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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김남길 강동원 엑소 성찬
심리학자 전체글ll조회 2393l 4






정대현이 알기로는 경영학 교수님은 굉장히 까다로웠다. 그게 아니라면 교수 정신이 투철하시든지. 보통 교수님들은 대리 출석을 해도 모르시거나 알아도 그냥 쿨하게 그어버리고 넘어가시거나, 상황이 어찌 되었든 신경을 안 쓰시는 경우가 굉장히 일상다반사적으로 많은데 경역학 교수님은 생각 자체가 틀렸다. 수업 교재만 안 가져와도 그 조곤조곤한 말투로 친히 잔소리를 해 주신다나 뭐라나. 대리 출석을 하는 날엔, 강의가 끝나는 즉시 학생에게로 문자를 남기기도 한댔다. 정대현이 속한 유아심리학과와는 굉장히 먼 분야의 학과였지만 어찌 그것을 정대현이 아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다 최준홍 때문이었다. 내신으로는 중상이었고, 모의고사 성적으로는 꼭 3등급 같은 2등급이나 받아대던 최준홍은 축 수능대박 하 를 터트리는 덕분에 우쭐해 하며, 문과계열 중에 가장 가기 힘들다는 경영학과에 성공적으로 입학 할 수가 있었다. 정대현도 최준홍과 비슷하거나 혹은 그 위거나, 사실 비등비등한 공부머리였지만 단순히 아이들이 좋다는 개인의 취향과 그 당시쯤 관심이 있던 심리에 혹해서 학과 하향지원을 택했었다.


어쨌거나 수능 대박 후기를 쓸거라며 개지랄을 떨던 최준홍은 후기고 나발이고 그냥 경영학에 뼈를 묻겠다는 일념 하에 나름 바람직한 생활관을 가지고 학교를 다녔다. 그러나 깨발랄한 최준홍 성격 어디 갈까, 입학 한 지 한 달 조금 지난 뒤부터 최준홍은 대출은 물론이거니와 무단 결석도 빠지지 않고 출석부를 채워나갔다. 그러다가 정대현한테 등짝을 후들겨 맞은 게 한 두 번이 아니긴 했다. 그렇게 풋풋한 신입생이라는 이유로 풋풋한 청춘을 날리려던 최준홍이 정신을 차린 것은 고지식하고 교수 정신이 투철하신 경영학 교수님이 브레이크를 거심으로써 멈추게 되었다. 긴급 호출이었다. 교수님의 호출을 받고 교수님을 만나러 갔다 온 최준홍은 기가 빠져서 정대현의 앞으로 돌아왔단다. 


대강의 이야기를 들어 본 정대현은 헛헛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엔 없었다. 당시엔 1학년이라서 교양 과목만 수두룩 빽빽했지, 학과 수업은 잘 없었는데 이 분이 이 사실을 어떻게 아셨나 싶었던 최준홍은 제 나름의 잔머리를 굴리며 교수님을 만나 뵈러 갔지만 교수님은 최준홍의 변명은 듣지도 않고 홀로 주절주절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준홍 학생이 아직 신입생인 건 맞지만 그래도 학점 관리는 해야하지 않겠어요? 담당 교수로써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네요. 그러고보니 준홍 학생, 면접 때 저랑 면접 보지 않았어요? 그 외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들. 뒷 이야기로는, 교수님이 직접 학과 학생들의 출결 부분을 책임지신다고 하는데 -문제는 경영학 교수님만 그랬다.- 그 이유로 출석부를 확인하다 딱 걸린 게 최준홍이었다. 


