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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몬스타엑스 강동원 김남길 성찬 엑소
심리학자 전체글ll조회 2248l 2





배가 간질간질했다. 잠결이기는 해도 간질거리는 느낌만큼은 선하게 들었다. 죽었다 깨어나도 간지러운 게 싫은 정대현이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잠에서 깼다. 이불을 쥐고 있던 손을 배 쪽으로 내려가자 무언가가 잡혔다. 큼지막한 손이 배를 주무르는 건지, 아니면 간지럽히는 건지, 제 딴에는 주무르는 거겠지만 어쨌거나 정대현의 기준에서는 간지럽히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닥 좋게만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아침부터 전쟁선포인 것이여, 뭐여, 시방? 그래도 나름 기분 좋은 아침인데 화를 내기는 좀 뭣했다. 곱게 치우라는 의미로 배를 만지는 손을 잡고 치워냈다. 위로 올라간 옷깃도 끌어내렸다. 간지러움 탓에 잠에서 깼지만 그래도 완전히 깬 것은 아니라서 이내 잠이 솔솔 왔다. 눈을 끔뻑이다가 감았다.



   “…….”


그리고 이제 막 잠이 들려는 그 순간이었다. …지금 이건 잠꼬대인가? 아니면 고의? 치워낸지 얼마 되지도 않은 손이 옷깃 안으로 들어오더니, 종내에는 배 위로 안착해 주물거리기 시작했다. 고의인지 실수인지 분간은 필요가 없었다. 이건 아무리 봐도 맨 정신에 주물대는 손길이다. 배를 주무르는 척 하면서 교묘하게 허리를 만지작대는 게, 이건 분명히 저를 놀리려는 속셈이었다. 이 새끼가.

배 위로 올라온 손을 치워내고 낑낑 옆으로 돌아누웠다. 자고 있는 얼굴이 퍽 평화로웠다. 연기력 하나는 장난 없다. 영화제 나가면 대상 수상 할 기세다, 아주. 그 따위 얼굴로 네가 지금 나를 놀려 먹고 있다, 이거지. 곧 있으면 깨어질 평화의 얼굴을 생각하자 정대현은 이상하게 흐흥흐흥 웃음이 나왔다. 


   “어이구, 최준홍이.”


두 손을 이불 밖으로 쑥 빼고, 볼을 감싸잡았다. 찹살떡 같은 볼이 말랑하게 잡혀왔다. 찌그러진 얼굴이 볼만했다. 이내 볼을 잡고 쭈욱 늘렸다. 놀란 듯, 얼굴 근육이 흠칫했다. 그러나 아무렇지 않게, 인내를 하려는 기색이 정대현의 눈에 딱 보였다. 나중에 발뺌이라도 할 생각인가보다. 


   “아침부터 뽀송뽀송하네.”
   “…….”
   “이뻐죽겠다, 아주? 응?”


하, 하하하, 별로 웃기지 않다는 것이 웃음을 통해 드러났다. 사탄마냥 웃는 정대현의 얼굴은 비열했다. 있는 힘껏 볼을 잡아 늘렸다. “이 새끼가 어디서 아침부터 수작질이야, 어?” 정대현의 말을 끝으로 눈을 번쩍 뜬 최준홍이 바락바락 소리쳤다.


   “아, 씨발, 정대현!”
   “씨발? 씨이발? 씨이바알?”
   “아니, 잘못했다고!”


눈 뜨자마자 진행 된 배틀에서는 비열한 사탄 정대현이 이겼다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



* * *



소파에 앉아 저를 째려보는 눈빛이 영 심상치 않다. 볼은 빵빵하게 부풀려서는, 눈은 찌릿찌릿. 대놓고 자기 삐졌다고 시위하는 것마냥 팔짱까지 끼고 있다. 유치해서 정말. 온갖 눈치가 다 보여서 TV를 못 보겠다. 힐끔 최준홍을 쳐다본 정대현은 엉덩이를 움직여, 소파의 저 끝에 앉았다. 그러자, 최준홍은 또 정대현더러 어디 가냐면서 팔을 잡고 끌어당겼다. 눈치를 줘 놓고서는 붙잡는 건 무슨 심보인지 원. 갑작스러운 끌어당김에 하마터면 옆으로 넘어갈 뻔한 정대현이 간신히 몸을 가누었다. 눈을 부라리며 최준홍의 허벅지를 찰지게 때렸다. 과장대게 소리를 지르는 최준홍의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다. 저게 어디서 엄살이야.


