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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크리수호] 독(毒) 03 | 인스티즈    [EXO/크리수호] 독(毒) 03 | 인스티즈




[크리스 김준면 빙의글]

독(毒)
written by.빛, 허니찬















가방 속에서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자마자 굳어진 크리스의 얼굴이 보였다. 내 어깨를 잡은 크리스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고, 애써 담담하게 핸드폰을 꺼내들고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그제서야 전화를 끊은 준면이의 눈은 여전히 나를 향해서 웃음 짓고 있었다. 크리스의 품 안에 당겨져있는 내 모습은 어정쩡하기 짝이 없었다. 갑작스런 크리스의 행동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내 표정을 혹시라도 네가 눈치 챌까 덜컥 겁이 났다.




"남편 분 되시나보네요."
"…주, 준면아."





갑작스런 준면이의 말에 놀라 재빨리 대꾸했지만 크리스는 이미 화가 난듯 보였다. 어깨를 더 죄여오는 크리스의 악력에 금방이라도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내 당황한 얼굴을 본 준면이도 더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침묵이 계속 되는 동안 우리 세 사람 중 눈치를 보느라 안절부절 못하는 쪽은 크리스도, 준면이도 아닌 바로 나였다. 여기서 더이상 둘을 마주하게 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굳게 다물고 있던 입술을 떼는 순간, 긴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준면이였다.





"남편 분이 다정하네. OO아."
"…아, 응."
"연락 할게. 추운데 들어가."





고개를 끄덕이자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건다. 그의 차가 출발하자마자 아무 말없이 어깨를 감싼 손을 풀고 먼저 아파트 현관 안으로 들어서는 크리스. 그의 뒷 모습은 또다시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 * *









현관문 도어락을 해제하고 집 안으로 먼저 들어가는 크리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조용히 들어서는 나. 심장박동수가 급격히 빨라지기 시작한다. 입고있던 코트를 벗어 소파 등받이에 걸쳐두는 그의 모습이 여전히 낯설다. 한 겨울에도 목도리는 커녕 그 흔한 머플러조차도 하지 않는 그의 목이 몹시도 추워보였다. 크리스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두려운 이 상황에서도 자신 걱정 뿐인 나를 알기는 할까. 내 꼴이 퍽이나 우스워졌다.





숨 죽인 채 안방으로 들어가 목에 두르고 있던 머플러를 풀어헤쳐 내려놓고 케이프코트를 벗었다. 옷장 문을 열고 옷걸이를 꺼내 옷을 걸어두고 나올 때까지도 크리스는 내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옷을 갈아입고 부엌에 들어섰다. 에이프런을 둘러매며 조심스럽게 크리스에게 말을 건냈다.






"…저녁, 먹었어요?"
"아니."
"아, 미안해요. 밖에 있느라 아무것도 준비 못 했는데."
"그래."
"조금만 기다려요. 금방 해줄ㄱ…"
"누구야."





예상치 못한 크리스의 질문에 온 몸이 마비라도 된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무 말도 없었던 그이기에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갈 줄 알았던 내 생각은 착각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얼어붙은 입술은 옴짝달싹을 할 생각을 않은 채로 고스란히 크리스의 차가운 눈길을 받아내고 있었다.



"대답하기 곤란해?"
"…."
"OOO."
"…."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도 입을 열 수 없었다. 왜일까. 왜 나는 준면이의 존재를 크리스에게 말할 수 없는 걸까. 좋아했던 남자라서? 아니면, 친구라고 말하기 싫어서? 내 행동을 나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저 단순히 친구라고 말을 할 수 없어서라고, 그렇게 믿고 싶을 뿐. 더이상 어떠한 관계로든 준면이와 나를 엮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크리스 앞이라면 더더욱.



"OOO."



왜 대답 안 해? 재차 내 이름을 부르는 크리스의 목소리에는 잔뜩 날이 서있었다. 친구예요. 결국 크리스의 재촉에 못 이긴 나는 억지로 대답을 하고 말았고, 내 대답을 들은 크리스가 천천히 내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 *






"친구라고?"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친구예요."
"어디 갔었는데."
"크리스."
"내가 아는 네 친구 권유리 밖에 없는 걸로 아는데, 친구라고?"





