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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선택의 가로에 놓인 적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벼운 선택부터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선택까지.

만약 당신에게 선택지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무슨 결정을 내릴 것인가.

 

 

*

 

 

"잘한다, 아주 잘해. 누가 보면 엄청난 금수저 빽녀인줄 알겠네~ 누가 보면~"

 

선배! 누가봐도 기분이 안 좋아보이는 얼굴로 씩씩거리고 있는 그녀의 책상 앞으로 윤기가 지나가며 세상에서 제일 약올리는 표정은 덤으로 말을 툭 던지고 간다. 그런 그의 뒷통수에 그녀는 소리를 빽 질러보지만 평소와 다르게 그를 더이상 쫓아가지도, 욕을 뱉지도 않는다. 그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몸을 더욱 기대어보일뿐. 예상 외의 행동에 윤기는 살며시 그녀의 자리에 돌아와서 말을 건낸다.

 

"아니 그러니까 왜 그 자리에서 나대. 너 이제 어쩔꺼야 임마."

"..."

"니가 싼 똥을 치워줄 든든한 뒷 빽이 있어 아님 아무리 너가 개차반이라고 해도 너를 쥐고 있어야 할 비장의 무기라던지 아님 능력이 있어."

"아니 내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이런 성차별적인 대우를 받야만합니까? 그리고 솔직히 제가 능력이 선배처럼 그렇게 타고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일을 잘하는 편에 속해있거든요!"

 

상황은 이랬다. 갓 경찰서에 발을 딛은 파릇파릇한 신입일때부터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은근하게 남자 경찰들과는 조금 다른 대우를 받으며 강력계 형사까지 힘겹게 올라온 그녀를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었다. 그녀와 경찰대 동기였던 그는 동기임에도 불구하고 능력도 좋고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그녀에게 질투를 한 것인지 빽을 이용해 그녀보다 높은 직급이 된 후로부터 그녀에게 사사건건 태클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능력, 성격, 외모, 모든 것이 완벽한 그녀에게서 유일하게 꼬투리 잡고 들어질 수 있는 '여자'라는 키워드만을 가지고 교묘하게 인내심의 한계까지 몰아붙이던 그는 그녀가 폭팔하는 순간을 노렸다. 그녀가 자신에게 반항을 했다는 점으로 명령불복종부터 시작해서 그녀의 조그마한 실수와 자신의 모든 빽들을 모으고 모아 그녀에게 아주 큰 똥을 투척한 것이다. 아예 세달동안 일을 못하면서 수당은 감봉되는 그런 큰 똥을.

 

"정직이라니, 내가 정직이라니..."

"야 그래도 응? 세달동안이라도 쉬고 오면 좋지 뭐. 잠깐 휴가 갔다 온다고 생각하고 저기 멀리 어디 시골이나 내려가서 쉬다와."

"무슨 시골이야... 어디가 좋은 지도 모르는데..."

 

그런 그녀의 말에 윤기는 눈을 반짝이며 주위를 스윽 살피더니 그녀에게 일급 기밀인듯 아주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소근거린다.

 

"나 알지? 정보의 바다라는 컴퓨터에서 이나라 최고로 제일 잘 수영하는 사람 아니야. 이번에 그 넓은 바다 속에서 내가 진주를 하나 발견했지. 코드네임 뷔가 있는 곳을 내가 알아냈어."

"뭐라고?! 아니 그걸 어떻게?"

"훗 이 몸이 바로 민윤기천재짱짱맨뿡뿡 아니겠냐."

 

그녀가 이 경찰소에 발령받기 한달전만 해도 그곳에는 일명 코드네임 뷔가 존재했었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타고난 능력과 센스를 바탕으로 빠르게 조기 졸업을 하고 빠르게 승진을 하고 모든지 빠른 패스를 끊어서 경찰 생활을 한 그는 갖고 있는 천재적인 능력으로 모든 경찰들의 선망의 눈빛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가 오기 약 한달 전, 홀연히 존재를 감추고 사라진 그에게 많은 의문들이 돌았지만 무언가가 있는 것인지 위에서도 별 말 없이 그저 전설로만 남은 뷔다. 그런데 그런 뷔의 행방을 알다니!

 

"에이 선배 내가 뷔때문에 이 곳으로 발령받기 위해 무슨 짓들을 해왔는지 알잖아. 알려줘라 제발."

