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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재x이민혁]Snow White

1

 

 

w.올래

 

 

 

 

-

 

이민혁은 하얬다

가느다랗고 긴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치는 그도,

꿈에서 내 밑에 깔려 달뜬 신음을 내뱉을 때의 그도,

이상한 느낌에 일어나 브리프가 축축해진 걸 느끼고 한숨을 쉬며 세탁실로 직행할 때 떠오르는 그도,

모두 하얀색이었다.

-

내가 그를 처음 본 것은 올해 봄, 수능이 이백일 가량 남은 고삼으로서의 첫 날이었다.

원래 인생에 관하여 그 어떤 욕심도, 의지도 없었던 터라 남들은 이제 수험생이다, 하며 책이라도 잡았을 때,

나는 남의 일인 것 마냥 하루종일 책상에 퍼질러 자는 것으로 새학기의 시작을 알렸다.

"안녕하세요, 음악을 맡게 된 이민혁이라고 합니다."

그는 올해 첫 정식 교사로 부임해 온 것이었으며, 나이는 스물 다섯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삼 학년이나 돼서 무슨 예체능 수업이람. 물론 어느 수업을 하던간에 나는 듣지 않을 것이었기 때문에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나는 그저 잠에서 깨 음악실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 짜증나, 한껏 인상을 찌푸리고 책을 쌓은 다음 엎드렸다.

그의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지만, 나는 그것에 귀를 기울일 틈도 없이 잠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오늘은 수업 여기까지. 임시반장, 인사할까?"

종이 치고 나는 교실로 돌아가기 위해 잠에서 깨어 고개를 들었다. 그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잘 잤어?많이 피곤했나 보네. 다음 수업시간에는 이렇게 자면 안된다?"

그가 나를 보고 말했다. 웃음이 섞인 목소리였다. 그리고 가슴팍에 달린 내 명찰을 보고,

"성재야"

 

그것이 그와 나의 첫 만남이었다.

그 날 이후로도 나의 생활은 똑같았다.

밤 늦게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고 아침에 밍기적 밍기적 일어나 등교해

학교 일과 내내 책상에 엎어져 자는 일.

음악 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일주일에 한 시간뿐이었지만.

이민혁은 첫 날에 했던 말과 다르게 나를 깨우지도, 혼내지도 않았다.

그렇게 이 주가 흘러갔다.

 

"너 이 새끼, 다음번에도 수업 빼먹다가 걸리면, 부모님 호출이야, 알았어?"

여기는 교무실. 주위 선생님들의 시선이 나 나에게로 몰려 있었다. 이민혁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날 따라 일찍 자서 그런지 별로 자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수업을 듣기는 더더욱 싫었다. 그래서 옥상에 올라가서 멍하게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데,

하필 그 날 따라 교내 양아치 무리들이 땡땡이를 치고 옥상에서 담배를 피는 걸 학주가 운동장에서 목격해, 덩달아 나도 걸린 것이었다.

수업시간에 잠만 퍼질러 잘 뿐이었지, 학교에서 말썽을 부린 적은 없었던 나라 나는 징계를 받지 않았지만, 수업을 빼 먹다가 걸린 적은 1, 2학년 시절에도 차고 넘쳐나서

생활지도부 선생님은 다음 번에 걸리면 부모님을 부르겠다고 엄포를 놓고

교실로 돌아가라고 했다. 다른 선생님들도 시선을 거두고 자기 업무를 보는 데 집중했다.

그 때 ,

나를 보고 있었는지 이민혁과 눈이 마주쳤다

' 왜 그랬어.' 그가 입모양으로 말했다.

'성재야' 그가 시선을 명찰로 돌리며 말했다. 이 주가 지났는데, 여전히 내 이름은 외우지 못한 듯 했다.

 

여기라면 안 걸리겠지.

8,9 교시 보충 수업이었다. 이 날도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저번에 옥상에서 수업을 째다가 걸린 전적이 있는 나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퇴근한 시간이라,

음악실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씨 같은 사탕년이 없는데?뭐지?"

벌써 네 번째 게임오버였다. 나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헝클이며 게임을 종료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땐,

"...어?"

"너....."

이민혁이 서 있었다.

 

" 너가 웬 일이야? 지금 수업중 아니니?"

이민혁이 그 특유의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네...그러니까요"

머리 속이 하얘졌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음 번에도 걸리면 부모님 호출이랬는데....

아무리 이민혁이 수업을 한 지 한 달이 넘었어도 내 이름조차 못 외우는 무심한 교사라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무심했다. 근데 나중에 보니 나 빼고는 아이들의 이름을 거의 다 외우고 있었고, 나보다 걔네랑 더 친해져 있던 상태였단다.)

그래도 저번에 교무실에서 본 것도 있고, 못 본 체 하며 넘어가진 않을 것 같은데...

나는 내 인생을 비롯한 모든 것에 무심했다. 허나 부모님에 관한 것이라면 예외였다.

