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해도 소용 없을걸~”
“시끄러워. 좀 조용히 해.”
“그래 그럼.”
아까 이동혁의 말을 듣고 이곳이 내 꿈속이라고 해서, 다시 잠을 청하려 누웠다. 그 전에 볼도 꼬집고 뺨도 때리는 나를 이동혁은 우습게 봤다. 지금 자면, 화장실에서 깨어날 거야. 분명 현주가 내가 안 와서 날 기다리다가, 화장실에서 자고 있는 날 보고는 욕을 하며 깨우겠지?
그나저나 잠이 들어야 하는데, 옆에서 날 빤히 보고 있는 이동혁 때문에 오던 잠도 다 달아난다. 눈을 번쩍 뜨고 이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야 너 가면 안 돼?”
“야 내가 너보다 나이 많아.”
“..요.”
“거짓말이야.”
“너 진짜 짜증난다.”
이동혁에게 그 말을 하고, 이동혁을 등지고 누웠다. 에이 썩을 놈. 말 안 듣는 미운 8살 같다. 계속해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 했는데, 응. 그랬는데..
‘꾸르를륵-’
배에서 신호가 왔다. 음식을 빨리 들여오라는 신호. 쪽팔리고 부끄러움에, 고래를 살짝 뒤로 돌려 이동혁을 바라봤다. 역시나 날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
“-허.”
“뭘 봐.”
“..배고프냐?”
“..응.”
“초간택에서 꽤나 많이 먹었을 텐데.”
“차 한 잔 마셨거든?”
“따라 나와.”
이동혁은 그 말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르겠다. 나도 일단 살고 봐야지. 하는 마음에, 이동혁의 뒤를 쫓았다. “따라갈까요. 아씨?“ 하며 물어오는 어영이에게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니, 어영이는 칫솔로 보이는 것을 주머니에 싸서 건넸다.
“그렇게 계속 쫄래쫄래 강아지 마냥 따라올 거야?”
“너 지금 나한테 개 같다고 했냐!!”
“강아지거든. 하긴, 네 덩치는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개 몽이보다 크지만.”
“..여기 강아지 키워?”
우와,, 사극에서 개가 나오는 장면은 지금까지 한 번도 못 봤는데. 신기해서 구경시켜 달라고 하니, “귀찮아. 나중에.” 하며 미뤄버린다.
“거슬려. 옆에 와서 걸어.”
많이 거슬려 하라고 뒤에서 더 따라갈건데? 이 말을 했다간 밥을 안 줄 것 같아서 속으로만 찌질하게 내뱉었다. 이동혁의 옆에 서니 생각보다 녀석은 컸다.
“너 키가 몇이야?”
“여기 사람들이 키를 재고 살 것 같아?”
“..아..”
“175.”
존나 때리고 싶다. 이동혁을 흘겨보니, “그렇다고 난 내 키를 모른다고 하지는 않았다?” 하며 얄미운 표정을 한다. 저 새끼 분명 175 안 되는데... 내가 현실에서 널 만났으면 화병이 나서 앓았을 듯 싶다 동혁아. 이 말도 역시 속으로 뱉었다.
“지금 어디로 가는거야?”
“밥 먹으러 가자며.”
“혹시 주막?”
“뭐.. 비슷해.”
“와 나 거기서 밥 진짜 먹어보고 싶었는데. 주모!! 여기 국밥 한 그릇만 주소!!.....”
“...”
사극에서 본 것을 그대로 따라하니, 이동혁이 걸음을 멈춰서고 이상한 것을 보았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좀 쪽팔리지만 이럴 땐 더 뻔뻔하게 행동해야 된다던 현주의 말에 뻔뻔함을 곁들여 말을 했다.
“뭐.”
“너 진짜 좀 이상한 것 같아.”
“뭐가.”
“난 진짜 주막에 간 산적인 줄 알았잖아.”
“진짜 죽는다. 너.”
