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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1년만이에요.
제가 1월달이 시험기간이라서 못 온 점 죄송해요 ^_ㅠ
그래도 이케 왔네요!


기억을 산산조각내어





 입안이 바짝 말라옴을 느낀다. 더듬거리며 찾은 컵에는 차가운 느낌이 확연하게 다가오고 성규의 흐릿한 정신을 씻겨내린다. 한숨과 함께 마른 세수를 하자 손가락 틈 새로 성열과 호원의 얼굴이 번갈아 보인다. 여러가지 감정이 담긴 둘의 시선에 성규는 저도 모르게 하, 웃고 말았다. 즐거움과는 상반된 공허한 웃음에 성열의 얼굴이 찬찬히 일그러진다.



 “왜 이런데. 야, 김성규.”



 맛있는 음식을 면전 앞에 냅두고 이런 무례한 짓이라니. 성열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어디 아프냐? 왜 지랄이야, 지랄이.”



 사실 말은 이렇게 해도 눈동자는 성규의 모습을 훑고 만다. 항상 피로해 뵈는 얼굴이기는 하다. 원래 이 정도였나. 성열의 시선이 비쩍 말라버린 성규의 입술에 향하다가 이내 달리한다. 걱정하는 마음이 새삼 솟다가 이내 불퉁스런 표정을 지어보인다.



 “김성규 씨. 뭔 일 있으면 말을 하던가.”



 나름 걱정을 담아 말을 하니 돌아오는 건 바삭거리는 건조한 미소였다. 아, 정말. 무슨 일이 있구나. 



 “썩 걱정할 일은 아니야.”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손을 젓는다.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주제에 표정은 오만가지다. 성열의 입술이 씰룩거린다.



 “그냥……, 그저. 그래, 그저 꿈 때문에.”

 “고약한 의뢰라도 받은 거야?”



 잠자코 있던 호원이 나지막히 묻는다. 고약한 의뢰라. 그래, 고약하지. 고약하다 못해 너무 사람을 괴롭혀서 미칠 노릇이다.



 “얼른 위에 제출하는 게 어때.”



 의미 없이 젓가락으로 그릇을 퉁퉁 치던 성열이 불퉁스럽게 대답한다. 그에 성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어째서 바로 제출한다는 말은 차마 나오지 않을까.




[인피니트/현성] 꿈을 파는 남자 06화 | 인스티즈






 어제 꿈은 뭐였을까. 또 꿈을 꾸고, 그 남자를 보고. 여승우를 보았다. 근데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뭐였더라. 자신은 여승우가 되었고, 또 남자를 보며 눈을 마주치고 웃는다. 웃고 행복감에 취해서ㅡ.



 “성규 형.”



 다시 몽롱하게 일그러져가던 시선이 붙들려진다. 천천히 눈을 깜박이며 앞을 보자 제 앞에는 새까맣다 못해 푸른 빛이 도는 머리칼이 먼저 들어온다. 그리고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까지. 아아. 성규는 작게 입을 벌렸다. 성규가 반응하자 소년티를 갓 벗은 청년이 눈매를 찌푸린다.



 “정신을 놓고 다니시네요. 요 며칠 안 보이더니 더 멍청해지신 것 같고.”



 분명히 예의를 차리는 말투지만 그 속알맹이는 빈정거림이 가득했다. 말을 하는 와중에도 커피잔을 들어올려 여유롭게 목을 축이는 그 모습에 성규는 허, 하고 숨을 내뱉었다.



 “그래. 못 본 사이에 넌 더 건방져졌고.”

 “건방지다뇨. 이래 봬도 예의 절정의 착한 남잔데요.”



 자기 칭찬을 저렇게 표정 하나 변함 없이 하는 청년에 문득 질린 표정을 지어보인 성규다.



 “뭐, 실 없는 말은 이 쯤 하고요.”



 탁. 커피잔이 테이블 위로 내려진다. 속 알맹이가 무척 투명하다고 생각되는 눈동자가 성규를 반사한다고 생각하며 성규는 눈을 내리떴다. 제 앞에 있는 잔 안에는 한 번도 마시지 않은 커피가 찰랑이고 있었다.



 “즐겁게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저를 부른 이유 좀 알려주실래요?”



 잘하면 데이트를 할 수도 있었는데. 갑작스런 호출에 그것도 미뤄버리고 왔다. 그게 못내 아쉬운 청년은 지금 자신을 불러낸 성규에게 불만을 토해냈다.