지금 사업차 해외로 건너가신 부모님 때문에 나는 사촌형인 임현식과 둘이 살고 있었다.

부모님은 해외로 떠나시기 전에 저 철없는 새끼를 잘 부탁한다고, 만약에 사고를 치거나 하는 일이 있으면

그 때는 개 패듯이 패서라도 혼내라고 하셨다.(심지어 나와 중학교 때 부터 끈적한 스킨십을 하고 자란 사랑의 매도 손에 쥐어주었다)

그 이후로 친절한 눈웃음과 어딘가 헐랭해 보이는 현식이 형이 달라보였다. 설마 때리겠어? 하는 예상도 빗나갔다.

분명히 이번에 부모님 호출이 뜨면, 임현식이 올 게 분명했다.

그러면 나는.....벌써부터 나를 반길 사랑의 매가 눈에 아른거렸다. 안 돼.

"서...선생님!"

"으...응?" 이민혁이 갑작스런 부름에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에라 모르겠다.

저...

"음악 과외해주세요!"

 

"............"

"............"

음악실 안은 말 그대로 정적이었다. 이민혁은 적잖이 놀란 듯 큰 눈을 껌뻑거렸다. 그럴 만도 했다.

수업 시간에 정수리 외에는 본 적이 없던 학생이 뜬금없이 찾아와서 과외를 해 달라니. 그것도 수업 시간에.

"제..제가요..사실 가수가 꿈인데요,지..집안에서 반대를 해서 그동안 교육을 못 받았거든요."

나도 모르게 횡설수설 말이 튀어 나왔다. 아 저 주워 담을 수 없는 것들.

"그래서 제가 대학으로 실용음악과에 붙으면 아버지가 인정을 해 주신대요." 헛소리였다. 아버지는 내가 대학만 간다고 해도 두 팔 벌리고 환영하실 것이었다.

"근데, 제가 기초도 안 돼 있고, 학원도 다녀본 적 없으니까..." 그럼 지금까지 음악수업은 왜 안 들은 건데? 그가 말했다.

머리를 숙였다. 내가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게 쪽팔려 당장 어디로 숨고 싶었다.

스윽-

내 머리 위로 나보다 작지만 따뜻한 손이 얹어졌다.

"이유는 묻지 않을게. 그냥 음악을 못 하는 데서 오는 치기어린 반항이라고 생각하지 뭐. 나도 예전에는 그랬으니까.하하하. 그럼 이제 앞으로는 음악 수업도 잘 들을 거지?안 그러면 선생님이 과외 안 해줄거야!"

어리둥절했다. 헐 나 부모님 호출 안 받는거야?

"그...그러면 해 주시는 거에요?"

"그래, 뭐 나도 아직 누구를 가르치거나 한 경험은 많지 않지만, 선생님이 손 닿는 데까지는 도와줄게."

한 시름 놓은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감사합니다 선생님!진짜 열심히 할게요!" 뒷감당이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 상황을 면했다는 것에서 온 안도감에 잊어버렸다.

그리고 이민혁이 웃었다. 눈꼬리가 접히며 보기 좋은 호선을 그려내고 다람쥐같은 입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말했다. "그래.성재야."

명찰이 아닌 내 얼굴을 보며.

"아........." 

이상했다. 어딘가 간지러운데, 그것이 어디인지 모르겠다.

이민혁의 웃는 얼굴에눈 앞이 하얘지는 느낌이었다.

 

 

 

 

-작가의 말-

네 부끄럽지만 제 처녀작입니다. 하하하

원래 팬픽을 쓰는 것 보다 보는 걸 좋아하고, 망상은 많이 하는 데 그걸 팬픽으로 올리기엔 귀찮음이 너무 많은 올래였는데,

육민 팬픽을 찾아도 찾아도 나오는 게 없어서 결국 제가 쓰기로 결심.

쓰고 나니 급 후회가 밀려들어오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나 같은 건 보기만 했어야 했어.

비판하셔도 할 말이 없네요....ㅠㅠ 망글똥글 죄송해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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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ㅠㅠㅜ육민재밌어요ㅠㅠㅠㅜsz금손자까님ㅠㅠ암호닉 받으시나요
11년 전
올래
아 네 받아용!!암호닉이 뭔지 몰라서 찾고 다녔다는...ㅠㅠ
11년 전
독자4
암호닉 연시로할게요!!
11년 전
독자2
암호닉 플룻으로걸께여ㅜㅜㅜ작가님 사랑해영ㅠㅠㅜ육민 달달하다ㅜㅜ
11년 전
올래
넹 기억하겠슴다!!!가...감사해요 ㅋㅋㅋ
11년 전
독자3
찾았다 육민!! 처음보는 육민 팬픽인데 잘 써주세여...ㅋㅋㅋㅋ 문과라서 그런지 필력이 좋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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