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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 어, 왜 우리 애기."
"녜..타오 팔이 아야해여..."
"우리 애기가 팔이 왜 아플까? 엄마가 맘마 먹여줄까? 무릎에 앉아봐-"
"아들. 마빡이 다쳤는데 왜 팔이 아프냐."
"마빠기 모에여..?"
"아니야-타오야. 그런말 배우는거 아니야. 야, 변백현. 예쁜 말만 쓰라고 했지!"
백현은 경수의 무릎에 앉아 여유롭게 밥을 받아 먹는 타오를 떨떠름히 쳐다봤다. 아직도 커다란 반창고를 이마에 붙이고 있었다. 그런 타오를 볼때마다 경수는 괜히 미안한 마음에 더할 수 없을 정성을 쏟고 있었다. 그런 바람에 괜히 외로운건 변백현이랄까. 저가 볼땐 분명 팔이 아프다는건 도경수의 사랑을 더 진하게 느끼려는 아들의 핑계가 분명했다. 백현은 옆에서 저는 먹을 생각도 못하고 타오의 입에 밥만 주구장창 가져다 대는 경수를 보다 못해 경수의 밥그릇을 제앞으로 끌고왔다.
"아-해봐. 우리애기. 다먹었어?"
"아-해봐. 우리 도경수."
"타오 이거 다 먹이고 나서 먹을게."
"이거 식으면 맛없어. 빨리 아-해. 오빠 팔 아프다."
결국 경수는 타오을 먹이고 변백현은 도경수를 먹여주는 아주 진귀한 풍경이 펼쳐졌다. 아무리 아들이라도 내 마누라 밥도 못먹게 고생시키는건 못참는데. 그래도...아들이 아프니까 아빠가 참는다. 눈으로 제게 말하는 백현에게 혀만 살짝 빼내 보이는 타오의 표정이 영락없는 여섯살이었다. 이럴 때보면 누구보다 아이같은데 말이지.
제나이에 맞는 표정을 한 아이가 밉지만은 않아 백현은 마주 웃었다.
"백현아."
"왜 우리 도경수."
"...타오말이야."
잠든 타오의 배를 토닥이던 경수는 진지한 목소리로 고개를 올려 백현을 바라봤다. 침대 헤드에 기대앉아 경수의 머리칼을 만지던 백현은 조용히 경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낮은 목소리. 고민이 역력한 목소리. 무언가 확인과 안정을 요하는 목소리.
"이제 올해만 지나면 일곱살이잖아."
"그렇지."
"그럼 그 다음 해에는 학교가겠지."
"그러겠지."
"그러면...타오가 학교에서도 우리를 엄마 아빠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까?"
백현은 쉼없이 경수의 머리칼을 만지던 손을 우뚝 멈췄다.
"갑자기 왜 그런 생각해."
"어제..병원에서...직원이 타오가 치료를 받으려면 먼저 서류에 관계 확인 서명을 해야한다고..무슨 관계냐고 그랬어..그래서 내가 엄마라고 하니까..법적인 관계가 필요하다고 그러더라.."
"..그래서 뭐라고 했어."
"뭐라고 못했지. 너무 정신이 없어서...일단 그 직원이 사인해줬어."
경수는 타오를 토닥이던 손을 멈추고 제대로 몸을 일으켜 앉았다.
"백현아."
"...왜 우리 경수."
"병원에서...타오가 그렇게 울면서도 내손을 못놓더라."
"....."
"나 그래서 솔직히 좀...죄책감 느꼈어."
"왜."
"정말 지금 우리가 이렇게 하고 있는게 타오를 위한건지 아닌지...타오 입장에서 생각해 본적이 한번도 없던거 있지. 그냥 나는 애가 좋고 그래서..너랑 키우고 싶어서..그렇게 선뜻 엄마라고 말했는데...그런데...애가 그렇게 세상이 끝난것처럼 울때 나를 붙잡고 있는거 보니까 정말로..나를 의지하는것 같아서...내가 지금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건 아닌가 싶어서.."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고 백현의 등에 업혀 타오를 데리러 갔을때, 경수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를 호텔로 데리고 와서 다시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백현은 경수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 어떤 일에서도 도경수가 관련되어 있다면 변백현에게 가정과 불확실은 없었다. 그 어떤 것도 경수가 불안하지 않도록, 불편하지 않도록 언제나 모든 것을 제가 아는 가장 편한 길로 그를 이끌어왔다. 그런데...부모의 역할이라...
"백현아."
"..응."
"타오가 크면...우리를 원망할지도 몰라."
"....."
"우리가 지금..잘하고 있는걸까."
백현은 처음으로 경수에게 확신을 줄 수가 없었다. 변백현에게 있어 옳고 그름의 기준은 언제나 도경수였다. 백현은 지금이 조금 힘들다고 생각했다. 경수에게 확신과 안정을 건넬 수 없는 이 순간이. 제게 결여된 부모의 사랑이라는 것이.
