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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야! 우리 뭐 만들어 먹을까? "
해가 지나도 바뀌지 않은 요리고자 도경수를 알기에 변백현은 극구 말렸지만 언젠가 부모와 함께하는 요리가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좋다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 도경수는 막무가내로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타오 역시 지난난 놀이공원에서 먹었던 도경수의 하얀 쌀밥 대신 소금을 넣은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김밥의 기억이 있기때문에 마냥 신난 여섯살 아들 노릇을 해줄 수가 없었다.
"엄마...이짜나여..."
"응. 왜? 타오 뭐 좋아하지?"
"타오는...그냥..."
"뭐. 뭐먹고 싶은데."
"...녜..?"
"엄마가 물어보잖아. 뭐 먹고 싶냐고."
"왜 애한테 무섭게 그러냐!! 타오야 천천히 생각해. 엄마 화장실 갔다 올게 알겠지?"
백현을 한번 째려본 뒤 경수는 화잘실로 향했다. 경수가 문까지 닫는 걸 확인한 백현이 타오의 머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
"니 엄마가 요리 못하는거 전 국민이 다 안다."
"....녜?"
"그니까...너네 엄마가 만드는 맘마가 웩-하고 맛없는걸 아들도 알고 아빠도 알고 저기 있는 아저씨, 누나 형들 도 다 알고 있다고."
진지한 얼굴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을 말하는 백현의 모습에 감독은 웃음이 터졌다. 저 얼굴로 저 표정으로 맘마라니.
"근데 니 엄마가 요리하는걸 좋아해 아들."
"......."
"그래서 아빠도 괴로운데 어쩌겠냐. 아빠는 니 엄마 못이겨."
"......."
"근데 엄마가 요리한다고 설쳐ㄷ...아니 저래도 결국엔 아빠가 다 하게 돼있어.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엄마 나오면 먹고 싶은거 말해."
"...녜."
"쫄지 좀 말고 임마. 사내자식이."
조금은 거칠게 제 머리를 흐트리는 백현을 올려다본 타오는 백현의 손이 지나간 제머리를 조금 매만졌다.
"백현아!!이제 떡 넣을까?"
"아니, 넌 가서 파 껍질이나 까."
"그럼 양파도 가져가서 깔까?"
"됐고 파나 가져가."
"..어묵은 안썰어?"
"오빠가 다 할테니까 너는 쟤 데려다가 짝짜꿍이나 해라 식탁에서."
결국 먹고 싶은 음식을 다시 묻는 경수에게 떡뽀끼여..하고 대답한 타오 덕에 떡을 물에 불리고 각종 야채를 자르고 고추장으로 간을 맞추기까지 모두 변백현의 손에 이루어졌다. 결국 도경수는 타오와 함께 옆에 멀뚱히 서서 떡 하나하나 떼기, 파껍질까기와 같은 미취학 아동 수준의 홛동밖에 할 수 없었다.
"내가 해주고 싶은데...너 혼자 다하고..."
"이게 다 우리 아들을 위한거다."
"응? 뭐가?"
"됐고. 가서 짝짜꿍이나 하시라니까요 여보."
변백현의 새로운 무기. 경수야. 를 잇는 여보. 공격에 도경수는 하는 수 없이 타오와 식탁에 앉았다. 옛날같았으면 무릎에 앉혀달라고 떼라도 썼을텐데 얌전히 제 맞은편에 앉아 얌전히 저를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에 경수는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매순간 아이의 달라진 모습이 보일 때마다 경수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몰라 답답했다.
"타오야. 엄마 무릎에 앉을까?"
"안니여.."
"...왜? 타오 그때는 엄마 무릎에 앉는거 좋아했잖아."
"원장님이...그러면 안된다고 하셔써여..."
"응?"
"무릎에 앉고 그러는건...아가들만 하는거라고...타오는 이제 커서 그러면 안된다고 하셔써여...떼쓰면 안된다고..."
"타오야.."
"옛날에 타오가 막 그래서...엄마 아파써여..."
