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여주
다시한번 로맨스 아홉번째
현 여친 김팀장 X 현 남친 권팀장
권순영이 화났다
나한테 말고.
예쁘게 화해하고 우리는 언제 싸웠냐는 듯 사이좋게 회사를 다녔다
그리고 여전히 회사는 바빴고
권순영네 팀은 꽤 큰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었다
부산에서 올라온 뒤 처음으로 맡은 프로젝트에
모두의 기대를 온 몸으로 받는 중이라 예민할 법했지만
그래도 권순영은 나만보면 좋아죽겠다고 웃었고
나는 권순영이 또 해낼거라 믿었기에 별 걱정 없었다.
오늘은 중요한 회의가 있다고 들었는데
평소와 다르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쫙 빼입은 널 보니 새삼 자랑스럽다
정갈한 넥타이, 꽉 잠군 단추에 깐 머리.
분명 빈틈없는데 왜 더 섹시해보이는지,
쟤가 내꺼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기에 그냥 어깨를 다독여주고
나에게 주어진 일에 바쁘게 반나절을 보냈는데
"여주씨, 큰일났어."
"...어?"
"권순영네 팀원이 프로젠테이션 준비한 걸 다 날려버려서
...회의 파토났데"
"....뭐?"
일에 관해선 한없이 철저하고 냉정해지는 널 알기에,
가끔은 지나치다 싶을정도로 완벽을 추구하기에
너무나 걱정스러웠지만
무엇보다 다쳤을 네 자존심에 조심스러웠다.
아무리 애인이라지만
회사에선 내가 네 애인이기 전에 팀장이고 너도 네 자리가 있으니
머릿속으로 내내 순영이를 생각했지만
나도 너무 바쁘다보니 금새 시간이 가버렸다
퇴근만 기다렸는데
"...야근이요?"
"...네. 직접 처리하시겠다고..."
직접 처리하시겠단다
팀원들은 다 퇴근하라하고
메세지를 보내도 묵묵부답
전화를 걸어도 받지않고
나 역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한다
대체 누구야
일 처리 이따위로해서 순영이 고생시키는게
네게 어떻게하면 내가 힘이 될까 내내 고민했다
네가 좋아할 초밥을 사가지고 간다는게
한참을 망설이느라 시간이 훌쩍지나버렸다
역시 내 핸드폰엔 네 메세지 하나 없고.
조심스레 너희 부서로 향하는데
불은 다 꺼져있고 네가 있을 팀장실만 환하다
창문 틈 블라인드 사이로 훔쳐 본 너는
아침과 다르게 넥타이는 이미 없어진지 오래고
풀어진 단추와 걷어진 소매가
너에게 미안하게도
참 섹시했다
그래도 네 화난 모습은 무섭긴하지만.
조심스레 팀장실 문을 열면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몰라
널 보며 바보처럼 그냥 웃어버렸다
너는 굳은 얼굴로 날 쳐다보더니
긴 한숨을 뱉어버린다
"...순영아 화 많이 났지...괜찮아?"
"....아니"
"진짜 대체 누구야 내가 혼내줄게
일처리를 어떤식으로 했길래,"
"...그래서 화난거 아닌데"
"...."
"...너."
"...나?"
"....너 하루종일 못 봤잖아
...짜증나.
오늘 나 별로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다 난다
"별로일 것 같아?"
"...어. 머릿속도, 지금 내 상태도 엉망이잖아"
"아닌데, 멋있는데."
내 대답에 이젠 네가 픽, 하곤 바람빠진 소리를 내며 웃는다
네가 봐도 그렇지? 우리 둘 다 참 답 없어.
"...미안, 순영아
내가 해줄 건 없고."
그냥 하루종일 지쳤을 널 꽉 안아줬다
넌 늘 외롭거나 힘든 날 찾아와 안아줬으니.
마치 너보다 키가 더 큰 사람마냥
앉아있는 네 머리를 조심스레 정리해준다
"나 걱정하지마 여주야."
"안해, 걱정.
...네가 해내고 말거란거 아니까."
"...맨날 이렇게 예쁜 말만 골라하면 난 어떡하나,"
"어떡하긴.
예뻐해주면 되지."
...우리 순영이 이제 화 다 풀렸네?
오늘 하루종일 내내 긴장상태였다가
이제서야 조금 숨을 돌리고 있는 거란걸 알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권순영의 화를 풀어줄 수 있는 내가 여기있어서
지금의 우리는 함께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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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외롭습니다 허허허 솔로는 웁니다 개학하시고 다들 많이 바빠지신 것 같은데 힘내시구 늘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암호닉은 암호닉 신청 글에 신청해주세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