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글꽤나 우중충한 날씨였다. 턱을 괸 채로 멍하니 창 밖 하늘만 바라보던 대현이 땅이 꺼질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비가 올것 같다. 대낮부터 하늘에 검은 먹구름이 잔뜩 낀게 마치 제 막막한 심정 같았다. 1분 간격으로 제 핸드폰을 확인하고 푹 한숨을 내쉬는 대현의 옆에서 짜증을 참아내려 노트에 펜으로 검은색 동그라미만 그려대던 영재가 마침내 펜을 탁 내려놓았다. 신경질적으로 몸을 돌려 저를 쳐다보는 영재를 향해 대현도 살짝 고개를 들었다. "씨발." "뭐." "핸드폰 뚫어지겠다 이새끼야." "니 핸드폰이냐?" 무심하게 다시 얼굴을 숙이고 핸드폰 화면에만 집중하는 대현에 영재가 작게 욕을 읊조리고 책상에 엎드렸다. 개새끼 씹새끼 호구새끼. 속으로 온갖 욕을 읊어내던 영재가 몇초 지나지 않아 다시 얼굴을 들었다. 제가 뭘 하던 말던 관심조차 없는 대현에 심술이 난 영재가 그 손에 꼭 붙들린 핸드폰을 뺏어버렸다. "야, 뭐하는거야!" "그렇게 보고 싶으면 전화를 하라고. 어? 내가 해줘?" 금방이라도 주소록 즐겨찾기 1번에 저장된 번호를 누르려는 영재의 손에 있는 제 폰을 뺏어든 대현이 미간을 좁혔다. "..안돼. 아저씨 바쁘단 말이야. 전화 안하는 이유가 있겠지.." 그러면서도 금세 풀이 죽은 토끼마냥 어깨를 축 늘어트리는 대현에 화를 내려던 영재가 몇번 혀를 차고는 다시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점심시간인데 놀아 주지도 않고. 짜증난다, 보기 싫어. 제 옆에서 아저씨 아저씨만 중얼거리며 뚫어져라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는 대현에 잔뜩 심통이 난 영재가 일어나려는 차에 대현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아저씨다!" 교실이 떠나가라 쩌렁쩌렁 소리치는 대현에 제가 다 부끄러워진 영재가 힐끔 주위를 둘러봤다. 역시나 대현에게 모든 시선이 쏠려있다. 어휴, 병신.. 작게 중얼거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뜬 영재가 제 옆에서 급하게 짐을 챙기는 대현의 팔을 잡았다. "야, 지금 가게?" "응. 아저씨 왔어, 아저씨!" 아저씨는 연락도 안하고 오고 그래. 투정이 가득 담겨 중얼대다가도 금세 얼굴이 밝아져 운동장을 가르키는 손가락을 따라가보니 이전에도 몇번 봤던 검은색의 고급 외제차가 운동장 중앙에 서있었다. "야 씨발, 운동장에 차 세우면 안되거든?" "닥쳐. 나 간다, 빠이!" 싱글벙글 하며 가방을 채 닫지도 않고 나가려는 대현의 손목을 잡아 끌어 돌려세운 영재가 호구야, 한심하다는듯 말하고는 활짝 입을 벌리고 있는 대현의 가방 지퍼를 닫아주었다. "고맙다 짜식." 팔을 툭툭 치고 웃으며 급하게 문 밖으로 달려나가는 대현의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보던 영재가 제 자리에 앉아 운동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봄처럼 밝게 웃으며 조수석에 냉큼 타는 작은 체구가 이렇게도 얄미울 수가 없었다. 노래방 가자고 하려고 했는데. 영재가 다시 검은 동그라미가 가득한 제 노트위로 엎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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