"아가.."
경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타오의 곁으로 가 무릎을 굽혀 아이와 시선을 맞췄다. 묵묵히 뒤에서 저를 지켜보고 있을 백현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이야기.
"타오는 아가 맞아."
"....."
"아직 떼써도 되고..엄마한테 막 투정부려도 괜찮아."
"......"
"엄마한테 안아달라고, 무릎에 앉고 싶다고 말해도 돼 타오야. 그래도 되는거야 왜냐하면.."
"......"
"엄마는 타오 엄마니까."
"......"
"엄마한테는 다 해도 괜찮아 뭐든지 그러니까."
"........"
"우리 아들 이제 이리와봐. 엄마가 안아서 둥가둥가 해줘야지."
도대체 이 작은아이가 하루에 몇번씩이나 눈물을 쏟는건지...그래도 남자라고 작은 아이가 자존심을 지키려 눈물을 보이려 하지 않아 경수는 모른체 아이를 안아 들어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 뒤돌아 저를 보는 백현의 눈을 마주 봤다.
"우리 아가..엄마가 사랑해."
백현아 사랑해.
"조금 아야한 기억은 이제 조금씩 바이바이하자."
이제 조금씩 털어내자 백현아.
"엄마가 다 해줄게."
내가 다 해줄게 백현아.
"알겠지 아가?"
나 믿지 백현아?
"어떠냐 아들."
"마시써여!!"
"많이 먹어 천천히. 꼭꼭 씹어서."
"녜!!"
타오가 먹는 모습을 보고서야 저도 젓가락을 든 백현은 그제서야 맛을 봤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제 심장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도경수때문에 제가 떡볶이에 설탕을 넣는지 소금을 넣는지도 몰랐던 변백현은 거의 무의식 중에 요리를 완성했다. 맛은 괜찮네. 아무튼간에 사람 간떨리게. 아들 보는데서 쪽팔리게 왈칵 눈물이 터질 뻔했다. 사나이 변백현이 아주 마누라때문에 앞치마 두르고 떡볶이 쫄이다가 눈물이나 글썽이는 꼴이라니. 아주 도경수때문에 평생 안해볼 꼴을 다해본다. 백현은 아직도 떨리는 마음으로 경수를 바라봤다.
접시에 거의 코를 박고 먹는 타오 옆에서 한번씩 물도 먹이고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내는 도경수. 저거 원래 도경수 밥먹을 때 내가 하는건데....
뭔지 모르게 좀 아쉬운 마음이 드는것 같기도.
"우리 타오 이제 씻을까?"
"녜!"
"그래 그럼 엄마랑 같ㅇ.."
"이리와. 나랑 씻게."
"..내가 씻길래 백현아."
"택도 없는 소리 한다."
"너는 막 대충 씻길 것 같아!"
"...어떻게 해도 너보다는 잘 씻길테니까 아서라."
"원래 목욕은 엄마가 시키는거야!"
"...그래서 다 벗고 쟤랑 욕조에 들어가서 목욕을 하겠다고?"
"야...니 아들이다 아들."
"아들이니까 안되지."
"뭐?"
"됐고. 아들 이리와. 아빠랑 씻게."
맨날 지 멋대로야!!!아..도경수...언제나 너의 목소리는 소리없는 아우성. 감독은 조용히 애도했다.
"뭐 먹을래."
"나? 나는 리스씨."
"그건 밤에 먹는거고 베이비. 지금 메뉴판에서."
"지금 안먹어도 되는데...바로 밤으로 점프하면 안돼?"
"안돼. 너 요즘 너무 말랐어. 빨리 안고르면 여기 있는거 다 시키는 수가 있어."
"당연히 마르지...애인의 사랑을 못먹는데..."
"오늘 있는대로 가득 채워줄테니까 빨리 음식부터 고르지."
"밥이 중요해 지금??"
"니가 모르는게 있어 베이비."
"뭐."