   “아침인데 좀 격하다?”
   “그러길래 수작 부리래?”
   “뭔 수작.”
   “내가 간지럼 약한 거 알면서도 너는 그러냐? 그리고 뭔 수작? 실수인 척 하고 있어, 이게.”


잘못했다고 그리 애타게 외치는 최준홍의 목소리는 모른 척 했다. 이 놈의 손 버릇을 내 단단히 뜯어고치겠다는 일념 하에 정대현은 손에 있는 힘, 없는 힘, 다 주었다. 예전에, 아주 예전에, 최준홍과 어쩌다 팔씨름을 한 적이 있었고 정대현은 그대로 K.O패를 당했었다. 최준홍은 정대현더러 이죽대는 얼굴로 그랬다. 야, 너는 왼손 잡이냐? 오른손이 왜 왼손보다 힘이 없어. ─그리고 정대현은 오늘 아침, 그 치욕을 다 갚았다. 덕분에 최준홍이 삐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해서 삐진 최준홍의 기분을 푸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최준홍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 장난스레 툭툭 처대니 또 그단새 기분이 풀려 저의 손을 잡고 웃었다. 맞고도 좋다고 웃는 꼴이 가관이다. 웃지마 정들어, 병신아. 가까이서 보니 자신에게 잡힌 볼이 발갛다. 어쩐지, 아까부터 빵빵하게 부풀린 볼이 평소보다 더 빵빵 해 보인다 하더라니. 

최준홍에게 잡히지 않은 반대쪽 손을 들어, 발갛게 부은 최준홍의 볼을 꾹꾹 찔렀다. 아프다며 앓는 소리를 내는 얼굴이 제법 불쌍하다. 아까 퍽 평화롭던 얼굴은 정대현의 말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그것에 흡족하기도 잠시, 아프다고 하니까 조금은 미안해졌다. 잠시 나갔던 이성이 돌아온 듯 싶었다. 아파? 여기? 하고, 볼을 살살 쓰다듬었다. 삐죽 입술을 내민 최준홍이 신나게 고개를 끄덕댔다. 웬 개새끼 한 마리가 앞에 있는 기분이다.


   “너 참 개 같다.”
   “뭐?”


속으로만 생각하던 말이 무의식적으로 툭 튀어나왔다. 신난 얼굴이 이내 썩어들어갔다. 뭐라고? 어? 존나 내가 들은 말이 개 같다는 말인가? 어? 하고, 금방이라도 최준홍이 그렇게 말할 것만 같았다. 이제보니 정대현을 쳐다보는 최준홍의 눈빛은 충견이 아니라 비글이다. 으르렁 컹컹. 아주 그냥 다 물어 뜯을 기세다. 정대현은 저 얼굴을 마주하며 과거, 자신의 이상형이었던 신사임당 누님이라면 이 상황에 어떻게 하셨을까하고  생각 해 보았다. 그러나 오랜 시간 생각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은,


   “아니, 너 귀엽다고.”
   “…그래?”


최준홍이 지나친 병신이라서 그랬다. 오늘도 이렇게 대어를 낚는구나. 최준홍이 멍청한 부류에 속하지는 않는다고, 주변에서 그렇게 들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 해 봐도 영 믿음직스러운 제보는 아니다. 귀엽다는 말이 그리도 좋은 모양이다. 누가 봐도 이건 변명에 지나지 않는 말이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최준홍은 정대현이 내민 미끼를 냉큼 물더니, 수면 밖으로 나와 좋다고 지느러미를 흔들어대며 재롱까지 부렸다. 가끔 정대현은 자신이 애인과 함께 사는 건지, 개와 함께 사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도리도리, 고개를 젓고 몸을 일으키려 들었다. 하지만 최준홍은 정대현의 가슴팍을 손으로 꾹 누르더니 다시 허벅지를 베고 눕게끔 했다.


   “야, 정대현.”
   “왜.”
   “나도 너 같은 동물 알아.”