교수님과의 일대일 대면 이후로 최준홍은 초심으로 돌아가 있었다. 면담 분위기 자체가 아예 무섭고 그랬으면 별로 신경 안 쓰이겠는데 조곤조곤하게 저러시는 게 더 무서운데다가 괜히 죄송한 마음까지 든다면서 최준홍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진즉 잘 할 것이지, 똘구야. 정대현은 혀를 쯧쯧 찼다. 최준홍이 말하기를, 이런 사람이 자기만 있는 게 아니라고, 셋에 한 명 쯤은 교수님이랑 면담을 했다고. 그렇게 말하는 최준홍의 표정은 치가 떨려 보였다. 제 3자인 정대현의 입장에서는 교수 정신이 투철한 분으로 보일 뿐이었지만.


군대 포함 지난 몇 년 간 최준홍은 착실히 모범생 코스프레를 하며 학교를 다녔다. 어쩌다 빠지는 날에는 꼭 들키지 않을 치밀한 방법으로 대출을 시도했고, 그게 아니라면 교수님에게 직접 양해를 구하는, 그러니까 최준홍이 하는 행동으로는 절대 믿기지 않는 막대한 개념의 홍수를 보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처음 정대현은 그게 적응이 안 되어서 소름이 돋곤 했지만 요즘은 그러려니 하고 자신의 캠퍼스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정대현도 최준홍과 교내에서 종종 배틀을 붙는 경우를 제외하곤 제 나름대로 조용히 학교를 다니는 편이었다.


그러나 최준홍의 모범생 코스프레를 하는 데에 정대현도 지대한 공을 이룩하는 중이었다. 



   “아, 미친 최준홍 개새끼 또 책 놔두고 갔어.” 



수강 신청의 성공적인 케이스인 정대현은 금요일 하루 내내 공강이었다. 정대현처럼 수강 신청 대박을 기원했던 최준홍은 장렬하게 전사를 했고, 덕분에 금요일 첫 교시부터 강의가 있었다. 그런 날이면 꼭 괜히 심술이 나, 정대현을 툭툭 건들고 갔다지만은 요 근래에는 뺨 맞을 정도로 강렬한 보복을 받은 탓에 조용히 준비를 하고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정대현은 불타는 금요일 아침을 꽤 즐겁게 보낼 수가 있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없을 시에만 가능한 것이었다.



   - ㅠㅠㅠㅠ 자기야 내 책 좀 가져다 주면 안 돼?

   - 경영학개론 ㅠㅠㅠ

   - 우리 교수님 수업이란 말야ㅠㅠㅠㅠㅠ



아오, 최준홍, 아오…. 모범생의 개념을 머리에 박게 되면서 기억의 일부분을 어디 갖다 내팽개친건지, 이유가 알 도리가 없었지만 최준홍은 꼭 한 달에 한 두 번은 책을 집에 두고 왔다며 정대현에게 SOS 요청을 했다. 그것도 오늘처럼 공강이거나, 혹은 어쩌다 강의가 비는 때가 있는 날이거나. 처음 몇 번은 애교로 봐주고 가져다 주었지만 이게 날이 가면 갈수록 심해지니 정대현도 열이 차 올랐다. 그럴거면 동방이나 사물함에 처 넣고 다니던가, 했더니 뻔뻔하기 그지 없는 최준홍은 그런 건 좀 불안하다며 경쾌하게 대꾸했다. 그러다 정대현에게 된통 털렸다. 이런 부탁을 할 때마다 써 먹는 자기라는 호칭에는 이제 익숙 해져서 신물이 났다.


강의실 앞에 서서 존나 무릎 꿇고 있으라며 답장을 한 뒤에 정대현은 곧장 화장실로 들어갔다. 첫 교시 강의는 8시 30분이었고, 지금은 8시 직전이었다. 대충 세수와 양치만 하고 나갈 생각이었다. 어차피 학교까지 거리로는 20분 조금 덜 걸리고, 만날 사람도 없어 떡진 머리는 모자만 눌러쓰고 가면 되었다. 정대현은 최준홍을 만나거든 어디 한 군데 세게 걷어 차 주어야겠다고, 과잠을 꾸역꾸역 입은 뒤 집을 나섰다. 머리에 눌러 쓴 모자는 지난번 최준홍이 술에 취해 밤 늦게 들어오며 사 온 스냅백이었다. 거지 같은 술버릇의 최준홍은 필름이 끊기게 먹었다, 하면 꼭 어디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사 와 정대현에게 들려주었다. 1순위로는 콘돔이었고, 그걸 사 온 날에는 꼼짝없이 거실로 내쫓겨졌다.



