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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강동원 김남길 성찬 엑소
마가레뜨 전체글ll조회 1352l 4

 

 

언제끝날지모르는 팀장의 변명에 내가 웃으면서 아니라고, 팀장님 덕분에 이 회사를 나가서 어떤 구박을 받아도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다고 가시가 박힌 말을 건냈다. 팀장은 역시 캐치해내고 어색하게 웃는 것 같았다. 사람 죽여놓고 미안하다 그러면 용서가 되겠냐 개새끼야. 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생글생글 웃음으로 대신했다. 아직 난 학자금대출도 다 못 갚았고 음, 그래 아직은 내 발로 회사를 걸어나갈 수 있는 단계가 안되니까.

 

" 경 씨, 제가 사과의 뜻으로 오늘은 야근대신 저랑 저녁 드실래요? 퇴근하지말고 자리에서 기다려요. "

" 네..? 아, 네. 뭐 저야 당연히 괜찮죠. "

 

팀장과 얼굴을 마주하고 밥을 먹는건 조금, 아니 많이 부담스럽고 싫었지만 나는 야근보단 저녁, 저녁보다는 집인 사람이니까.-팀장은 집은 절대 안보내준다.- 저녁을 택했다. 아, 근데 쪽팔리다. 회사 상사한테 구박받았다고 화장실 와서 우는 꼴이라니. 그것도 상사가 봤어! 우지호한테 말하면 분명 향후 10년간은 주구장창 놀림거리가 될 일이다. 내가 화장실에서 처박혀서 울었던 것이 다시금 생각나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이다. 아 이미 얼굴 엄청 빨개졌겠지. 애플망고가 되어있을거야.

 

" 경 씨, 먼저 나가요. 저 볼일 보고 나갈테니까. "

" 아, 네. 팀장님. 먼저 나가볼게요. "

 

화장실에서 이게 뭔 대화야. 먼저 나가볼게요 라니. 회의실에서나 어울릴 멘트잖아. 아까는 애플망고더니 이번에는 불타는 망고가 될 것 같다. 서둘러 화장실을 나오니 화장실 앞 자판기에서 여직원들이 남자화장실을 바라보며-그러니까 내가 서있는 쪽- 수근대다가 나를 보고는 급하게 자리를 떠나는 듯 했다. 설마 나 우는 거 들었나? 아니면 팀장님하고 하는 이야기? 아 어떡해 창피해죽겠네. 기껏해온 이미지 메이킹이 한 순간에 날라가는 순간이였다. 아 저기에 나의 미스리가 있었던 듯 했는데.

 

급하게라도 다시 이미지 메이킹을 하러 사무실로 들어와 노트북을 키고 백수처럼 집에서 띵가띵가 놀고있을 우지호에게 네이트온을 걸었다. 우지호에게는 말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우지호 말고는 팀장을 같이 까줄 상대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노트북에 한자한자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쪽팔리지만 지금 당장 팀장욕을 안하면 속에서 열불이 날 것만같다. 나 왜이렇게 쿨하지 못하지. 싶다가도 팀장을 한 짓을 생각하면 이래도 싸다라는 생각이 든다. 뭐가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지금은 팀장욕을 같이 해줄 상대가 필요했다.

 

' 야 우지호 "

' ??왜 '

' 나오늘 팀장한테 구박받았는 '

' 헐 또? '

' 아 치지말아봐ㅡㅡ '

' ㅇㅇ'

' 근데 어쨋든 구박받고 화장실에 처박혀서 울었거든 근데 팀장이 봄. '

' 헐ㅋㅋㅋㅋㅋㅋ 팀장이 뭐래 '

' 나 보면 초등학교 남학생이 되는 기분이라 그러던데? 몰라 엄청 쪽팔려ㅠㅠㅠㅠ'

' 너 앞으로 이제 놀림거리 생김ㅇㅇ 유권이한테도.. 근데 헐? 잠깐만ㅋㅋㅋㅋ 초등학교 남학생이 그렇게 ㄹ괴롭히는거면 좋아하는거 아님? '

