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예요,형?"
날 바라보는 그 차가운 눈빛을 보는 순간, '내가 너를 이렇게 만들었나'라는 생각이 잠깐 스쳐지나갔지만 나란 놈은 너한테만은 마음이 약해지면 안됐기에 다시금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Dear My Wife
w. 김밥줘요
03
"그러게,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어?"
사실은 살아가다보면 너와 만나는 날도 있겠지 하며 너와의 만남을 조금은 기다렸던 나였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든,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너와 만나든, 어떻게든 너와 한번쯤은 만날 수 있겠지 하면서 널 조금은 기다렸었다. 그때 쯤 되면 우리도 학창시절 때 서로를 끔찍히도 사랑했던 그 모든 것들을 단지 즐거웠던 추억으로 치부하며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너나 나나 웃을 수 없다. 게다가 상황까지 좋지 않다.
"잘 지냈죠. 여자도 만나고, 이렇게 결혼도 하고."
한껏 비웃으며 말하는 너는 여전했다. 그때 내게서 받았던 상처가 아직 다 아물지 않아보였다.‥그래서 이런 끔찍한 상황을 만든거야,너?
"난 이게 우연이었으면 좋겠다,윤석영."
"우연이 아니면 뭔데?내가 일부러 지민누나한테 접근이라도 했을까봐?"
"그게 아니길 빈다고."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대로인,너무나도 태연하고 덤덤한 재석의 모습을 보고 석영은 또 다시 울화가 치밀었다. 3년동안이나 폐인처럼 지내던 자신과는 다르게 여자와 다정하게 손잡고 하하호호 웃으면서 걸어가는 재석을 보고 결심했었다. 다시는 재석때문에 슬퍼하지 않을거라고, 그리고…재석의 행복을 깰거라고.
"유치한 짓은 안했잖아,너."
그러나 오재석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예전부터 그래왔다, 항상 내 위에서 날 가지고 놀길 좋아했던 그는.
"…후우- 이왕 이렇게 된거, 되도록이면 조용히 살았으면 좋겠어."
"조용히 산다는게 뭔데? 아아-내가 누나한테 우리 사이 다 까발릴까봐 겁나는거야?응?"
"…"
"그런거라면 걱정 안해도 돼. 나, 누나 진심으로 사랑해서 결혼한거니까.형도 알다시피 내가 복수라는걸 할만큼 유치한 놈은 아니라서."
'‥다행이네.' , 작게 말한 뒤 그는 힘없이 방으로 들어갔다.‥씨발.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재석의 등을 또 봐버리고 말았다.
"나 왔어~재석이는?"
어느새 지민은 맥주캔과 여러가지 안주거리들이 가득한 검은 봉지를 흔들면서 집으로 돌아왔고, 그런 지민을 석영은 웃으며 반겼다.
"피곤하다면서 방에 들어갔어요."
"짐 옮기기 싫어서 꾀부리긴. 흥!됐어, 우리 둘이서 얼른 옮기고 맥주 마시자!"
"좋아요-"
*
"으음.."
잠깐 눈만 붙인다는게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아니, 시계를 보니까 밤이다. 밤 11시.
재석은 아직도 비몽사몽한 얼굴로 방문고리를 돌렸다. 문을 열자마자 알딸딸한 맥주 냄새가 훅 풍겨왔다.
"으응..흣.."
‥그리고 재석의 귓가엔 누군가의 간드러진 신음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지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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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텀은..예...뭐라 할말이 없습니다.........ㅁ7ㅁ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