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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잠실사는 원식이]

 

가지 않겠다는 걸 굳히 끌고가느라 나중에 택운이 요긴하게 쓸 소원 3개를 약속하고 나서야 동아리 모임에 데려갈 수 있었다. 이 동아리 모임은 유독 사교성과 친화력을 두루 갖춘 동아리 회장님께서 만든 자리였는데 꽤나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었다. 자신이 들어가있는 동아리를 비롯해 여러 동아리 사람들이 모여 친목을 도모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자리였다.


겨우겨우 커다란 택운을 끌고 술집으로 들어서자 전에 친해진 사람 여럿이 원식의 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택운은 여전히 발걸음을 질질 끌었다.

 

 

 

 "소원 3개 약속 했잖아요. 다시 무효 할거야?"

 

 

 

택운은 말없이 발걸음에 힘을 뺐다. 그러곤 휘적휘적 저먼저 구석의 자리로 들어가 쳐박혔다. 그 모습이 마치 삐친 고양이 같아 원식은 한쪽 입꼬리를 찌뿌둥하게 올렸다. 다행히도 택운은 이 웃음을 보지 못한 듯 싶었다.


택운을 확인한 학연이 씩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올려보였다. 그제야 좀 살만하다고 느꼈다. 소원 3개가 걸린 이 미션엔 족보가 걸려 있었다. 대대로 내려오는 시험족보는 쉬이 퍼지지 않은 것이었고 이것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이 역시 적지 않았다.

이 족보만 있으면 장학금은 누워서 떡 먹기라는 말은 학연이 해서 그런지 그리 싱빙성있는 말은 아니었다. 그 옆에서 말을 거들던 재환의 말 역시 싱빙성을 깍아먹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었다. 그러다 툭 저 족보 짱이야. 하고 내뱉은 홍빈의 말에 그제야 좀 싱빙성을 갖춘 족보였다.


그나마 익숙한 홍빈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자 이제야 좀 시끌시끌한 소리가 귀에 쏟아졌다.

 

 

 

 "진짜 데려왔네?"
 "완전 짱이라며, 족보."

 

 

 

홍빈이 말없이 턱언저리를 긁적였다. 그러다 비어있는 잔 하나를 주워다 안에 든 액체를 탈탈 털어버리곤 그 안에 맥주를 부워 원식에게 건넸다.

 

 

 

 "우선 마셔."
 "근데 분위기 엄청 프리하다?"
 "니가 열외였던거야."
 "왜?"
 "엄청난 일 했다고 잠실사는 원식이는 넘어가준댔어."
 "어이구 감사해라."

 

 

 

목이 말라 앞에 있던 잔을 단번에 비워냈다. 그러자 홍빈이 다시 잔을 채워왔다. 이제야 시선을 택운에게 돌렸더니 아주 가관이었다. 어이구 우리택이. 우리운이. 띠드스틱주까? 그러면서 얼굴을 들이대는 학연의 얼굴을 무심하게도 손바닥으로 밀어낸다. 그러면 학연은 또 우는 소리를 내며 더더욱 들러붙었다.


그 모습이 꽤나 웃겨서 낄낄대며 웃었더니 갑자기 택운의 시선이 획 원식의 쪽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눈빛이 이글이글 끓는다. 들리지 않게 말하는 입모양이 서늘하다. 죽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서 그런지 정말 진심같아서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모르는 척 급하게 시선을 돌렸다.

 

 

 

 "나 내일 못보면 죽은 줄 알아라."
 "왜?"
 "방금 입모양으로 나 죽인대. 근데 저건 진짜 진심이야."

 

 

 

홍빈이 재밌다는 듯 낄낄대며 웃었다.

 

 

 

 "네 일 아니니까 재밌지?"
 "오, 나 방금 그 말 하려고 그랬는데. 내 일 아니니까 재밌당!"
 "..아오."

 

 

 

홍빈이 또다시 웃으며 비워진 잔을 채웠다.


그러고선 한참을 부워라 마셔라 해대며 취해갈 때쯤이었다. 갑자기 큰소리가 나더니 분위기가 확 가라앉았다. 그 중심으로 시선을 돌렸더니 역시나 정택운이었다. 그 옆에 널부러진 학연과 급하게 학연의 이름을 부르며 추스르는 재환이 눈에 들어왔다.