내가 말한 사실을 변명처럼 만들어버리는 그의 목소리에 소름이 끼쳤다. 내 앞에 마주선 크리스의 얼굴은 차갑에 굳어있었고 그의 모습에 당황한 나는 덜컥 겁을 먹은 채로 그의 시선을 피했다. 입술을 꾹 깨무는 내 모습을 쳐다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그가, 오늘따라 더욱 멀게만 느껴진다. 나를 한 번도 다정스레 바라봐준 적이 없는 사람, 이렇게 내 옆에 있는데도 마음은 내 옆에 없는 사람. 그게 크리스란 남자였다.






"호주 이민 갔던 친구예요."
"OOO."
"크리스. …지금 난 당신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 왜 이래요?"
"무슨 사인지 관심 없어. 다만, 집까지 끌어들이는 짓 용납 못 해."





기어코 나를 울려야만 속이 시원할까. 내가 당신을 택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힘들고 아프지 않았을까. 크리스의 말 한 마디에 끝끝내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 * *









"어, 응…. 진짜 연락했네."
-그럼 장난이였을까봐?
"…무슨 일이야?"
-어제 저녁 같이 못 먹었잖아. 나 밥 같이 먹어줄 사람 필요한데.
"준면아."
-너랑 먹고 싶어서 그래.





알았어. 짧게 대답을 마치고 나갈 채비를 했다.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을 하는 내 모습이 어색하게 다가온다. 지난 밤, 내 눈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옷을 챙겨 집을 나선 크리스는 결국 들어오지 않았다. 준면이의 목소리는 꽤나 다정했다. 결혼 전이나 지금이나 크리스에게선 한 번도 느껴볼 수 없던 다정함이었다. 준면이는 친구로써도 남자로써도 늘 따스하고 자상했다. 세심하고 배려 깊은 성격의 그는 주변에 좋다는 친구들이 많았었다. 친구들 중에서도 유독 나를 더 챙겼던 준면이 때문에 항간에는 나와 준면이가 그렇고 그런 사이란 얘기가 나돌곤 했었으니까.




다시 만난 그는 여유로워 보였다. 그의 차에선 여전히 같은 노래만이 흘러나오고 있을 뿐이였고. 이내 차에 타자 기분 좋은 콧소리가 귓가를 울리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얼굴 가득히 웃음을 띄우는 준면이의 모습에 조용히 따라 웃었다. 크리스와의 결혼 후, 처음으로 느껴보는 작은 기쁨이자 소소한 행복이였다.





"오늘 예쁘다."
"띄워주는 거 곤란해. 김준면. 무슨 꿍꿍이야?"
"데이트 신청 받아줘서 고맙다는 말 대신이야."





준면이의 말에 잠시 멈칫, 시선을 돌렸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야, 김준면. 다시 입을 굳게 다물자 그가 음악 소리를 조금 더 키운다. 다시 선명하게 들려오는 노래 가사들이 가슴 언저리에 박힌다. 그저 당신과 함께이고 싶다. 그래, 나는 크리스와 함께이고 싶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의 곁에서, 그의 여자로 있고 싶었다. 늘 외롭기만 했을 그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고, 모듬어주고 감싸주고 싶었다. 사랑해주고 싶었다. 준면이가 내게 그랬듯이.






"뭐 먹을래?"
"…."
"OO아."
"어? 응. 미안, 무슨 얘기 했어?"



뭐 먹을 거냐고. 아무것도 모르고 다시 내게 말을 건내는 준면이를 쳐다봤다. 아무거나. 말을 내뱉고 그를 쳐다보기도 잠시 다시 입술을 깨물고 창 밖을 쳐다보는 나. 눈가를 비집고 나온 눈물을 애써 삼킨다. 




우리는 어디쯤 서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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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크리스ㅜㅜㅜㅜㅠㅠㅠㅠ너무해ㅠㅠㅠ
10년 전
독자2
아크리스..언제쯤 나를 볼것이에요ㅠㅠㅠㅠ아눈물샘이에요!!!언제나 자까님글을 사랑하는♡저입니다 준면ㅠㅠㅠㅠㅜ자꾸잘해주면..ㅇ..안돼!!
10년 전
독자4
린현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아 크리스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5
쿵니에요ㅠㅠㅠㅠㅠ언제까지차가울지구희수씨ㅜㅜㅜ
10년 전
독자6
아이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분위기b
10년 전
독자7
ㅠㅠㅜ헣글분위기너무좋네요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8
차가운남자크리스같으니라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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