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이제 슬슬 일어날까요?"
"........"
"...남순씨?"
"....?아,네..네!"
남순씨???남순???씨??? 남순은 없어져버릴것같은 손을 뒤로 감추고 꾹꾹 지압했다.
사실 아직도 이상황이 적응되지 않아서 잠깐 멍때리고있었더니 자신도 모르게 진짜 목소리가 나와버렸는데...다행히도 평소 남순의 목소리가 중성적이라
눈치를 채지못하는 듯 싶었다.
그것보다 누가 소개팅에 그것도 남자가,남자대 남자로,여장을 하고 나올거라 생각을 하겠는가.
무엇보다 큰 이유는 남순이 진짜 꽃다운 여자같다는 점이였지만,그런사실을 남순은 죽었다 깨어나도 알수없었다.
그나저나 꽤나 비싼 레스토랑 같은데,더치페이같은거 해야하는게 아닐까?
남순이 문득 드는생각에 지갑을 꺼내야 하나 고민했지만,고민이 끝나있을무렵 흥수는 이미 계산을 마친후였다.
아까 언뜻본 영수증에 밥값치곤 어마어마한 액수가 나온것같던데....끄응,여자가 이래서 꼭 좋은것만은 아니다.
'눈치보여..'
그러나 흥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웃음꽃을 피우며 남순의 손을 꽉 붙들었다.
"...........!!!!!"
"영화표 미리 예매해놨어요,혹시 영화 안좋아합니까..?"
급격히 굳어진 남순의 표정에 흥수가 걱정스러운듯 조심스레 물어왔지만,남순은 갑작스럽게 잡힌 손때문에 당황해서 어버버,말을 잇지못하였다.
지...지금 그쪽이 내손잡은거 때문에 신경쓰여서 손에 땀찰것 같거든요?????
속으로만 외친 진심이 남순의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이내 겨우 정신을 추스린 남순이 흥수의 눈치를 살살 살피니,흥수는 영화를 싫어하는걸로 생각했는지 곤란한 표정을짓고있었다.
그모습에 남순이 흥수의 손에서 자연스럽게 손을 빼내어 두손을 과장되게 휘휘 저으며 말했다.
"아,아뇨 영화 좋아해요!!그냥..잠시 멍때려서.."
"아,다행이네요. 안좋아하는줄알고 걱정했는데."
단순한걸까 멍청한걸까 이남자는...남순의 한마디에 죽으라면 죽을수있을것같았다. 아,아님말고.
"그럼가죠!"
"앗..헉..!"
자연스럽게 손잡는 걸 빼낸 자신이 뿌듯해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있던 남순을 흥수가 비웃기라도 하듯이 다시손을 맞잡아왔다.
아!!!..미치겠다 정말!!
..정말 이래도 되는걸까?
끄응,남순은 뭐가마려운 강아지처럼 힐끗힐끗 흥수의 눈치를 봤다.
제 누나인 고남서가 흥수는 돈이펑펑넘쳐난다고 걱정말고 뽕(?)을 뽑고 오랬지만,그 뽕(??)이라는것을 남순은 여우처럼 자연스레 뽑을수가없었다.
거기다 그려러고 해도 이미 흥수 본인이 자처해서 돈지랄하듯이 남순이 계산하기전에 모두 계산을 마쳐놓은상태였으니,솔직히 나중에는 돈을 꺼낼 생각도 못했다.
그런생각에 영화에도 팝콘에도 콜라에도 전혀 집중하지 못한 남순은 달달한 멜로영화를 심각한 얼굴로 바라보고있었다.
그러나 흥수는 영화든 뭐든 심각한표정으로 무슨생각을 하는지 알수없는 남순이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을하고 바라본다.
아까부터 또 보라는영화는 안보고 자신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눈길이 부담스러워 고개를 영화에만 집중하고 있던 남순은 속으로 '정말 내가그렇게 예쁜가?"
하고 생각했다 이건 아닌것 같다는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남순은 정말 알지못할것이다. 흥수와 영화관을 가는도중에 남자건 여자건 뒤돌아서서 한번씩 자신을 쳐다본것을.
그리고 그 사람들을 경계하며 남순의 손을 잡은채 걸음을 빨리한 흥수조차도.
사실 남순의 눈이 아닌 제3자인 흥수의 눈으로든 다른사람으로의 눈으로든 남순은 영락없는 여자였다.
붉은 빛이 도는 긴 갈색 생머리에,아이라인을 살짝 그린 예쁜눈에 매력적인 눈물점,거기다 앵두같은 도톰한 입술,남순은 자신만 알지 못했을뿐이지 굉장히 미인이였다.
아,물론 여장을 한 남자의몸이였지만 말이다.
그런사실을 죽었다깨어나도 모를 남순은 흥수의시선을 피해 영화로 관심을 돌리다보니 어느새 자신도모르게 영화에 푹 빠져있었다.
왠지 소개팅나온게 괜찮은거 같기도 하고,이렇게 재밌는영화도 보고...또...그리고...
"정말 재밌었어요..!"
"..................."
".......?흥수...씨?"
진심으로 재밌어 활짝 웃어보인 남순은,아무대답도 없는 흥수를 의아해하며 그 손발이 없어질듯한 호칭을 쓰며 겨우 흥수를 불렀다.
그러자 흥수가 정신을 차린듯 하..하하 네?재밌었죠? 하고 답해왔다.
재밌었긴,영화끝날때까지 내 얼굴만 쳐다보고있었으면서. 아마 흥수에게 무슨 내용이였냐고 물으면 절대로 대답하지못할거라 생각하고 웃어보였다.
그모습에 흥수의 머릿속에선 천사들이 종을 뎅~뎅 치는 소리가 들려오는듯 했지만,남순은 어라?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문득 드는생각.
'...헐...나 방금 이남자가 괜찮다고 생각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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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가 있는 브금을 넣어봤는데 글에 집중이 안되시면 꺼주세요!
밑엔 암호닉 신청해주신 고마운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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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장갑 초파 비랑 Roseto 뿌꾸뿌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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