최준홍 못지 않게 뻔뻔한 정대현이라고는 하지만 추레한 제 꼴을 보이고 싶은 마음은 없기에 최대한 남의 눈에 띄지 않게 구석으로만 걸어 들어갔다. 경영학 강의실은 신관 건물 입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범죄를 저지른 사람마냥 여기저기 두리번대며 신관으로 들어 간 정대현은 조금 멀리에서 최준홍을 볼 수가 있었다. 최준홍은 똥 못 싼 개도 아니면서 안절부절해 하고 있었다. 저건 과연 자신에게 혼날까봐 저러는건지, 아니면 제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해 잔소리를 받을까 싶어 저러는건지, 어찌 되었든 최준홍은 괘씸하다.



   “야.”

   “헐, 자기야.”

   “염병 떠네. 자기는 무슨.”



두께만 해도 거의 반뼘인 경영학개론 책으로 머리를 쥐어 박으려다가 저 불쌍한 눈을 보고 있자니 마음도 짠해져서 정대현은 입꼬리만 비죽 올리고 최준홍의 손에 책을 잠자코 올려주었다. 강의 시작 십 분 전의 일이었다. 최준홍은 뽀뽀라도 할 것처럼 방방 뛰어댔지만 고작 양치와 세수만 하고 온 정대현인데다가, 주변에 혹여나 사람이 있을까 무서워 정대현은 최준홍을 강의실 안으로 밀어넣으려 애를 썼다.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하고 어쩌고 저쩌고, 꼬리 달린 개였다면 살랑거렸을 모습으로 정대현에게 충성을 맹새한 최준홍은 경영학개론을 품에 꼭 껴안고 강의실로 들어갔다.



   - 고마우면 강의 마치고 올 때 간식이나 사 들고 와.



그렇게 문자 한 통을 넣은 정대현이 어우, 추워, 라며 어깨를 움츠렸다. 그리고 신관 건물을 나서려는 순간 “야, 정대현!” 하고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았다. 유영재였다. 강의도 없는 게 왜 여기 있대.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유영재에게는 자주 이런 네츄럴한 모습을 보였기에 정대현은 내색하지 않고 유영재 앞으로 걸어갔다.



   “너 왜 여기 있냐?”

   “도서관 때문에. 근데 너는?”

   “미친 놈이 또 책 집에 두고 가서 가져다 주러왔지.”

   “…최준홍?”



정대현은 스냅백을 고쳐쓰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유영재가 알만 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온 김에 조금 있다가 가라. 힘찬 선배가 소개 시켜줄 사람 있다던데.” 처음부터 유영재의 말은 별로 혹하지도 않았고, 이 꼴로 누굴 만나고 싶지도 않아서 정대현은 됐다고 손을 저어댔다. 제의를 한 유영재도 애초부터 정대현이 거절할 것 같다고 생각한 듯, 그다지 아쉬워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 그럼 넌 나중에 소개 받아야겠다. 어깨를 으쓱거리는 유영재에게 가볍게 인사를 했다. 가서 다시 잠이나 자야지.



   “유영재! 어! 정대현도 있다!”



아, 진짜 상황 그로테스크하게 잘 맞아 떨어지네. 정대현은 뒤를 돌자마자 들리는 김힘찬의 목소리에 어휴, 하고 한숨을 쉬었다. 당사자인 김힘찬이 나타난 이상 뺴도 박도 못하고 끌려 갈 것을 정대현은 알고 있었다. 다만 바라는 건 제발 이 몰골로 누군가를 소개 받게 하지만 않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아직은 김힘찬에게 네츄럴한 모습을 보인 적 없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김힘찬은 친숙해서 별로 상관치 않아도 될 것 같은 마음에 금방 경계를 출고 손 인사를 건네었다.



