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도 일기를 씁니다
(7)오이_건드리면_쥬금.txt(by. 차선우)
때는 아직 동우형이 식물 더!쿠!가 되기 전, 그러니까 오이라던가 토마토라던가 하는 뭔가 전문적인 작물을 재배하기 전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숙소에서 자연친화적이고 평화로운 Forest life를 누리겠다 ㅎ.yeah'였던 동우형이었기에 우린 별 관심이 없었다. 솔직히 그 인간이 특이한 짓 하는거야 꽤나 익숙한 일이었고(숙소에 맑음이를 데려오겠다고 난리를 쳤기도 했으니 말 다했다) 동물도 아닌 식물을 키우겠다는데 딱히 만류할 이유도 없었다. 그리하여 그 망할 인간이 가져온 식물은 지랄맞게도
"이건 뭐에요?"
"선인장. 물 안줘도 안죽는다길래."
시쟐. 선인장 되시겠다. 아니 시발 물도 안주고 아무데나 놔도 안 죽어서 사온거면 평생 물 안줘도 괜찮은 먼지를 키우지 뭣하러 식물을 키우나여 젠장...☆★ 잎도 없고 가시만 무성한 저 기괴한 식물이 뭐가 좋아서 사왔냐고 묻자 '선인장의 가시는 잎이 변형된 것이다'라는 뭣같은 논리를 내세운다. 대체 저 망할 식물의 어디가 동우형의 마음에 든 건지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아니 그러니까 저게 왜 좋냐고여...☆ 주위 멤버들의 어휴_시발_저_정신나간_놈이_또_지같은걸_들고왔네.flv 같은 눈빛은 무시한 채로 동우형은 하루종일 그 칙칙한 초록빛의 선인장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차라리 선인장보다 누런 색 화분이 더 예쁘다고 말해봐도 타인의 의견은 완전히 백퍼센트 묵살. 2달에 5mm정도 자라는 것 같은 선인장이 뭐가 좋다고 선인장과 폴인♡러브 하셨는진 모르겠지만 존나 형 멘탈에 Love119라도 불러주고 싶네여! 라고 했다가 한 대 얻어맞았다.
선인장은 식탁 가장자리에 놓여 있었는데 그 위치 탓인지 결국 사고가 나고야 말았다. 새벽에 목이 마르다며 일어난 이정환(그때까지만 해도 22살, 피해자)이 눈을 감은 채로 컵을 찾아 더듬거리다 컵 대신 선인장과 하이터치-☆를 해버린 것이다. 아닌 새벽에 비명을 지른 이정환(22, 눈을 감고 다닐거면 뭣하러 렌즈삽입술을 받았는지 모르겠음 시발) 때문에 잠에서 깬 우린 처참한 광경을 봐야만 했다. 바닥에 떨어져 박살난 화분과 피가 나고 있는(그리 크게 다치진 않았다만)이정환의 손. 그 날 찬식이가 동우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동우형은 선인장도 생명이라는 존나 오로라공주 돋는 개같은 주장을 내세웠다) 문제의 선인장을 곧장 내다버린 이후로 사건은 종결되는 듯 했다.
진짜 문제는 그 후에 발생했다.
"이건 또 뭐에요?"
"오이."
이때까지만 해도 우린 방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설마 오이때문에 다칠일은 없겠지, 라던가. 하여튼 뭐 그런 생각이었다. 오이가 한밤중에 이정환놈의 손을 습격할 일은 없을테니 말이다. 거기다 화분도 아니고 조그마한 봉지에 키웠던 탓에 오히려 그 오이에 정이 들려는 차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였다.
"화분은 왜 또 그렇게 많이 사왔어요."
"분갈이."
너무도 단호한 스윗 Pumpkin처럼 말하길래 우린 동우형이 존나 산골짜기 어디에선가 올라온 농사 천재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던 것이다. 그 인간이 저 병신같은 분갈이인지 뭔지를 하느라 사람 인내심을 갈아엎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일단 첫번째로 분갈이를 하느라 숙소는 흙투성이의 사막st가 되었으며, 동우형이 그 사막이 된 숙소바닥을 헤치고 물뿌리개를 들고 오다 엎은 탓에 우리의 소중했던 숙소는 '안녕 이제 너희는 청소를 하렴 미천한 병신들아^^'를 외치며 깨끗함을 잃었다...☆★ [신동우]가 [분갈이]를 사용했다!(깨끗함-100000) 결국 저 인간도 식물을 키워본 경험은 기껏해야 어릴 때 화분에 물 몇 번 준 것과 이정환의 손을 어택☆했던 선인장밖에 없단 것을 깨닫는데엔 정확하게 10분이 소요되었다. 그 날 진영이형은 걸레질을 하다 손목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앓아눕고 정환이는 미끄러운 숙소 바닥에 넘어져 또다시 손을 다쳤으며(이번엔 손가락이 꺾였다. 이 놈은 손을 다치기 위해 태어난 놈인가 심히 의심되는 순간이었다), 찬식이와 나는 이리저리 휘날리는 흙과 점차 번져오는 물에 숙소에서 간접적으로 산사태를 경험했다...☆
어찌어찌 분갈이가 끝나고, 이젠 고통도 끝일줄 알았다. 진짜 그런줄 알았다.
"차선우 니가 꽃 꺾었지, 어?"
됸나 무슨 짜증지수를 높이는 버프라도 쓴건지 상당히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날 부르는 동우형에 슬그머니 도망가려 현관문을 열려는 찰나, 발로 채인 다음 멱살을 잡혔다.
일의 시작은 당연히도 이정환이었다. 시발. 이정환과 둘이 노란색 꽃이 핀 오이를 쳐다보다 갑자기 숙소로 돌아온 동우형에 놀라 나를 민 이정환에 엉겹결에 줄기 하나를 꺾어버린 것이다. 한 손엔 동우형의 Favorite Item-☆을 든 채로 슬그머니 현관문으로 사라지려던 나와 오이의 상태를 몇 번 훑어보던 동우형은 현관문으로 나가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은 이 숙소에서 로그아웃하려는 나를 굳이 붙들어 멱살을 잡았다. 마치 게임에서 보스몹에게 죽기 직전에 로그아웃하려고 하는데 '지금은 나갈 수 없습니다. 잠시 후 시도해보세요' 창이 뜨며 내 캐릭터가 사망하는 그런 써글 상황 같군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다가 발로 한 번 더 채였다.
"니가 연두 꽃 꺾었지? 어?"
아니 형이 무슨 지우개에 이름붙이는 오덕 여고생도 아니고 왠 연두 타령이세여...☆★ 이건 틀림없는 화분 중독 말기증세다. 화분과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는 게야 젱장! 연두라니! 연두는 무슨!!!
그리고 죽도록 맞은 후에 난 연두에게 사과를 해야했다. 연두야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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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이런 분위기로 연재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