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소재가 있는데 이것까지 쓰면 연재물이 급격히 늘어 감당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 내 뒷통수를 치며 작작하라고 외쳐주었으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느긋하고 자잘한 소음만 두둥실 떠다니던 한가로운 오후.
서로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온기를 지켜내고 있던 남준이와 윤기가 초인종 소리 하나로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보고,
남준이가 일어나서 현관문을 열고 택배를 받았내었으면 좋겠다.
뭐 시킨 거 없는데. 뭐지?
남준이가 상자를 바닥에 쿵 내려놓고 앞에 붙여진 운송장을 바라보면서 주소를 확인하는 사이에 방 한구석에 있던
하얀 토끼가 폴짝폴짝.
쪼르르.
멈칫.
킁킁.
귀 바짝.
앞발로 택배 상자를 콩콩.
토끼야, 이게 뭔지 알 것 같아요?
남준이가 그런 윤기의 행동에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가 손을 뻗어 윤기의 이마를 쓰다듬으면서 물으면,
하얀 토끼, 윤기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으면 좋겠다.
그러면서도 두 귀는 축 내린 채 남준이의 손바닥에 가만히 머리를 부비고 있었으면.
부모님이 보내온 택배에는 제철 과일들이 한가득 들어있었으면 좋겠다.
과일 좀 챙겨먹고 살라고, 그렇게 전화하면서 잔소리 하더니 결국 보내셨구나 싶어서
남준이는 바로 상자를 북북 뜯어내어서 과일만 따로 빼내고 남은 상자들을 버리려고 한 구석에 모아놓았으면.
윤기 형. 그거 봉투 뜯어서 혼자 먹고 있으면 안 돼요. 나 이거 버리고 오면 같이 먹어요.
귀 축 내려서 불쌍한 척 해도 안 돼요. 뜯으면 형 내일 초콜렛 안 사줄 거예요. 형 아직 월급도 안 나왔잖아요.
남준이의 말에 윤기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씩씩거리며 남준이의 다리 근처까지 왔다가 자신을 덜렁 들어올려 침대에 놓고는 박스 잔해들을 챙겨 나가는 남준이의 뒷모습에
뒷발로 침대만 퍽퍽 내려쳤으면 좋겠다.
저 정강이를 못 찼네.
씩씩대면서도 얼른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과일이 담긴 봉투 주위만 빙글빙글 맴돌았으면 좋겠다.
좋은 냄새.
코를 쿡 박고 얼굴을 부비면서 남준이가 얼른 오라는 듯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아, 형! 먼저 먹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리고 딸기 부서져요, 그렇게 하면.
조용하고 나긋했던 오후가 활기라는 소란스러움을 조심히, 두둥실 띄워올렸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윤기가 토끼의 모습일 때는 직접 입가에 먹을 것을 가져다 줘서 먹여주는 것을 좋아했으면.
간혹 장난을 치다가 윤기의 뒷발에 걷어차이거나, 중지나 검지를 물릴 때도 있지만서도
자신의 손가락이나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부지런히 입을 오물오물 움직이는 토끼를 가까이 바라보는 걸 좋아했으면 좋겠다.
투명한 보울에 딸기와 조금 엉성하게 조각난 수박 등이 한껏 담겨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준이가 보울에 담긴 과일들을 물로 한 번 씻어내고
노트북이 올려진 책상쪽으로 다가가 노트북을 밀어놓고 남은 자리에 보울을 내려놓을 때까지
윤기가 남준이의 발걸음을 그대로 따라가 함께 했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자리에 앉자마자 내내 자신의 걸음을 따라오는 윤기를 보고 결국 크게 웃음을 터뜨렸으면 좋겠다.
잘했다는 듯이 우선 윤기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 중 하나인 딸기를 들어 꼭지를 떼어내고
윤기의 입가에 가져다주었으면.
하얀 토끼가 입가를 딸기색으로 물들이면서 열심히 딸기를 먹는 것을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저절로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으면 좋겠다.
이건 수박이라는 건데, 먹어본 적 있어요?
윤기가 기대에 찬 얼굴로 고개를 저으면서 남준이의 허벅지에 앞발을 올려놓고 얼른 달라는 듯 탁탁 두드렸으면 좋겠다.
그 다음은 꾸욱 꾸욱 눌러대고,
두 귀를 축 내린 채로 남준이만 빤히 올려다보았으면.
윤기의 드문 재촉에 남준이가 수박을 조금 더 작게 잘라 입가에 대어주었으면.
남준이가 준 대로 받아먹으며 한참 수박을 씹던 윤기가 와작, 하는 소리와 함께 씨를 씹었는지 인상을 한껏 구기다가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씨를 뱉어내었으면 좋겠다.
