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zy Crazy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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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유난히도 날이 맑았다. 꽃샘추위가 찾아 온 이른 봄날치고는 바람도 많이 불지 않았었다. 그래서 오랫만에 친구와 함께 놀러 갔었다.
그 때, 내가 나가지 않았었더라면, 나는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끔찍한 기억이었다. 몇 년 동안 같이 살을 부대끼고 지내던 사람이 처참하게 죽어 널브러져 있는 광경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놀러 나갔다가, 날씨가 좋아 집 근처 오솔길을 걷다가 집에 돌아온 나의 눈에 처음 비친 것은 피였다. 피는 생각보다 끈적였고, 검붉었다.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기분 나쁜 액체에 손을 대었다가 온몸으로 느껴지는 소름끼치는 감각에 황급히 떼어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을 멍하니 보고 있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숨이 멎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서 본 사람은, 형과 동생이었다. 제 딴에 그래도 형이라고 아직 어린 동생의 눈을 가리고 있는 남자가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남자가 손에 들고 있었던 식료품 봉지가 툭 떨어졌다. 안에서 식재료가 튀어나왔지만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적은 길지 않았다.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경찰에 신고했고, 살인사건이라는 말에 경찰은 더럽게도 빨리 도착했다. 5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집 안으로 들이닥친 경찰은 손에 피를 묻힌 날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살해당한 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아직 사체에 온기가 남아 있고, 혈액도 응고되지 않았으니까요. 소란스러움 때문인지 앞 집에서 문을 열고 나왔다. 불평을 하려던 것인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나온 여자가 열린 문 사이로 언뜻 보이는 빨간색에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경찰은 이 때다 싶어 여자에게 질문했다. 오늘 하루 종일 집에 계셨습니까?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에 남자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하루 종일 집에서 치장하고 있었다는 대답에 누군가가 수첩을 펴들었다. 이 아파트, 방음이 잘 됩니까? 이번에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전혀 안 돼요. 저녁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으면 앞 집에서 뭘 하는지, 옆 집에서 뭘 하는지 다 들을 수 있을 정도예요. 그렇다면 오늘,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까? 비명소리라던가, 문을 억지로 따고 들어가는 소리라던가…. 없었어요. 아주 고요했어요. 네, 알겠습니다. 조사에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볼펜으로 무엇인가를 끼적이던 사람이 다시 집에 들어와 사건의 책임자인 것 같은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방음이 잘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비명소리가 하나도 없었고, 문에 강제 침입한 흔적도 없습니다. 면식범의 소행일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책임자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바깥에 나갔다 온 거니? 네, 친구랑 놀기로 해서요. 몇 시에 집에서 나갔니? 열 시 쯤이요. 친구랑은 잘 놀았고? 네, 같이 놀고 점심까지 먹었어요. 영수증 혹시 있니? 네, 여기요. 시간이 한 시 십 삼분으로 찍혀 있는데, 지금은 두 시 사십 칠 분이야. 한 시간 삼십 분 동안 뭘 했니? 집 근처를 산책했어요. 날씨가 좋아서. 널 본 사람이 있니? 아뇨, 없을 거예요, 아마도. 그 길은 거의 모르거든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저 빼고는. 몇 번의 문답이 끝나자 책임자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그러니까, 넌 지금 한 시 삼십 분 부터 두 시 사십 분 까지의 알리바이가 없는 거구나? 내 얼굴이 긴장으로 물들었다. 뭐지, 이 상황은? 마치 내가 범인인 것 같은 상황이잖아. 마음속으로 중얼거린 나는 책임자의 소매를 붙잡았다. 이러다가는 꼼짝없이 내가 범인으로 몰리게 생겼다.
"형, 형이 의심스러워요. 형은 오늘 하루 종일 집에 있겠다고 했어요."
"그래?"
"큰 형은 범인이 아니예요. 저랑 같이 마트에 장을 보러 다녀왔어요. 작은 형이 집을 나서자마자 집에 식재료가 떨어졌다고 해서 같이 사러 나갔었어요. 여기, 영수증이요."
영수증과 발치에 떨어져 있는 식료품들을 본 책임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형은 절망에 가득 찬 눈으로 시체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동생은 그 자리에 굳어 꼼짝하지 못 하고 있었다. 나는 한 시간 동안의 알리바이가 없고, 제일 먼저 집에 돌아온 것도 나고, 시체를 제일 먼저 본 것도 나고, 그 후에 형과 동생이 돌아와서 본 것은 시체와 그 옆의 나. 잘 짜여진 한 편의 시나리오 같았다. 나를 궁지로 몰아넣기 위한 누군가의 계획. 하지만 누가? 가장 의심스러운 것은 형이었지만, 형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었다. 동생의 증언과 영수증까지 있으니 더 말 할 필요가 있을까. 누명을 벗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면식범이라는 것은 이미 확정된 듯 했고, 형과 동생은 아니라는 것도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 했다. CCTV. 그래, CCTV가 있었지.
"전 아니예요! CCTV를 확인해 보세요! 전 그 때 산책을 하고 있었어요!"
"CCTV가 있나? 아저씨, 여기 CCTV 자료 좀 보여주실래요?"
"아, 그게… 사실 두어달 전 부터 고장이 나 있었어요…. 쥐새끼들이 선을 갉아놓아서…."
늙은 경비의 기어들어가는 말에 책임자가 머리를 짚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누가, 왜 죽인걸까.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가만히 있자, 조용히 있던 형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비틀비틀 떨리는 걸음으로 다가온 형이 내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소리질렀다.
"왜! 왜 죽였어, 이 새끼야! 아버지가 불륜으로 낳은 새끼, 착해 빠진 어머니께서 거둬서 몇 년동안 잘 키워 주셨는데, 도대체 왜! 왜 대답이 없어! 변명이라도 해 봐, 좆 같은 새끼야!"
끝은 비명섞인 울음이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껴 우는 형에게 난 아무것도 말 하지 못 했다. 그 날의 기억은 그 후로는 없다. 형이 울부짖고, 동생이 나를 보며 몸을 떠는 것. 그것을 끝으로 모든 기억이 새하얗다. 정신을 차려 보니 정신병원이었다. 면회를 온 형이 말한 내 병명은 나를 웃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사이코패스. 반사회적 인격장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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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대충 이런 식입니다. 말로 설명을 해 드리자면
'형'의 엄마(여자 2호)와 '형'의 아빠(남자 2호)가 결혼을 해서 형을 낳았습니다.
그 후, '형'의 아빠(남자 2호)는 '나'의 엄마(여자 1호)와 불륜을 저질러서 나를 낳았습니다.
그 후, '나'의 엄마(여자 1호)는 '동생'의 아빠(남자 1호)와 결혼을 해서 동생을 낳았습니다.
'나'와 '동생', 그리고 '나'와 '형'은 이복형제입니다. 하지만 '동생'과 '형'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죠.
원래 '나'의 엄마와 '동생'의 아빠가 '나'와 '동생'을 키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교통사고로 두 명 다 죽어버립니다.
그러자 '동생'은 완전히 고아가 되었고, '나'는 친아빠만 남게 됩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형'의 아빠는 '형'의 엄마에게 진실을 고백하고, 착한 건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지 '형'의 엄마는 '형'의 아빠에게 '나'와 '동생'을 거두자고 제안합니다.
'형'의 아빠는 흔쾌히 수락했고, '동생'과 '나'와 '형'은 함께 살게 됩니다.
쓰면 쓸수록 재미있네요. 이건 뭐 콩가루가 따로없네.
엄마가 베이컨 구워준대요.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