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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새벽에 뚝 뚝 떨어지던 빗줄기는, 점점 굵어져 아침이 돼서야 육지를 강타했다. 그 비 덕분에 오늘은 밖이 아닌 안에서. 법도를 배운다고 했다.
말이 법도지 완전히 고등학교 이론수업이다. 약간 생물.. 같은.. 외울거 많고.. 내 옆에 며칠째 붙어 있는 최상궁의 말을 한 귀로 흘리고 있다.
얼마나 여기 있었는지 모르겠다. 3일째인가.첫날부터 몸이 남아나지 않았다. 사실 비가 오는 지금은 춥다. 진짜 저번에도 그랬듯 존나게 춥다. 겨울처럼. 그 덕에 실내에서 법도를 배우면서 알게 된 건데.
원래 국왕은 정식으로 식을 올리기 전까지는 나를 못 본다고 한다. 내가 가서 보는 건 되는데, 국왕이 직접 오면 안 된다고 한다. 무슨 이런 법도가 다 있어? 근데 법도를 배우는 덕분에 궁금한 게 생겼다.
그는 대체 무엇 때문에 왕실의 법도를 어기면서까지 날 보러 왔나.
*
"아씨!!!"
"어영아 조심! 조심히 와!"
어영이가 궁에 왔다. 아빠의 심부름이라나.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우산까지 들고는 뛰어오는 어영이가 넘어질까 겁이 났다. 저거저거 넘어지면 어떡할라고.
내가 머무는 곳은 당이다. 당. 무슨 당이라고 써져 있는데, 한글을 쓰지만당 이름은 한자로 적혀 있어서 못 읽는게 함정. 아직 정식 비가 되지 않아도 머무는 곳이 있네.
그 당 앞에서 나는 최상궁이 옆에서 씌워주는 우산을 쓰고 어영이를 기다린다. 마음 같아서는 버선발로라도 나가서 그녀를 반겨주고 싶지만, 며칠째 이어진 예비수업 때문에 온 몸이 쑤신다 쑤셔. 시발 내가 그 깐깐한 매니저가 있었던 알바 할때도 이렇게 안 힘들었는데.. 진짜 존나 죽을 것 같다.
"이거는 대감님께서 보내신 거구요..이건 마님께서.."
어영이를 데리고 당 안으로 들어왔다. 둘만 앉아 있는 그 당에, 어영이가 가져온 것들을 풀었다. 아버지가 채겨주신 것, 어머니가 챙겨 주신 것..뭐 다양했다. 그리고 어영이는 이제 텅 빈 줄 알았던 보따리의 바닥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건낸다.
"이거요!"
"이게 뭐야?"
"이거는 옆집에 그 도련님께서 주셨어요!"
어영이가 내게 건넨 것은 보라색 담요와 그의 장갑이였다. 이동혁이 전에 내 것이라고 했던. 언제 들어가서 또 이런 걸 챙겨 온거야..
이곳에서 고생을 더 하고 듣는 이름이라 그런지, 남에게서 듣는 이동혁이라는 이름이 반갑고 낯설다. 물론 이동혁의 생각은 매 시간마다 했다. 시간이 안 나면 틈을 만들어서라도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힘든 교육 속에서 내가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국왕의 비가 되면서 이동혁을 생각하는 게 미안하기도 했다. 그저 내 버팀목처럼 생각될까봐.
"아, 이것도요 아씨!"
그리고는 어영이가 제 품 속에서 작은 종이를 꺼냈다. 서찰이었다. 얇은 붓으로 반듯하게 쓰인 글자는, 이동혁의 글자가 맞았다. 아, 괜히 전에 붓 잡는 법 알려주고 그랬던 거 생각나서 찡하냐 왜.
별 거 없이 요름이라 장갑을 못 구해서 이거라도 끼고 있으라며 보낸다는 무난한 내용으로 시작했던 편지의 끝은 특별했다. 줄줄 읽어 내려가던 편지의 끝에서 시선이 머물렀다. 누가 볼 새라 급하게 종이를 접었다. 어영이가 가 봐야 한다며 일어나서 배웅을 해 줬다. 그리고 혼자 남은 당 안,
그곳에서 나는 생각한다. 아까 그가 쓴 편지의 마지막을 혼자 속으로 되뇌였다. 마음이 아팠다. 나름 반듯한 글씨로 써져 있던 그 글을 나는 잊지 못한다. 다시 한 번 그 서찰을 꺼내 눈 앞에 놓고 읽었다.
사랑한다고. 사모한다고.
*
어영이로 끝날 줄 알았던 오늘의 손님은 끝이 아니었다. 정신이 없었다.
"이름아 이것 좀 먹어봐."
대체 얘네는 어떻게 들어온 거지 싶었다. 그래서 아까 물으니, 이민형이 간단하다는 듯 말했다. 내가 돈이 좀 많아서.
"어?"
"사람을 입 닫게 하는 데에는, 돈만한 게 없어."
