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f(x) - 좋아해도 되나요?
오늘 아침에 날씨를 보니 쓸데없이 정말 맑은 거 있죠.
한동안 미세먼지다 뭐다 정말 난리도 아니었는데
왜 하필이면 오늘 날씨가 좋은 걸까요.
그래서 간만에 옷장 안에 묵혀놨던 원피스를 꺼내입었어요.
이런 날씨에는 이런 옷을 입어줘야 예의니까요.
아니, 뭐...
전정국이랑 약속 있어서 입은 건 절대 아니에요.
아니... 어... 뭐... 그렇다고요.
독서실에서 고딩이 자꾸 들이대요
10
w. 복숭아 향기
...
우선 만나기로 해서 오기는 왔는데
어디서 뭘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생각해보니까 전 전정국이 몇 반인지도 모르는 거 있죠.
그래서 우선 카톡을 보내보기로 했어요.
운동장에서 계속 이렇게 서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정국이]
정국아 -
학교 언제 끝나? -
- 누구세요?
아..?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일까요?
[정국이]
뭔소리야 -
오늘 만나자며 -
- 누구냐고요
하루사이에 번호가 바뀌었나요?
지금 얘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거죠?
카톡을 볼 정도면 핸드폰 패턴이나 이런 걸 알아야 볼 수 있으니
잃어버린 거는 아닐텐데 말이죠.
[정국이]
- ㅈㅈㄷ링날ㅈ
- ㅈ대란입
- ㅈ다ㅣㄹㄴ,ㅇ차짇!!!
- 누나!
...
드라마 말고 현실에도 킬미힐미라는 게 존재하나봐요.
지금 제가 실시간으로 보고 있네요.
[정국이]
- 김태형 씹새끼가
- 핸드폰 뺏어갔었어요
- 잗ㄹ,ㅇ넺
- 누구냐고요
- ㅈ댤ㄴ아ㅣㅈ
- 아 좀 꺼져봐
- 누나
- 나 지즈래아ㅣㅂ즐
- 당신이 우리 정국이
- ㅈ두ㅏㄹㅇ낸ㄹ,ㅈㄷ
- 누나!!!!!!!!!!
아무래도 증상이
심각한 거 같네요.
오우.
전화가 오네요.
(누나!)
"방금 뭐야."
(아니! 김태형 씹새끼가! '형님이다!' 꺼져!)
이제는 둘이 서로 대화도 하나봐요.
(아. 꺼지고. 누나 어디에요?)
"나 지금 학교 운동장..."
(아! 누나 보인다!)
"응?"
(헐... 누나...)
"왜?"
(오늘 왜 이렇게 이뻐요?)
눈이 제대로 박혀있는 걸 보면
제정신이 맞는 거 같기도 하고요..?
(금방 내려갈게요. 조금만 기다려요!)
"알았어."
전화를 끊고 뭘 해야하나 고개를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누가 다가오는 거에요.
"저, 저기..."
"네?"
"저기 있잖아요..."
"누구..."
"우리 정국이는요...
갑자기 난데없이 혼자 뛰어다니는 거 좋아하고요.
밥 먹는 것도 진짜진짜 좋아해요."
".. 네..?"
"영어는 좆도 못해서...
1월이 영어로 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july가 7월인 거는 아니까 옆에서 많이 칭찬해주세요..."
이건 또 뭘까요.
"우리 정국이 라면 좋아하니까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먹여주시고요ㅠㅠㅠㅠ"
"저..."
"뇌는 맑아도 해맑은 아이니까 많이 예뻐해주세요ㅠㅠㅠㅠㅠㅠ"
"저기... 누구..."
"찜니!"
"태태야ㅠㅠㅠㅠ"
"우리 찜니가 갑자기 울어서 많이 놀라셨죠."
"아, 뭐... 네..."
"우리 찜니가 전정국한테 애국심이 넘쳐서 그런거니까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
"어떤거요..?"
"애국심이요."
"그럼 저희는 이만."
"나, 나, 나 아직 할 말 더 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말하지 않아도 누구 친구들인지 알 거 같더라고요.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하는 찰나
저 멀리서
"누나!!!!!!!!!!!!!!!!!!!!"
달려오는 저 녀석을 보면 말이에요.
"누나 오늘 웬일로 치마 입었어요?
나 기분 좋으라고 입은 거에요?
솔직히 누나 뭘 입어도 존나게 섹시한데 오늘 나 완전 죽이려고 입은 거죠?
누나 진짜ㅠㅠㅠ 오늘 너무 환전우대 한 거 아니에요?"
...
"정국아."
"에?"
"넌 진짜 너같은 친구 잘 사귄 거 같아."
"네?"
"아니. 그냥 그렇다고..."
새삼 정말로 끼리끼리 논다는 걸 다시 깨달았어요.
그래도 뭐...
눈이 호강했으니 괜찮은 일이겠죠.
...
죄송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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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 글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굿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