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열] 천만번째 남자 025 |
[수열] 천만번째 남자
"아...깜빡했네"
꼭 해주고싶은 말이 있었는데, 깜빡 잊고 하지못했다. 얼마안왔으니 벌써 가진 않았겠지..성열은 방향을 틀어 다시 아파트 문쪽으로 향했다. 누군가 서있는 것을 보고 급하게 달렸다. 아직 안갔구나..싶었던 생각도 잠시, 성열의 몸이 굳으며 또 손이 요란하게 덜덜 떨려왔다. 발걸음이 멈추는 소리에 성종도, 성종의 품에 애처롭게 안겨있던 명수도 시선을 돌렸다.
"..."
"이성열!!!"
곧 녀석의 눈물로 얼룩진 얼굴이 눈앞에 보이고, 울면서도 입술을 꽉 물며 어이없는 한숨을 내뱉었다.
"오해?..나 오해같은거안해, 우리 이제 오해하고 그런 사이로는 끝났잖아.."
"..."
"..."
"하던일 마저봐, 난 갈데가있어서"
"어디가는데.."
"내가 그걸 도대체 왜 너한테 말.."
"우현이형한테?"
"..."
"왜..둘이 키스라도 나누고 나니까 더 마음가고 좋아졌냐?"
"날 못보는 동안에 딴놈한테 눈을 제대로 팔았구나"
"..."
"니가 싫다면 나도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잡고 그러고 싶지않아,"
"..."
"딴놈이 그렇게 좋으면 가서 같이 살던가 좋아하던가 하루종일 입이나 부비고 있던가 니 맘대로 하고 살아"
"..."
명수의 눈에서 눈물이 툭 떨어지고 어렵게 뒤를 돌아 성열을 등진채 무조건 앞만 보고 걸었다. 끝내 이름이라도 불러줄줄 알았던 녀석은 아무반응도 없었다. 시간이 많이늦어 택시를 타고 가는 상황이 되어버려 명수는 주머니를 뒤적이다 지갑을 차에 두고온걸 생각하곤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를 손으로 툭툭 쳤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될까..매니저형도 전화를 받지도 않고 답답할 따름이였다. 명수가 답없이 골목에서 한숨을 쉬는데 심하게 떨리는 손이 명수의 어깨를 꾹 눌러잡았다. 누군지 짐작도 가능했다.
"시간이 늦은거같은데 니 모습을 보니까 어떤 상황인지 알것같다"
명수가 저에게 등을 돌리고 갈때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녀석의 눈물을 보았기 때문일까, 좀 괜찮다 싶게 떨리던 손이 더 떨리며 명수의 뒷모습에만 눈길을 두게 되었다. 늘 그래왔지만 엘과 함께 했던 시간엔 엘의 행동 하나하나에 민감했기에 녀석이 주머니를 뒤지다 머리를 쥐어잡는 행동을 보곤 단번에 알수있었다. 집에갈 돈이 없다는걸, 망설일것도 없이 발걸음은 엘에게로 한발한발 다가서고 있었다. 더불어 심장까지 미친듯이 화끈거리며 뛰어댔다. 조심스럽게 엘의어깨에 손을 댔을땐 녀석의 떨리는 눈을 먼저 보았다. 마음이 쓰려왔다. 아무말도 없이 입만 꾹 다물고 있는 녀석을보며 덩달아 침묵해야만 했다. 떨리는 손에 쥐어진 만원짜리를 명수에게 말없이 건넸다. 녀석은 손에 쥐어진 만원이 아닌 떨리는 손을 뚫어지게 보고있었다.
"너 약은 먹었어?"
"..어?"
간만에 들려온 녀석의 다정한 목소리가 성열의 심장을 순간적으로 멎게 했다.
"참으면되"
"이게 지금 참는다고 참는 상태야?"
"내가 알아서 잘 참을수 있어, 얼른 집에가"
"너는 어디가"
"위험하잖아..혼자"
"..."
"이제 믿어주는건 우리엄마뿐이지 아무도없잖아, 아니라고 해도 난 그렇게 느껴"
"..."
"너도, 성종이도 둘다 날 너무 무너뜨렸어..이제서야 성종이가 왜 그랬는지도 알겠다"
.