갑부 나셨다. 나같은 애 한번 보러 온다고 돈을 쓴 이태용이 고맙고도 신기했다. 이민형이 며칠 전, 궁에서 나를 보았던 것을 얘기하자, 이태용은 그 즉시 짐을 쌌다고 했다. 이민형의 뭐 하냐는 물음에, "성이름 보러 가야지." 하고 대답을 하며.
그래서 결국 그가 싸온 것은 내가 태용이네 집에서 먹었던 나물들이었다. 물론 많은 과자들 같은 것도 싸 왔고. 이야.. 잘했어. 넌 진짜 좋은 친구야. 내 말에 이태용이 웃어 보인다.
"잠시 들겠습니다."
문 밖에서 최상궁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급하게 이민형과 이태용을 구겨 넣었다. 어디로? 옆에 달린 쪽방.
"들어오세요."
"전하께서 내리신 물ㄱ.. 이걸 언제 다."
"..하하."
망했다. 이태용한테 상도 가져가라고 했어야 했나. 최상궁이 손에 뭘 들고 들어오다, 내 앞에 차려진 밥상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배가 고파서.."
"..숫가락이 왜 세 개나 됩니까?"
"혼자 먹기 쓸쓸해서요."
최상궁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한다. 속으로 밥도 일인분이 아닌데 하며 생각하고 있을 게 뻔하다. 그래요. 나 돼지에요 돼지. 최상궁은 잠시 머뭇거리다 내게 자신이 들고 온 물건을 보였다.
"이게 뭐.."
"전하께서 내리신 물건입니다. 비가 오니, 밖에 나가지 마시라고.."
"네?"
최상궁은 그 말을 하고는 나갔다. 이게 뭐지 싶어 상자를 열었는데,
"..어."
장갑이다. 흰색 장갑. 이동혁의 장갑은 짙은 남색인데. 그의 장갑은 뽀얀 흰색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가만히 보고 있는데, 이태용이 소리를 지르며 나온다. 이렇게 사람 구겨넣기 있냐!!하며.
"이게 뭐야?"
"장갑이잖아."
"그건 알거든?!"
전자는 이태용, 후자는 이민형. 그리고 다시 돌아온 대답은 이태용이었다. 이태용은 이게 뭐냐며 손으로 가리켰다. 그의 말에 나는 작게 대답했다.
"몰라..국왕이 내렸대."
"열심히 잘 해봐."
"뭘?"
"신혼생활."
"너 진짜 죽는다."
아오 재수없어. 어우.. 이민형이 놀리듯 장난스런 말투로 내게 말했고, 나는 그런 이민형을 때리는 시늉을 하며 손을 들었다.
"근데 이건 뭐야? 예쁘다."
"아 이거?"
이태용이 내 머리에 꽂혀 있던 이민형이 준 핀을 가리켰고, 나는 태평하게 대답했다.
"이민형이 줬어."
"뭐?!"
"뭐."
눈을 부릅 뜬 이태용이 태연하게 말하는 이민형을 노려본다. 와 눈 진짜 커.
"나한테는..선물 한 번 안 줘놓고.."
"큼."
헛기침을 하는 이민형을 노려보다가, 결국 이민형의 사과로 끝이 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재밌다. 그저 이 둘을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항상 궁이 이랬으면 좋겠다. 이렇게 시끄럽고, 재밌고. 아는 사람 가득한. 물론 안 되겠지만.
많은 거 바라지 않는다. 그저 현재 내 생각은 하나다.
이동혁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같은 그런 생각.
*
"벌써 장마인가."
비 오는 추운 날 밤에, 산책을 나온 듯한 누군가가 이름이 있는 당을 쳐다보고 서 있다. 여름임에도 하얀 입김이 나오는 이곳에. 춥지도 않은지 그는 우두커니 서 있다.
그 남자는 옆의 내시에게 질문을 받는다.
"전하, 왜 굳이 저 여인이어야 합니까?"
그의 질문에, 남자는 골똘히 생각하는 듯 싶더니 대답이 없는 듯 했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생각을 끝마친 듯한 그가, 입을 열었다.
"노비, 양반 할 것 없이 평등해서요. 현명하고."
".."
"알잖나. 제가 만들고 싶은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다시 입을 연다.
"그래서,"
"저 여인이, 현명해서. 그래서 간택이 되기 싫어했던 것이였으면 좋겠네요."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가 아니라 그 부당한 방법이 싫어서."
시선을 밑으로 한 채 웃는 그의 모습은, 누가 봐도 아름다웠다. 하얀 피부에 큰 키. 달빛을 받으며 서 있던 그가 돌아서며 내시에게 전한다.
".. 식을 앞당기라고 해 주세요. 최대한 빨리. 최대한 일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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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 |
오늘 분량이 짧죠 T^T 제가 지금 사정상 집이 아니어서 길게 못 썼네요..! 우리 주말에 만나요 주말에! 답글은 내일 아침에 모두 다 보고 달게요 좋은 꿈 꾸세요! 뿅!!!!!
+) ㅠㅠ 진짜 급한데 독쟈님들 기다리실까봐!!! 우리 꼭 주말에 만나요 '_'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