 “내가 얼마나 공 들였는데. 형 때문에 몇 계단 내려간 것을 생각하면, 참.”



 쯧, 혀를 짧게 찬 청년은 저와 반대로 미안한 표정 따위는 전혀 짓지 않는 성규를 응시했다.



 “그래, 그건 미안한데. 야, 이성종.”



 미안하다면 좀 미안한 표정을 짓던가. 뻔뻔스런 성규의 표정에 미간을 좁히던 성종은 테이블 위로 올려지는 봉투를 보고는 눈썹을 사악 올렸다. 이게 뭔데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표정에서 다 드러난다. 성규는 양 손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는 깍지를 꼈다.



 “네가 다니는 대학에 여승우라는 애 있지.”

 “이름만 말하고는 어떻게 알아요? 학교가 좁은 것도 아니고.”



 불퉁스럽게 대답하며 손은 성규가 민 봉투 쪽으로 향한다. 위를 열고 안에 있는 내용물을 확인한다. 안에는 종이쪼가리 정도 밖에 없다. 뭘 기대했담. 속으로 구시렁거린 성종은 천천히 서류와도 비슷해 보이는 종이를 꺼냈다. 성종의 눈이 빠르게 움직인다. 내용물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성규의 말은 이어지고 있었다.



 “아무튼 너랑 같은 학교야. 걔에 대해 좀 알려줘.”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성규는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내가 이러고 있는 거지? 쓸데 없는 짓을 왜 하고 있는 거지? 수십번도 머릿속에 든 메아리였다. 하지만 끝은 고생의 길로 향하고 있었다. 어째서. 해답은 여전히 찾아지지 않는다. 성규는 미간을 좁히고 말았다.



 “너무 붕 떴다고 생각하는데요.”



 확인을 마친 성종이 봉투를 정갈히 닫는다.



 “그래, 정확히는.”



 순간 입안이 마르는 기분이였다. 잠시 입맛을 다신 성규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언제 쯤 떠나는지 말해줘.”



 착. 성종이 봉투를 두 손가락으로 퉁 쳤다.



 “전 흥신소가 아니라고요.”



 짐짓 돌아오는 대답은 불만이였지만 성규는 입꼬리를 당겼다. 성종은 이미 성규를 도와줄 생각인 듯 했다. 



 “무보수로 일하지 않는 건 알죠?”



 봉투를 옆구리 챙긴 성종이 눈을 찡긋거리며 짓궃게 말하자 성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좌번호는 굳이 말 안 해도 되죠?” 더 살아서는 쨍알거리는 성종에 성규는 작게 혀를 차고 만다. 그래도 만족스럽다. 성규는 조심스레 커피잔을 들어올렸다. 안에 있던 커피는 이미 다 식어있었다. 성종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지만 자꾸만 제 자신을 응시하는 그 시선에 뭐냐는 눈빛을 보내자 성종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다.



 “이상하네요.”

 “뭐가.”



 헐벗은 기분이다. 샅샅이 탐색하는 듯한 성종의 시선에 아무것도 입지 않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형도 알 거 아녜요. ‘주변 신경 안 쓰는 사람이 왜?’형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이런 생각이 들 걸요?”



 자못 심각하게 말하는 성종에 성규는 짧게 웃고 말았다.



 “주변 신경 좀 써보려고 한다.”

 “헐.”



 뭐가 헐이야, 헐은. 성규가 흘겨보자 성종이 입술을 오물거렸다.



 “그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신경을 쓴다고요? 이상하네요. 솔직히 말해서는 미심쩍고요.”



 성종이 눈을 내리 뜨고는 제 커피잔을 의미 없이 쓸어내린다. 느릿하게 움직이는 성종의 손길을 짧게 쳐다본 성규는 다시 성종을 응시했다.



 “더 캐묻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제가 이상한 데 끼어든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어요.”



 그 생각이 맞다. 박수를 쳐주며 그게 맞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성규는 지금 이상한 짓을 하고 있다. 이상한 사이에 끼어들어 자기 또한 말려들고 있다. 성규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하물며 눈치가 빠른 성종은 어떠할까. 성규의 입매가 일그러진다.



 “아무튼 형 부탁에 움직이기는 할 거예요. 일단은 형이니까요.”



