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벌써 끝이 났네요. 연이은 휴일 다음의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독자분들은 좋은 연휴 보내셨나요?
저는 잘 보냈습니다.
여러분들도 좋은 연휴를 보내셨기를 바라요. 내일도 힘.
언제나 댓글, 추천, 구독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처음의 기억은 꽤나 차가웠던 공기.
그리고 온 몸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이상한 점액질.
갑자기 뱉어져나온 듯한 충격에 크게 터뜨렸던 울음.
마지막은, 그 울음을 달래던 따듯한 온기.
그게 남준이의 첫 기억이었으면 좋겠다.
네 이름은 남준이로 하자.
너의 첫 주인이 다른 이름을 지어줄 때까지는.
자신의 뺨을 부드럽게 핥아올리는 온기에 남준이는 그대로 최대한 고개를 움직여 그 온기를 좇았으면 좋겠다.
처음 눈을 떠 세상을 담아내었을 때는 저를 가만히 내려보던 크고 애정을 담은 순한 눈과 마주했고, 곧 남준이는 낑낑대면서 처음으로 그 눈의 주인을 불렀으면.
엄마.
큰 눈이 곱게 휘어지고 부드러운 금빛의 털 안으로 포옥 감싸여진 것이 두 번째의 기억.
남준이는 그 뒤로 여러 명의 형제들 중에 제일 먼저 몸이 크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그나마도 비슷비슷한 크기일 테지만, 가장 짙은 황금빛의 털을 가진
유독 걸음마도 빨리
젖도 빨리 떼던
그런 아이.
가장 먼저 입양을 갈 것이라는, 하얀 울타리 너머로 자신을 보았던 누군가의 말과는 달리
남준이는 거의 마지막까지 입양이 보내지지 않은 채 자신을 돌보는 큰 강아지, 남준이의 엄마 옆에서 시간을 보냈으면.
엄마. 왜 내 형제들을 저 사람들이 데려가는거죠?
그건 저 사람들이 네 형제들을 사랑해주기 위해서야.
그러면 나는 사람들이 사랑해주지 않는 건가요? 내가 예쁘지 않아서 데려가주지 않는 건가요?
아직 널 사랑해줄 좋은 주인이 나타나지 않은거야. 그러니, 만약 너도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된다면 그 주인을 힘껏 사랑해줘야해.
알았어요. 그러니까, 엄마, 엄마.
자신의 품에 남은 한 아이가 애타게 자신을 부르자, 그녀는 최대한 몸을 둥글게 말아 자신의 아이를 끌어안았으면.
남준이는 최대한 고개를 들어 촉촉한 콧망울을 그녀의 뺨에 대어 위로를 건넸으면 좋겠다.
울지마세요.
뜨거운 눈물이 남준이의 얼굴로 떨어져, 남준이의 눈가를 따라 흘러내렸으면 좋겠다.
울타리 너머의 사람들이 아무도 없던 날,
남준이는 처음으로 사람으로 변했으면.
그나마도 겨우 두발로 설 정도의 조그마한 아이.
사람으로 변한 남준이가 갑자기 높아진 시야에 휘청이는 사이,
똑같이 사람으로 변한 남준이의 엄마가 남준이를 조심히 안아들었으면 좋겠다.
울타리 너머의 사람들에게는 절대 네가 사람으로 변한다는 걸 들키면 안 돼.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남준이를 보며 지금은 또렷한 사람의 모습을 한 여성은 조용히 웃었으면 좋겠다.
착하지,
우리 남준이.
그래도 분명, 사람으로도 변할 수 있는 너를 사랑해줄 주인을 만날 수 있을거야.
남준이는 그 말을 온전히 다 알아듣지는 못한 채 그저 꺄르륵 해맑게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체력을 소진해 강아지로 돌아가버리고는, 그 날은 내내 낮잠을 잤으면.
남준이가 혼자 울타리를 뛰어넘어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닐 수 있게 되었을 즈음,
이제 엄마의 등에 올라타고, 넘으면서 한참 활기차게 이리저리 장난을 칠 즈음에
처음 남준이는 울타리 너머의 사람들이 아닌, 새로운 사람의 품에 안겼으면 좋겠다.
이제 나랑 같이 살자.
외로운 눈을 하고 있던 여자의 말에 남준이는 얼른 고개를 돌려 자신의 엄마를 바라봤으면.