한숨을 푹 쉬자 술냄새가 입안에 감돌았다. 기분이 나빠 몇번 쩝쩝대다 일어나려는 원식을 이미 꽐라가 된 홍빈이 붙잡았다. 원식이 장난스레 웃으며 홍빈의 뺨을 찰싹 소리가 나게 때렸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길래 실실 웃으며 양손으로 뺨을 철썩철썩 쳐댔다. 그제야 고통을 느꼈는지 흐느끼는 소리를 내며 원식에게서 벗어나려 버둥거렸다. 그대로 홍빈을 놔주곤 느적느적 택운의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형은 제가 데려갈게요."

 

 

 

재환의 순한 눈이 올려다보자 조금 양심에 찔렸다. 사실 이럴 줄 알고 있었다. 하도 귀찮게 구는거 안때리게 택운의 뒷바라지도 하루이틀이지 한번 호되게 당해야 좀 덜할 것 같아서 보이면서 못본 척 들리면서 못 들은 척 하며 자유롭게 술을 마시던 참이었다.

 

 

 

 "그래. 잘 들어가."

 

 

 

꾸벅 고개를 숙이곤 택운을 팔을 붙들었다. 재환은 여전히 학연을 추스느라 바빴다. 많이 아파요? 지짜 아파! 잉잉거리는 게 귀찮지도 않은 지 하나하나 맞장구 쳐주며 몸까지 추슬러준다. 이제 화가 좀 가라 앉았는지 미안한 기색의 택운을 끌고 술집을 나섰다. 여기서 사과하면 더 귀찮게 될 것이 뻔했다. 사과하면 학연이 감동이얌. 나 지금 걱정해준고야? 하며 들러붙을 게 눈에 훤했다.

 

 

 

 "패니까 기분이 풀려요?"
 "팬 거 아니야."
 "그럼?"
 "..."

 

 

 

말없이 저먼저 휘적휘적 걸어나가는 걸 보며 조금 웃다가 후다닥 뛰어서 택운의 옆에섰다.

 

 

 

 "얼마나 때린건데요?"
 "안 때렸다니까. 그냥 밀친거야. 걔가 술취해서 너무 크게 넘어진거고."

 

 

 

꽤나 억울했던 모양인지 말이 길었다. 잔잔한 미성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내일 가서 사과해요."
 "그럴거야."

 

 

 

그래. 또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밤거리를 걸었다. 그리고 뒤에 알게 된 사실인데 학연이 택운에다 대고 입을 문댔다는 사실이었다. 그러고도 살아 남았다니 그거야 말로 놀랠 노자다. 그 뒤로 의외로 더러운 소문은 없었다. 원식의 귀에 안들어오는 건지 아님 정택운이 무서워서 말을 아끼는 중인지.

 

 

 

 

 

*

택운과 함께 동방에 들어서자 학연과 재환이 또 만담을 하며 낄낄대고 있었다. 그 옆에 이홍빈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눈을 뜨지도 못한 채 웃고 있었다. 가장 먼저 둘의 존재를 확인한 재환이 손을 번쩍 들어보였다. 그러자 학연도 고개를 들어 원식을 쳐다봤다.

 

 

 

 "잠실사는 원식이 안뇽."

 

 

 

저 잠실사는 원식이는 동방에 처음 들어가 흑덩이를 처음 만난 날 생긴 별칭 같은 건데 마치 퇴계 이황, 다산 정약용, 얌마 도완득 하고 부르 듯 차학연이 매일 불러대는 것이었다. 그저 뭐만하면 올, 잠실사는 원식이! 올!!

 

 


처음 동방에 모여 면접을 보는 과정에 자기소개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의 출신지가 유독 지방이 많았다. 다들 하는 말이 부산에서 올라온 누구입니다. 광주에서 올라온 누구입니다. 해대는데 원식도 그거에 따라 속으로 몇번 자기소개 할 것을 되뇌였다. 그러다 제 차려가 되었을 때 저도 모르게 속에서 생각하던 것을 툭 내뱉었다.

 

 

 

 "잠실사는 원식입니다."

 

 

 

순간 아차 싶었다. 잠실 사는 원식인데 뭐 어쩌라고. 예상대로 사람들이 하나 둘 픽픽 웃었고 눈 앞의 흑덩이는 대놓고 웃어 재꼈다. 순간 민망해서 머리를 긁적거리는데 학연이 입을 열었다.

 

 

 

 "잠실사는 원식이는 좋겠네. 나는 서울이 쪼금 낯설어서. 거기다 잠실이면 잘 살잖아? 그럼 오늘 간식은 잠실사는 원식이가 살까?"