   “와, 딱 잘 만났다. 마침 와 있었는데.”

   “누가요? 선배가 소개 시켜준다는 사람이요?”

   “어, 걔.”



김힘찬의 시선이 정대현에게로 닿았다. “근데 넌 꼴이 왜 그러냐.” 굳이 그런 건 상기시켜 줄 필요 없는데. 정대현이 헛헛하게 웃었다. 그래도 내심 다행인 건, 김힘찬의 눈에도 제 모습이 심히 별로라는 것이 들어왔기에 다음에 소개 받아도 나쁘지 않을 것이었다. 머리도 안 감은 모습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실례라고, 정대현은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



   “저 지금 머리도 안 감았거든요.”

   “그래 보여. 야, 그래도 머리는 감지, 좀?”

   “그러니까 전 다음에 소개 받을게요, 됐죠? 나 지금 여기 서서 이러고 있는 것도 쪽팔리거든요.”



구라 치네, 수치심리스된 주제에. 옆에서 그리 말하는 유영재의 옆구리를 툭 쳤다. 사실 정대현도 제 자신에게 수치심이라는 기본적 성향 자체가 없다는 걸 알아서 말하는 동안에도 양심이 찔렸지만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건지. 이 상황을 급히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었다.



   “아, 뭐, 괜찮은데. 존나 자연인같아서 나쁘지 않아.”

   “자연인은 무슨. 구석기시대 원시인같구만.”

   “유영재 넌 입 닥쳐.”



니예니예, 알겠습니다. 유영재가 시큰둥하게 입을 다물었다. 



   “걔는 원시인 좋아해.”



이 선배는 또 뭐라는 거야.




* * *




쪽팔려서 고개를 못 들겠네. 정대현은 식판에만 고개를 처 박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최준홍이 잔소리를 듣게 내버려두고 머리나 감고 올 걸 그랬나, 생각하더라도 최준홍의 그 애틋한 눈망울이 떠오름으로써 차라리 제 시간에 책을 가져다 준 게 잘 된 일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 쪽팔림은 내가 감수해야지, 시발…. 그러나 제 아무리 수치심이 리스된 정대현이라고 할 지라도 쪽팔린 건 쪽팔린 거였다. 지금이라도 모자를 벗으려 했지만 새집보다 더 눌렸을 머리를 아무에게나 보여주고 싶지는 않아서 -최준홍이나 유영재만 있다면 모를까.- 잠자코 김힘찬이 사다 준 학식을 숟가락으로 휘저어댔다. 밥 사준다더니 학식 사다 주는 건 무슨 심보야, 하고 속으로만 불만을 터트리는데,



   “원시인씨는 밥만 먹을거야?”



그 한 마디에 먹던 된장국이 역류할 뻔 했다. 컥, 하고 메인 목에 기침을 해대자 낯선 이가 놀래서 물 컵을 쥐어준다. “괜찮아?” 안 괜찮지만 괜찮다고 하는 게 예의다. 정대현은 이를 악 물고 괜찮다고 대꾸했다. 낯선 이를 제외하고 남은 둘은 정대현이 사레 들린 것에 대해 꽤나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여기에 문종업이라도 있었더라면 제 편을 들어 줄텐데. 최준홍과 함께 강의를 듣고 있을 문종업의 빈 자리가 새삼 허전했다. 최준홍은 애초에 제 편을 들어 줄 것이라고는 생각도 안 했다. 


정대현은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딱 이십 분 전으로 돌리고 싶었다. 그러니까, 학식당으로 들어오기 딱 이십 분 전. 기왕이면 아예 학교로 오기 전으로 돌리고 싶었지만 김힘찬의 마수에서만 벗어나기만 하면 되었어서 정대현은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이 상황에 그게 무슨 상관인가 했지만. 