현관문 바로 앞까지 끝까지 따라오던 그녀가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크게 짖으며 인사를 하는 것을 끝까지 눈에 담았으면.
잘 가.
예쁜 내 아이야.
너의 주인을, 마음껏 사랑하면서.
너 또한 마음껏 사랑받기를.
남준이는 어린 기억 속에, 그 짖는 소리가 울음소리 같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게 엄마에 대한 마지막 기억.
남준이는 느릿하게 눈을 떴으면 좋겠다.
요즘 부쩍 낮잠이 좀 줄어들었다, 싶었는데 다시 많아진걸까. 무거운 눈꺼풀을 손으로 슥슥 부비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으면.
열어둔 창문으로 선선한 바람이 들어와 남은 남준이의 잠을 덜어내며 뺨을 간질였으면.
큼직하게 입을 벌어 하품을 한 남준이가 주섬주섬 침대에 내려와 거실로 향했으면 좋겠다.
벌써부터 코 끝을 두드리는 윤기의 향,
귓가에 들리는 윤기의 인기척.
천천히 거실 소파로 향한 남준이가 절 바라보는 까만 눈동자와 눈이 마주칠 즈음이면, 잠시 걸음을 멈췄으면.
깼어?
다시 울리는 낮은 목소리에 두 팔을 뻗어 윤기의 허리를 감싸고 윤기를 제 품으로 끌어당겼으면.
주인아.
못지 않게 잠긴 제 목소리에 헛기침을 뱉어내는 사이 윤기가 손을 올려 남준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마디가 굵은, 하얀 손이 자신의 머리를, 미간을, 뺨을, 목덜미를 쓸어내리는 걸 느긋히 즐긴 남준이가 다시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으면.
주인아.
나 예뻐?
뜬금없는 남준이의 질문에 윤기가 그게 뭐냐는 듯 짧게 웃음을 뱉어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목덜미에 얼굴을 자꾸 부비면서 대답을 재촉하는 남준이를 내려보다가 말랑한 볼을 살짝 꼬집었다가 놓아주었으면.
왜 대답 안 해줘.
주인아.
대답 해줘. 듣고 싶어.
꼬리까지 자신의 허벅지에 올려놓고는 끝을 살랑여 대답을 재촉하는 모습에 윤기가 고개를 돌려 남준이의 볼에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예쁘지.
제일.
윤기의 대답에 남준이가 행복하다는 듯 환하게 웃었으면 좋겠다.
그럼 주인아, 내가 있어서 행복해?
윤기는 그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 남준이의 품에 편하게 몸을 기대면서 웃었으면 좋겠다.
행복해, 정말로.
남준이의 꼬리가 슥슥 소파를 부비면서 조금은 소란스러움을 들뜨게 띄웠으면 좋겠다.
윤기가 고개를 돌려 다시 티비에 집중하는 사이에 남준이는 그런 윤기의 목덜미에 얼굴을,
윤기의 등에 자신의 가슴팍을
꼬옥 붙인 채로
한없이 꼬리만 살랑였으면 좋겠다.
결국 윤기의 손에 꼬리가 쥐어져 쓰다듬어질 때까지.
엄마. 내가 주인을 행복하게 해줘야 하는데
주인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해줘요.
그러면 어떡해야 해요?
남준이의 대답에 답해줄 그녀는 옆에 없지만, 남준이는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면.
준아.
응, 주인아.
너는 어떤데.
나? 뭐가?
….
아, 나도. 나도, 주인이 있어서 너무 행복해.
윤기는 아무 말도 없었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그저 고개를 숙여 어느새 올라가있는 윤기의 입꼬리 끝에 입을 맞추었으면 좋겠다.
그냥 이대로 더,
자신의 하나뿐인 주인을 계속 사랑하면 되겠지.
더욱 행복해지면 되겠지.
복잡한 생각을 끝낸 남준이는 그녀가 자신에게 그랬듯이, 소중히 윤기를 품에 가득 끌어안았으면 좋겠다.
정말 좋아해,
윤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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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귀여운 글씨와 그림 감사드립니다. ♥
예쁜 글씨 감사드립니다. ♥
귀여운 글씨와 그림 모두 감사합니다. ♥
귀여운 남준이 그림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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