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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우리 침대에 누우니까 좋다. 그치 백현아."
"난 어디든지 우리 도경수랑 있으면 다 좋지."
"나 여기서 너 먼저 일본 가고 타오랑 둘이서만 자고 일어나는데 진짜 쓸쓸해서 죽는줄 알았어."
"씁-또 죽는다는 소리 하지."
"아니이-그만큼 쓸쓸했다고...왜 내맘을 몰라!"
"오빠가 우리 도경수 마음을 왜 몰라. 다 알지."
"맞아. 우리 백현이는 다 알아. 똑똑해."
"내가 뭐가 똑똑하냐. 마리오 보스몹도 못보여주는 좆병신이지."
"...백현아.."
거진 한달만에 돌아온 둘만의 집. 타오를 재우고 침대에 누운 둘은 달달한 대화를 이어가나 싶었으나 뜬금없는 변백현의 마리오 보스몹 소환에 도경수의 당황으로 치닫았다.
"나는 마리오 보스몹 못보여줘도 백현이가 훨씬 좋아."
"좀 약하다?"
"...백현이를 훨씬 사랑해."
"그럼 오세훈이를 조금이라도 사랑한다는 뜻?"
"아니이..그니까...아씨! 그래! 오세훈은 좆밥이고 변백현이 개짱이다!! 됐냐!!"
"오늘만큼은 거친 언행을 허락한다 오빠가."
오세훈을 향한 거친 언행을 허락하는거겠지...경수는 발딱 소리를 지르느라 일으켰던 몸을 다시 뉘였다. 그런 경수에게 팔베개를 해주던 백현이 경수를 향해 돌아누웠다.
"나 휴가받은 동안 뭐할까. 뭐하고 싶어."
"나? 글쎄...타오데리고 어디 가야하나.."
"아들말고 우리 도경수가 하고 싶은거."
"나는 그냥 너랑 있으면 다 좋지..."
"야."
"응?"
"사랑해."
"..음...나도."
"앞에 뜸들이는거 뭐야. 나를 사랑하는게 고민할 일이야?"
"아니..너는 맨날 너무 갑자기 그러니까..."
"그럼 예고하고 말할테니까 뜸들이지마."
"어?"
"나 너 존나 사랑할거야. 말했다?"
"......"
"진짜 니 목구멍까지 다 사랑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물고 빨아도 모자라. 진짜 니가 벽에다 똥칠해도 존나 사랑스러울 것 같아. 어느정도냐면.."
"나도."
"....."
"나는 백현이 너가 지금처럼 인기있는 가수 아니고 맨날 집에서 놀고 먹고 소파에 누워서 배만 긁고 있어도 좋아. 맨날 나한테 발 씻겨달라고 해도 좋고, 머리 감겨달라고 해도 좋아. 니가 먹던 숟가락으로 국도 떠먹을 수 있고 팬티만 입고 춤춰도 너무 멋있어서 기절할 것 같아. 그리고.."
그리고. 그 뒷말은 이을 수 없었다. 정말...어제까지가 한계에 다다른 만렙인줄 알았던 사랑이 도경수의 어택 앞에 한없이 쪼그라든 쪼렙수준이었다는걸 깨닳은 변백현의 키스때문에. 정말...난 오늘이 만렙인줄 알았단 말이야 도경수. 어떻게 더 사랑할 수 없을 줄 알았다고. 근데 아니네. 그럼 어떡해? 경험치를 더 쌓아야지. 마리오 보스몹이 아니라 도경수 보스몹이 보고 싶은 변백현의 밤이랄까.
[※미션카드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온 백도부부와 타오!
타지에서 고생한 우리 타오군이 말도 잘듣는 착한 어린이었죠?
그런 타오군에게 선물을 만들어주세요.
바로 두분이 직접 만드는 동화!
어떤 형식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아니면 구연동화도 괜찮겠군요.
두분의 창의력 기대하겠습니다.]
