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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난 늘 네 곁에 있었다. 집이 가까워서 라는 이유가 다가 아닌, 옛날부터 같이 지냈다. 넌 기억 못 한다 했지만, 난 아직도 널 처음 만난 날을 정확히 기억한다.
"안녕!"
방에 가만히 앉아 소학을 공부하고 있던 내게 네가 건넨 말이었다. 안녕. 그 때의 우리는 일곱 살이었나. 이 마을에 친구가 없어서 다들 안 놀아준다며 틱틱대던 네가 내가 이곳에 온 지 나흘 쯤 되었을 때 불쑥 옆집이라며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지금 생각해봐도 웃겼다. 갑자기 다짜고짜 옆집이라며 친해지자고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내 방 곳곳을 구경하는 것이. 너는 첫만남부터 당찼다.
네가 우리 집에 몇 번 찾아오고, 너희 집까지 초대했던 날. 그 이후로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집에 들락날락 거리며 놀았다. 분명 태어난 년도로 보면 내가 오라비가 분명한데. 1년도 채 차이가 안 난다며 동혁아 동혁아 하는 것도 이상했다. 물론 네 반말이 싫지 않아 그냥 대답을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성이름이 내게 오라비라고 부르는 게 더 이상할 것 같다.
네가 열 다섯 살이 되던 해에, 너희 집에서 밥을 먹자며 전갈이 왔다. 아직도 기억한다. 내가 너에게 준 것이 무엇이었는지. 보라색 담요였다. 잔치를 열어주겠다던 아버지의 말을 거절한 너는, 조용하게 네 방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늘 그래 왔듯이.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너와 눈이 딱 마주쳤다. 머리를 다 땋지 못하여, 아직이라고 소리를 지르던 네 방에 홀리듯 들어갔다. 너의 몸종 어영이가 머리를 땋고 있었고, 너는 흰 색 저고리에, 연분홍색 치마를 입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 그게 얼마나 예뻤는지. 어영이까지 셋이서 먹었던 식사가 끝날 때까지 너를 쳐다보지 못했다. 혹여나 얼굴이 빨개졌을까봐.
식사 후 너에게 선물을 건넸을 땐, 죽어도 받지 않겠다 했다. 처음에는 내가 주는 담요가 마음에 들지 않나 했지만, 그 누구의 선물도 받지 않는다 하였다. 자신이 초대한 건데 왜 주냐며. 나중에, 나중에 생일이 아닐 때 달라고 했다.
"생일이 아닌데 주면 무슨 의미가 있어."
"아 왜!!"
생일이 아닐 때 주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내 말에 미운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는 네가 귀여워 보였다. 분명 이런 감정이 들지 않았었는데 그 전까지는. 네가 열 다섯살이 되던 날.
그 날부터 너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
*
사람 찾는 일을 시작했던 열 일곱살이 되던 해. 어느 날부터 헛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미래를 꾸는 꿈인가 싶었다. 집도 처음 보는 형태에, 높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해에,이상한 일이 두 번이나 일어났다. 처음에는 우리 집 몸종이었다. 주로 마당을 쓸던 남자아이였는데. 자신을 부정했다. 늘상 입던 자신의 옷을 탓하며, 이곳은 어디냐고. 자신이 분명 미친 것 같다고 했다.
처음 들어보는 말들에 어리둥절해서, 꼬치꼬치 캐물었다. 사실, 병이 생긴 게 아닐까 해서.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이틀 정도 함께 지내보니, 미칠 것만 같았다. 그 아이보다 내가. 나에게 자신이 온 곳을 얘기해 주는데, 도무지 이해가 가야지.. 그 아이가 이상해진 지 이틀째 되던 밤에, 차라리 그 아이의 말이 맞다면 돌아가 버렸음 했다.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자칫하면 그 아이는 우리 집에서 쫓겨날 테고, 난 그 말을 믿은 정신나간 놈으로 볼 테니.
그런데, 정말 이루어졌다. 그 아이가 없어진 것이다. 돌아가 버렸으면 했는데..
허나 어딘가 이상했다. 원래 있던 사람이 없어졌다. 근데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애초에 우리 집 노비가 아니고, 없던 사람처럼. 만약 내가 원했던 돌아갔으면 했던 것이 이루어 졌다면, 그 아이는 그대로고 정신만 제대로 박혀있어야 하는 건데. 사람 자체가 없어졌다. 몸종들에게 물었다. 이 아이 어디에 있냐고 지금. 허나 들려오는 대답은 매한가지였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두 번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해 겨울에 가끔 만나 얘기하던 벗이 있었는데, 그 친구도 몸종과 똑같이 행동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했다. 꿈일거라며 자신의 뺨을 내리치는 것도 보았다. 혹시나 해서 그날 밤에도 그 사람의 말이 진짜라면 와던 곳으로 돌아가길 바랐다. 그러자, 다음 날 아침에 감쪽같이 사라졌다. 소리소문 없이 원래 없던 사람처럼.