' 아 너까지 뭔 소리야 '

' 팀장이 너 좋아하는듯ㅇㅇ 어 화나네? 너 내껀데;; '

' 아 꺼져 '

 

오늘은 영 날이 아닌가. 우지호마저도 말도 안돼는 문장을 올리고 있다. 원래 우지호랑 네이트온으로 팀장욕 하면 기분이 조금이라도 풀렸는데 우지호마저도 저러다니. 괜히 힘이 풀려서 노트북을 탁! 소리나게 덮고 책상위에 엎드렸다. 6시에 퇴근이고, 지금은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6시가 되면 팀장하고 같이 퇴근을 해야겠지. 싫다. 저녁이고 뭐고 집으로 텔레포트해서 사라지고 싶었다. 우울해. 우울해 오늘은 너무너무 우울해. 우울하다는 생각을 하니 괜히 더 힘이 빠지는 것 같아서 난 행복해! 라고 되내었지만 우울한 기분을 이길 수는 없었던지 더 우울해지고 말았다. 우울한걸 너무 부정하는 것 같잖아. 같이 놀아줄, 그니까 팀장을 까줄 상대가 필요했다. 덤으로 우지호도.

 

밀린 서류나 처리하자! 라는 생각으로 옆으로 쌓인 서류들을 훑어보니 다 팀장에게 결재받아야 할 것들 뿐이다. 지금 팀장실 들어가기에는 조금, 아니 많이 창피하니까 이건 내일로 미뤄두기로 하고 덮었던 노트북을 다시 열어 다음 회의 떄 쓸 브리핑 자료를 작성했다. 흐엉, 힘들다. 저번 회의 때도 팀장에게 엄청 구박받았으니까 이번에는 안받아야지! 하는 마음은 이미 한달 전에 사라졌고. - 내가 아무리 열심히해도 팀장은 나를 구박했다. 심지어 이사님까지 인정한 브리핑이었는데!-  그저 덜 구박받자. 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자료를 작성했다. 보통 때에는 얼른 6시가 되서 정시 퇴근을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지만 지금은 정 반대였다. 느릿느릿 거북이마냥 시간이 흘러갔으면 좋겠다. 허나 그 반대라고 6시가 얼른 되기를 원했던 때와는 다르게 너무나도 빨리 6시가 되어갔다. 끔찍해. 물론 이래놓고서 맛있는 저녁이면 은근 또 불에 댄 마시멜로우마냥 흐물흐물 녹아버릴게 분명한 나의 모습이 보인다. 물론 팀장얼굴을 보면 불이 너무 과해 타버린 마시멜로우가 될테지만.

 

" 박 경씨, 가요. "

 

벌써 여섯시가 된건지 팀장이 나를 톡톡하고 쳤다. 마구 흔들어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며 팀장을 따라 사무실을 나섰다. 승강기를 타니 괜히 흐르는 어색한 기류에 표정이 딱딱히 굳어졌다. 팀장은 그런 나를 발견한건지 소개팅에 만난 젠틀한 남자처럼 웃으며 - 물론 나에게는 그것조차도 가식이었다- 나에게 살갑게 말을 건냈다.

 

" 경 씨, 아직도 삐진거에요? "

" 삐졌다니! 안삐 아니 , 원래부터 안삐졌어요.. "

" 에이, 거짓말. 경 씨 삐진거 완전 표정에 다 드러나요. "

" 진짜 아니에요..아니, 안삐졌는데 진짜. "

 

아니, 근데 이 사람 말투가 왜이래. 화장실에서부터 평소에는 나 외의 사람들에게만 이야기할때 쓰던, 아니 그 때보다 훨씬 살가운 말투였다. 으으 정말 가식적이야. 괜히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에 손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찔러서 아프긴하지만 이렇게라도 오그라듬을 떨쳐내고 싶다. 띵. 하는 소리와 함께 팀장의 차가 있는 지하 2층에 승강기가 도착했다. 승강기 문이 열리고 삐빅! 하는 소리와 함께 저 한쪽에서 자동차의 불이 반짝였다. 차가 있다니, 매번 보아도 정말 부러운 사실이다. 나도 차사고 싶다.는 학자금 대출을 모두 다 갚고나서야 가능한 일이겠지. 물론 그전에 두번이나 떨어진- 한번은 지각했고, 한번은 진짜로 떨어졌다.- 필기시험붙어 붙어야지.