 언제부터 사촌 형 말에 잘도 따랐다고. 굳이 겉으로 표현하지 않은 성규는 침묵으로 대답했다. 성규와 성종 사이에서 짧은 적막이 가라앉는다. 성규는 성규 나름대로 생각에 빠졌고, 성종은 뭐 하나 건질 수 있을까 성규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서로가 엇갈린 침묵을 즐기고 있을 때, 그 침묵을 깨트리는 것은 다른 테이블 쪽이였다.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그건 너 또한 마찬가지잖아. 하루만에? 그 하루만에 사람이?”



 그 목소리에 순간 심장이 옥죄여온다. 낯설지 않다 못해 익숙한 목소리가 귓등을 때린다. 뭐야? 카페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행위에 미간을 좁히고 바라보는 성종과는 반대로 성규는 잔뜩 얼어버린 시선으로 소리가 난 테이블을 바라봤다. 그 곳에는ㅡ.



 “……하! 하긴 네 일이 아니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거지.”

 “아니, 우현아. 그게 아니라.”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할 것 같은 남자가 말을 듣기 싫다는 걸 확연히 보여준다. 손을 들어올린 남자는 상대방의 말을 묵살내고는 이내 몸을 일으켰다.



 “가본다.”

 “남우현!”



 상대가 짤막하게 남자의 이름을 외치지만 들리지 않는 것 마냥 남자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일어난 남자는 이내 몸을 돌려 흐트러짐 없이 걷기 시작했다. 아, 방금. 성규는 순간 숨을 들이켰다. 남자는 성규와 성종의 테이블을 빠른 속도로 지나쳤다. 순간이지만 너무나 익숙하고, 그리운 내음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성규는 속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방금, 방금. 성규는 천천히 손을 들어올려 제 심장에 갔다댔다.



 “저 선배, 원래 저렇게 쌀쌀 맞았나?”



 테이블에 남아 있던 남자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몸을 일으킨다. 그 모습을 보며 성종이 나즈막히 중얼거렸다. 계산을 마친 남자가 이름을 부르며 따라 나간다. 두 명의 모습이 이내 눈 앞에서 사라진다. 하릴 없이 그들을 향해 시선을 좇던 성종은 어깨를 으쓱이며 이내 성규를 바라봤다. 아까와는 다른 표정의 성규에 성종은 눈썹을 사악 올렸다.



 “형?”



 이봐요, 성규 형. 성종의 목소리가 짤막하게 울려퍼지다가 이내 흩어진다. 성규는 순간적으로 가쁜 숨을 토해냈다. 아, 대학교 근처 카페였지만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렇게, 이렇게. 성규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방금……, 눈이 마주쳤다. 모르는 사람한테 더 이상 보내는 짙은 눈길은 금방 사라졌지만 성규한테는 모르는 사람이 아니였다. 아주 짧은 시선이였지만 이 정도로ㅡ. 성규는 감았던 눈을 떴다.



 성종이 일그러진 얼굴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성종을 향해 성규는 피로해진 표정을 지었다. 손을 들어올려 제 머리를 쓸어올린 성규는 이내 한숨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천천히 일어나는 와중에도 성종의 시선이 끈질기게 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에 성규는 시선을 돌려 입술을 달싹였다. 쇼윈도우 넘어로 사람들은 보이지만 원하는 사람의 모습은 들어오지 않았다.



 “계산은 내가 할게.”

 “형.”



 금방 사라지는 구나. 조금 아쉬운 감정이 든다.



 “넌 그저 내가 부탁한 것만 해.”

 “성규 형.”



 피곤함이 잔뜩 묻어나오는 그 목소리에 성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부터 생각했는데, 정말. 어디 아파요?”



 계산을 하러 계산대에 가는 와중에도 졸졸 따라온 성종이 성규에게 연신 질문을 해 온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또 오세요.” 사무적으로 들려오는 그 마지막 말을 들으며 성규는 지갑을 주머니에 넣었다. “성규 형!”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밖으로 나오니 차가운 바람이 뺨을 때리고 지나간다. 성규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앞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형, 진짜 이상한 거 알아요?”



 성규의 팔을 잡은 성종이 거칠게 물어온다. 이상한 거 아냐고? 알고 있어.



 “어디 아프면 병원이라도 가던가. 회사에서 성열 형이 괴롭히면 똑같이 괴롭히던가.”



 툴툴거리는 사촌 동생은 자신이 조금 이상한 기미가 보이면 이렇게 걱정 해 온다. 귀여워 할 수 밖에 없는 동생이다. 그러니 주변 관계에 관심이 없는 성규가 이렇게 인연 하나를 이어오고 있는 것 같았다.



