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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은 두개. 열 아홉과 열 여덟까지만 들어올 수 있는 학교였다.
다행스럽게도 나이를 속이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라고 아버지가 말씀하셨던 게 기억이 났다.
열 아홉 반은 세 개. 열 여덟 반은 두 개로 나뉘어져 있고, 나는 열 아홉 제 一 반에 속하게 되었다.
제 一 반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있었다. 다양해봤자 조선인 아니면 일본인이겠지만 학교의 유명인들은 다 이곳에 몰려 있단다.
학생회장부터 선도부 부장, 괴짜 그리고 혹시 있을지 모를 이사장의 아들. 카제하야 에이타.
"여기가 반이다. 선생이 여기 앉아있으라고 했어."
"부장 옆자리네."
남준이 창가 옆 맨 뒷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태형은 남준이 소개해준 옆자리를 바라보며 불쌍하다는 듯 혀를 찼다.
"무슨 부장?"
"선도부 부장. 원래는 내 자리야, 거기."
태형이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말했다. 그러고선 남준의 왼쪽 주머니에 들어있던 손수건을 몰래 꺼내고는 내게 건네주었다.
남준은 저의 손수건을 마음대로 빼내쓰는 태형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나는 태형이 준 손수건을 받아 들었다.
"이건 뭐야."
"물 묻혀서 닦아. 아까 니가 맞은 거 우유 아니야. 흰 물감 섞은 물이야. 침도 뱉었을 거고, 구정 물도 섞었을거고."
남준의 손수건은 새하얗고 깨끗했다.
왠지 그의 성격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거 필요 없어."
"가져, 너."
필요 없다는 말에 남준은 퉁명스럽게 입을 비죽거리고는 제 자리로 찾아 앉았다.
남준은 교탁에서 가장 가까운 맨 앞자리였다. 태형은 내 앞 빈자리에 걸터 앉고는 나를 바라보며 히죽거리며 웃어댔다.
태형의 바보같은 웃음을 어떻게 대꾸해줘야 할지 난감했다. 태형은 내가 아무런 말이 없자, 괜스리 내 팔을 툭툭 쳐대며 장난을 걸어왔다.
이럴 때 보통 사내아이들은 어떻게 한담. 나는 목 뒤에 흐르는 식은땀을 스윽, 닦아냈다.
"자리는 담임 맘대로다. 문제아들은 다 부장 옆에 앉혀."
그 말은 내가 벌써 문제아로 찍혔다는 말인가,
내가 말도 못하고 입술만 벙긋대자 태형은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학생들은 보호 차원에서 앉힌다. 부장이 꽤 무서워. 그래서 애들이 전학생은 덜 괴롭힌다.
옆 반에도 전학생이 오면 선도부 옆에 앉히고. 나름 여기 규칙이다."
"부장 이름이 뭔데?"
힘이 세다면, 학우들이 무서워 건들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이사장의 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름이 왜 중요하냐."
"그냥……, 궁금하니까."
"코타로우."
"코타로우?"
"호랑이란 뜻이다."
그때였다. 굳게 닫혀있던 뒷문이 활짝 열리면서 단정하게 교복을 차려 입은 소년이 반을 훑기 시작했다.
반 아이들은 소년의 등장에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 앉았고, 태형은 내 카라를 잡아 당기고는 귓가에 이렇게 속삭였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는 말이 이때 쓰는 말이지?"
태형은 그 말을 뒤로 한 채 복도에서 맨 끝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럼 저 소년이 코타로우라는 이름의 선도부 부장이란 말인가.
코타로우는 이제 막 자리에 앉은 태형을 싸늘하게 노려보고는 터덜터덜 걸어 내쪽으로 다가왔다.
코타로우는 나를 흘겨보고는 앉아있는 학우들을 지나쳐 교탁 앞으로 걸어갔다.
학우들의 시선이 모두 코타로우에게 쏠렸다. 나 또한 코타로우를 바라보았다.
눈 안에 기백이 있다. 이름처럼, 호랑이 같은 소년이었다.
몸이 마르고 병에 걸린 것처럼 피부 색도 하얗지만 눈빛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 같았다.
"오늘 제 二 반 와타나베 마사토가 새벽 3시경 학교 뒷문을 통해 탈주하려던 것을 검거했다."
와타나베 마사토? 꽤 유명한 아이인지 반 아이들이 서로 귓속말을 하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 태형을 바라보았고 곧 태형의 표정도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짐작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 심문을 한 결과 와타나베 마사토가 탈주하려던 것을 도와주었던 조력자가 있단 것을 알았다."
다시금 뒷 문이 열렸다. 뒷문이 열리자 여러명의 선도들이 차례로 들어와 한 아이에게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하야시 츠카사."
남준이었다.
* 민사재판 *
글을 좀 빨리 진행시켜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많이 올리게 되었습니다.
11회에는 사립 코묘 남학교 상세 구도를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글이 잘 이해가 안 가시는 독자 분들이나, 멤버들의 이름이 헷갈리는 독자 분들, 학교 구조, 교복 같은 것들이 궁금하신 독자분들은 꼭 보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제가 암호닉을 받고 싶은데 도무지 암호닉 그게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이해가 안 가서요ㅠㅠ 너무 죄송합니다.
글은 방학하기 전까지 하루에 한 두편 정도 계속 올라갈 것 같고 올리는 시간은 때때마다 달라서 정확하게 알려드릴 수가 없네요ㅠㅠ
인물들의 과거 스토리는 15화쯤 진행될 것 같고 본격적으로 8회부터 스토리가 제대로 이어나가질 것 같네요.
이렇게 보잘 것 없고 문체도 엉망인 글을 좋아해주시는 독자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개인 만족으로 올리려 하던 글이었는데, 올릴때마다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분들을 보고 큰 힘을 얻었어요.
앞으로 힘 닿는데까지 글 쓸테니까 꼭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리고 내일 7화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