 

" 박 경씨, 타요. "

" 아, 감사해요. "

 

팀장이 조수석으로 먼저가 문을 열어준다. 으어, 여자가된 것 같은 기분에 뭔가 이상했다. 설마 나 진짜 좋아하는 건가?!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고, 나도 손이 있는데 왜 구지 와서 열어주는거지.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팀장이니 괜히 더 삐딱한 생각이 들었다. 문득 우지호가 고등학생 때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네 마음은 네 어깨같아. 어깨같이 좁.., 아니 나 어깨 넓은데?! 애써 부정을하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달칵! 소리와 함께 안전밸트도 메고 팀장도 시동을 켰다. 흐흐, 그래도 오랜만에 승용차 타네.

 

역시나 팀장은 근사한 레스토랑에 나를 데리고갔다. 마치 여자친구와 함께와야만 할 것같은. 다음에 여자친구 생기면 나도 데리고 와야지. 물론, 언제 생길지 모른다는게 함정이지만. 메뉴판을보니 온통 영어였고, 고등학생때 모든 과목이 90점대를 넘나들었지만 유독 영어만 60점대를 벗어나지 못하던 나에게는 그저 바다건너의 코쟁이들의 문자였다.- 문자 취급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다.- 어색하게 웃으며 저는 아무거나요. 라고 팀장에게만 들리게 살짝 이야기하니 팀장이 풋. 하고 웃는다. 비웃는건가?! 지금 나 비웃는거야 팀장?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얻어먹는 입장이기때문에 팀장을 따라 하하하. 라고 어색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팀장은 메뉴판을 슥 둘러보더니 왠지 긴 이름의 메뉴를 시켰다. 팀장이 괜찮죠? 하는 물음에 그 메뉴가 어떤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나는 웃으며 전 뭐. 다 괜찮아요!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집에가서 영어회화책이라도 사야하나.

 

" 경 씨, 그동안 차갑게 대하고 놀렸던거 미안해요. "

" 알긴 아네.., 아니,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

 

순간적으로 튀어나갈 뻔한 진심에 급하게 입을 막고는 다시 이야기했다. 물론 역시나 팀장은 들었는지 다시 풋, 하고 웃는다. 내 속마음이 튀어나온 것을 보니 아마 지금쯤 목구멍까지 팀장에 대한 욕이 가득 들어찼을 것이 뻔하다. 조절해야지. 훕- 하. 훕- 하. 혼자 말도 안되는 개드립을 하며 마음을 조절했다. 약간 내려가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느낌만 그런 것일테지만.

 

" 경 씨, 그동안 내가 그랬던 건. 내가 음, 감정표현에 있어서 솔직하지를 못해요. 저 박경 씨, 안싫어해요. 오히려 좋아하거든요. "

" 아, 뭐, 그래요. 이해..음, 하죠. 저도 팀장님 좋아, 음. 싫어하지는 않아요.

차마 좋아한다는 말은 할 수가 없고 예의상 싫어하지않는 다는 말을 뱉었다. 팀장의 눈치를 보니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게 헙, 맘에 안들었나? 좋다고 할걸. 이미 늦은 후회를 해봤자 되돌릴 수 없는 시간. 다시 팀장을 슬쩍보니 눈꼬리가 유해진게 그렇게 기분 상하는 말은 아니었던 듯 싶다. 화해하러 왔다가 더 구박만 받을 뻔 했네.