 “밥 좀 굶지 말고. 형, 알았죠?”

 “그래.”



 바로 대답한 성규지만 성종은 못내 미심쩍은 시선을 보낼 뿐이다. 솔직히 걱정스럽다. 옆구리에 끼고 있는 봉투를 들고 있는 팔에 힘이 들어간다. 형, 그거 알아요? 성종은 짤막하게 입을 달싹였다. 하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 무척 위태롭게 보이는 건, 착각일까요. 분명히 같은 장소, 같은 시내 안에 이렇게 서 있는데. 어째서 성규만 멀게 느껴지는지. 성규가 이렇게 이질적으로 다가오는지. 성종은 알 수가 없었다.








 몇 년째 살고 있는 자신의 집이였지만 이상하게도 환영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만큼 차갑고, 시리게 다가왔다. 제 집안을 새삼스레 둘러본 성규는 이내 입고 있던 겉옷을 벗고는 아무 곳에나 던져놓았다. 그나마 밖에 있을 때는 주변 소음으로 인해 시끄러웠는데. 집으로 돌아오니 세상이 다 침묵 해버린 것 같다. 그 정도로, 집안은 조용했다. 시끄러운 게 더 이상할 정도일텐데. 오늘은 왜 이리 민감하게 다가오는 것인지.



 들리는 것이라고는 일정하게 반복하는 숨소리 뿐이다. 그 들리는 숨소리마저도 기묘하게 다가온다. 모든 게. 모든 것이 왜 이렇게 자신과 멀게 느껴지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몸을 짓누르는 알 수 없는 기분에 그 자리에서 주르르 미끌어 내려앉은 성규는 차가운 거울에 등을 댄지도 모른 채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정말 침묵이 무겁게 다가오고 있었다.



 “하.”



 짧게 숨을 토해낸 성규가 이내 팔을 내렸다. 몸에 힘이 쭉 빠진다. 본의 아니게 제 집안을 멀거니 응시하게 되었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그저. 눈만 뜨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눈이 먼 자들이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눈을 뜨고 있는 것 마냥. 블라인드가 되어버린 자들과는 비교를 할 수가 없지만 지금 성규에게는 그 정도로 아무것도 다가오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와중에도 성규는 계속 생각했다.



 지금 이게 잘하는 짓일까. 서로간에 계약이 끝나버린 사람을 굳이 찾아내고 주시하려는 행동이, 잘하는 걸까. 정말, 이게, 맞아?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끝내 미궁으로 빠지고 깊은 수렁 안으로 밀려들어간다. 성규는 비죽이 웃고 말았다. 답은 금방이다. 고민 없이 답을 내릴 수 있는 질문이다. 넌 지금 틀린 짓을 하고 있다고. 금방이라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할 수 없는 것은ㅡ.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떠오르는 그 남자 때문이겠지. 행복해 하는, 웃고 있는, 슬퍼하는, 분노하는, 눈물을 흘리는. 여러가지 감정들을 내 보이는 그 모습들이 자꾸 성규를 멈칫거리게 만든다. 사실 눈물을 흘리는 모습 같은 건 꿈에서도 아니면 현실에서도 본 적이 없다. 하지만ㅡ,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금방이라도 일그러질 것 같은 그 눈동자 때문이지 않을까. 오늘 카페에서도 봤을 때도 그러했다.



 남자는 울고 있었다. 울고 있어서, 주변에 하는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것은 답답함에 표출해내는 분노 뿐. 그 분노에는 슬픔마저 응어리지고 있었다. 그걸 성규는 알고 말았다. 자연스럽게. 너무나 익숙하게. 성규는 남자의 표정을 보는 순간, ‘아.’하고 눈치 채고 말았다. 지금 남자는 울고 있어. 지금 남자는 슬퍼하고 있어. 이런 생각들이 빠르게 스쳐지나 가고 만다. 아아.



 “멍청하기는.”



 성규는 손을 들어올려 제 두 눈을 가렸다. 망막이 어두워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자 성규는 비소를 흘렸다. 꿈을 팔면서, 사람들의 기억을 지워오는 짓을 하는 것도 몇 년이 되었다. 근데, 이런 감정 하나 다스리지 못하고 이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게 다가온다. 이 일을 하면서 이렇게 지독한 감정을 받은 것 또한 처음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자신을 다룰 수 없다니. 한심하다, 한심해.



