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반존대를 써요 시즌2 w. 채셔
10. 마침내 봄, 그토록 그리웠던 봄
"………지민 씨."
"쓰읍, 또 지민 씨."
나는 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한껏 내렸다. 내 얼굴을 부드럽게 잡고, 지민은 한 번도 내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마치 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인 듯 바라봐주었다. 지민 씨라는 말, 안 되는데에. 지민이 장난스레 말 꼬리를 길게 늘이는데도 전혀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눈물이 났다. 사실은 기분이 좋아지고, 나빠지고 할 틈도 없이 너무 안심이 돼서. 내 남자친구가 첫사랑 따위에 흔들리지 않아줘서. 결국 나는 터져버린 울음과 함께, 알아듣기도 힘든 고백을 해야 했다. 나도, 나도 진짜 많이 좋아해요. 사랑해요. 너무 많이……. 차마 다 울음에 섞여 닿지 못한 말들이 입속으로 다시 흘러 들어왔다. 엉엉, 하는 소리가 비상구를 크게 울린다.
"………."
"끅, 흐엉, 엉엉."
"자기 우니까."
"흐아앙…."
"……나 진짜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만 울어요, 응? 내가 미안해. 새삼 슬픈 감정을 이제야 느낀다는 듯 제 심장 부근을 쓰윽쓰윽 문지르던 지민은, 이내 손을 올려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제 품에 나를 끌어당긴다. 미안하지만, 정말 미안하지만 위로 받으니까 더 울음이 난다. 그 동안의 일에 보상이라도 받는 것처럼, 나는 품에 안겨 이제껏의 서러움을 모두 털어냈다. 콧물까지 셔츠에 잔뜩 묻혀가면서. 사랑, 흐, 한다, 허엉, 구요. 내가, 내가, 어어엉, 많이 좋아한다니, 끄, 까. 같은 말을 여러 번 하면서도 울음소리에 잠겨버리고, 잠긴 말들을 다시 털어내고. 그렇게 펑펑 울면서 이제까지의 스트레스를 다 날려버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일까. 체력에 한계가 와서 서서히 울음이 잦아들자, 괜히 뻘쭘해졌다.
"다 울었어요?"
지민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빨개진 얼굴로 끄덕여야 했다. 많이도 운다, 응? 그리고 이어진 지민의 말에 고개를 도리도리. 지민은 내 머리통에다 제 머리를 올려놓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 갑작스레 머리 위에다 뽀뽀 폭탄을 날려왔다. 다 울었으면 됐어요, 이제 내가 다 알았으니까 괜찮아. 지민의 말에 다시 품에 파묻힌 고개를 끄덕거리자, 지민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우는데도 귀여워서 미치겠네. 곧바로 이어진 지민의 말에 귀가 새빨개지자, 지민은 다시 웃기 시작했다. 아, 어떡해. 지민의 앓는 소리가 들려올 때쯤 살짝 고개를 들었더니, 지민이 내 볼을 잽싸게 잡아 입술에다 뽀뽀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미안해요."
"………."
"나름 정리한다고 한 건데, 그런 일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
"…나도 미안해요."
"…술 마신 거?"
"술 마신 것도 미안하고."
자기한테 말도 안 하고 혼자 힘들어 해서. 내 말에 지민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웃어보였다. 자기가 나 말고 그 역사가 유구하신 잘난 첫사랑 선택할까 봐 얼마나 무서웠다구요. 지민의 셔츠 소매를 만지작거리며 말하자, 지민은 다시 살짝 웃으며 나를 꼭 안았다. 지민은 제 품에 조용히 안긴 나를 토닥이다, 주먹으로 내 머리를 꽁 찧었다. 뭐라고 하고 싶은데, 몬이 형 때랑 비슷한 감정이겠다 싶어서 무슨 말을 못하겠다. 그리고 투정의 말 한 마디도. 내 등을 다시 토닥여주던 지민은 말이 없는 나를 내려다보며 덧붙였다. 그 잘난 첫사랑보다 자기가 더 사랑스럽고 예쁜 건 왜 모르냐는 말이에요.
"거짓말."
"거짓말 아니거든요."
"치."
"그럼 우리 풀린 거예요."
"아직 아닌데."
"다 풀렸으면서 거짓말은."
지민의 투정에 나도 모르게 푸흐, 하고 웃어버렸다. 다시 내 얼굴을 확인한 지민의 입술 새에서 결국 웃음이 터져나왔다. 서로의 얼굴을 보고 한참을 헤헤, 하고 웃고 있었던 것 같다. 바보 같이. 물론 비상구를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에 얼른 모른 척을 해야 했지만. 발걸음 소리가 점점 커지자, 지민은 '들어가자.'하고 소근거렸다.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지민은 눈웃음을 지으며 다시 내 입술에 재빠르게 입술 도장을 남겼다. 헤헤, 하고 미소로 응답했지만, 괜히 문 고리를 돌리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상태로, 한 사원이 윗층으로 지나갈 때까지 머뭇거려야 했다. 그 여자 애를 다시 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그 애를 상대할 자신이 이제는 있으니까. 이내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지민이 손을 잡아주고 나서야 겨우 문 고리를 돌리고 비상구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
"괜찮아."
그래, 정말 이제 다 이겨낼 자신이 있었다. 내 손을 잡아오는 이 따뜻한 온도의 부드러운 손만 있다면.
덧붙임
안녕하세요, 채셔입니다!
제가 너무, 너무 많이 늦었죠?
너무 바빠진 생활과 달라진 환경으로 글을 업뎃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막 인티에 접속해서 글을 쓰려니 엄청 겨우 쓴 것 같아요.
많이 기다려주셨던 분들께 너무 죄송해요.
또 한편으로 너무 감사합니다.
자주 뵐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이삐들, 반갑습니다! ^ㅁ^
*** 반존대 번외 무조건 공금입니다!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