반년이 채 안 돼서, 저잣거리에 나와 있는데 웬 여자가 나를 붙잡았다. 나만 붙잡은 것이 아니라 이 사람, 저 사람 붙잡다 나를 붙잡은 것 같았다. 여긴 어디냐고. 뭐 하는 데냐고. 설마 또. 하며 내 몸종을 먼저 보내고 그녀를 사람이 없는 곳으로 데려가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엔 좀 더 자세하고 세세하게. 알아낸 것은 꽤 많았다. 역사는 같았고 현재는 달랐으며, 사실 아직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어느 한 곳도 허망된 곳이 아니라는 것.
첫날에는 꿈을 꾸는 줄만 알고 그냥 지냈다 했다. 잠을 자면 원래대로 돌아가 지겠지 하며. 근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계속 그대로라고. 돌아가지기는 커녕, 이곳에서 살게 생겼다며 내게 하소연하는 그녀에게 말했다. 이미 소문이 퍼질 대로 퍼졌을 것이니, 티 내지 말고 오늘 밤은 그냥 자라고 했다.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까지 성공한다면, 나는 이 곳에서 사람 찾는 일 말고도 이젠 사람 돌려보내는 일까지 해야 하나. 했는데. 다음 날 아침 떠보듯 어제 같이 있었던 몸종에게 그 여자의 존재에 대해 기억나냐 물으니 의문을 가진 대답이 들려왔다. 어제 저잣거리에 나가지도 않았다며 내가.
일년 반 동안 아무런 일이 없었다. 만약 또 같은 일이 일어났다 했으지라도,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아 원래의 일상을 되찾았다. 너와 물놀이도 가고 맛있는 것을 먹고. 여러 곳을 다녔다.
이게 내 일상이었다. 네가 가득한 하루가.
그렇게 그 날도 둘이 같이 있던 날이었다. 나라의 국왕이 웬일로 행차를 한다나. 그 때 너는 국왕의 얼굴을 보았다. 국왕의 지위가 아닌, 오직 얼굴 하나만을 보고 좋다. 라고 말하는 네가 걱정이 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처녀단자를 올렸다 했다. 네 생각은 되면 가고 안 되면 말지 뭐. 하는 단순한 생각이었지만 나는 마음이 착잡했다.
혹여나, 네가 좁은 궁 안으로 날아가버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고.
*
성이름이 간택에 갔다. 이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몰래 사람을 보냈다. 잘 하고 오나 보라고. 그런데, 성이름보다 훨씬 먼저 도착한 그 사람이, 내게 말했다.
그 사람이 잠시 한눈을 팔았을 때, 너는 없어졌고 다시 찾았을 때 네가 좀 이상해 보였다고. 나라의 이름을 묻지 않나, 수년간 같이 지내 온 네 몸종에게 누구냐 묻지 않나. 자신이 왜 여기 있냐며 묻지를 않나
그리고 나는 직감했다. 근 2년 간 안 일어났던 일이었는데. 왜..
그리고 절망적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왜 하필 너냐고.
*
변해버린 너를 처음 만났을 때는 의외였다.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아서. 네게 진실을 알려주고 네 표정을 보기 전 까지는, 단순한 내 착각인가 했다. 원래의 너를 내가 착각한 거라고. 처음에 날 보고도 놀란 기색 하나 없이 평소처럼 날 대해 줘서.
고마웠다.
처음에 넌 내게 편하게 대해주지 못 하더니, 점점 날 편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나도 다른 네가 낯설지 않았다. 그냥 원래의 너 같았다. 아니, 원래의 너보다 너 편했다. 현재의 네가. 내가 연모하던 너. 항상 내 곁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벽 때문에 항상 널 그리워하던 나. 원래의 너에, 벽이 허물어 진 것 같아서, 괜히 나 혼자 너에 대한 마음이 깊어져 갔다.
*
네가 글씨를 쓴다며 붓을 잡았을 때 나는 평생 잡아보지도 못 했던 손을 그 핑계로 잡았다.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그 날 집에 가서 혼자 얼굴을 붉히며 다른 생각을 하려 애썼다.
못된 행동이지만, 우리가 평소 친했던 것보다 더 과장해서 행동했다. 더 친했단 듯이 말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가던 네 집에 매일 찾아갔다. 그래야 네가 날 더 편하게 대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이 행복했다. 그래서 일도 잘 안 받았다. 일이야 내가 하면 그만이지만, 널 만날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에. 항상 불안해했던 나는
재간택 하루 전 날 네게 말했다. 내 첫 정인이 너라고.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너에게 부담이 될 걸 알면서도 말해버렸다. 재간택에 안 갔으면 좋겠다고.
네가 날 좋아하게 해 달라는 기적을 바라며.
! 작가의 말 ! |
오늘은 동혁이 편이었는데. 어떠셨나요..! 동혁이 편은 2평르오 나위어서 올릴 예정입니다! 다음 화도 동혁이 편이 나올거에요! 지루해 하실까봐 걱정입니다, T^T 꼭 필요한 동혁편이니 재밌게 읽어 주세요! 그리구 암호닉 신청은 현재 받지 않고 있습니다! 2차 암호닉 신청 때 봬요 ('ω'). ♥ 글 항상 재밌게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드립니다. ♥ |
♥ 암호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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