 

" 근데, 그 좋아한다는 감정이. 흔한 회사 동료끼리는 아니거든요. "

" ....네? "

" 이성으로써, 좋아해요. "

" 저, 잠시만요 팀장님. 그니까, 음..? 그말은.. 잠시만여. "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발음이 뭉게졌다. 그니까 팀장이, 내가 미스리를 좋아하듯이, 아니 그건 미스리를 좋아하는 거하곤 틀린데. 엄청 어려운 수학공식을 본 것같이 머리속에서는 이상한 숫자들과 문자들이 굴러다녔다. 저게 뭔소리랑께. 우지호가, 그니까 우지호가 말한 그 말이 맞다는 거야? 아니 근데 그러면 그동안 나를 왜 그렇게 구박한거야? 화나네. 좋아하면 더 잘해줘야하는거 아닌, 아. 감정표현 어쩌구 한게 그 말인가. 며칠전에 들었던 모 그룹의 멘탈브레이커라는 곡이 떠오른다. 진짜 멘붕상태가 이런거구나.

 

" 박 경씨, 많이 당황스러울거알아요. 안그래도 그렇게 괴롭혔었는데. 받아달라거나 그런 말은 안할게요. 생각 좀 해달라구요. 어떤지. "

" 팀장님 전 근데 여자가 좋은데.. "

" 나 상처받게 지금 그런 말 할래요? 안받아줘도 되요. 근데 지금은 말하지 말아요. 오늘 저녁먹고 집에가서 생각해봐요. "

 

팀장이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리기라도 한듯 바로 시킨 메뉴가 나왔다. 스테이크였다. 나는 스테이크도 못 읽는 건가. 근데 지금은 이걸 먹고자시고 할 상태가 아닌데. 겨우 나이프를 들고 썰려고 하는데 팀장이 내 접시를 채간다.- 사실 채가지는 않았고 조심히 가져갔다.- 그리고는 쓱싹쓱싹 먹기좋게 썬다. 분명 저번에도 저녁 먹을 때 저렇게 해줬던 것 같은데 왜이렇게 지금은 부담스럽지. 약간은 설레기도.., 아니 왜 설레?! 어색하게 웃으며 고맙다 이야기하고는 말없이 먹기만 했다. 팀장도 나에게 말을 걸 생각은 없는 듯 조용히 먹기만 했다. 저번에 왔을 때에는 그래도 구박이라도했는데. 너무나도 어색한 식사에 몸이 괜히 뻣뻣히 굳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저거 고백이라고 한 것같은데. 어떡하지. 근데 조금 설렜어. 아니, 설레는게 이상한거아냐? 떠오르는 많은 생각들에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먹었다.

 

" 어땠어요? 괜찮았어요? "

" 네, 항상 감사해요. "

" 뻥치지마요. 맨날 속으로 나 욕하면서. 아, 그리고 경 씨. 오늘 한 말은 진심이니까 잊지말고 생각해와요. 내일 서류결재 받으러 오고. "

결국 어색한 식사를 마치고 다시 팀장의 윤이나는 차에 올라탔다. 왠지모르게 다정해진 것만 같은 행동에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차라리 구박을 하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속으로 팀장욕을 하면 될텐데. 이렇게 다정하게 나오니 맨날 과한 불에 태워지던 마시멜로우가 아닌 적당한 온도에 녹는 마시멜로우가 된 기분이다. 덤으로 자꾸 머리를 쓰다듬는 것 같은 손길에 구박받을 때와는 사뭇다른 긴장을 하게 된다. 어떡해. 볼 빨개진거아냐? 괜히 창피해서 고개를 푹 숙이자 또 다시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얼굴이 뜨거웠다.

 

" 경 씨, 왜이렇게 귀여워요. 진짜. 완전 작아가지고 하는 짓도 천상 귀요미라 그러나? 그렇게 귀여워요. "

" ......."

