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윤아 - 덕수궁 돌담길 (feat. 10cm)
벚꽃이 예쁘게 피었어요.
해가 완전히 떠있어 파란 하늘 아래 보는 벚꽃도 예쁘지만
이렇게 은은한 햇빛 아래에서 보는 꽃도 나쁘지는 않은 거 같더라고요.
"누나. 배 안고파요?"
가끔 바람쐬러 나오는 것도 괜찮은 거 같아요.
오랜만에 누구랑 같이 나오니까 정말 좋네요.
독서실에서 고딩이 자꾸 들이대요
11
w. 복숭아 향기
"누나."
"응?"
"진짜 경찰할 거에요?"
"그럼."
"..."
"왜?"
"이 극복한 세상에서 누나가 어떻게 경찰할 수 있을지 걱정돼서요."
...
이제는 그냥 포기하려고요.
사람은 그 사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경찰 안하면 안돼요?"
"응. 안돼."
"왜요?"
"내가 할거니까."
"..."
매일 옆에서 누나누나 하면서 떠들던 애가 갑자기 조용해졌어요.
벚꽃 아래에서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니까 분위기가 좋기는 한데
그래도 막상 나왔는데 이렇게 아무말도 안하니까 좀 그렇더라고요.
내가 경찰 하고 싶다는게 그렇게 싫나..? 싶기도 하고요.
아. 근데 내가 왜 얘 눈치를 봐야하는 거죠.
"전정국."
"누나."
"어?"
"나 정했어요."
"뭘?"
"나 경찰할 거에요." (굳은 다짐)
지금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걸까요?
"경찰돼서 누나 지켜줄 거에요."
아무래도 얘가 뭘 단단히 잘못 생각한 모양이에요.
겨, 결론이 왜 그렇게 날까요..?
아니. 뭐 지켜주겠다 라고 말을 해주는 것도 고맙긴 한데
사실 그렇잖아요.
내가 왜 얘한테 지킴을 받아야 해요...
내가 지켰으면 지켰지.
아. 그렇다고 해서 내가 얘를 지켜주겠다는 건 아니고요.
"정국아."
"네?"
"너 내가 무슨 공부하는지는 알아?"
"아니요."
근데 왜 저렇게 당당할까요.
"경찰 시험 함부로 보지마. 경찰대 들어가는 것처럼 어려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공무원 시험이야."
"... 누나?"
"네가 무슨 생각으로 갑자기 그렇게 말을 하는 건지는 알지만 갑자기 그렇게 결정할 문제도 아니야.
그냥 결정도 아니고 네 인생 직장이 달려있는 결정이잖아."
"누나..."
"시험에 붙어도 문제야. 그냥 보통 멘탈로는 버티기 힘든 직업이 경찰이야.
그런 어줍잖은 이유로 결정할거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게 낫다고."
"..."
...
너무 세게 말을 한 거일까요?
조금은 걱정이 되는데... 그래도 못할 말을 한 거는 아니었거든요...
나름 걱정이 돼서 한 말인데 말이 너무 심했나 싶기도 하고요...
"저기... 정국아."
"와."
"..?"
"멋있어..."
..?
아..?
"존ㅋ나ㅋ멋ㅋ있ㅋ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무래도 걱정을 한 제가 미친 년인 거 같네요.
"누나 지금 나 걱정해준 거 맞죠? 그쵸?
나 걱정되니까 그렇게 막 말해준 거 맞죠? 와씨. 아까 누나 목소리 쫙 깔려서 말할 때 어땠는지 알아요?
아침마다 듣고 있는 씹새끼 그만 듣고 그걸로 일어나고 싶을 정도였다니까요?"
"아니야. 지금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누나 다시 한 번 말해봐요.
이거는 녹음해서 자장가로 들어야 할 각이야.
응? 누나. 한 번 더 해줄 수 있죠?"
앞으로 얘 눈치보면서 말을 하거나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 같아요.
아. 물론 얘를 보면서 분위기 있네 라고 생각 할 일도 전혀 없을 거 같고요.
-
"괜찮다니까?"
"아파트 앞까지만 데려다줄게요!"
"나 진짜 괜찮다고."
"지난번처럼 또 울지 말고요."
"어?"
"성이름?"
"... 준아?"
"너 독서실 다닌다고 하지 않았어?"
"오늘은 잠깐 약속 있어서... 근데 너는 여기 왜 있어?"
"나야 뭐... 그건 그렇고."
"얘는 누구야?"
"... 누나."
"이 새끼는 누구에요?"
아무래도 골치가 매우 아파질 거 같은 예감이 드네요...
시부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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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하는 정국이 나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