 여승우의 감정이 그만큼 커서 그럴까. 이렇게 자신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게 우습다. 그치만 마냥 우스울 수 없는 게, 자신은 그 감정에 처절하게 이용 당하고 있으니까. 아주, 제대로. 밝은 명암이 드리워지자 성규는 감았던 눈을 떴다. 베란다 너머로 보이는 건 노을 지는 하늘이였다. 여러가지 색깔이 어우러지는 그 노을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던 성규는 이내 고개를 돌렸다. 등에서만 느껴지던 유리의 차가움이 이제는 사라진다.



 대신 그 유리를 마주보고 말았다. 성열이 냅둔 전신 거울은 요새 유용하게 쓰여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을 통해 보이는 것은 흑백의 자신이였다. 빛 같은 건 들어오지 않는 자신이 비춰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성규는 팔을 들어올렸다. 거울 또한 성규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손 끝에 차가운 표면이 닿는다고 생각이 들자 성규는 눈을 감았다. 모든 게 흐릿해진다.








 정신이 또렷해질 때는 성규는 자신이 꿈 속으로 들어왔음을 바로 눈치챘다. 또 꿈의 시작이구나. 기억의 편린. 성규는 손을 들어 올려 제 뺨을 매만졌다. 내 능력인데. 능력이 이제는 주인의 말을 듣지도 않는다. 수면으로 인도하고 꿈을 보여준다. 꿈 속에서도 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바보가 되어버렸다. 성열이 알았더라면 엄청 비웃겠지. 훤히 보이는 성열의 비아냥거리는 그 표정에 피식 웃고 만다. 그러다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손을 들었다? 지금 자신 스스로가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뭐지. 눕썹을 사악 올린 성규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방금 제 뜻대로 몸이 움직였다. 왠일로? 성규는 급히 몸을 돌렸다. 정말 움직이고 있다. 자신의 의지를 따라. 이게 너무 오랜만이라 멍하니 있던 성규는 퍼뜩 정신을 차리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기억의 편린은 언제나 익숙한 배경에서부터 시작한다. 지금은. 익숙한 배경이 아니였다. 알 수 없는 푸른 들판이 길게 뻗어져 있었다. 촉촉함을 담아내는 들판은 선선한 바람에 몸을 맡긴 상태였다. 목을 들어올리면 푸르다 못해 맑은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는 대체? 지금 이건 편린 따위가 아니다. 남의 공간이였다. 왜 마음대로 남의 공간에 들어오게 된거지?



 어째서? 기절하다시피 들어왔던 자신을 떠올리며 성규는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녹음 가득한 색으로 빛을 내오던 들판 가운데에는 커다란 나무가 뻗어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나무를 응시하던 성규는 이내 걸음을 옮겼다. 그저 들판만 있는 가운데 저렇게 높게 뻗은 나무라니. 당연히 그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느렸던 걸음이 점점 빨라진다는 생각이 들었을 즈음에는 성규의 눈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가 있었다.



 목뒤가 뻐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을 훑어보던 성규는 이내 시선을 달리했다. 몸통은 어떤 나무들과 달리 두껍고 색깔이 짙었다. 굳건함. 이 나무를 보는 순간 드는 단어였다. 지금 자신과는 정반대라는 생각이 들며 성규는 조심스레 나무에 손을 올렸다. 사아악,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나뭇잎이 소리를 낸다. 여유롭게 불어오던 바람은 성규의 눈을 잠시 가릴 정도로 세게 불어왔다.



 “아.”



 잠깐 감았던 눈을 떴을 때는 배경이 바뀌어 있었다. 그저 잔디로만 가득했던 들판은 화려한 꽃으로 가득했다. 마치 꽃 농장에라도 온 기분이였다. 주변에 무심한 성격의 성규도 감탄을 할 정도로, 계절 구분 없이 피어난 꽃들은 아름다웠다. 나무에 서서 그런 꽃들을 내려다보던 성규는 미묘함을 느끼고 말았다. 꽃의 종류는 여러가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구분 없이 피어난 꽃들 치고는 미묘하게 많은 꽃이 있다.



 성규는 이내 걸음을 옮겼다. 금방 꽃들 사이로 움직이게 된다. 다른 꽃들도 많지만 유독 더 많은 꽃. 그래서 하나의 색깔들로 보여주는 꽃. 성규는 이내 몸을 숙였다. 그 꽃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던 성규는 손을 뻗었다. 강해 보이던 꽃은 성규의 손에 의해 금방 꺾였다. 마치 의지를 꺾어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싸늘하게 다가온다는 생각이 든 성규는 이내 꽃을 응시했다. 그리고 아까처럼 정신이 흐릿해졌다.







