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a.m.
오늘이다, 홍정호의 기일이.
일년만에 다시 오늘이 찾아왔다.
늘 그렇듯 잠에들지 못했다.
그냥, 그냥.
그날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그를 맞아주고싶었다.
그리고 내가 만약 잠에들어버린다면, 그가 꿈에 찾아올테니까.
그렇게 혼자서 울기보다는 깨어있는게 훨 나았다.
창문을 열자 찬 바람이 훅, 하고 들어왔다.
휴양차 머물러있는 이 시골은 별이 참 잘보였다.
마치 그때 그와함께 별을 보러 갔던때 처럼.
.
.
.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맞춰입었다.
거울속에 비친 내 모습이 위태로웠다.
홍정호를 내가 많이 사랑하기는 했구나.
화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날 잠에 들지못한 탓인지 다크서클이 다 드러났다.
정호가 싫어하겠다.
얼른 팩트를 꺼내 다크서클 부분을 덧발랐다.
그러고는 다시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8:00 a.m.
아아, 차시간 늦겠다!
팩트를 얼른 가방속에 집어놓고 현관문을 열었다.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정말 추웠다.
검은 목도리를 좀 더 조여맸다.
아, 맞다. 이것도 정호가 만들어준건데.
익숙치도 않은 솜씨로 만들어준 검은 목도리는 여기저기 구멍이 뻥 뚫려있었다.
폭이 넓어졌다 좁아졌다 제 멋대로 였으며, 여기저기 털실이 삐져나온곳도 있었다.
그런데도 이 목도리는 정호를 만날때마다 하고갔다.
내가 이 목도리를 맨 것을 아주 좋아했으니까.
뭐, 더이상 그 모습을 보지는 못하지만.
기차를 놓칠까 빨리 택시를 타고 역까지 온 덕에 늦지는 않았다.
얼른 자리에 앉아 정호가 있는곳으로 갔다.
몇번째 오는곳이지만 가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고 해야하나?
세상을 떠난지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뒤에서 나를 안아줄것만 같고, 사랑한다 속삭여 줄것만 같은데.
눈물 흘리지않겠다 다짐했는데 먼저 흘러내려버린 눈물이 야속했다.
" 이씨… "
핸드백에서 휴지를 꺼내 눈가를 두드려 눈물을 닦아냈다.
또각,또각.
조용한 납골당에 구둣소리가 울려펴졌다.
환하게 웃고있는 정호의 사진앞에서 멈추어섰다.
" 잘있었어? 나 또왔어. "
" 나 안보고싶었어? 난 보고싶어 죽는줄 알았는데. "
" 어제는 있잖아… "
아가씨.
옆에서 관리아저씨가 말을 걸어오셨다.
네?
저, 저 아가씨 남자친구지?
…
아가씨 많이 보고싶어하는거 같던데.
아저씨가 그걸 어떻게 아세요?
" 글쎄, 내가 어제 이 총각 사진을 보고잤더니 꿈에 나왔더라고.
내일이면 아가씨 올꺼라고 아가씨한테 꼭 전해달라고 그러던데, 많이 보고싶다고.
아가씨는 내가 미쳤다고 생각 할수도 있지만, 허허. "
아저씨가 웃으며 돌아가셨다.
나도모르게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고마워. 너무 고마워 정호야.
" 그리고, 사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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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윤석영권입니다ㅎㅎ 항상 정호의 주제는 암울... 제 글의 묘미죠 끝은 항상 호글호글!ㅋㅋ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