…뭔데. 웃는 저 얼굴이 지금은 썩 정겹게 보이지 않았다. 애써 뭐냐고 무뚝뚝하게 물었지만 저 입에서 어떤 고상한 말이 나올지 괜히 긴장 되었다. 설마 개 같다 라는 말의 실제 뜻을 알아듣고 저러는 건가, 해서 정대현은 속으로 별 생각을 다 했다.


   “존못꼴.”
   “존못꼴?”


최준홍의 말에 정대현이 고개를 반문했다. 언제 저딴 동물이 생겨났나. 세상에 동물이 워낙 많긴 해도 들어보면 있을 법하다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최준홍이 말한 동물은 영 있을 법한 동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없는 동물이라고 취급하기에는 최준홍의 얼굴이 당당했다. 세상에는 정말 존못꼴이라는 동물이 있다는 것처럼 눈망울이 또렷또렷하게 빛났다. 한참을 무슨 동물인지 생각하던 정대현이 더듬더듬, 손을 짚어 소파에 내팽개쳐둔 스마트폰을 들었다. 인터넷 창을 켰다.


   “이름이 뭐라고?”
   “존못꼴.”
   “…존….”
   “존나 못생긴 꼴뚜기.”
   “아, 그래. 존나 못생긴….”


…최준홍, 이 개 초딩 새끼.



* * *



옛말에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댔다. 정대현은 제법 거나하게 차린 식사를 미운 놈 최준홍에게 대접해주었다. 그러나 최준홍의 표정은 여전히 구렸다. 먹기 싫으면 말던가, 하고 뚱하게 내뱉으니 그제서야 썩은 얼굴로 숟가락을 들었다. 한 입 떠넣는 최준홍을 보고, 정대현도 숟가락을 들었다. 


   “야, 근데 아침부터 존나 심한 것 같지 않냐?”
   “뭐, 또.”


한참을 먹던 최준홍이 쨍 소리가 나게 숟가락을 놓았다. 인상 한 번 찌푸린 정대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충 대답한 뒤, 국을 한 숟갈 떠 먹었다. 최준홍은 그게 또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앞에서 불쑥 튀어나온 손이 멀쩡히 잘만 먹고 있는 정대현의 턱을 들어 올렸다. 잘못 넘어간 국에 정대현은 컥컥거리다가 물을 먹고 나서야 안정을 찾았다. 이 개 같은 새끼가, 하고 정대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최준홍이 먼저 선수를 쳤다.


   “너는 말이야, 어? 아침부터, 어? 애인이라는 사람을, 어?”
   “씨발 말 좀 똑똑히 해 봐. 왜 자꾸 어, 어? 거려? 어? 이 미친 놈이.”
   “이것 봐봐. 애인을 향한 존중이 없어, 너는. 존나 두들겨 패기만 하고.”


내가 뭔 샌드백인 줄 알아. 하고 말하는 게 우스웠다. 우리가 언제부터 존중 같은 걸 챙겼다고. 햇수로만 5년차 게이짓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존중이니 뭐니 그런 걸 운운한 적이 없었다. 오죽하면 부모님을 죽인 원수들 따위의 관계로 주변인들이 오인을 했을까.

사실 최준홍이 저런 말을 하는 게 아예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일어나자마자 배틀 한 번 치루고, 존못꼴인지, 아무튼 헛소리 하다가 다시 대판 싸웠다. 아마 최준홍의 등짝에는 정대현의 손 모양과 꼭 맞는 빨간 자국 하나가 있을 것이었다. 방금 생긴 싱싱한 자국. 

애인으로 5년, 친구로는 7년.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지내 온 기간이 많은만큼 싸우는 횟수도 잦았다. 하루도 싸우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 사람들마냥 굴었다. 너네도 참 유난스럽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본인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항상 지내오는 일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남들처럼 좀 살아보자고.”
   “남들처럼? 자기야, 여보야, 뭐 이딴 거?”
   “좋네, 그거.”