싫다고 내 빼는 정대현을 끌고 학식당으로 들어 온 김힘찬은 조금 구석진 자리로 정대현과 유영재를 데리고 왔는데, 그 곳에는 정대현과 유영재가 둘 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그러니까, 그게 낯선 이였다. 낯선 이가 자신을 소개 할 때 워낙 정대현의 경황이 없기도 했고, 게다가 그 낮은 목소리에 말이 다 먹혀 들어가서 정대현은 제대로 그 사람의 소개를 듣지 못했다. 나이는 자기가 많으니 말 좀 놓아도 되느냐는 그 말에도 대충 네, 네, 하고 반응만 보여주었다. 그리고 자신을 소개 할 쯤이었다. 모든 일에 대해서 쿨내나는 김힘찬이 가볍게 정대현의 소개권을 박탈시키고 자신이 가져가 버렸다.



   얜 원시인.



존나 내츄럴하지 않냐? 그리고는 껄껄 웃는데 그 순간만큼은 선배고 뭐고 멱살 한 번만 잡았으면 좋을 것 같았다. 후에는 모든 사건의 시초인 유영재를 노려보았다. 미친 유영재가 원시인 드립만 치지 않았어도, 그 드립의 어디에서 삘이 꽂힌 지 모를 김힘찬이 즐거워 하며 낯선 이에게 정대현을 얜 원시인이야, 하고 소개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유영재는 째림을 당하면서도 고개만 갸웃거렸다.


더 황당한 건, 그 낯선 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저를 원시인씨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씨발 이건 대체 무슨…. 보통 정상인이라면 장난치지 말라며 웃을텐데 이 사람은 너무 진지해서 오히려 정대현이 더 어이가 없었다. 그 느릿하고 낮은 목소리로 원시인씨? 하는데, 그건 당최 정대현의 이성적 사고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장난이었다. 대강 조금 전에 들었던 낯선 이의 소개를 곱씹어보면 김힘찬의 친구랬다. 김힘찬의 친구라는 것과 원시인씨니 뭐니, 하고 저를 부르는 것에 연관성은 충분했다. 누가 김힘찬 친구 아니랄까봐. 이 사람도 영 심상치가 않다. 난 이 대화에 끼고 싶지 않다는 기색을 보이며 이십 분동안 입 꾹 다물고 있음에도 낯선이는 뜬금없이 정대현을 불러대었다.



   “아, 그, 저, 있잖아요.”

   “응, 원시인씨.”

   “…원시인 아니구요, 정대현이요.”



아, 미친 존나 비참해…. 정대현은 금방이라도 창피해 죽을 것만 같아, 두 손으로 얼굴을 푹 가렸다. 모자까지 쓰고 있어서 이젠 아예 얼굴이 보이지가 않을 정도였다. 좌 김힘찬 우 유영재, 두 사람은 망연자실하게 제 스스로가 원시인이 아닌 정대현이라고 소개를 하는 정대현이 웃겼는지 웃음을 꾹꾹 참고 있었다. 어떻게든 웃음을 참아 보려고 하는 모습에 오히려 화딱지 났다. 아오, 나중에 보자.



   “정대현?”

   “네, 정대현. 원시인 아니에요. 꼴이 좀 그렇긴 한데.”



이제 두 사람은 대놓고 웃기 시작했다. 왜 웃고 지랄이야. 최준홍 보고 싶다, 씨발. 얘 수업이 언제 마치더라. 가뜩이나 맛 없는 학식인데 분위기가 이래서 더 먹기 싫다.



   “아.”

   “…….”

   “잘 어울리는데 아쉽네.”



대체 뭐가 아쉬운건데. 낯선 이는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말했잖아, 방용국 원시인 좋아한다고.”