어느새 나는 이동혁에게 자연스레 말을 툭툭 던진다. 하긴. 이동혁이 말하기를, 여기서 내가 온 곳을 아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했다. 뭐 그래서 편해진 것뿐이다. 처음의 그 무서움은 온데간데 없다.
“어, 오셨어요? 저 쪽에 자리 하나 남아요, 도련님.”
이동혁을 따라 걷다보니, 한 곳에 이동혁이 우뚝 서더라. 그 곳은 식당 같은 곳이었고, 생각보다 굉장히 컸다. 사람들이 하나먹고 싶은 음식을 하나하나 담아가는데, 이게 또 다 맛있어 보였다.
“오 뷔페 아냐?”
“그게 뭐야.”
“아 미안.”
여기 말이 다르다는 것을 자꾸만 인식하지 못 한다. 여긴 그럼 조선과 다른 것이 없는 건가? 싶다가도 밥 먹는 곳 보면 좀 넓어지고 종류도 다양해 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모든 게 신기하다.
“다 못 먹을라, 조금만 담아.”
“네가 사는 거지? 야 그리고 이게 뭐가 많아.”
탑을 쌓듯 음식을 쌓아 올렸다. 그리고 혹여나 덜어질까 자리에 조심조심 앉아서 입에 음식을 넣었다.
“야 넌 그걸 다 먹겠다고?”
“넌 그거 먹고 배가 부르냐? 그러니까 살이 없이 이렇게 비쩍 말랐지.”
자꾸만 이동혁이 밥을 먹는데 말을 시켜서 노려보니, 알겠다며 자신의 밥을 먹기 시작한다. 와 근데 여기 나물 맛있네. 입안 가득 넣고 씹으니, 이동혁이 놀랍다는 듯 박수를 친다.
“와 대단하십니다. 여기 사흘 뒤에 저자거리에서 식성 대회 있는데 출전 안 해볼래?”
“..일등 하면 뭐 주는데?”
“..거짓말이야.”
넌 이 밥 네가 사는 것이 아니었으면 넌 지금 내 배에 들어간 쌀알 개수만큼 맞았어. 쌍욕을 하려다 말았다. 뭔가 욕을 알아들을 것 같아서. 밥 먹던 게 멈출 것 같다.
“아까 어영이가 칫솔 줬는데. 여기서 이 닦을 수 있어?.”
“여기 사람들도 사람이야. 조선 때 보다 많이 발전 했다니까?”
“그럼 치약도 있어?!”
“치약은 없어. 소금으로 닦아야 돼.”
“..소금이 어디 있는데..”
밥을 먹자마자 이를 닦을 수 있는지 물어본 것은, 나물이 낀 것 같았지 때문이다. 이동혁은 밥도 깔끔하게 싹 먹을 만큼만 받아서 먹었다. 물론 나도 먹을 만큼만 받았다. 받는 만큼 족족 다 먹기 때문이지. 현대식이 아닌 칫솔은 신기했다. 솔이 나무같이 뻣뻣하게 되어 있는데, 이걸로 이가 닦일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동혁은 “기다려.”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간다. 목을 빼들고 무엇을 하나 신기해 지켜보니, 그저 저자거리에서 소금을 사 오는 것뿐이었다.
“자.”
이동혁이 내게 내민 것은 방금 사온 소금이었다. “이거로 이를 닦아?” 하고 물으니, “네가 온 곳에서도 소금으로 이를 닦아본 적 있지 않아?” 하며 자신의 칫솔에 소금을 묻힌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소금으로 이를 닦아본 적이 몇 번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소금을 묻혀 이를 닦는 이동혁을 보고는 나도 소금을 묻혔다.
“어우 짜.”
“그럼 달아?”
“조용히 좀 해.”
저 얄미운 놈. 내가 현주보다 성격이 좋아서 그렇지, 여기 온 사람이 내가 아닌 현주였으면 넌 이미 골로 가 있을 거다. 나의 흘겨보는 눈빛에 이동혁은 작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또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디 가?”
“헹궈야지. 너는 저기 가서 행구면 돼.”
