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그 다정하던 사람은 어른 한정인지 아니면 할머니 한정인지 학교에서의 권순영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예의 바르고 착실한 전교 회장이었지만 살갑고 따뜻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권순영을 따라다니면서도 얘가 그아이가 맞나? 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 싶은 의문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였지만 찢어진 눈에 피어싱이 그가 맞다고 그 사람이라고 나타내고 있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날 좋아해서 고백을 받아준 게 아니란 건 다 알 수 있었다. 하다못해 주변 아이들까지 권순영이 나에게 마음이 없었음을 알았으니까.
너는 내가 지쳐 나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난 네가 언제 나에게 마음을 열어줄지를 기다리는 서로 닿을래야 닿을 수 없는 정 반대의 방향에서 버티기 시작했다.
네 사랑없이 시작한 연애라 첫 데이트는 나의 온갖 노력과 재롱으로 이루어졌다 너에게 치대고 들이대고 말 걸고 온갖 노력을 했지만 덤덤하게 단답으로 대답하는 네 모습에 상처받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네가 너무 좋아서, 그냥 내 남자친구라는 것 만으로도 행복해서 놓을 수가 없었다.
사귀는 중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오직 나만이 목매는 연애는 근 6개월이나 같은 상태로 지속되었다.
말이 6개월이지 체감 기간은 한 6년은 쫓아다닌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여자아이들의 시기 질투도 버티기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힘든 건 내가 당하는 괴롭힘을 마치 남 일인 듯 보는 언급조차 없는 권순영의 반응이었다.
말만 여자친구지 사실은 헤어질 날 만을 기다리는 너니까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지만.
"쟤네 아직도 사귀어?
"걍 김여주만 목 매는거지 뭐. 쟤도 참 끈질기다. 권순영 불쌍해"
같이. 아니 사실은 권순영이 먼저 가면 내가 뒤따라 졸졸 따라가는 형태로 걸으면 늘 우리를 보고 들으라는 듯 수근 거리곤 했다.
원래 성격대로라면 화도 내고 싸웠겠지만 나에게 정 없는 권순영 앞에서 더 추한 모습을 보였다간 정말 헤어질까 두려워 그 마저도 참고 매일 같이 그 소리를 견디고 또 견뎠다.
뭐 오늘도 권순영의 반응은 안 봐도 뻔하니 얼른 자리를 떠야겠다 익숙해질 법하지만 역시 욕이란건 언제 들어도 익숙치 않아서 피해가려는 참이었다.
"너 나 알아?"
이상하게 그날따라 권순영이 그 여자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다
"......나?"
"어 너. 너 나 알아?"
"...아니.."
"근데 네가 뭔데 내가 불쌍하데?"
"너 김여주 싫어하는거 전교생이 다 아는데 스토커마냥 쟤가 매일 따라다니는데 그럼 안 불쌍해?"
옆에 있던 아이가 불쑥 끼어들어서 한 마디 거든다.
스토커. 너희들 눈에 난 그렇게 보였구나.
"내가 김여주 싫어한다고 누가 그래"
"뭐?"
그 후 소문이 어떻게 난건지 권순영이 무서워서 입을 다무는 여학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네 의도는 아니였겠지만 네가 원하는 것과 반대로 난 네가 더 좋아졌고.
그 일이 권순영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내가 너무 불쌍해 보였나.
그 후 너의 빠르던 걸음은 어느새 느려져 나와 나란히 걸어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매일 기다려 달라고 몇 번을 말해도 사라지던 네가 내 교실 앞에 서 있는 날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오직 오른쪽 칸에만 가득 차 있던 문자 메세지들도 점점 예쁜 비율로 오른쪽 왼쪽 한 칸씩 주고 받게 되었다
6개월을 꼬박 줄다리기 한 끝에 권순영을 내게로 한 발자국 가까이 당기는데 성공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내 인생에서 가장 긴 기다림이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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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로맨스 H
구질구질 구 여친 김팀장 X 구 남친 권신입
"팀장이면 팀장답게 뭔가 유능해야 되는데 실수와 오류 투성이라."
지금 이건 싸우잔 거지? 대체 어느 신입사원이 공적으로 팀장에게 이딴 말을 지껄일 수가 있지.
"지금 이거 사적인 악감정을 가득 담아서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 공과 사 구분하기로 하지 않았나요?"
"이거 공적인 감정으로 말씀드리는 건데. 무능한 걸 무능하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하나"
"....적당히 하시죠 대체 어디 회사 신입 사원이 팀장한테 이 따위로 말하죠?"
"팀장 대접 받고 싶으면 그에 걸맞는 능력을 보여주세요. 그럼 대접해드리죠. 앞으로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아무래도 조만간 앓아 누울 것 같다
아마 저 새끼던 나던 둘 중 하나가 회사를 때려 치거나 팀이 해체되야 평화로워 질려나
언제쯤 내 인생이 평화로워질까
내 인생에서 널 완전히 포맷 시켜버리면 평화로워지려나
권순영 이 개 같은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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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알콩달콩 하다가 현실만 되면 으르렁 거리는 우리의 여주와 나쁜 순영이 8ㅅ8....... 암호닉은 이번 화 까지만 받고 한동안은 안 받겠습니다! 다음 화에 올려드릴게용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용 오타도 오류도 어떤 의견이던 댓글은 모두 환영입니다:) 바라는 점도 좋아요 하지만 내용 관련 수정은 정해진 게 있기에 어려울,......ㅠ_ㅠ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