"체력이 되야 밤에 나를 많이 먹을 수 있어. 그러려면 지금 많이 먹고 체력을 비축해두는게 좋겠지."
아주 오랜만에 짬을 내 만난 크리스와 종대는 얼마만인지 모를 저녁식사를 시작하려던 찰나였다. 에로커플답게 그동안 참아왔던 모든 욕구를 다 풀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한 김종대는 아주 푸짐하게 시킨 음식들을 전투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그래 많이 먹고 힘내서 오늘밤. 리스씨의 정기를 아주 쪽쪽 빨아먹겠어. 과부 수절도 오늘이 끝이야.
"귀엽기는 한데 그러다 체하지 싶은데."
"내 위장기관 블랙홀인거 몰라?"
"아는데 그래도 조심해. 아프면 속상하니까."
"리스씨는 내가 아파도 일끝내고 올거지."
"그러니까 그럴 일 없게 아프지마 베이비."
말이라도 당연히 달려온다고 해주지...포크를 입에 문 종대의 입이 점점 튀어나올 무렵 단조로운 벨소리가 울렸다. 잠시 포크를 내려둔 크리스가 곧 전화를 받아들었다.
"어."
종대는 좀 불안한 기운이 느껴졌다.
"무슨 소리야. 그거 어제 이미 얘기 끝난건데."
열흘만에 만나는 건데.
"개소리 하지말라고 해. 지금 아쉬운게 그쪽이지 우리야? 계약조건을 그따위로 해서 지금 어디다가 내밀어."
나한테만 집중해줬으면 좋겠는데.
"하...그래서 알았다고 했어? 제정신이야?"
사실은 오늘 오랜만에 리스씨 만나서 도경수가 다니는 샵도 몰래 갔다왔단 말이야.
"아니...일단 다시 연락해. 지금 내가 들어갈테니까."
급하게 전화를 끊은 크리스는 자켓을 들고 일어섰다.
"베이비. 미안해."
"...뭐가."
"지금...급한 일이 생겼어. 회사에 들어가봐야 할 것 같아."
"....그래서..지금 간다고?나 여기 혼자 두고..?"
"미안해. 그런데 어쩔 수가 없어. 이것만 처리하고 나서 내가,"
"뭐. 그것만 처리하고 연락한다고? 그러면 나는 또 그거 기다리고?"
"...베이비."
"너 오늘 우리가 며칠만에 만난건지는 알고있어?"
"......."
"가."
"종대야."
"가라고. 그렇게 일이 중요하면."
"미안해."
가란다고....
"..연락할게."
진짜 가냐.....
"많이 남았으니까 꼭 천천히 다 먹고 가."
종대는 급히 카운터로 가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는 크리스의 뒷모습을 멍하니 볼 뿐이었다.
한번이라도 내가 첫번째가 될 수는 없을까.
작은 아이의 몸을 감싸 샤워볼로 문지르는 변백현. 그리고 따뜻한 욕조 안.
비밀스러운 부자의 대화.
"아들."
"...녜."
"너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는거 누구 하려고 그랬어."
"...모르게써여,..."
"뫠 몰라. 엄마 안해?"
"타오는 아빠두...조은데...엄청 많이..."
"알아."
"....근데 타오가 엄마 조아여! 하면...아빠는여?"
"아빠가 뭐 하나 알려줄까."
"..뭔데여?"
"엄마는 사실 바보야."
"..녜?"
"그래서 엄마는 아빠밖에 몰라."
"........"
"물론 이제는 우리 아들도 알지."
"........"
"그래서 엄마는 아들이 좋다고 말 안해주면 잘 모를 수도 있어."
".....그럼여?"
.
"그러니까 아들이 엄마가 좋다고 말해줘야지."
"......"
"아빠는 말안해도 다 아니까."
"......"
"그러니까...."
"...녜."
"조금 있다가 나가서 아저씨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면."
"......."
"엄마가 좋아요. 해."
"......."
"그래야 아들이 엄마를 좋아하는걸 엄마가 알지. 알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