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상황
-이 팬픽은 영화 '타워'를 모티브로 작성되었습니다.
"김종인! 여의도 소방서에 배정을 명받았습니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서장의 앞에서 이와 같이 외친 종인은 빳빳한 제복 차림이었다. 아마도 어제 밤을 세워 꼿꼿이 다렸으리라. 여의도 소방서의 서장인 찬열은 골때린다는 표정으로 한 편으론 저의 신입 때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절로 웃음이 났다.
"쉬어, 김종인. 야, 도경수, 신입 데려가서 이것저것 알려줘라."
경수는 종인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신입, 가자라며 숙소로 이끌었지만 소방학교에선 대기 시엔 항상 경계태세로 있어야 한다며 어깨에 힘을 준 채 버텼다. 소방관 3년차의 경수로써는 어이가 없을 수 밖엔 없었다. 어느 정도 짬밥 먹으면 다 눈치보며 쉬어가는걸, 뭐.
"경계태세고 나발이고 빨리 따라와, 이 새끼야."
경수가 종인의 귀를 잡아 당기자 아아, 아파요! 라며 승질을 있는 대로 바락바락내자 경수가 얼른 안 오냐는 듯 눈을 크게 뜨며 겁을 줬다. 종착점은 2층침대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숙소였다. 귀가 빨개진 채로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는 종인을 잡아 빈 캐비넷 앞에 이끌어놨다. 뭘 하라는 것인지 어리둥절 해있는 종인에게 세면도구가 담긴 비닐봉지를 건네주었다.
"뭐 해, 안 씻고."
"네?"
"씻으라고,"
"아니, 무슨.."
"목욕재계하고, 깨끗이 몸과 마음을 한 다음에 경건한 마음으로 소방복을 받는거다."
묘한 논리에 이건 아니다... 싶으면서도 사회생활은 선배, 상사 말을 듣지 않으면 개망이라는 걸 알고 있는 종인은 급히 옷가지를 챙겨 욕실로 따라갔다. 샤워를 하려는데 다음부턴 다 같이 해야 한다며 끝까지 안 나가고 버티는 경수와 나가라고 하는 종인은 결국 경수가 뒤를 돌아서 종인 쪽을 안 보는 걸로 타협했다. 그리고 경수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설교, 소방학교에서의 이사장님 설교를 벗어나니 직속선배의 설교라니.
"그래서 쉴 땐 쉬고, 일 할땐 일하는 거다."
대충 아, 예라며 얼버무리고 샴푸를 쭉 짜서 머리에 마구마구 문댔다. 얼른 샤워를 하면 끝날까 싶어서. 금새 거품이 뭉게뭉게 올라왔다. 막 헹구려는 찰나, 시끄러운 출동 경보음이 울렸다. 경수는 황급히 윗옷을 껴입고 물을 틀려고 하다 우물쭈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김종인에게 얼른 오라고 출동해야 한다고 서둘렀다. 그리고 소방차를 향해 달리는 경수를 보다가 옆의 조그만 바가지로 간신히 중요한 부분을 가린 채 먼저 가 버린 직속선배-왠지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경수를 따라 뛰어갔다. 샴푸거품이 흘러내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뛰다보니 앞의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 부딪혔던거다.
"총각! 거 옷을 안 입고 뭐 하는거야, 남사스럽게!"
온 몸이 화끈화끈거렸지만 바가지를 놓치지 않은 채 엉덩이골을 겨우겨우 한 팔로 가리고 소방차로 쫓아가니 여러가지 다과가 놓인 큰 테이블과 함께 서장님을 포함한 많은 대원들이 서 있었다. 박수를 치며 생일 축하 노래를 개사해서 입서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데 딱 드는 생각이, 낚였구나. 경수가 이제 곧 자신의 것이 될 소방모를 종인의 머리에 푹 씌워주었다, 그리고 축하해, 짜식아라며 볼을 꼬집었다. 개 중에는 차렷! 열중 쉬어! 하며 바가지를 벗겨보려는 짖궃은 선배도 있었다. 그래도 종인은 기뻤다. 그토록 꿈꾸던 소방관이 되었다는 생각에, 그리고 일어날 일은 꿈도 꾸지 못 한채.
시간은 흘러흘러 우리나라 거의 모든 사람이 기다리는 일 년에 한 번밖에 오지 않는 크리스마스의 전 날, 이브였다. 경수는 하필 크리스마스 날 비번이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입서해 매우 친하게 지내는 백현과 함께. 사내 자식들끼리 칙칙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겠구나…. 어느 샌가 비번이 적힌 달력 옆으로 다가온 백현도 한숨을 내쉬었다. 매일 보는 사내놈들끼리 이렇게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아니 적어도 가족과 보내지 못 한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백현은 즉시 핸드폰을 꺼내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하시느라 바쁘신지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올 겨울은 잘 지내셔야 할 텐데,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던 백현은 어머니가 보고 싶었고, 혼자서 있을 것을 생각하니 아려왔다. 백현이 우울해져 있자, 경수는 다가와 등을 두들겨 줬다. 밤이 늦어서 숙소로 들어와서 각자의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종인은 꼿꼿이 서서 경수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주위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거나, 아니면 자는게 남는거다, 에라 모르겠다. 자 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TV에서는 오늘 완공식을 여는 하이라이즈 아파트에 관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야… 저기 살면 끝장나겠다, 왠만한 고위층 간부들은 다 저기 살겠지?"
"저기 꼭대기서 불나면 끝장나는기라, 저 큰 콘크리트 덩어리까지 우째 올라가겠노, 안 글나?"
"그렇죠, 게다가 저기 해외 유명인사들도 내한할 때 쓴다고 하던데, 완전 돈지랄이죠."
이그조 |
타워의 여운이 너무 큰 나머지 싸버린 글! 으므으믕므..... 똥이네요 몰라 영화의 감동을 글에다 담긴 역부족이었어요.... 알아요 떡이 있으면 조회수가 올라간다는 것을 하지만 못 보시는 분들도 있잖아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