"암, 내가 엄청 잘 알지. 내가 너 따라 이 곳까지 왔잖니? 니 롤모델인지 롤케잌인지 고딴 이유로 여기까지 온 거잖아."

 

그렇게 나는 어느새 민윤기의 정보만을 믿고 이 촌마을에 도착해있었다. 솔직히 선배가 이상한 정보로 나를 놀린게 한두번은 아니지만 뭐 갈 곳도 없는데 마침 잘됐지 뭐.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보았지만 사실 이런 시골 동네는 처음이라 신기하면서 두렵기는 하다. 현대문명과 멀어지지 않겠지? 에이 그래도 지금은 21세기니까. 그치? 아무래도 내가 서울에서 와서 그런지 아님 선배가 미리 말을 해놓은 건지 무려 이장님 아들님께서 나를 마을 입구부터 반기고 있었다.

 

 

Take UR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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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오메 아따 만나서 반갑구마잉~ 내 이름은 정호석이라고 합니다잉~"

 

정호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장님 아들내미는 말 끝마다 잉~ 을 달고있는 말투를 가지고 있었고 특이한 말투를 가지고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이 곳 사투리라는 걸 알아챈건 금방이었다. 이장님 아들래미의 도움을 받아 짐도 풀고 마을 구경도 할 생각에 그와 같이 마을 탐방을 시작하였다.

이 곳에서 살면서 꼭 필요한 정보들과 위치들을 알려주면서 호석은 그의 정보도 같이 덤으로 흘려주었다. 솔직히 나보다 뭔가 나이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와 같은 25, 동갑이였다. 나와 그가 동갑이라는 것이 그에게도 놀라웠는지 길가다말고 멈춰서 내 손을 잡고 방방뛰기 시작했다.

 

"아따 내가 남준이 말고 동갑친구가 또 생길줄은 몰랐구마잉. 반갑다 친구!"

 

동갑이라는 걸 듣고나서 그는 어색한 존대는 가볍게 멀리 치워버리고 빠르게 반말로 갈아탔다. 나야 뭐 낯을 가리는 편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상대는 다가오는 만큼 나도 맘편히 마음을 열어버리는 편이라 우리는 마치 소위 말하는 파이어에그친구 마냥 친해졌다. 짧은 시간이였지만 그의 밝은 희망적인 기운에 나도 영향을 받는 것인지 우리 둘은 뭔가 하이퍼인 상태로 있었는데 누가 뒤에서 호석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호석이형!

호석과 나는 동시에 뒤를 돌아 그 소리의 주인공을 보았다. 이 동네의 토박이답게 호석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인지 바로 여~ 정구기~ 라며 친근하게 그를 마주했다. 호석과는 반갑게 인사를 하면서 낯을 가리는 것인지 나에게는 어색한 웃음과 함께 ㅇ...안녕하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일절 나와는 말을 하지 않고 오직 호석만을 바라보며 대화를 하는 남자다. 어색해하는 나를 느낀 것인지 호석이 특유의 웃음과 함께 이 남자와 나를 서로 소개시켜주기 시작했다.

 

"정국아, 이쪽은 이번에 서울에서 내려오신 탄소야. 나랑 동갑이니까 너보다는 누나네!"

 

내가 차마 경찰이였는데 - 심지어 강력계형사였지 - 정직을 받고 내려왔다는 말은 하지 못해서 그냥 좋은 공기가 좋아서 시골로 잠시 내려왔다고만 말해놔서 호석도 이정도로만 나를 소개한 것 같다. 다시 정국이 꾸벅 인사를 하는데 이렇게 얼굴을 잘 보니까 꽤 잘생긴 얼굴이다. 요놈 이 동네 여자들 좀 울리고 다니게 생겼는데?

 

"탄소야, 이쪽은 아까봤던 쿠키마트있지? 거기 사장님 아들인 정국이야. 쿠키마트에는 없는 게 없으니까 필요한 거있으면 얘한테 말해잉. 아참 물건때문에 읍내도 자주 나가니까 혹시 읍내 나갈 일 있으면 얘한테 부탁하면 다 들어줄꺼야."

 

가볍게 서로 안면을 트게 만든 후에 호석은 정국에게 어디가냐고 정말 일상적인 대화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오늘 마을에서 큰 행사가 있었기때문에 그 곳으로 물건을 배달가고 있다고 했다. 그제서야 그의 팔에 들려있던 물건들이 보였고 또한 정국은 호석과 같은 사투리를 쓰기보다는 조금은 다른 사투리를 구사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뭐 다른 동네 살던 애인가보지. 호석이 정국의 말을 듣고 마치 깜빡 잊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과 함께 나에게 양해를 구하기 시작했다.

