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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뭐야 지금.
들고 있던 밥을 내려놓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물론 들고 있던 걸로 이성열의 머리를 내려찍고 싶었지만, 그것보다 성종이가 더 급했다.
갑자기 무슨 일 때문인거야 지금 이게…….

 


"성종아!이성종!!거기 서봐!"

 


전력으로 뛰어나왔는데도 어디로간건지 성종이는 보이지를 않는다.
어디, 어디로 간 거지…….
휴대폰을 꺼내들어 당연하게도 외워버린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거니 신호만 가고 받지 않는다.
집으로 갔으려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엉망일게 뻔 한 성종이에 마음이 답답하다.
그런데, 저쪽 울타리 모퉁이 쪽에, 성종이 같은 뒤통수가 보인다.
빠르게 뛰어 모퉁이를 돌아간 성종이를 잡으려했다.
그 순간, 이쪽으로 돌아오던 사람이 보이고, 피하지도 못한 채 부딪쳤다.

 

 


"...아야.."
"아씨..죄송합니다"

 


대충 미안하다는 말만 뱉고 급한 마음에 벌떡 일어나 달려가는데 잘못 딛었나보다.
아직 일어나지도 못한 사람이 손을 제대로 밟혔는지 소리를 지르는 것도 그냥 무시한 채, 뛰었다.
그래서 겨우 따라잡은 사람.
숨을 헐떡거리며 돌려세웠는데, 성종이가 아니다.
어리둥절한 표정.
맥이 탁 풀린다.

 


"....죄송합니다, 잘못 봤네요."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얼마나 뛰어 온 건지, 한참을 걸어 아까 넘어졌던 모퉁이에 다다랐는데, 아까 그 사람이 아직 주저앉아있다.
넘어졌던 자세 그대로, 자기 손을 들여다보고 있다.
또라인가, 얼른 일어나지 않고.
생긴 건 괜찮아 보이는데.
남자애 같아 보이는데 머리를 볶아놓은 건지 옅은 갈색이 조금 복실복실한게, 작년까지 키웠던 강아지 같다.
왜인진 몰라도 자기 손을 들여다보며 손을 쥐었다 폈다 거리는걸 무시한 채, 이리저리 널부러진 책들을 다 줍고, 손을 내밀었다.
음악 하는 앤가, 악보가 뭐이리 많아.
대학생은 아닌 것 같은데..

 

"아..지금 어떡할 거예요! 내 손이 이렇……."

 


내민 내 손을 보더니 뭔가 따지려는 듯 안 어울리게 인상을 잔뜩 구기고 올려다보고는 왠지 말을 멈춘다.
날 빤히 쳐다보는 강아지소년.
그냥 내가 손을 뻗어 잡아당겨 일으켜 세워 책이며 짐을 안겨줬다.
대충 보니 말짱해 보이는 손.
이게 나이도 어린게 어디서 약을 팔려고.

 

 

"괜찮지? 미안, 됐지? 난 바빠서, 그럼"

 


아무리 봐도 강아지 같은 인상에 대충 슬쩍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는 돌아섰다.
초면인데, 좀 그런가.
몇 발짝 걸었을까, 무슨 말을 또 하려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잠깐만요, 하고 부르는 걸 그냥 한번 뒤돌아보고는, 뛰기 시작했다.
내가 너한테 부딪혀서 너 날려버리고, 손까지 밟은 건 미안한데, 지금은 성종이 찾으러 가는 게 더 급하다.
다시 휴대폰을 꺼내든 채 전화를 걸며 무작정 뛴다.

 

 


C

 


그냥 무릎에 얼굴을 묻고 주저앉았다.
어디까지 뛰어 온 건지도 모르겠다.
그저, 그냥, 잡히지 않겠다는 생각뿐.
얼굴과 소매는 이미 다 젖어 축축해진지 오래.
씨발, 뭐? 그냥 호기심? 이제 재미가 없어?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내가 홧김에 헤어지자고 할 때마다 짓던 그 표정도, 가끔 날 보며 짓던 그 웃음도 다 연기고 거짓이었는지.
머리가 깨질듯 아파온다.
계속 울리다 끊어지기를 반복하는 전화,
손등으로 다시 한 번 눈물을 훔치고 휴대폰을 꺼내어보니 '성규선배'하고, 낭창하게 이름이 찍혀있다.
곧 끊어지고, 다시 전화가 걸려온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확인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이다.