바랄 걸 바라야지. 7년동안 이렇게 군 걸 어쩌라는 건지. 사실 정대현은 예전부터 설마, 하긴 했다. 이 일상에 질린 최준홍이 살갑게 굴면 어쩌나 하는 것. 그러나 둘은 서로가 그렇게 굴면 닭살부터 돋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암묵적으로 하던대로 하자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지금의 최준홍의 표정은 진지했다. 조금 전 존못꼴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근엄한 표정이 정대현을 반겼다. 그 표정에서 나오는 것이 진심이라는 것쯤은 정대현도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네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지.


   “너는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말이 안 될 건 뭐야. 일단 너는 욕부터 줄이고.”
   “뭐래, 병신이.”
   “씁.”


씁이고 자시고, 손이나 좀 치웠으면 좋겠다. 평소에는 병신이고 씨발이고, 무슨 욕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던 게 갑자기 씁, 따위의 오그라드는 말을 하며 입을 턱 막아온다. 최준홍의 손을 치우려 버둥버둥댔다. 그러자 최준홍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대현의 옆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멈칫 행동을 멈춘 정대현은 그 와중에도 엉덩이를 움직여 자리를 내주었다. 이 빌어먹을 본능같으니.


   “오늘부터 좀 다정하게 굴자? 어?”


최준홍의 입에서 다정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정대현은 기겁을 했다. 아, 소름. 다정이라는 말은 최준홍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병신이면 모를까.


   “대답 안 해?”
   “…….”
   “어쭈.”


거봐, 얜 병신이라니까. 입을 막은 손은 기본적으로 떼고나서 대답을 요구해야 하는 거 아냐? 뚱하게 최준홍의 손을 처내었다. 최준홍이 눈을 껌뻑댔다. 그 눈이 대답을 강요했다. 정확히는 다정하게 굴자는 요구에 대한 강제적인 수긍의 대답. 평소 제 뜻대로 굴면 분명히 밥도 못 먹고 하루종일 이러고 있을 게 뻔했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최준홍과의 배틀을 진행 할 수도 있고, 살 수도 있으니 한숨을 쉰 정대현은 최준홍을 밀어내고 똥씹은 얼굴로 알겠다고 대꾸했다. 최준홍의 얼굴 가득 웃음꽃이 폈다. 어우 저 개 같은 놈.


   “대현아, 아, 해 봐.”
   “씨……응.”


배틀의 시작이었다. 이것은 분명 싸움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맞은편에서 밥그릇과 수저를 가지고 온 최준홍이 크게 한 숟갈 퍼, 정대현의 입 앞에 가져다 대었다. 바로 시작하자는 말은 없었으면서? 울컥한 마음에 씨발, 말버릇이 나올 뻔 했다. 하지만 최준홍은 네가 지금 씨발따위의 거친 언어로 말을 했다가는 당장 네 년의 입을 잘라버릴테야 하고 말하고 있는 듯 하여, 정대현은 입을 한 번 꾹 다물었다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붕붕 끄덕였다. 벌리는 입이 덜덜 떨렸다. 최준홍 존나 징글징글해.


   “넌 나 안 먹여줘?”


반찬까지 골고루 정대현의 입에 넣어준 최준홍은 뻔뻔스레 말했다. 내심 기대를 하고 있는 눈치였다. 체 할 것 같았다. 곰살맞게 구는 건 영 정대현에게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다. 자존심 상하게시리. 꼭 너를 이기고 말겠다는 의지가 불쑥 샘 솟았다. 물 한 잔 벌컥 마시고 억지로 웃었다. 응, 물론 먹여줘야지, 그치? 마음 먹고나니 다정하게 구는 건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해사하게 웃어보이며 밥을 먹여주고 온갖 반찬을 입에 물려주었다. 가득 밥과 반찬을 물고 있는 최준홍의 입은 터져나갈 것처럼 빵빵하게 부풀어올랐다. 


   “자, 얼른 아 해 봐. 더 먹어야지.”


최준홍은 온 몸으로 부정하고 싶은 것을 애써 고개를 끄덕대고 있었다. 시금치를 억지로 입에 쑤셔넣었다. “아이, 잘 먹는다, 우리 준홍이.” 원래 처음이 어렵다고 했다. 마음 먹고 한 번 터트렸다. 그러자 수도꼭지에서 물 나오듯 온갖 말이 다 튀어나왔다. 최준홍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잘 했다고 칭찬을 해 주자, 최준홍의 표정이 알게 모르게 굳어갔다. 그래도 최준홍은 질 생각이 없어보였다. 정대현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이기나 어디 한 번 해 보자.