" 왜 대답이 없어요. 귀요미 싫어요? "

" 아, 안 싫은데.. 그니까..,어뜨케.. "

 

마치 짝사랑하는 남정네와 첫 데이트라도 하는 소녀가 된듯 자꾸 괜히 설레고 그랬다. 난 남자고! 팀장도 남자고! 그리고 난 안작은데. 작긴하지만, 그니까. 안작은데. 자꾸 팀장이 머리 위에 손을 올릴 때마다 부비적거릴까봐 무서웠다. - 우지호랑은 장난으로 부비적거리고 놀기때문에 부비적거리는게 무의식으로 나올 때가 있다.- 말하면 자꾸 발음도 새고. 박경 체면 완전 다 구겼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팀장은 다정한 목소리로 다정한 말들만 했다. 적응도 안되고 너무 부끄러워서 그럴 때마다 고개를 푹숙이고 얼굴을 가렸다. 어떡해 팀장이 어떻게 봤을까. 여자도 아니고.

 

" 박 경씨, 조심히 들어가요. 누가 납치해갈라. "

" 티, 팀장님도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

" 그래요. 아까도 말했듯이 생각해보고. 박 경씨, 마음 편한대로해요. 난 괜찮으니까. "
" .....네. "

" 그래요, 그럼 내일봐요. "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도망치듯이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갔다. 현관에 들어가기전까지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뒤돌아볼 생각은 안하고 빠르게 걸었다. 내일 어떡하지. 뭐라그러지. 팀장이 싫은건, 아니 싫어. 근데 사실은 안 싫어. 나도 내 생각을 모르겠다. 집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다리 힘이 확 풀려서 넘어졌다. 아, 아파. 낑낑거리면서 신발도 벗고 기어서 소파위에 안착하니 머리가 점점 더 복잡해져왔다. 좋은건가? 근데 남자라니. 내 첫 애인이 남자라니. 고자라니! 어렷을 때 웃기다고 들었던 패러디 노래가 귓가에 웅웅거렸다. 이게 다 팀장때문이야. 팀장이라는 생각을 하니 아까 팀장이 머리를 쓰다듬던게 생각난다. 우지호가 쓰다듬으면 그저 귀찮은 느낌이었는데 팀장이 쓰다듬으니까, 조금, 아주 조금! 설렜다. 고백을 들어서 그런가. 아닌데, 나 그렇게 고백들었다고 헤퍼지는 남자 아닌데.

 

" 으아아.. 머리 아파. "

 

시계를 보니 벌써 10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얼른 생각을 해야지 팀장에게 대답을 해줄텐데. 아니, 그럼 뭐야?! 나 받아줄 생각도 하고있었던거네. 나 진짜, 게이가 된건가. 하지만 여자가 더 좋은데. 나보다 키작고 귀여운. 여자가 더 좋은데. 근데 팀장을 생각하면 나보다 조금, 조금 더 크고.- 조금이다, 절대로 많이 크지 않다.- 짧은 머리에 차가워 보이는 눈매에. 전혀 작고 안귀여운데. 거기다가 남자고. 왜 설레는거지. 팀장과 있었던 일을 다시 곱씹어보니 팀장이 차에서 했던 말들이 다시 머리속을 둥둥 떠다닌다. 귀엽다는 둥, 작다는둥. 원래 그런 말 엄청 싫은데. 왜 좋아했지? 왜 설렜던 거지? 볼도 막 빨개지고, 부끄럽고. 구박했던거 생각하면 엄청 싫은데. 사람에 대한 생각이 몇시간동안 이렇게 바뀔 수도 있나?

 

일단은 설레니까 받아볼까. 아니야, 난 여자가 좋은데. 그래도 아까 되게 기분 좋았는데.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근데 좋았는데. 조금 두근거린듯싶기도 했고. 두가지 자아가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쩃든 몸은 하나니 결론은 하나일테고 무얼 선택하든지간에 나는 오늘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팀장 진짜, 나 집에서까지 구박하네. 잠도 못자게하고. 띠링. 마이 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핸드폰에서 문자알림소리가 들렸다. 꺼내니 문자 한통. 수신자는 계속꺼졍. 팀장이다. 힘겹게 잠금해제를 하고는 문자함에 들어가니 ' 경 씨, 많이 당황스러울 거 알아요. 오늘 생각하느라 잠 못 잘지도 모르겠다. 나도 잠 못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나 경 씨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거든. 고민 많이 했어요. 화내면 어쩌나, 회사 그만두면 어쩌나. 하고 근데 다행히도 경 씨가 화는 안내서 고마워요. 그동안 구박했던 거 미안하고. 거절하고싶으면 해도 되요. 내일 봐요. ' 장문의 문자다. 잠 못잘 거 알면서 일부러 말한거야? 은근 나쁘네 이 사람. 그래도 왠지 웃음난다. 나 엄청 좋아하네. 추운 겨울인데도 봄이 올 것만 같다.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