다음날이 오고, 성열은 뭘하다가 왔는지 새벽에 들어와서 잠을 이루지 못한채 아침이 된 지금 씻으려 욕실로 들어가려는 찰나 성종과 마주쳤다. 녀석의 분에 차있는 눈빛은 여전했다. 몰랐을땐 도대체 녀석이 왜저럴까싶었지만, 이제 왜 저런지 다 알아버린것에선 그냥 이유를 화가 치솟았다.
"언제까지 나한테 그런 표정으로 대할꺼야..?"
"뭐?"
"다 엘 때문이잖아..나한테 이러는거"
"그러면? 이렇게 다 까놓고 말하면 뭐가달라져?"
"엘 다쳤다고 한거 다 내탓이야. 내가 아닌 밤중에 나오라고 거들먹거리다가 나때문에 죽어라 맞았어"
"뭐..?"
성종은 주먹을 말아쥐며 금방이라도 울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럼.."
"그후로 엘에게 사과를 하러갔는데 엄청 화를 내더라 나한테"
"..."
"너때문에 모든걸 다 잃었다고, 당장 내눈앞에서 사라지라고"
"..."
"그 모든게 다 너라고 이성열 너라고, 다 잃었다고 그러는순간 화가났어"
"..."
"..."
"엘이 점점 내눈에서 괜찮아보였어..근데 너를 언급하면서 나한테 화를 내니까 너를 보면 그냥 화가나"
"..."
"지금도"
성종과 눈이 마주치며 성열의 눈빛이 미친듯이 흔들렸다. 엘이 아팠다는 이유가 다 성종이 때문이였다고..? 그것보다 더 한 충격을 준건, 성종이가 엘을 다른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는 것이였다. 단호한 성종의 눈빛에 비해 성열은 상당히 큰 충격 탓일까 성종의 눈도 제대로 보지 못한채 애꿎게 떨리는 손을 뒤로 감춰야했다.
"그래서..그거때문에 지금 그런 눈빛으로 늘 나를 대했던 거야?"
"..."
"난 니가 엘을 좋아하고 말고를 떠나서 우리 우정이 그애 하나로 이렇게 무너졌다는게 말이 안되"
"..."
"적어도 성종아 너는..내가 힘들때 옆에서 지켜줄줄 알았어..넌 지금 그렇게 나한테 화를 낼게 아니고 미안하다고 한마디는 해줘야되는거아니야?"
"...내가..왜?"
"하..뭐?"
"난 너한테 미안한 행동 하나도 안했어, 단지 엘을 좋아하게 된게 미안할뿐이지"
"..."
"이성종.."
성종이 말없이 욕실로 먼저 선수쳐 들어갔고, 성열은 답답함과 어이없음에 눈물이 차올랐다. 생각해보면 엘에게 화를 내야 되는 이유는 없었다. 컴백이 미뤄졌다. 연습에 나오지 못한다. 연락을 안했다. 엘의 모든 행동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성열이 생각에 멍해져있는동안 문자가 한통 도착했다.
"그래 왔어?"
"..네..안녕하세요..하실말씀이라도"
"너 앨범에 관한거니까 거기 앉아봐"
성열이 머뭇거리며 쇼파에 앉고 사장님은 넉살좋게 웃어보이며 성열의 맞은편에 앉았다.
"아직도 기자들이 너에대해 파고들더라"
"..."
"..."
"무슨일이였는지 처음부터 말해줄수있니, 내가 우현이한테만 너말을 들어와서 너에대해 아는것도 없고"
"...네?"
"니 그런일 있고나서 우현이가 시도때도 없이 너 실력있다고 계약해달라고 하루에 몇번은 와서 말해서 질리기도하고"
"..."
"니가 어떤놈인지도 궁금하고 해서 말들어준거야, 우현이가 말안해?"
"무슨일이 있었는지 말해줄수있니"
"...말그대로 전 그 그룹의 왕따였어요. 사실 전 아무잘못도 하지 않았어요..거기 리더녀석이 일친걸 저에게 덮어씌운 꼴이였죠"
"...덮어씌웠다니?"
"녹음도 그녀석이 다 파탄낸거고, 녀석이 워낙에 돈이 많기에 그 멤버들은 아무말도 못했죠..잘못없는 저에게 떠넘겨도요"
"..."
"결국 저는 연습에 나가지 않았어요, 괴로워서요. 늘 오면 절 찬밥대하듯 대하고...대하고..."
"..."