그놈의 기대 기대 기대!!!백현은 아주 오랜만에 누워보는 제 침대에서 경수와 함께 즐겁게 잠에서 깨어난 찰나에 날아든 미션카드에 이마를 짚었다. 아니, 도대체 무슨 동화를 만들란 말인가. 백현은 재빨리 글이라고는 콘서트 개인무대 자작곡 가사밖에 써본적이 없는 저와 경수가 동화를 쓰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신데렐라와 같은 고전이야기를 구연동화로 꾸미는 것이 나을지에 대해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무엇도 더 나은 것은 없었다. 정말이지...온세상 부모들이 위대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이게 뭐야 백현아..?"
막 잠에서 깨어난 경수가 맹한 얼굴로 저에게 묻는 모습에 백현은 불현듯 무언가를 깨우쳤다.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백현이 아직도 누워있는 경수의 이마, 코, 입술에 차례대로 입을 맞춘뒤, 말했다.
"우리 도경수 진짜 공주님되게 생겼네?"
"...백현아..나 이거 싫은데..."
"그럼 어떡해. 미션이라는데."
"동화가 이것만 있는것도 아니잖아!"
"아들이 이걸 제일 좋아해."
"..그래?"
타오와 함께 했던 시간은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도경수가 더 많았는데 어째서 변백현이 타오가 좋아하는 동화를 알고 있을지에 대해서까지는 차마 생각이 닿지 않은 도경수는 또 변백현이 그런거면 그런가부다-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나 공주하기 싫은데..백현아."
"그럼 누가 해 공주를."
"너가 하면 안돼..?"
"야. 비주얼로 보나 뭐로 보나 당연히 우리 도경수가 공주지. 내가 왕자고."
"....그럼 나머지 난쟁이들은 누가 해?"
"...그건..."
도경수가 얌전히 누워 저를 바라보는 모습에 그 이름도 유명한 '백설공주'를 생각해낸 변백현은 독사과를 먹고 잠든 도경수에게 다가가 키스할 생각만 했지 백설공주를 따르는 일곱난쟁이들에 대해서는 차마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변백현의 고민은 아주 쓰잘데기가 없는 고민이었다. 부르면 군소리없이 와서 누구보다 신나게 연극에 참여할 인간들. 그건..엑소의 멤버들 뿐이라는걸 이미 알고 있었다.
일본 프로모션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2주간의 휴식을 얻은 엑소 멤버들은 막상 쉬게되니 온몸이 뒤틀리게 심심하던 찰나에 백현의 연락을 받고 역시나 부리나케 달려왔다. 그틈에는 안면에 철판을 500장 깔았을지도 모르는 세훈도 함께였다. 백현은 떨떠름히 그들을 집으로 들인 뒤, 백설공주 연극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통보랄까.
"우리 도경수가 백설공주. 내가 왕자. 너네가 난쟁이 일,이,삼,사."
"야. 그딴게 어딨어."
"여깄다 왜."
"아 이 유치한 새끼가...백설공주는 준면이도 좀 어울리지 않냐?"
"닥쳐. 김준면한테 키스를 하라고?"
"그래여. 저도 그건 싫은데여."
"그래 그럼. 공주 역할은 경수가 하는데. 왕자는 아니지."
"그럼 누가 해."
"제비뽑기로 역할을 정해야지."
"지랄마. 도경수가 백설공준데 당연히 내가 왕자를 해야지."
"그건 공평하지가 않지! 야. 솔직히 우리 중에 연기 한번도 안해본거 너밖에 없잖아."
"그냥 다 닥쳐. 너네 다 꺼져. 별 개소리를 다듣겠네."
"진짜 간다?"
"아 씨발...그냥 좀 하면 안되냐? 내 아들한테 보여주는 연극인데 엄마 아빠가 공주 왕자를 해야지 왜 엄한새끼가 해."
"변백현. 원래 주인공의 세계는 냉정한 법. 제비뽑기 하자? 안그러면 우리 다 간다."
"...박찬열 이 씨발새끼야..."
"나 원래 유치원때부터 주인공밖에 안했어. 존나 타고난 이 기럭지와 비주얼때문에. 그리고 솔직히 키로보나 뭐로보나 내가 왕자고 니가 난쟁이를 하는게 맞지 않겠냐?"