 

 

 

/
"그래가. 그냥 뛰어나왔다고? 니 미칬나!"
"그럼 뭐 어떡해 내가 거기다 대고..."
"확 다 따지고 엎어뿌야지!! 근데 니 똑띠 들은 거 맞나?"
"응?....으응....대충.....왜..?"
"금마가 닐 심심풀이 땅콩으로 본건 말이 안 되는데,"
"왜? 난 그런 생각 많이 했는데...맨날 무시하고...뭐..."
"아 진짜, 닌 꼭 말로 해야 아나! 딱 보면 아는 그런 게 있다 아이가! 내가 괜히 이성열 금마를 그냥 포기했겠나, 어?"

 

 

그런가....응?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젓다가 놀라 쳐다보니 날 보며 부드럽게 웃는 명수.
방, 방금, 뭐?

 


"니 금마 좋아한다 아이가. 금마 표정이 평소에 어떤데"
"어...어? 그냥 뭐...맨날 실실 웃고다니고, 지루하면 무표정이고...뭐 그렇지.."
"그러면, 금마가 니 볼 때 표정이 어떤지 아나"
"어?"
"금마 그기 니를 볼 때 표정이 어떤지 본적 있냐고. 금마는-.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진지하다. 마냥 좋다고 보는 거면 내가 왜 포기했겠노. 금만 그런 거 아이다. 금마는 고딩 때부터, 똑같다. 그런 새끼가 그게 다 장난이었다니. 장난치나, 니 지금"
"그래도...."
"그래도는 뭔 그래도! 좋으라고 보내줬드만 둘이 아주 삽질을 하고 앉았네. 그래, 니가 들었다는 게 이성열 입에서 나왔다는 게 쫌 걸리긴 하지, 근데 니생각에는 금마가 재미있을라고 공들이가며 그딴 짓 할 새끼가?"
"어?.....아니 그건 아닌데..."
"그봐라, 금만 귀찮아서 그딴거 모한다―. 차라리 그렇게 말했던 게 다른 이유가 있었다면 모를까."
"어...음..."
"등신아-, 아직 잘 알지도모하면서 질질 짜기는……."

 

 


진짜, 무슨 다른 이유가 있을까, 생각했다.
하긴, 이성열 성격상 재미하나바라고 영양가 없는 짓을 몇 년이나 할 사람이 못된다.
만약, 다시 전화가 온다면, 이번엔 받아볼까.
한번 이야기를 들어볼까.
명수를 만난 게, 천만다행인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건데, 이런 식으로 하소연을 늘어놓아도 즐겁고 편안하게 들어줘 고맙다.
고맙다고 말을 해야 하나…….

그런데, 갑자기 카페 문이 열리고 웬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 대여섯 명이 우르르 들어온다.
뭐야 저게, 무슨, 경호원인가.
그런 것치고는 좀, 무섭게 생겼는데.
검은 옷 하나가 카페 안을 두리번거리더니 우리 쪽을 보고는 모두에게 손짓을 한다.
우르르 몰려오는 검은 옷들.
난 놀라고 겁나는데, 앞에 앉아 레모네이드를 쪽쪽 빨던 명수는, 무표정으로 앉아있다 그냥 인상을 한번 찡그리고 만다.
우리 테이블 앞에 와 선 검은 옷 여섯 명.
그리고는 일제히 소리를 고래고래 지른다.

 


"형수님!!여기계시면 어떡합니까 진짜!"
"저희가 형님한테 혼나요!"
"형수님!!!자꾸 따돌리고 없어지지 좀 마십쇼! 안 그래도 한창 러시아 쪽에서 위협인데.."
"아, 진짜! 그놈의 형수님 형수님! 내 남잔거 안비나!! 내 너거없어도 안죽는다 했나안했나!!!"
"저희가 형님한테 혼난다니까요!!"
"아몰라, 나 얘기 더하다 갈 거니까 느그 뭐 시키가 거기 앉든지. 알아서 해라"
"형수니임-"
"형수님이라고 하지 말라고!!"

 


'형수님'이라는, 남자답게 잘생긴 명수에게 어울리지 않는 호칭에, 무슨 상황인지 단박에 이해했다.
형수님이라니...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B

 

멍, 했다. 잠깐.
성종이가 달려 나가고 나서야 무슨 상황인지 감이 왔다.
이성종, 뭐야.
뭔데 니 멋대로 상처받아.
끝, 끝, 끝.....끝 이라고 했다.
이제, 끝이라고.
..누구마음대로, 누구마음대로 끝이야.
내 얘긴 하나도 안 듣고.
대충 휴지를 뽑아 나를 닦아내고 있는 후배들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성종이를 따라 밖으로 뛰어나왔다.
이미 흔적도 안보이게 사라진 이성종.
어디로 간 거야.
내 얘기 좀 들어줘. 내 마음 좀 들어줘.
그런 거 아닌 거 알잖아.
진짜 끝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다짐하면서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날 외면하고 후련한 듯 떠나버릴까봐 겁이 난다.
비약인걸 알면서도 손이 떨리고 머리가 하얘진다.
어디에 가면 있을까. 어디에.