"...뭐?"
"숙소에서 늘, 녀석이 화가날때마다 화풀이 대상은 저였죠..그 주위자식들은 말리지도 못하고 구경만 하는게 얼마나 수치스러웠는지 몰라요.."
"..."
"그래서 숙소를 안썼어요. 친구랑 같이 사는집에 얼마안걸려 차라리 거기가 낳겠다 싶어 살았어요.."
"..."
"녀석은...간간히...."
성열의 말문이 멈추며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녀석의 눈물방울은 더 많이 떨어져내리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사장도 역시 성열의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애처롭게 쳐다보기만 했다. 무슨말이 하고싶어하는것 같긴한데 말문을 못여는 녀석의 말을 더 들어보려 어르고 달랬다. 녀석에겐 충격적인 크나큰 아픔이 있었다.
"...괜찮아..말해봐"
"...뭐?"
"..."
"그래서 벼르고 있을뿐이에요..전 그때만 생각하면..진짜 죽어버리고 싶거든요..제가 탑으로 올라설때 그때 모든걸 말해서 녀석을 짓눌러버릴거에요"
"...그래서 몸은..괜찮니?"
"그때 도졌던 손떨림이 다 나은가 싶었더니..지금도...지금 또..."
사장은 성열의 떨리는 손으로 시선을 두었고, 정말 성열의 감정상태라도 말해주는듯 아무리 주먹을 꾹 쥐어도 이젠 알아서 심하게 흔들릴뿐이였다. 사장은 표정이 굳은채 성열을 꽉 안아주었고, 그간의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이 빌어먹을 아픔을 털어놓은게 후련해지기라도 했는지 성열은 크게 울어댔다.
"일단..나도 말하지 않을게, 그니까..성열아 독해져라"
"..."
"최대한 도와줄수 있는데 까진 도와줄테니까"
"..."
"더 같이 있어주고 싶지만 내가 일이 있어서..또 부를테니까 그때 와"
"네..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녀석이 너한테..무슨 짓거리를 했다고 지금?..."
"..."
"무슨 짓거리를 너한테 했는지 물었잖아 내가지금!!!!"
"엘아.."
"따라나와"
명수가 힘으로 성열을 제압해 강제로 끌고 나갔고, 성열은 어디가냐며 뻐팅겨 보았지만 지금 화난 명수의 힘은 어떻게 저지할수가 없었다. 사장님이 상태좀 살펴보자며 연락을 해와 그냥 간것뿐이였는데 뜻하지 않게 녀석의 과거이야기를 다 들었다. 녀석이 강간을 수시로 당했었다는 말을 듣고 순간 사장실 문을 열고 이성열을 잡아 끌고 싶은 욕구가 가득했지만 끝까지 치를 떨며 들었을땐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을때였다.
"엘아..지금 이렇게 간다고 뭐가 해결되지않아..내가 말했잖아 지금은 아니라고"
"왜 그런일이 있었는진 나한테 말안했어..어?!!!"
"내가 그걸 너한테 어떻게 말해.."
"왜 말 못해...왜..!!!"
"너라면..가장 좋아하는 사람한테..내가 그녀석한테 당했었다..이렇게 사실대로 말할수 있어?"
"..."
"..."
"죽어도 감추고싶었어..내 인생의 가장 큰 수치스러움이였으니까.."
"이런걸로..이런걸로 너한테 동정받고 싶지 않아.."
"이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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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대들~약속대로 수요일날 왓습니다!! 오늘이 수요일인지도 몰랐어요!!!
전 날짜개념이 없나봐요..12월되서 더한듯요...ㅠㅠ....흑......
하이고 전편에서 너무 늦게와서 죄송할따름인데 와서 다들 괜찬다고 해주셔서 저는 감동of감동 ㅠㅠ..흐엉..역시 우리독자님들 뿌니에여..
근데 독자님들 왜이렇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추리력이 대단하세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짱먹으세요
원래 인피니트 팬질을 하다보면 추리력이 느는건 사실이죠..멍청한저도 추리하면서 맞춰가니까여.....울림짱머겅...
오늘두 재밌게 봐주세요!!!!!!!!!!!...늘 좋은 칭찬감사해요..전 말했듯 원래 이것을 중편으로 완결을 내려했으나
이거 저가 늘 쓰면서 일치네요...흡.....결론은 사랑합니다..S2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