 

 

 

무언가 일이 틀어졌다고 머리속에서 사이렌이 울어댔다. 넌 임마 좆됐어 임마. 하며 머리 속 누군가가 낄낄대며 웃었다. 그러면서 덧붙히는 말이 넌 이제 잠실사는 원식이다 임마. 하며 또다시 낄낄대며 웃었다. 그리고 그후 원식은 김원식이 아닌 잠실사는 원식이가 되었다.

 

 


그놈의 잠실사는 원식이! 티나게 표정을 찌푸리곤 홍빈의 옆에 풀썩 주저앉자 택운은 저가 정해놓은 자신의 지정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귀에 꼽았다. 그러길래 집에 먼저 가라니까 입을 꾹 다물곤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게 고양이 마냥 앙칼져서 고개를 마구 도리질쳤다. 진짜 화가 나는게 이형은 맨날 맨날 무서운데 어쩌다 고양이 마냥 굴어서 귀여울 때가 있었다. 진짜 얼굴만 까맸어 봐. 내가 이 형이랑 연을 맺나. 아오.

 

별 신경 안쓰고 앉아있었더니 또 옆에서 소란스러운게 딱 불안한 기운이었다. 혹시나했는데 역시나 학연과 재환이 무슨 작당을 모의중이신지 둘이 머리를 맞대고 속닥대고 난리가 났다. 그 옆의 홍빈은 기어코 듣겠다고 재환 옆에 딱 붙어서 귀를 들이대고 있었다. 그러다 지가 모르는 내용이었는지 쳇, 하며 입술을 삐죽였다. 그 소리를 또 용케 들은 재환이 홍빈까지 껴선 또다시 작게 속삭이기 바빴다. 그리고 얼마 후 당연히 홍빈은 웃겨서 자지러져 넘어갔다.

 

 

 

 "아 진짜 미친 거 아니에요?"
 "쉬, 쉿. 조용히해, 빈아!"

 

 

 

홍빈은 알았어요, 알았어. 하면서도 웃음을 못참겠는지 어깨가 들썩거렸다. 여전히 머리를 맞대고 소근대던 중 학연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순한 모양새의 눈동자 4개가 학연을 올려다봤다. 마치 존경이라도 한다는 듯이. 그러더니 둘다 같은 포즈로 엄지손가락을 척 들이밀었다.

 

 

 

 "형, 잘 다녀와!!"
 "화이팅!"

 

 

 

재환과 홍빈의 응원에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인 학연이 부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게 당연히 택운을 향한 발걸음이라 방관할 작정으로 팔짱을 끼곤 다리를 꼬아 편하게 앉았다. 슬금슬금 다가오는 발걸음을 느꼈는지 택운이 슬그머니 고개를 올렸다. 그러자 정확히 세개의 어깨가 흠칫 놀라선 떨었다.


학연이 큼큼 목을 푸는 소리를 냈다.

 

 

 

 "아, 저 택운아."

 

 

 

택운은 입을 여는 대신 학연을 향해 시선을 올렸다. 잠시 학연의 침삼키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저번 동아리 모임때는 내가 미안했어."

 

 

 

그러곤 돌직구로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러자 택운의 얼굴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걸 확인한 학연이 택운에게 달려들어 웃는 모양새로 계속 미안하다고 떠들어댔다. 그러자 택운도 평소처럼 귀찮은 얼굴로 학연을 밀어냈다. 그걸 본 머저리 둘이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참 멋있는 우정이라며 갖잖은 소리를 해대며.

 

 

 

 "점심은 내가 쏠게! 빵빵."

 

 

 

총으로 쏘는 흉내를 내곤 후, 하고 검지손가락 끝을 불기까지한 학연의 말에 머저리 둘은 더 신나서 서로 손바닥을 짝짝 두드려댔다. 아.. 저 머저리들..

 

 

 

 


*

 "홍빈아!!"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시선 둘이 돌아갔다.

 

 

 

 "왜요?"
 "학연이 형은 과대 일때문에 바쁘대. 우리끼리 밥먹으러 가자."
 "그래요."

 

 

 

재환이 달려왔는지 헥헥대며 원식과 홍빈옆에 서서 나란히 걸음을 옮겼다. 그대로 정문 앞으로 가려는 둘을 원식이 붙잡았다.

 

 

 

 "잠깐만! 아까 택운이형이 좀만 기다리라고, 밥 같이 먹자고 했어요."
 "얼마나 기다려야 되는데?"
 "글쎄.."

 

 

 

원식이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지긋히 쳐다봤다. 배고픔 때문인지 멍한 머리를 열심히 굴려야 겨우 답이 나왔다.

 

 

 

 "한 30분 기다려야 될 거 같은데요."
 "으엥! 난 안돼! 다음 강의 얼마 안남았단 말이야!!"
 "어, 그럼 나도!"

