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하얀 겨울옷을 입고, 여기저기 곳곳 심심치 않게 겨울 주전부리들을 가득 담은 노점들이 줄지어 있다.
심심치 않게 서로 꼭 붙어서 행복한 듯 웃고 있는 커플들도 보인다.
괜시리 울적해지는 마음에 걸음을 빨리했다.
걸음을 옮기다 어두운 골목에 들어서자 자연스레 점점 걸음이 느려졌다. 이내 완전히 걸음을 멈추고 무너지듯 주저앉아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난 흐느꼈다.
멈추지도 진정되지도 않는 눈물에 어떻게 손 하나 쓰지 못하고 그냥 그저 울었다.
얼마나 울었는지도 모를 만큼 오랜 시간이 흐르고 눈물은 멈췄지만 추슬러지지 않는 감정에 멍하니 주저앉아 있었던 그때, 익숙한 향기가 내 앞에 머문다.
그걸 알아챔과 동시에 난 고개를 들었고 내 앞엔 네가 있었다.
아무 말도 못하고 입만 벌린 채 널 바라보고 있으니 네가 언제나처럼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는다. 그리곤 내 눈 높이에 맞춰 쭈그려 앉는다.
“왜 이렇게 서럽게 울어..”
“......”
“날 추운데 좀 따뜻하게 입지.”
“......아...”
날 걱정하는 너의 목소리에 난 다시 눈물만 뚝뚝 흘리고 그런 날 넌 아픈 눈으로 본다.
눈물에 가려 잘 네가 잘 보이지 않아 눈에 힘을 주자 이런 내가 안쓰러운지 어느새 너의 눈에도 눈물이 그려진다.
“아프지마..”
눈물 가득한 목소리로 넌 끝까지 내 걱정만 한다.
“아프지 말고.. 밥 잘 먹고... 너 너무 말랐다..”
“.......”
“내 이름.... 내 이름 한번만 불러줄래?”
끝내 너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툭 떨어진다.
너의 눈물에 나도 모르게 너의 눈가로 손을 뻗자 너는 더 슬픈 눈으로 날 보며 몸을 뒤로 뺀다.
“ㅇㅇ야.. 이름.. 이름 한번만....”
점점 조급해지는지 한번 더 이름을 불러달라고 거의 애원하다시피 하는 너에게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본다.
“ㅂ...백....백현아...”
내 목소리에 넌 결국 꾹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고 나도 애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너의 눈물이 너무 마음 아파 그 눈물 닦아주고 싶어서 손을 들어보지만 결국 너에게 닿지 못한다.
너의 얼굴에 차마 손을 대지 못하고 손가락만 움찔거리자 넌 애써 눈물을 그친다.
골목안의 차가운 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널 비추고 있던 가로등이 수명을 다해가는지 깜빡거린다.
“아프면 안돼. 따뜻하게 입고 밥도 잘 먹고.. 알지?”
거듭 당부하는 너에게 고개만 끄덕거렸다.
나의 그런 끄덕임에 조금은 안심된다는 듯 넌 다시 작게 웃어 보이고 가만히 내 얼굴을 바라본다.
“행복해야 돼. 좋은 사람 만나고. 꼭. 이제 그만 울자 ㅇㅇ야.”
대답하기 싫어 고집 부리듯 눈에 힘주어 널 바라보자 조금은 무거운 표정으로 다시 한 번 거듭 당부한다.
“약속해. 꼭 그러자 ㅇㅇ야.”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안심된다는 듯 넌 자리에서 일어난다.
너의 움직임에 놀라 고개를 들자 넌 더 할 말이 있는지 입술이 움찔거린다. 하지만 이내 체념하듯 내가 좋아하던 미소로 날 바라보는 너다.
금방이라도 꺼질듯이 깜빡이던 가로등이 결국 제 수명을 다하자 골목엔 어두움만 가득하다.
어둠속에서 너의 모습을 찾으려 기다시피 앞으로 가 팔을 휘저어보지만 손에 잡히는 건 차가운 바람뿐이다.
점점 너의 향이 옅어져간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