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나는대로 막 쓴 짧은 조각글이에여
근데 요즘 인티 글잡에 장편은 커녕 단편도 찾아보기 힘드네요
이제 이곳을 떠나야 하는 것인가 ㅋㅋㅋ
여튼 제가 지금 신분이 고3인지라 연재하던 것도 못마치고 있고 글도 자주 못쓰고 그래요..ㅜㅜ
머리 속에 소재는 가득한데 쓰지도 못하고 아주 죽겠음
경수는 교실 뒷문에 기대어 제 손에 쥐어진 초콜릿을 뚫어져라 보고있었다. 단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초콜릿이라면 사족을 못쓴다고 했다. 경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결심한 듯 문에 기대었던 등을 뗐다. 좋아. 이번에는 꼭! 경수는 떨리는 손을 몇번 쥐었다 폈다 하며 뒷문 손잡이에 천천히 손을 가져갔다.
''뭐하냐?''
''깜짝아!!''
경수는 제 뒤에서 아는 체를 하는 백현에 의해 놀라 자빠져 버렸다. 경수가 급하게 다시 일어나려고 했을 때 하필 뒷문에서 그가 나왔고 경수는 고개를 돌려 그의 눈을 피했다. 제발 보지마. 쪽팔리니까 그냥 지나가. 경수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백현은 주저앉은 경수를 비웃으며 놀려댔다. 도경수, 뭐하냐니까? 결국 백현의 입에서 튀어나온 제 이름에 경수가 망연자실하며 슬쩍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좋아해야 하는건가. 경수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백현은 깐족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 초콜릿 나 주려고? 참새가 방앗간 안 지나친다고 백현은 경수의 손에 쥐어진 초콜릿을 가져가 껍질을 뜯었다. 경수는 울컥했다. 입술 안 쪽을 꾹 깨물었다.
''그거... 그거 만원짜리라고 씹새끼야!!''
얻어터져도 모자란 일이었다. 백현은 당연히 경수의 무차별한 공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백현은 결국 엄살을 부리며 죽네 사네 복도 전체에 울리도록 통곡을 했다. 여보시오, 동네 사람들! 내가 친구 초콜릿 포장 뜯었다고 이리 맞았소! 경수는 나불대는 백현의 입을 주욱 늘어지게 꼬집고 나서야 다시 축 늘어져 주저앉았다. 사실 초콜릿의 가격이 중요한건 아니었다. 오늘도 종인에게 말을 거는 것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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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끗힐끗 돌아가는 경수의 눈에서 도로록 소리가 날 것만 같았다. 백현의 핑계를 대고 매일 남의 반에서 야자를 하는 이유도 사실은 종인 때문이었다. 나 반항아요, 라고 써져있는 얼굴과는 다르게 종인은 모범생이고 우등생이었다. 어쩌면 그것이 더욱 매력적인 것일지도 몰랐다. 경수는 책에 빠질 것처럼 집중한 종인의 옆모습을 또 한번 힐끗 봤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쉰 경수는 제 옆에서 꿈나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백현을 측은하게 쳐다봤다. 다행이다. 백현이 이렇게 매일 자지 않았다면 종인을 보고 붉어진 경수의 얼굴을 눈치챘을 것이다. 경수는 손을 들어 백현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는 무의식적으로 다시 종인을 봤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종인과 눈이 마주쳐 버렸다. 놀란 경수는 급히 고개를 돌려버렸다. 망했다. 누가 봐도 티나는 상황이었다. 경수는 잔뜩 울상을 지었다. 평소에는 잘도 가던 시간이 유난히 더디게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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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는 제 손에 쥐어진 문화상품권의 끄트머리를 잡고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찬열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교내논술대회에서 받은 상품이었다. 울상이 된 경수를 본 찬열이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이정도 값은 치뤄야지. 정보화 사회 몰라? 정보가 곧 돈이라고.''
경수는 입만 나불대는 찬열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찬열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김종인은 말야...''
경수의 표정이 썩어들어간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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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는 어색하게 볼록 튀어나온 제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더 넣어야 되나? 휴지 몇장을 더 뽑다가 이내 관뒀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자랑스러운 대한건아가 뽕브라는 웬말이고 미니스커트는 웬말인가. 경수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기실을 지나치던 아이들은 어울린다며 짓궂은 장난을 쳤다. 짜증을 내며 밀쳐낸 경수가 구석에 놓인 낡은 소파에 몸을 뉘었다. 김종인이 쭉빵한 여자를 좋아한다기에 어차피 여자가 될 수 없으니 비슷하게 흉내라도 내보자 한 것이 교내 여장대회까지 온 것이었다. 여자형제도 없어 아는 여자친구에게 빌린 것이 창피해 평생의 한으로 남을 것 같았다. 변태새끼들, 남자들끼리 모여서 여장대회나 하고 있다니. 아무리 남을 욕해봤자 그 대회에 참가한 자신만큼 한심한 사람이 없었다. 경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 앞에 섰다.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제 모습에 더 짜증이 났지만 억지 웃음을 지어봤다. 이왕 이렇게 된거 문상도 되찾고 종인의 뇌리에도 확 박혀야 했다. 근육이 우락부락한 참가자가 끝나고 후에 경수의 이름이 호명됐다. 경수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무대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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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는 아무도 없는 교실에 혼자 앉아 빨간 입술을 클렌징 티슈로 벅벅 지웠다. 무대 위에서 종인을 찾기는 커녕 객석조차 잘 보이지 않았다. 섹시댄스를 춘답시고 높은 힐에 몇번이나 삐끗해 웃음거리만 될 뿐이었다. 망신거리만 되고,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경수는 울고 싶었지만 아이라인을 그려놓은 눈 때문에 마음 놓고 울 수도 없었다. 종인과는 인연이 아닌가 보다. 경수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그 때, 달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경수는 백현이나 제 반 아이일 것이라 생각하고 거울에 시선을 고정한 채 화장을 벅벅 지우기만 했다.
''그렇게 지우면 쓰라려.''
경수는 익숙한 목소리에 몸이 굳어버렸다. 이 목소리라면... 올려다 본 끝에는 꿈같이 종인이 서있었다. 종인은 경수의 옆에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나 봐봐.''
무슨 일인지 파악도 하지 못하고 경수는 종인의 말을 따라 종인과 마주봤다. 종인은 경수의 턱을 잡아 올렸고 경수는 종인과 눈이 마주치자 눈을 꾹 감아버렸다. 경수는 제 얼굴이 터질 것 같이 달아올랐음을 느꼈다. 종인은 경수의 손에서 클렌징티슈를 가져가 경수의 감긴 눈을 부드럽게 닦아냈다.
''우리 누나가 메이크업 전공하거든. 어깨 너머로 배운게 좀 있어.''
낮은 목소리가 웅웅 울려 경수의 귀로 들어왔다. 꿈같다. 경수는 잔뜩 긴장한 몸에서 조금씩 힘을 풀었다. 한참을 닦아내던 종인이 다 됐다며 손을 떼어냈다. 경수는 눈을 뜨고는 제 앞을 봤다. 종인이 맞다. 경수는 번번히 실패했던 계획 끝에 갑자기 다가온 종인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입술을 깨물었다.
''너, 오늘 제일 예뻤어.''
경수는 방황하던 시선을 멈추고 종인을 봤다. 종인 역시 저와 같이 이리저리 시선을 옮기며 불안해 할 뿐이었다.
''원래도 예뻤지만...''
흘러나오는 수줍은 미소와 함께 날이 저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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