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러니까 이봐요...지금 그쪽때문에 제 바지 다 젖었잖아요!!"
"아..손님..정말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하기만 하면 뭐하냐구요!! 이 직원 정말 답답하시네!
오랜만에 오빠 만나려고 기다리는데 이게 뭐야 이게.. 아 짜증나!"
오늘은 제가 너무 정신이 없었나봐요.
혼잡해진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 가게 덕분에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주문을 받고 테이블을 치우다
그만 손님분에게 물컵을 쏟아버렸지 뭐에요?
뒤늦게 상황파악을 하고 연신 죄송하다 거듭 사과를 했지만
쉽사리 분을 삭히지 못했는지 화를 많이 내시네요.
"아 진짜 이거 어쩔거냐고요!! 세탁비라도 물어내시던가요!"
"네? 손님 이건 물이라서 말리기만 하시면.."
짝!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어요.
손님한테 뺨을 맞고도 이게 뭔 일인가 싶어 한참을 멍하니 볼만 감싸쥐었어요.
이 순간 요리하느라 여념없는 사장님과
가게 밖에서 춤추느라 정신없는 정국이와
아프다며 늦게 출근한다고 아직 오지않은 호석오빠를 제외하고는 모두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어요.
차라리 잘 된 일이다 싶었죠.
지켜보는 손님들은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할까요.
쥐구멍에라도 숨고싶은 심정이었어요.
"그쪽, 우리 오빠 데려오면 가만 안둘꺼니까 그렇게 알아.
요즘 알바를 어떻게 뽑길래 저렇게 생각없는 애가 있는지 참나.."
생각없이 사는건 그쪽이거든요??
당장이라도 똑같이 뺨을 후려갈기고 싶었지만 손님은 이미 나가버리고 없네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동그라진 물컵을 집어들고 주방으로 향했어요.
걸음을 옮길때마다 느껴지는 수십개의 시선들에 뒤통수가 따가울 지경이에요.
"8번 테이블 까르보나라하고 토마토 파스타....뭐하냐?"
"네? 아뇨, 아무것도. 설거지 하려구요."
"음식 나왔다니까 뭔 설거지야. 정신차리고 빨리 가져가."
방금전의 상황을 확실히 보지 못했는지 무심하게 말하는 사장님이에요.
평소같으면 그저 허허 웃고 넘어가는데 오늘따라 왜이리 서글플까요.
주방을 나서기 전에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 나가려는데 옆 쪽문에서 문이 열리며 반가운 얼굴이 나타나네요.
"저 왔어요, 많이 늦었네요."
"아픈데 뭐하러 와. 병 옮길일 있냐?
특유의 희망참이 없는거 보니까 진짜 아픈가보네."
"에이 그래도 일은 해야죠."
"어어 호석오빠 저 7번 테이블, 아니 8번 테이블에 이것좀 서빙해줘!"
최대한 아무일도 없었다는 척 파스타 접시 두 그릇을 호석오빠에게 넘기고 주방으로 돌아와 설거지를 시작했어요.
난 괜찮다, 난 괜찮다.
하고 속으로 주문을 외우며 접시를 닦을수록 더 착잡해지는거 있죠.
결국 초조함을 이기지 못하고 옆에 놓여있던 접시 하나를 건드려 깨버리고 말았어요.
와장창! 하는 소리와 거의 동시에 손 하나가 나타나 앞을 막아주었어요.
"괜찮아? 다친덴 없고?
정신 차리라 해도 그러네, 너 오늘 상태 안좋아 가서 쉬어."
"아, 아뇨. 저 할수있어요."
"시끄러, 그상태로 일했다간 우리가게 다 박살난다.
가는김에 정국이 불러서 뒷정리 하라고 해. 빨리 가."
사장님의 단호한 말투에 어쩔 수 없이 정국이를 부르고 휴게실에 들어갔어요.
오늘 정확히 나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곱씹어보며 시간 가는줄도 모르는 채로 멍하니 앉아있는데
별안간 문이 열리고 호석오빠가 나타나요.
"괜찮아?"
"네? 아 네. 나 원래 괜찮아요."
"말고, 니 볼.
빨개서 깜짝 놀랐어. 술 마신줄 알았다니까."
"...아"
"그 진상손님은 정국이가 처리했어. 걱정마."
세상에나, 오빠 데리고 오니 뭐니 난리를 치더니만
진짜로 데리고 왔나봐요.
눈이 동그래져서 쳐다보니 걱정하지 말라는듯 다독여 주는 호석오빠에요.
그제서야 긴장이 풀리며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지네요.
"크흡...오빠 저 진짜 깜짝 놀라써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웬 여자가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지 않나 뺨을 때리지 않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막 사람들 다 쳐다보는데 쪽팔려 죽겠고 흐어어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그래 괜찮아, 그 여자분 갔어."
그렇게 저의 놀란 가슴이 진정될때까지 호석오빠는 한참을 우는 저를 달래주었답니다.
평소엔 정국이 못지않게 시끄럽고 마냥 돌아이인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웃음기 하나 없이 오빠미를 풍기며 토닥여주는게 정말 낮설기도 하네요.
평소에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갔어요.
"흡 근데 오빠 일 안해요? 저랑 오빠 둘다 빠지면..."
"정국이가 있잖아."
"(동공지진)....에? 누님 형님 어디갔어여?"
"짤랐어. 너 일 열심히 하라고."
"거짓말..."
정국아, 힘내렴.
+)
새해니까.
한번쯤 멋있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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