토끼야, 바닥에 씨를 뱉으면 어떡해요.
남준이는 그런 윤기의 모습에 키득이다가 휴지를 몇 칸 뜯어내어 여기에 뱉으라고 윤기의 옆에 놔주었으면.
그 뒤로 윤기는 수박을 먹다가 씨가 씹힐 즈음에는 정말 신경질적으로 휴지 위로 씨를 뱉어내었으면 좋겠다.
뱉어진 씨가 불쌍할 정도로 인상을 팍 찡그리며 뱉어내는 행동에 남준이는 그걸 핸드폰 동영상으로 찍어 남기기도 했으면.
일부러 씨가 많은 부분의 수박을 물려주었다가 윤기에게 검지를 물리기도 했으면.
잠깐의 간식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으면 좋겠다.
윤기가 배가 부르다며 남준이가 과일을 또 입가에 대주자 앞발로 꾸욱 밀어내고 다시 침대로 돌아갈 즈음에 끝이 났으면.
윤기 못지 않게 먹은 터라 조금 남은 과일을 치우고, 남준이는 침대가 아닌 거실 한 바닥에 누워버렸으면 좋겠다.
나른하고, 조용하고, 배부르고, 졸린. 적당히 시원한.
기분좋은 모든 감각이 쏟아져내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남준이가 슬쩍 고개를 돌려 윤기가 있는 곳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토끼야.
이리 와 봐요.
자신의 부름에 흰 귀가 쫑긋거렸지만, 윤기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여튼 저 토끼는 순순히 부르면 안 온다니까. 작게 투덜거린 남준이가 그저 누운 채 다시 만족감에 가득한 긴 숨을 내쉬었으면 좋겠다.
이대로 낮잠이나 잘까, 하는 따분하고도 평화로운 생각을 한 채로.
반쯤 잠에 들어서 몽롱한 기분이 들 찰나에 자신의 손에 부드러운 무언가가 닿아서 남준이가 조금 놀랐으면.
그러다가 금방 자신의 손에 느껴진 온기가 누구의 온기인지를 알고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으면 좋겠다.
자신의 손바닥에 얼굴을 묻은 채로 부비적거리면서 역시 나른해보이는 윤기를 바라보다가 조심히 손을 움직여 그런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으면.
윤기 형.
남준이가 조용히 윤기를 불렀으면 좋겠다.
그 다음은 아무 말도 없었으면.
편안한 침묵 뒤에 남준이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윤기가 사람으로 변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와
짧은 입맞춤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윤기를 바라보다가 눈이 또 마주치고, 윤기가 사람으로 변해서 그대로 허리를 숙여 남준이의 볼을 감싸 입을 맞추었으면.
어?
남준이가 놀라서 윤기를 바라볼 즈음에 윤기가 되려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으면.
너 방금, 되게 뽀뽀하고 싶은 표정이었는데 아니었어?
예?
아니, 아니야. 됐어.
과일향이 가득했던 입술이 멈칫거리는 걸 본 남준이가 아무 말이 없자 윤기의 얼굴이 한 번에 화르륵, 목까지 붉어졌으면 좋겠다.
윤기가 티셔츠를 입으려 고개를 돌리는 사이에, 남준이가 손을 뻗어 침대의 이불을 끌어와 윤기의 몸을 감싸고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긴 뒤에
윤기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으면 좋겠다.
그 다음은 코에,
그 다음은 양 뺨에,
마지막은 입술에.
간지러운 입맞춤에 윤기가 처음에는 남준이를 밀어내었다가 그저 이불만 꾸욱 그러쥔 채로 남준이를 바라보고 있었으면.
그러다가 남준이의 얼굴도 자신 못지 않게 붉어진 걸 보고 작게 웃음을 터뜨렸으면 좋겠다.
왜 웃냐는 남준이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은 윤기가 그저 고개를 숙여 남준이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으면.
잠깐만, 이러고 있어봐.
그리고 삐죽 튀어나온 귀를 잡아 눌러 얼굴을 가린 채로,
한참을 남준이의 품에 안겨있었으면 좋겠다.
남준이를 안고 있었으면 좋겠다.
일주일의 하루. 가장 한가한 어느 때의 시간은 그렇게 보냈으면 좋겠다.
행복하다는 감정과 서로의 온기를 한 품에 가득 끌어안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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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귀여운 민트토끼 윤기 그림 감사합니다. ♥
초콜릿 좋아하는 귀여운 민트토끼 윤기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귀엽고 아기자기한 글귀 감사합니다. ♥
귀여운 윤기 그림 정말 감사합니다. ♥
예쁜 부농부농한 윤기 그림 선물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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