 

 

 

재환의 말에 홍빈이 뒤늦게 저도 맞장구쳤다.

 

 

 

 "넌 뭐가 나도야. 너 이제 수업 없는 거 알거든."
 "기다리기 귀찮아. 난 재환이형이랑 밥 먹으러 갈테니까 넌 택운이형이랑 둘이서 먹어."
 "뭐? 나도..!"

 

 

 

말도 없는거랑 같이 밥먹으면 얼마나 불편한데! 원식은 순간 나오려는 싫다는 말을 꾹 삼켰다. 머저리 하나.. 는 제외하고, 머저리와 동화되어가는 콩하나의 예리하게 빛나는 눈 때문이었다. 이게 지금 내말을 책잡아서 꼬지르려는 속셈인거다. 원식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던지."

 

 

 

홍빈의 귀찮다는 발언 역시 조금 위험했지만 워낙 일침을 날리는 홍빈에 익숙해졌는지 원식은 영 모르는 눈치였다. 홍빈이 얼른 재환의 팔에 팔짱을 끼곤 걸음을 빨리했다. 재환의 얼굴에 뜬 미안한 기색을 읽은 참이렷다.

 

 

 

 "아니 빈아 나는..,"
 "뭐가요. 저 배고파요. 아, 우동 먹고 싶다."
 "..어? 우동?!"
 "응, 저 맛있는데 아는데 가서 먹어요."
 "그래! 그러자!!"

 

 

 

단순한 재환을 순식간에 구슬린 콩이 더 재수없게시리 원식에게 주먹을 불끈 쥐며 격려해주곤 헬렐레 멀어졌다. 으어 열뻗쳐!! 진짜 이재환은 귀여워서 봐준다! 콩은 절대 안봐줌. 담에 두고보자!

 

 


원식은 장장 1시간을 허공에 날렸다. 캠퍼스 안 벤치에 앉아 대충 노래나 들으며 시간을 죽이던 원식은 약속한 시간이 다되도록 안나타나는 택운에 고개를 갸웃하며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택운은 원식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20통 정도 전화를 하면서 끓어오른 화를 참으며 노래를 들었다. 그렇게 한 10분 지났을까 그래도 여전히 원식은 혼자였고 노래는 흘렀다.


원식은 다시 택운에게 전화를 걸었다. 거의 끊어질 쯤 딸각 소리와 함께 통화가 연결됐다.

 

 

 

 "여보세요!!"
 [미안한데 밥 먼저 먹어. 끊을게.]

 

 

 

그러곤 툭. 끊겨진 핸드폰을 허망하게 쳐다보던 원식이 확인한 시간은 약속시간에서 정확하게 1시간이 지나있었다. 물론 원식역시 홍빈처럼 남은 수업이 없긴 했다. 거기다 잡혀진 약속 역시 없긴 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쁜거다. 그리고 기분이 나쁜 게 당연한거다. 대장 머저리인 차학연은 화도 못내고 지나갈지 몰라도 원식은 아니었다. 원식은 이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곱씹었다. 자신은 잘못한게 단 하나도 없었다. 혹시라도 싸움이 일어나도 자신은 잘못이 없다.


원식은 치밀한 척 싸움이 일어났을때의 상황을 상상하며 거칠게 이어폰을 다시 귓구녕에 박아넣었다. 짜증나!! 울컥 욕이 나올 거 같아서 원식은 일부러 듣고있던 음악 소리를 높혔다. 절대 어디서든 이 화를 풀지 않고 잘 모아놔야지. 그러면서도 원식은 짜증을 발걸음에 가득 담아 쾅쾅 소리를 내며 학교를 나섰다.

 

 

 

 

 

*

택운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떠올랐다. 다른 사람은 딱히 알아챌 수 없을 정도의 미묘한 차이였는데 원식은 그것을 어렵지 않게 캐치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학연 역시 캐치한 듯 싶었다. 학연의 눈이 획 돌아 원식에게 꽂혔다. 그러곤 대답을 종용하듯 눈빛을 쏘아댔다. 원식이 애써 그 눈길을 무시하며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원식은 일부러 큰소리로 배고프다는 소리를 했다. 그러자 깜짝 놀란 듯하지만 별다른 차이는 없는 택운의 눈이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원식이 고개를 들자 택운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역시 겉으로 티는 나지 않았다. 원식은 그게 눈에 너무 훤하게 보여 짜증이 났다. 으어! 안돼! 안귀여워! 이번엔 화 낼꺼야! 안넘어가!