이동혁은 내게 자신이 향하는 반대쪽을 가리켰고, 그쪽에는 이미 많은 여자들이 양치를 하고 있었다. 아마 이동혁이 간 곳은 남자들이 모여 양치하는 곳 같고. 화장실과 양치를 하는 곳이 따로 있었다.
“신기해.”
양치를 하고 나온 내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동혁에게 제일 먼저 꺼낸 말이었다. 신기해. 이동혁은 “뭐가?” 하며 내게 물었고, 나는 그저 “다.” 하고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살던 곳과 다른 곳이 있는 것도 신기한데, 여기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활한다는 것이. 그리고 널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렇게 편해진 건지. 원래 성격이 붙임성 좋은 성격 같지만 뭐.
혼자 생각을 하며 이동혁 옆에서 아까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는데, 이동혁이 입을 연다.
“야.”
“어?”
“여기서 티 내지 마.”
“뭘?”
“너 여기 사람 아닌 거.”
다시 한 번 소름이 돋았다. 여기 사람 아닌 거. 라고 하니, 진짜 이게 꿈이 맞나 생각도 들고 뭐. 여기 사람들은 우리 내가 살던 곳을 꿈으로 꾼다 하니 여기 사람들한테는 내가 신기한 존재인건가.
“왜?”
이동혁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점점 걸음이 느려지는 내게 빨리 오라며 난리를 피웠다. 아니, 그렇게 빨리 걸으면 내가 당연 못 따라가지. 이동혁은 경보라도 하듯 휘적휘적 앞으로 걸어 나갔다.
해가 뉘엿뉘엿 져 갔고 집에 도착하자, 이동혁은 “난 간다-.“ 하고는 우리 집 대문에서 옆으로 꺾어 이동혁네 집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한옥이네. 엄청 좋아 보인다. 이동혁네 집을 보다가, 뒤를 돌아 우리 집이라는 곳을 보았다. 이동혁네 못지않게 좋아 보인다. 사극에서만 보던 그런 집.
내가 들어오자 어영이는 “마님이 찾으세요 아씨!” 하고는 나를 커 보이는 방 앞에 데려갔다. 내가 멀뚱멀뚱 서 있자, 어영이는 뭐 하냐는 듯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는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렸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 인사를 했다.
“ㅇ..안녕하세요..?”
“.. 이름아, 왜 그래..?”
“..네? 아니 어.. 아까 동혁이랑 잠깐 밖에 나갔다 왔더니 정신이 없어서요..!”
“동혁이 그 아이가 말재주가 좋긴 하지. 참, 초간택은 잘하고 왔니?”
“네. 그냥 차 마시고 물어보시는 질문에 대답을 하는 정도였어요.”
“피곤할 텐데 가서 눈 좀 붙여 둬. 이 어미는 네가 초간택을 잘 하고 와준 것 같아서 기쁘구나.”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저 분이 방금 ‘어미’ 라고 하셨어. 저 분이 여기서 우리 어머니.. 우리 엄마. 얼굴을 까먹지 않기 위해 몇 번이고 보려 노력했다. 저 사람이 유일한 내 편. 이곳에서 우리 엄마니까.
방에 들어오자, 어영이가 이부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어영이는 “안녕히 주무셔요!” 하고는 내가 손을 흔들자, 문을 열고 나갔다.
여기에 어떻게든 적응해야 된다. 언제 돌아갈지 모르는 이곳에서. 말 그대로 얼마나 여기 있을지 모른다는 소리니까.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잠을 청했다.
! 작가의 말 ! |
오늘 정말 바쁜 날이라 안 오려 했는데! 오게 됐네요. 하하. 독자님들 뵙고 싶어서. (능글) ㅋㅋㅋㅋ. 항상 비루한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궁금하신 점은 댓글로 물어봐 주세요! '_'♥ ♥ 암호닉 신청 감사드려요 ♥ (꾸벅) (언제나 열려있는 암호닉 신청) → 댓글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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