 

어젯 밤 반복되는 생각에 역시나 잠을 제대로 못잤다. 깊게 진 쌍커풀이 수면부족을 보여주고 있었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옷을 갈아입고 밥을 먹고 씻고, 출근 길에 나섰다. 아파트 현관에 도착하니 내가 꿈을 꾸는건지 앞에 어젯 밤의 윤이나던 차가 서있었다. 잠을 못자면 이렇게 되는구나, 망할팀장. 눈을 부비적거리고 그냥 쭉 걸어가니 윤이나는 차에서 클락션 소리가 들린다. 깜짝이야.

 

" 경 씨, 타요. "

" ..어, 팀장님? "

" 진짜 잠 못잤나보네. 얼른 타요."

" 아..., 고맙습니다. "

 

아침부터 또 다시 머리속에 알 수 없는 수학공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데리러오면.., 데리러오면.. 나 자꾸 막 혼란스럽잖아. 사실 어제 결정 못하고 잤는데. 자꾸 받아주는 마음 쪽으로 기운다. 마음과는 상관없이 현실적으로 본다면 당연히 거절인데. 마음이 자꾸 받아주라고 소리친다. 어떡해 진짜.

 

" 생각 많이 해봤어요? "

" 나 잠 못잔 거 같다면서 그런 말이 나와요 팀장님은? "

" 어? 이제 막 말대꾸도 한다. "

" 아.., 씽. 운전이나해요. 피곤해 죽겠으니까. "

" 회사 도착하면 깨워줄게요. 자요. "

 

팀장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트에 몸을 기댔다. 원래 남의 차에서 이렇게 자면 안되는데..는 무슨 푹 잤다. 진짜 누가 납치해가도 모를 정도로. 회사에 도착했는지 팀장이 옆에서 조용히 경 씨, 일어나요. 하는데 그게 엄청 달콤하고 싫었다. 그니까 말투는 너무 달콤해서 당장이라도 일어나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싫은. 그러니까 엄청 피곤했다는 뜻이다. 비적비적 팀장하고 같이 사무실로 올라가니 어제 화장실 앞에서 쑥덕거리던 여사원들이 다시 삼삼오오 모여서 우리를 보고는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얼핏 들리는 말로는 둘이잤다니, 그래서 내가 피..어? 잤다는게 설마 어덜트비디오에서나 볼 수 있다는 그것에 대한 말인가? 설마 어제 팀장이 한 고백이라도 들었나..?는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지금은 너무나도 복잡하기 때문에 저것에 대한 반론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내 책상으로 비적비적 걸어갔다. 아까 팀장이 서류결재 받으러 팀장실로 오랬는데. 그럼 이제 그 말에 대한 대답도 같이 해야하는건가. 어쩌지.

 

조용히 노크를 하니 들어오라는 팀장의 목소리에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날 본 팀장은 진짜, 엄청, 다정하게 웃었다. 얼굴이 뜨거워져오는 것이 아마 또 빨개진 듯 싶다. 아 진짜. 어떡해. 뭐라고 대답하지 진짜.

 

" 팀장님, 여기 서류요. 결재.. "

" 아, 그래요. 일단 그건 여기다가 놓고, 이쪽으로 좀 들어와요. "

팀장이 이끄는데로 팀장실에 마련된 작은 방 쪽으로 들어갔다. 뭐라 그러지. 진짜 너무 설레고- 좋은 것은 아니라고 애써 부정해본다.- 그런데 받아주기는 무섭다. 거절하자니 슬프고 먹먹한 느낌이드는 것이. 어떡하면 좋지.

