와.
정호석은 자신의 옆자리를 통통 두드리며 말했다. 무슨 비밀을 말할거길래 이렇게 거창하게 행동을 한데. 나는 입술을 삐죽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정호석의 옆으로 갔다.
"이제 말해봐."
"가까이 와봐."
"왜."
"누가 들으면 어떡해."
아. 진짜.
내가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을 내려는 순간
입술 위에는 따듯하고 말랑한 느낌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떨어졌다. 그 느낌은 오래가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마셔왔던 술기운이 모두 달아날만큼 생생한 것이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호석을 바라보았다. 정호석은 나와 코를 맞댄 채로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 너..."
"한 번더 말해줄게."
정호석은 그대로 다시 나에게 입을 맞춰왔다.
방금 전보다는 조금 더 진하게 하지만 너무 진하지 않게. 내 입술에 입술을 포갠채로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눈 앞에 보이는 가지런히 정돈된 정호석의 속눈썹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아직은 남아있는 술기운때문에 머리는 어지러웠지만 정신은 또렷했다.
이것은 내 첫키스였기 때문에.
-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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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의 첫키스네요.
생각해보면 호석이가 여주의 처음이라는 걸 많이 경험하게 해준 것 같아요.
이 글의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한 만큼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여주는 못하고 있으니까요.
호석이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하는 여주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지는 모르겠네요ㅠㅠ
사실 늘 글을 쓰면서 전개가 빠르지는 않을까, 어색하게 이어지는 부분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게 되거든요.
오늘도 글 읽어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합니다.
암호닉 해주시는 분들 역시 정말 감사드려요!
감기 조심하세요. 건강이 최고니까요.
+)
질문 있으면 바로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스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질문특집때 답해드릴게요.
사실 질문이 별로 없으면 특집으로 하지 않고 본편에 이어서 번외처럼 나올 수도 있어요...ㅎㅎ
글 내용말고 그냥 등장인물들에게 궁금한 점 물어봐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