"...후..."
"아니면 그냥 너랑 경수랑 둘이 금도끼 은도끼를 하던지. 너 존나 산신령이나 해라."
"...그럼 백설공주도 그냥 제비뽑기로 뽑아 씨발."
얄밉게 저를 보며 웃는 찬열의 얼굴에 죽빵을 날리고픈 마음을 조심히 접어둔 백현은 타오를 생각하며 라마즈 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그래, 연극을 생각하자. 그리고 내가 왕자를 못할 바엔 도경수도 백설공주를 하면 안되는데...다른새끼랑 키스를...백현의 끔찍한 걱정을 안은채 결국 그렇게 역할 제비뽑기가 시작됐다.
"자, 그럼 세훈이부터 뽑는다?"
민석이 만든 쪽지들이 탁자 위에 뿌려졌다. 백설공주, 왕자, 왕비, 난쟁이 일, 이, 삼. 대체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이 되는건지...가장 왼쪽에 앉은 세훈부터 시계방향으로 뽑기로 한 여섯은 숨을 죽이고 세훈의 손끝을 바라봤다. 종이 쪽지 위를 잠시간 배회하던 세훈의 손이 곧 하나를 집어들고 조심히 쪽지를 펴들었다. 알 수 없는 표정를 짓는 세훈에 성질 급한 찬열이 재촉을 하자 세훈은 그저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저는 난쟁이2여."
혹여나 세훈이 왕자 역할을 뽑을까 잔뜩 긴장했던 찬열이 한결 밝은 표정으로 그 옆에 앉은 민석이 이미 집어든 종이쪽지를 바라봤다. 민석은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빠르게 쪽지를 폈다.
"나는 난쟁이3."
경수의 차례가 되자 백현은 눈에 띄게 긴장하기 시작했다. 내가 왕자가 아니면 도경수가 절대 백설공주를 하면 안되는데...그런 백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경수는 그냥 저와 가장 가까운 곳에 떨어져 있던 쪽지를 폈다.
"엉..?"
"왜 왜 왜. 뭔데 씨발 설마 백설공주는 아니겠지."
"아니..나 왕비."
동시에 백현을 제외한 모두가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저 순한 얼굴로 백설공주에게 독사과를 건네는 마녀 역할까지 소화해야 한다니. 웃음을 참고 다시 목을 가다듬은 찬열이 조용히 백현과 준면을 바라봤다. 절반이나 쪽지를 뽑았지만 아직까지 가장 중요한 백설공주와 왕자가 나오지 않고 있던 참이었다. 알게 모르게 신경전을 펼치던 셋은 찬열의 손끝에 집중했다.
드디어, 꽤 오랜시간 뜸을 들이던 찬열이 쪽지 하나를 집어들고 천천히 펴기 시작했다.
그리고 뜸을 들이던 그 시간보다 더 오랜시간 정적이 이어졌다. 순간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모두는 찬열의 쪽지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설마..설마..?
"야. 혹시나 해서 하는말인데 니가 백설공주라면 당장 이 연극을 집어치우길 추천한다."
"준면아. 무슨 소리야. 그런 소리하는거 아니야. 설마."
"...뭔데 새끼야..설마 진짜 백설공주냐..?"
그대로 탁자에 고개를 묻는 찬열을 보고 모두는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키 185에 저런 동굴 저음을 가진 백설공주라니...준면과 백현은 서로를 바라봤다. 아까까지만 해도 보잘 것 없이 느껴지던 난쟁이1 역할이 너무나도 간절해지기 시작했다. 제발...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빠르게 쪽지를 하나씩 나눠 가진 둘은 첫 1위 발표때보다 더 떨리는 마음으로 서서히 쪽지를 펼쳐들었다. 제발...제발...난쟁이 1이 되길...제발....
"누가 왕자야..?"
경수의 물음에 희비가 교차하는 둘의 표정으로 모두는 알 수 있었다.
변백현이 왕자가 됐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