옆에서 김힘찬이 속닥거린다. 이름이 방용국이었구나. 소개를 제대로 듣지 못한 정대현은 이제서야 상대방의 이름을 머리에 입력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원시인 좋아한다는 거 드립 아니었나.



   “부전공이 사학과거든.”



예. 여기 원시인 좋아하는 김힘찬 친구 사학과생 하나 추가요.



   “전공은 뭔데요. 심리학?”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김힘찬은 심리학이었다. 김힘찬 같은 또라이가 심리학이라는 건 사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아무튼 김힘찬 친구랬으니 심리학이 아닐까 했다. 정대현이 굳이 전공을 물은 것은 어떻게든 방용국이라는 낯선 이를 피하기 위함이었다. 같은 학과만 아니면 마주칠 일 없으니까, 뭐….



   “너랑 같은데. 유아심리학.”

   “…….”

   “그러니까 너네한테 소개시켜 줬지.

   “…….”

   “소개 할 때 뭐 들었어?



다음주부터 학교 어떻게 나오지.




배틀호모의 심리 세 번째, 아무리 집 앞이라도 머리는 감고 나오자.




+) 원래는 에피소드 형식으로 진행 될 예정이었다가 스토리 형식으로 바뀌었어요. 3편까지는 에피소드 형식이었어서 이어서 보기에는 흐름이 좀 끊겨요.

++) 국대 추가요.

+++) 유아심리학 - 정대현 방용국 유영재 / 경영학 - 최준홍 문종업 / 심리학 - 김힘찬. 학과 관련 이야기는 잘 안 나오지만 혹시 모르니까.

++++) 이번 편은 억지도 심하고 되도 않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배틀호모는 그게 매력이라죠?

+++++) 암호닉도 받아요. 혜택은 제 사랑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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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짱좋아요ㅠㅠㅠㅠㅠ처음부터 쭉 보고 있었는데.. 인티 접속하자 마자 신알신 쪽지가.와 있어서 기뻤어요! 암호닉.. 음.. 309호 로 할게요! 늘 재밌는 글 감사해요!♥
10년 전
독자2
헐 국대라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원시인 씨는 또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음편이 겁나 기다려지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ㅠㅠㅠㅠㅠㅠㅠ저 진짜 갑자기 연재하던 것도 지우고, 다 공금하고 그래서 얼마나 심쿵심쿵 했엇는데ㅠㅠㅠㅠㅠㅠ원래 있던 곳으로 간다길래 혹시 갠홈..?이러고 가봤지만 fail..또륵ㅠㅠㅠ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디서 많이 본 문체닿ㅎㅎㅎㅎㅎㅎ헿ㅎㅎㅎㅎㅎㅎㅎ사랑해욯ㅎㅎ그러므로 제 암호닉은 털복이♡하트하트
10년 전
심리학자
배틀호모는 인티에서만 연재돼서 홈에는 없죠 흑흑 털복이 오랜만에 듣네요 'ㅅ' 반가워용
10년 전
독자4
헐... 국대젤 제가 정말 사랑하는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홍이가 자기야 할때 넘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담편도 기다릴게요
10년 전
독자5
ㅜㅜ이거 꿀잼 허니잼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암닉운 제가 신청해놓고도 뭐했는지 제가 잊어버림(?) ㅠㅠㅠㅜㅜㅜㅠㅠㅠㅠ다음펴뉴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6
아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주행중니데 너무 재밍ㅅ어요!!!ㅋㅋㅋㅋㅋ작가님짜앙!!!!!
10년 전
독자7
이제야 온 저를 매로 치세요 국대젤이라뇨....작가님은 아마 제 사랑일까요?그러므로 암호닉 신청 쪼꼬!!
10년 전
독자8
원시인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머리ㅋㅋㅋㅋㅋㅋㅋ 감아야돼꼭ㅋㅋㅋㅋㅋㅋㅋㅋ 대현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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