 번뜩. 거울에 머리를 박고 있던 성규가 눈을 떴다.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왔다. 그것을 눈치 챈 성규는 아까와는 다른 몸짓으로 몸을 일으켰다. 집에 들어왔을 때 느껴졌던 막연함, 무거운 느낌과는 확연히 달랐다. 별로 만지지 않는 컴퓨터 앞에 앉아 대충 먼지를 손으로 털어내던 성규는 우웅 소리를 내며 구동하기 시작하는 컴퓨터를 초조하게 응시했다. 검던 화면은 금새 빛을 발하고, 깔끔하다 못해 별로 있지도 않은 배경화면이 떴을 때는 성규는 망설임 없이 마우스를 움직였다. 


 인터넷창이 켜지고 해당 홈페이지의 검색창을 누른다. 조용한 집안에서는 컴퓨터가 돌아가는 소리와 마우스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게 눈을 굴리던 성규는 배고픔 따위도 잊을 정도였다. 자음 순서대로 하나도 놓지 않고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났을 때는 붉은 노을도 사라지고 어둠이 내려왔을 때 였다.



 너무 집중한 나머지 눈이 아려올 때는 잠시 눈두덩이를 꾹꾹 눌렀다. 그렇게 화려한 색감들로 가득한 이미지들을 보고 있던 성규는 꿈 속에서 보았던 꽃을 잊을 새라 계속 상기해냈다. 그리고, 똑같은 꽃을 발견했을 때는 너무 기쁜 나머지 작은 감탄마저도 내뱉고 말았다. 꿈에서 본 것과 일치하는 이미지를 보며 성규는 천천히 글을 읽기 시작했다. 난초과 꽃으로 이름은 밀토니아. 이런 걸 원하는 게 아니였다. 성규는 다음 글을 읽었다. 



 이런 걸 찾는 자신이 무슨 소녀 감성 넘치는 학생 같았다. 꽃 같은 거 검색할 일은 절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성규는 이내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의 시선이 멈춘 곳에는 꽃말이라는 단어였다. 그 단어를 한참동안 바라보던 성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꿈의 공간. 주인이 누군지 어렴풋이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묘하게 씁쓸하게 다가오고 안타깝게 다가온다. 그렇게 성규의 시선은 한참동안 꽃말에 멈춰 있었다.



 「사랑은 없다.」 



 그게 네 대답이구나.



[인피니트/현성] 꿈을 파는 남자 06화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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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귱이에요 오랜만에 신알신이 와서 왔는데, 왜 3화 이후로 내용들을 다 처음 보는걸까요... 신알신이 안왔던건가... 신알신이 왔는데도 넘겼을 리는 없는데 말이죠ㅠㅠ? 여튼 한번에 다 읽었어요! 기억을 가지고 있는 성규와 성규를 처음 보는 우현이가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되네요 잘 읽었어요!
11년 전
앙체
안녕하세요, 귱님! 늦어서 죄송합니당.... ._.)
11년 전
독자2
새싹이예요! 기다리고있었어요!!성규가 우현이에게 끌리나봐요. 산 꿈때문에만 아닌거같은데...성종이에게뒷조사도 시키고 점점 사이가 더가까워지고있는거같아요! 다음편도어서보고파요
11년 전
앙체
많이 많이 끌리나봐요ㅠㅠㅠㅠㅠㅠ 늦어서 죄송합니다아..
11년 전
독자3
몽림이에요! 와 되게 오랜만이에요!! 성규가 이번에 꾼 꿈은 단지 사랑이 없다는 의미인가요ㅠ? 뭔가 한번에 확 막아버리는 느낌이에요ㅠㅠㅠ 성규야 우현이 포기하지마렴ㅠㅠ 근데 꿈을 제출해버리면 성규도 그 꿈에 대한 기억이 아예 사라지는 건가요?
11년 전
앙체
넹, 꿈을 제출해버리면 성규도 그 꿈에 대해 잊게 됩니다!!!
11년 전
독자4
헐그대 오랜만이에요 ㅠㅠ헐헐진심 그대빨리와요뒷내용이너무궁금하잖아요 ㅠㅠ
11년 전
앙체
헐 정말 죄송해요 그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더 늦었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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