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거 봐봐!"
화목하기만한 예쁜 집에서, 행복하게 자라난듯한 아이가 예쁘게 웃으며 달려온다. 쫄래쫄래, 넘어질듯 불안한 모습에 집안을 정리하던 아이의 어머니가 어어, 덩달아 불안해하며 바라보자 용케 넘어지지 않고 끝까지 다가온다. 그래, 뭔데 그러니? 상냥한 목소리로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자 아이가 나 이거 피울 수 있어! 하며 자랑스레 외친다. 시들시들, 거의 죽어가는 화분이라 밖에 버려뒀던 것 같은데. 그새 주워왔는지 고 희고 자그마한 손으로 화분을 들고 해맑게 웃는다. 이 귀여운 아이가 또 무슨 장난을 칠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한번 해보라고 부추기니, 아이가 방실방실 웃으며 꽃에 입김을 불어넣는다.
훅-. 작은 숨결을 떨어트려주면, 죽어가던 꽃은 아이처럼 예쁘게 웃으며 언제 그랬냐는듯 일어선다. 만지면 바스라질것같던 시든 꽃잎에 반짝반짝 생기가 돈다. 예쁘지. 엄마! 신기하지이! 의기양양, 순수하게 웃는 아이를 앞에 두고 그의 어미가 점차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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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이상하다고!
아까부터 애한테 무슨 소리야 그게!
귀신들린거 아냐? 미쳤어. 죽은 꽃을 피워냈어. 이게 말이 돼?
…엄마는 내가 피운 꽃이 싫은가봐. 방문 너머로 들려오는 부부의 말다툼에 아이가 귀를 막았다. 그렇게 부드럽고 따뜻했던 엄마가 사라지고, 악마가 엄마를 잡아먹은것 같았다. 여태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날카로운 고함소리. 꼭 끌어안은 무릎에 얼굴을 묻자 방금 전 피워냈던 꽃이 그 전처럼 축 고개를 떨어트리며 시들어버린다. 너 때문이야. 죽어버려. 아이가 저주를 내리면, 꽃이 새까맣게 잿더미가 되어 부서져내린다. 미워…. 난 좋아해줄줄 알았어요. 그렁그렁, 아이의 예쁜 눈망울에 유리구슬같은 눈물방울이 고인다.
그동안 옮겨다니는 어린이집마다 그렇게 헛소리를 하는 이유가 있었어…. 저래가지고. 어휴, 갖다버리던가 해야지. 저 요물.
…엄마는 내가 싫은가봐……. 아이의 눈물처럼 화분이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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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나날이 늘어가는 부부싸움에 어린 아이가 좋은 영향을 받을리 만무했다. 그래도 아빠는 내 편을 들어주는것 같아서. 뭔가 좋은 일이라도 보답해야 착한 아이라고 했으니까. 난 그냥 아빠 넥타이에 흉이 졌길래, 그래서 원래대로 만들어준것 뿐인데. 엄마가 떨어트려 깨진 거울을 다시 붙여주면, 엄마가 날 좋아해줄까 싶어서….온 집안에 아이의 시커먼 기운이 가득했다. 목이 베일듯한. 아이의 부모가 저를 두고 버리네 마네 점차 언성을 높이면, 기운도 더욱 서늘해져간다. 웅크리고 자신을 감싸안은 아이의 주변이 얼음덩어리로 뭉개져 깨져갔다. 엄마, 날 미워하는 엄마.
"……세상에. 저거 봐. 당, 당신 저게 사람이 할 수 있는거라고 생각해?"
…나도 엄마 미워. 괴물을 보는 눈빛으로 아이를 쳐다보는 여자의 눈길에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모성애라곤 남아있을까. 제 배아파 낳은 자식임에도, 그를 쳐다보는 눈빛에 경멸조차 서려있는 차가운 눈길. 아이의 주변에 파리하게 맺혀있던 얼음조각이 그녀의 팔로 뻗어갔다.
나도 엄마 미워! 짐승의 눈처럼, 인간의 것이 아닌것처럼, 보랏빛을 띈 눈동자의 아이가 저주를 내리면…….
그녀의 팔이 상온에 놓인 얼음마냥, 주체없이, 녹아내린다.
피를 흘릴새도 없이, 아파할 새도 없이. 증발하듯 사라져버린 팔.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에 찢어지는 고주파의 비명이 섞여들었다.
본격 막장 초능력자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