 

"어이구야 내가 그걸 까먹고 있었구마잉. 진짜 미안한데 내가 행사준비때문에 이만 가봐야할 것 같은데 혹시 같이 갈래잉?"

"아니야 나는 피곤해서 그만 집에 들어가서 쉴게. 나 신경쓰지말고 어서 가서 행사 준비해. 나중에 또 보자!"

 

내 말에도 그는 여전히 미안한건지 발을 못 떼고 날 향해 울상을 짓고있는데 그런 그를 정국이 지켜보다가 데리고 간다, 와중에 꾸벅 인사하는 건 잊지 않고. 나도 같이 꾸벅 인사를 해주고 뒤를 돌아 기억을 더듬어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나는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나는 길 찾기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내가 지금 똑같은 마을 병원을 몇번을 보는 건지 모르겠다. 진짜 분명 나는 우리 집을 찾고있는데 왜 계속 병원으로 돌아오는 지 모르겠다. 사실 그냥 병원만 있으면 내가 이렇게까지 무안하지는 않겠지만 아까부터 병원 앞 정자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고있는 저 남자가 거슬린다. 아니 아까부터 아이스크림만 쪽쪽 먹으면서 나를 보고있는데 아까 내가 세번째로 또 병원에 돌아왔을때 난 봤다. 그가 나랑 눈 마주치자마자 아주 정자가 다 무너질 정도로 크게 웃은 걸.

그래도 다행인건 그의 도움없이 집에 애써 도착한 것? 내 머리가 아주 나쁜 건 아니였어. 하긴 경찰이 머리가 나쁠 수가 없지. 씻지도 않고 그냥 이불 대충 바닥에 깔은 다음에 철푸덕 누워버렸다. 근데 왜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날 보던 그 얼굴이 머릿속을 떠나지를 않은 것인지, 재수없어 죽겠다. 하지만 나는 이날 그냥 그렇게 자면 안되었다.

 

2018년 6월 13일 오후 11시 살인사건 발생.

 

아침 운동도 할 겸 조깅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을때 무언가 마을이 부산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뭐 오늘이 첫날이니까 원래 이렇게 아침에는 부산스러운가하고 주위를 산책하기 시작했다. 직업 특성상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주위 사람들의 기분이 잘 읽히는 편이다. 근데 주위 사람들의 눈에는 불안함, 두려움, 당황스러움, 각종 어두운 감정들이 담겨있는 것이다. 또한 경찰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봐서는 분명하다.

뭔 일이 일어났구나.

나를 멀리서 본것인지 호석이 저 멀리서 호들갑을 떨면서 다가온다. 그의 옆에는 경찰로 보이는 경찰복을 입고있는 남자도 같이 오는데 참 뭐랄까 개를 따라오는 개주인 같았다고 해야할까. 뭔가 그랬다. 가뿐 숨을 내쉬며 나에게 이 소식을 알릴려고 애쓰는 호석에게 잠시 숨 좀 고르고 말하라고 했지만 그는 숨 고르는 시간도 아까운지 호흡을 정리하지 못한채 나한테 이야기를 쏟기 시작한다.

 

"아니 글쎄, 어이고 힘들어라. 너는 모르겠지만 우리 동네 살던 애가 어젯밤에 죽었다고 하더라잉. 아니 우리 동네에서 살인 사건이라니!"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긴 살인사건이면 큰 일이니까 이렇게 부산스러운 것도 이해가 되고 경찰들이 많은 것도 이해한다. 호석은 지금 자신의 동네에 살인자와 같이 있는 거 아니냐며 너무 무섭다고 부산을 떨었다. 그래 일반 사람이라면 이렇게 무섭다는 표현을 하겠지만 내가 누군가, 더 위험한 상황까지 마주쳐본 대한민국 강력계 형사아닌가. 혹시 오해받으면 안되니까 대충 리액션을 해주면서 생각을 곰곰히 해보았다.

나는 뭘 해야할까.

 

 

 

 

 

#

드디어 제가 이 글을 연재하게 되었네요^ㅁ^

투표로 글의 흐름과 끝이 결정되기때문에 투표 많이 참여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아참 글 제목 정해준 독방 탄소도 고마워요 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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