 

 

 

 "원식아. 무슨 일 있어?"

 

 

 

참지 못한 머저리대왕이 먼저 원식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무말도 못하던 머저리들의 눈동자 4개도 원식에게 박혀들었다. 원식이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면서도 택운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런 둘을 번갈아가며 쳐다보던 학연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둘이 무슨 일 있었지, 그치?"
 "아니라니까요."
 "아니야."

 

 

 

택운까지 굳이 대답을 하자 학연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러자 오히려 원식이 슬슬 학연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쓸데없으리만큼 여리고 착하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빨리 풀자. 오늘은 다들 해산."

 

 

 

동시에 동아리 부장까지 맡고있는 머저리 대장의 말에 머저리 둘이 먼저 후다닥 먼저 가보겠다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학연도 금세 자신의 물건들을 챙겨들곤 자취를 감췄다. 둘만 남은 동방은 썰렁했다. 원식의 차가운 척 하는 눈빛 덕분도 있었고 긴장한 채로 뻣뻣하게 굳어있는 택운의 탓도 있었다.

 

 

 

 "어, 배고프면 밥부터 먹으러 갈래?"

 

 

 

원식의 눈이 휘둥그레 해져서 자신의 처지도 잊곤 택운을 쳐다봤다. 어디 정택운이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이던가. 원식은 순간 놀라움에 감싸여 어버버 말을 잊지 못했다.

 

 

 

 "..어, 싫은가?"
 "아니요. 어우 깜짝이야. 비싼 거 먹을거에요. 한시간이나 기다렸으니까!!"

 

 

 

이제와 화난 척 목소리를 높히는 원식을 보며 택운이 안심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겉으로 티나진 않았다.

 

 

 

 

단 둘이 앉아 나올 음식을 기다리면서도 둘은 말이 없었다. 덕분에 홍빈과 재환, 그리고 학연은 지루함에 몸이 다 찌뿌둥할 참이었다. 둘의 사이가 조금 틀어진 것 같은 건 다들 알고 있었다. 홍빈과 재환이 먼저 밥을 먹으러 간다며 간날 다음부터 붙어다니던 둘의 사이가 미묘하게 멀어진 것을 학연이 눈치채 머저리 둘에게 말해준 덕이었다. 아마 말해주지 않았다면 콩하나는 끝까지 몰랐을 것이 분명했다. 재환은 남의 감정을 많이 신경쓰는 편이였지만 콩은 그냥 평범한 수준이었고 택운의 변화는 평범한 수준으로는 눈치채지 못하니까.

 

암튼 학연이 둘에게 직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종용한 뒤 셋은 쓸데없이 모여 작당을 모의했다. 그래서 결론으로 나온 건 둘을 미행하자는 아주 쓸모없는 결론이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그것은 분명 아주 재밌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들은 재밌는 상황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저 눈치만 조금 보는 수준일 뿐 생각보다 그리 딱딱하지도 않다. 학연이 보기에도 그저 평범한 수준이니 아마 동방에서 이미 다 풀고 나온 듯 싶었다. 재미없어라. 학연이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앞에 있는 물을 꿀꺽꿀꺽 마셨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않아 그들이 시킨 음식이 나왔다. 생각보다 음식값이 꽤 비싸다. 아마 원식이 껀 택운이가 사주는 거겠지. 췟. 나도 택운이가 사준 밥 먹고싶다아!! 학연이 쓸데없는 소망을 떠올리는 동시에 꼭 얻어먹으리라 다짐했다.


머저리 둘은 신나서 음식을 먹어댔다. 그러면서도 홍빈은 재환에게 살찐다며 일침을 날리기 바빴다. 재환은 시무룩해 하면서도 먹는것을 멈추지 않았다. 학연도 얼른 숟가락을 들어 음식을 떠먹었다. 맛있닭@.@!! 그들은 금세 자신들의 목적도 잊곤 먹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남은 둘 역시도 그리 다른 상황은 아니었다. 비싼 가격에 원식은 통쾌해했고 택운은 놀랐다. 그리고 나온 음식에는 둘다 만족했다. 그러곤 축구에 대한 대화를 해나가는 게 결국 평소와 같았다.

 

 

 

 

잠실사는 원식이에게 분쟁을 푸는 것이란 별 거 없다. 원래 서울 사람들은, 그것도 잠실 사는 사람들은 쿨한 편이거든.

 

 


 

 

가벼운 캠퍼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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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좋아요ㅜㅠㅠㅠㅠㅠㅠ
9년 전
생시
부족한 글인데 고마워욯ㅎㅎㅎㅎ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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