 

 

"선배! 왜 그래요!!"
"선배!!!"

 


무슨 오지랖인지 날 따라 뛰어온 후배가 헉헉거리며 묻는데,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귀에 하나도 안 들어온다.
다...다 나 때문이야..
미안하다는 말로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만약, 진짜 앞으로 성종이가 떠나 없는 거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나 혼자, 혼자인데, 전부가.
헤어지자는 말은 들은 적이 많지만 나를 그렇게 온전히 외면한 게 처음이라, 겁이 난다.
진심일지도 모른다. 그 불안함이 온 가슴을 꽉 채운다.

 

 

 

/
'어? 성종이? 나 아까 봤는데-.. 거기 알아? 런던 뭐시기 카페, 그-...'

 


다음 강의고 뭐고, 다시 또 뛰었다.
그리고 발견했다.
오랜만에 보는 김명수, 그리고 맞은편에 앉은 성종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명수를 보며 웃음을 띤 채 끄덕이는 이성종.
당장 들어가려 문 앞에 달려가 멈춰 섰다.
나는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헤어지자 말을 한땐 늘 그랬으니, 어딘가에서 혼자 또 자기마음을 부여잡고 울고 있을 테니, 내가 가야지.
진짜 헤어지건 이번에도 진심이 아니건, 내가 안아줘야지.
미안하다고, 난 괜찮다고.
너만 좋다면 나는 괜찮다고.
사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을 수 있다고.
그렇게 안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성종이는, 내가 괜찮든 아니든, 아프든 어떻든, 의미 없는 게 아닐까.
그, 이제 끝이라는 게 진심인 게 아닐까.
내가 나타나면 오히려 불편한 게 아닐까.
아까 날아와 내 마음을 철렁이게 했던 돌멩이가, 커다란 바위가 되어 산산조각을 낸다.
그냥, 돌아섰다.

 

 

 

 

 

//

내용에 비해 브금이 너무 밝은가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조건 지르고보고, 대담한 성열이가 저렇게 찌질한건, 성종이 한정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뭐..그렇다고요...인물설정이 왜이러냐고 뭐라하기없기..

그럼 이제 전 탑엘 수정해서올게요..ㅠㅠ...

ㅋㅋㅋㅋㅋ재밌게봐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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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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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신알신하고 가도 되죠!?? 암호닉도.. 암호닉은 방구로해요!!
11년 전
유자차
방궄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밌게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
11년 전
독자2
미트볼이여요 성규랑 부딪힌거 우현이죠!! 우현이 반했나??ㅋㅋㅋㅋ 근데성규가 우현이 안중에없엉ㅠㅠㅠㅠㅠ성종이생각밖에없어가지고ㅠㅠㅠㅠ 에잇 자기가 우현이 쳐놓고 손도밟아놓고!! 매너가 꽝이구만~.~ 나중에만났을때 꼬투리잡히면어뜩할라고ㅋㅋㅋㅋ 성종이가 아주 단단히오해하고있어서 걱정햇는데 다행히 명수가 맞는말만 해줬네요ㅋㅋㅋㅋ형수님ㅋㅋㅋㅋㅋ성우열종편에선 탑엘의 깨알같은 미래를 보는재미도있겠어요ㅋㅋㅋㅋ으잌 기대된다ㅎ 근데 이번엔 성열이가 좀 심각해졌어ㅠㅠㅠㅠㅠ성종이 좋게생각하고있는데ㅠㅠㅠㅠ으엉 이런식으로 열종 갈등생기나요..ㅠㅠ 저 빳데리가없어요ㅋㅋㅋㅋㅋ1남았어.. !! 늘잘보고있어요~.~
11년 전
유자차
미트볼님 반가워요ㅋㅋㅋㅋㅋㅋㅋ열종은 삽질이 제맛이죠!!!!!^^!!!ㅋㅋㅋㅋㅋ그래도 어떻게 돌아가든 만나는 두사람이니ㅋㅋ재밌게봐주세요! 늘꼼꼼한 감상 고마워요!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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