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냐고?
세상에 어떤 미친 놈이 사랑없이 한 여자랑 5년을 사귈까,
그렇게 묻는 니 생각은 어떤데?
내가 널 사랑하지 않았던 것 같아?
*
빌어먹을 로맨스 E
구질구질 구 여친 김팀장 X 구 남친 권신입
위태롭다.
딱 봐도 이미 주량을 한 참 넘겨버린 여자에 종업원이 걱정 된다는 듯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찬다.
옆 테이블의 순영의 신경 역시 그쪽으로 가버린 지 오래.
5개월도 아니고 5년이다.
알고 싶은 거 모르고 싶은 거 다 공유해가면서 부딪히며 지낸 기간이 5년인데 아무리 같이 한 시간만큼 또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네 주량이 기억이 안 날리가.
"승철 오빠는?"
"곧 오겠지."
네가 회사에 있다는 건 최승철을 통해 들어서 이미 알고 있었다.
최승철은 너와 내 관계를 모르는 눈치지만.
네 놈 팀장이 될 사람이라며 네 프로필 사진을 보여줬다.
"예쁘지?" 하길래,
"너 나랑 회사에서 아는 척 하지 마라. 이 사람한테도."
왜냐고 묻는 최승철에
이 여자가 내 구여친이다 라고는 차마 말 못하고 그냥 옛날에 같은 학교 나왔는데 사이가 좀 안 좋아. 정도로 무마했다.
최승철에게 다와간다는 문자를 받을 즈음
네가 비틀거리며 계산을 하고 나간다.
젠장, 항상 어딜 가나 신경 쓰이게 만들지.
"나 잠깐 편의점 좀. 최승철 다왔다니까 기다리고 있어."
괜한 오지랖인가 싶다가도 니가 멀쩡히 택시 타는지만 보자. 시간도 늦었고 위험하니까 이건 팀장에 대한 도리다,란 생각을 하며 저 멀리 앞서가는 너를 지켜보며 따라갔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지도 않는지 비틀비틀 아주 추하다 추해.
얼씨구, 넘어지기까지?
일어날 생각이 없는건지 주저앉은 채로 멍하니 가만있는데
지금 시간이 몇 시인지 이 곳이 어디인지 하나도 자각이 없는 듯 하다. 위험하게 뭐하는거야
널 보는 것도 너와 대화하는 것도 다 싫지만 술 먹은 너를 마주하는 건 예전이든 지금이든 제일로 싫다.
정신 나간 여자야 뭐 하는 짓이야.
약간은 거칠게 너를 일으키자 술에 취해 흐리멍텅 한 눈과 마주친다.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으면서 술 먹으면 이렇게 될 거 알면서 객기는 왜 아직도 부리는지.
너의 질문에 허탈했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너는 또 그런다 매번 내 입장따윈 생각 안 한다
그딴 질문같지 않은 질문을 듣는 난?
너와 내가 사귀는 그 긴 시간 동안 넌 내 사랑을 느끼지 못했나,
어떻게 매번 저딴 질문들로 비수를 꽂는지 모르겠다.
"......니가 이딴 식이니까 내가 너랑 헤어진 거야"
술이 취해서 멍한건지 내 대답에 멍한건지,
어느새 너는 눈물을 글썽인다,
울지마. 널 달래주던 난 이제 없어.
기분이 더러워졌다 너를 내팽겨두고 가고 싶었지만
너는 내 속을 모르는지 잠이 들어버렸다.
날씨도 더럽게 춥고 너도 더럽게 싫고.
벤치에 누운 널 보며 이건 좀 아니다 싶어 앉혀 놓으니
과거와 오버랩 되는 게 참 기분이 더럽다.
너도 내가 이만큼 싫어?
짜증나니까 손가게 좀 하지마.
부딪히지 말자고.
잠든 널 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짜증을 내며 어찌할까 고민하는데
얌전히 잠든 네가 눈에 들어온다. 술버릇은 고약하면서 잠은 또 얌전히 자고 웃긴다. 내 속 긁는 말도 안하고 내가 미워 죽겠다는 듯 쳐다보던 눈도 감고 있으니 좀 덜 미운 것 같기도 하고.
얼마나 네 옆에 앉아있었을까 최승철에게 전화가 왔다
"너 왜 이리 안 오냐? 어디야?"
"야 너 여기 좀 와야겠다"
"뭔 소리야 어딘데?"
"여기 공원인데 우리 부서 김팀장이 벤치에 누워 자고있는데?"
"뭐?"
좋을 리 없는 사이인 나보단 최승철이 낫겠다, 싶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게 내 얼굴이라면
너도 나도 기분이 좋지 않을테니까
"왜이래?"
"몰라 편의점 가다가 주웠다."
"허 김여주 진짜, 겁도 없이 아무데 드러눕고 술버릇 한 번 고약하네."
"내가 찾은거 아니야 니가 찾은거다."
"뭐?"
"얘 깨면 내가 찾았다 하지말라고."
"...니 여주씨랑 뭔 사이길래 이래? 기분은 또 왜 이리 다운됐냐?"
"그냥 안 좋은 사이라니까 뭘 자꾸 물어.
아무튼 니가 좀 챙겨라, 며칠 밤샜더니 피곤해서 그런가 기분이 안 좋네. 나 간다."
"야, 권순영!"
부르는 최승철을 무시하고는 찌든 몸을 이끌고 내 갈 길을 간다.
눈 뜨고 마주해서는 좋을 게 없는 사이.
그게 너와 나의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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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이는 순영이와 친구랍니다! 하하하하하핳하하하하 사실 미리 정해져 있었어요 알려드리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 순영이가 내내 여주 옆에 있던 것도 미리 정해져 있었는데 미움 받는 순영이에 대한 오해를 조금이라도 풀고자.... 독자님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드리고자 이렇게 일찍 왔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순영이와 여주의 비밀은 차차 공개됩니다! 암호닉은 다음 화에서 확인해드릴게요! 오류 마구 지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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