 

" 생각 많이 해본 것 같은데, 물어봐도 되요? "

" 저, 그게 팀장님. "

" 거절해도 되요. 뭐, 조금, 아니 많이 마음이 아프긴하겠지만. '

 

지금 날 협박하는겨? 팀장이 능글스레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이미 내가 저한테 설레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듯 싶었다. 눈치만 더럽게 빨라가지고 진짜. 생각하는 시간이 너무 짧아. 진짜. 물론 하루를 생각하던 일주일을 생각하던 나는 이렇게 계속 혼란스러워 할 것이 분명하긴하지만.

 

"  팀장님, 진짜로 저 좋아해요? "

" 와, 이젠 안 믿는거에요? "

"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아니에요."

" 나 진짜 경 씨 완전 좋아하는데. 문자 못 봤어요? 회사 들어와서 처음 볼 때부터 좋아했다고. 그래서 일부러 더 그렇게 대한거에요. "

" ....아, 그럼. 팀장님. 알았..,아니. 근데. 어떡하지.. "

" 천천히 말해줘요. 급하게 대답할 필요 없어. "

" 조, 조.. 좋아요. "

 

결국 받아주던 마음이 이겼다. 너무너무 창피해서 또 다시 고개가 아래로 내려가버렸다. 이번에는 얼굴뿐만아니라 얼굴을 가리고 있는 손 마저도 빨갛게 변한 듯한 기분이 들어서 너무 부끄럽고, 그 위를 덮어주는 또 다른 손때문에 설렜다. 나보다 크네. 봄이 올 수는 있을까. 문득 생각했다. 아직까지는 나는 현실보다는 내 감정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덮어주던 손이 머리위로 올라가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 하지마요, 머리 피곤한와중에도 했는데 망가져요. "

" 나한테 잘보이려 이렇게 머리도 하고 온거에요? "

"  네...,가 아니라 미스리한테 잘보이려고 한거에요. "

 

-

 

끝이에열.. 지금 읽지도 않아서 내용이 어떤지 오타가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번외가 있을지도! 전개빠른건 이해해주세요 제가 너무 화장실이 가고싶어서..는 변명

부스러기님 암호닉 감사드려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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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부스러기! 신알신 듣고 달려왔지용ㅋㅋㅋ 아잌ㅋㅋㅋㅋㅋ애플망고 왜이렇게 좋져ㅋㅋㅋㅋ아 귀여워ㅠㅠㅠㅇ늘도 경수니는 귀여운 바꼉을 보고 앏다가 죽어요ㅠㅠㅠㅠ아잉 좋아ㅠㅠㅠㅠㅠㅠ당정다정 밀당 돋는 범이도 참......고수네요ㅋㅋㅋ그래도 이런 알콩달콩한 분위기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범경...앓다 죽ㅇㄹ 범경이여ㅠㅠㅠㅠㅠ언제 또 봐요ㅠㅠㅠㅠ빨리 에필ㅇㄹ 기다려야지 잘보고 갑니다!
11년 전
독자2
븍긍왜ㅣ리귀요미인가여ㅠㅠㅠㅠㅠㅠ완전리얼물이네돋네돋아ㅠㅜㅜ작가ㅣㅁ금손 번외 기다리고잇을거여요 스릉흡니다작가님 ㅠㅠㅠ
11년 전
독자3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재밋어!!!!!!!!!!!!!여기서끝나면안돼져작가니뮤ㅠㅠㅠㅠㅠㅠ둘연애얘기도써줘여어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4
헐작가님ㅠㅠㅠㅠ너무 재밌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퓨ㅠㅠ으아니퓨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 하고갑니다!!!!빨리 번외가 나오길ㅠㅠㅠ
11년 전
독자5
작가님 최근작보고 왔어요 ㅜㅜ 미스리라니 ㅋㅋㅋㅋㅋ
11년 전
비회원149.34
으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3년전꺼네욬ㅋㅋㅋ 아 근데 범경이라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아아아아아아아 범경..하
진짜 제가좋아하는 장르(? 아몰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와 ㅠ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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