"나도..잘 모르겠다."
"...백현아."
"원망할지도 모르지."
"....."
"경수야."
"..응."
"너도 알잖아. 나는...부모사랑 같은거 잘 몰라."
"...."
"내가 아들, 아들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게 정말 부모로서 가지는 마음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
"...."
"그냥 난 타오가 정말 너랑 내 사이에서 행복하고 보호받고 있다고 느꼈으면 좋겠어. 그냥..사랑받고 있다고 그렇게."
"....백현아."
"왜냐하면..."
"....."
"내가 그랬으니까."
"....."
"내가..그렇게 느끼고 싶었으니까."
백현은 저를 빤히 보는 경수의 이마에 키스했다. 말을 하는 와중에도 참을 수가 없는 사랑. 아주 큰 걱정을 떠안은 경수의 모습마저도 사랑스러워서. 조금은 힘들다고 느끼는 이 순간마저 너무 고마워서. 너를 안고, 너에게 입맞출 수 있는 이 순간이. 혼란스럽고 힘들다는 감정은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도경수를 보는 지금이 너무 좋아서. 아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누라 앞에서 나도 참.
"우리 도경수가 그런 생각도 하고 많이 컸네."
"...백현아. 정말 나중에 타오가 원망하고 혼란스러워한다면.."
"그러면."
"...."
"안그러게 해줘야지."
"..어떻게?"
"뭐, 아무도 없는데서 우리 셋이 살거나..."
"..그게 뭐야. 장난치지말고."
"장난아닌데?"
"....."
"그때가 오면...방법이 생기겠지. 정 안된다면 정말 셋만 있는 곳에서 살아도되고."
"그럼 우리 타오 학교도 못다니고 너랑 나랑 가수도 못하고..노래도 못할거아냐.."
"왜 못해. 오빠만 믿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 하게 해줄테니까."
"맨날 자기만 믿으래..."
"야. 그럼 니가 니서방만 믿어야지 또 누굴 믿게."
"...몰라 바보야."
"어. 나도 사랑해."
아직 온전히 거둬내지 못한 걱정이 경수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었다. 백현은 경수의 손을 잡았다. 역시 하던대로 하는게 최고지. 백현은 경수의 손을 잡은채로 침대에 누웠다.
"진짜 사랑해 우리 도경수."
"..알아. 나도 사랑해. 그런데 지금 그 얘기하는거 아니잖아."
"그냥...오빠 계속 사랑하고 있어봐."
"..뭐?"
"그냥 변백현을 계속 사랑하고 있어봐. 오빠가 다 알아서 해줄게."
"....."
"그게 뭐가 됐던지. 우리 도경수가 원하는대로 다 되게 해줄게."
"....."
"우리 도경수가 바라면 오빠는 뭐든지 하니까. 방법은 몰라도 그냥 다 해."
"...하긴. 우리 백현이가 좀 무대뽀 정신이 있긴하지."
"물론 우리 도경수 한정이지."
진지하게 시작됐던 아들의 미래와 관계의 걱정은 결국 변백현의 오빠 한번 믿어봐. 스킬로 마무리 됐다. 경수는 무슨 걱정을 해도, 무슨 투정을 부려도 결국 도경수 사랑해. 로 마무리짓는 백현의 팔을 베고 함께 누웠다.
"타오 유치원 보낼까봐 백현아."
"그러니까. 저번에 보니까 아직 한글도 제대로 모르던데."
"아니야! 애가 아직 교육을 못받아서 그렇지 똑똑해."
"그래-우리 도경수 말이 다 맞다."
"우리 타오가 유치원가서 놀림받거나 그러진 않을까...?"
"괜찮아. 재롱잔치때 가서 마마 한번 부르지 뭐. 박찬열이랑 김민석이랑 김준면 다불러서."
"..재롱잔친데 마마를 왜불러?"
"존나 장엄한 노래니까 보고 듣고 쫄으라고."
"왜 쫄아!"
"내아들 건들지 말라는 뜻으로."
"..진심이야? 너 진짜 부를 수 있어?"
"너는."
"나? 나 뭐?"
"너는 내가 그렇게 하길 원하냐."
"엉. 재밌을 것 같아."
"그럼 하는거지 뭐."
"진짜?"
"우리 도경수가 원하면 오빠는 지금 당장 길바닥으로 나가서 으르렁을 출 수도 있다."
"그럼 춰줘!!지금!!"
"....."
일본의 어느 호텔 스위트룸 테라스, 새벽 한시가 다된 시간.
한남자가 격렬히 팔을 뻗어 최정상 한류 아이돌의 히트곡 으르렁을 누구보다 열심히 췄다는건 안비밀.
그게 진짜 엑소의 변백현이라는건 죽을 때까지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