사실 최준홍 딴에도 죽을 것 같았다. 정대현이 이렇게 나올 줄 누가 알았을까. 아예 하지 않거나, 아니면 좀 하다가 자기 혼자 화나서 집어치우던가, 둘 중 하나의 확률이거니 했는데 정대현의 입에서 저렇게 줄줄 나오는 말을 듣고 있자 최준홍이 미칠 것 같았다. 잠시 잊고 있었다. 이기지도 못하는 주제에, 꼴에 승부욕 하나는 장난 아니라는 거. 세상이 아주 미쳐 굴러가려 한다.


평소 두 사람의 식사 시간은 이십분 안팎으로 이루어지는 편이었다. 최준홍은 허구한 날 반찬이 짜네, 밥이 지네, 고기가 없네, 따위의 태클을 걸어댔고, 정대현은 최준홍의 말에 일일이 대꾸 해 주는 시간이 길어서였다. 오붓한 식사 시간은 개뿔이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오붓했다, 나름대로.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이제서야 커플스럽다며 화사한 목소리로 축하 해 줄 일이었다. 다른 게 아니라 서로 먹여주고, 어우 잘 먹네, 하고 칭찬도 해 주는 최준홍과 정대현은 흔히 볼 수 있는 커플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평소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서로에게 먹여주고 있는 두 사람의 사이에는 경쟁의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 * *



예전보다는 평화로운 식사 시간을 끝낸 둘은 기진맥진이었다. 밥을 입으로 먹은건지, 코로 먹은건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이제 고작 정오를 향해 시곗바늘이 갈 뿐이었는데 벌써 하루가 지나간 느낌이었다. 소파에 멀거니 앉아 TV를 보는 정대현의 눈에 후회가 한가득이었다. 금방이라도 토 할 것 같았다. 이딴 토 나오는 쇼를 계속 진행해야 한다는 현실이 가혹했다. 아, 그냥 안 한다고 할 걸. 미쳤네. 최준홍을 흘긋 보자 최준홍도 비슷했다. 내가 이걸 왜 하자고 했지? 병신인가? 

7년 동안 거의 배틀만 했다. 친구로 지냈을 당시의 버릇이 그대로 남아있기도 했고, 워낙 두 사람은 서로의 성격을 잘 알았다. 전혀 다정하지 못하고, 친절하지 못하며, 입에 욕을 달고 살면 살았지, 절대 사랑스럽고 귀여운 말을 내뱉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인지 지금 이 상황이 전혀 즐겁지 않았다. 7년 동안 보지 못했던 모습을 한 순간의 말실수로 보게 된다는 게 이리 끔찍할 줄이야.

그렇다면 목표는 정해져 있다. 얼른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일이었다. 회심의 미소를 지은 최준홍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저건 또 뭐하는 것이여, 하는 정대현의 눈이 최준홍을 따라왔다. “마트 가자.” , “…어?” 때 마침 집안 살림살이도 다 떨어져가는 찰나였다. 그러니까 대뜸 마트를 가는 것은 수상한 일이 아니었다.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방 안으로 들어가는 최준홍은 여간 경쾌한 것이 아니었다. 

정대현은 사람 많은 곳에서 치덕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호모인 거 광고할 거 아니면 저리 꺼지라고 바락바락 소리나 칠 줄 알았지, 자기가 먼저 다가오는 일은 없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마트와 같이 사람 많은 곳에서 치대면 언젠가 정대현이 짜증을 내며 그만 둘 것이라는 소리였다. 그렇게 되면 정대현은 지는 거고, 최준홍은 이김과 동시에 이 따위 헛짓에서 벗어날 수도 있는 거고. 일석이조의 효과였다.

옷장을 뒤적대다가, 저기 어디 끄트머리에 있는 옷이 보여 집어 들었다. 앙증맞은 캐릭터가 떡하니 프린팅 되어 있는 후드티는 낯설지 않았다. 자신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선물해 준 커플 후드티였다. 그러나 정대현은 징그럽게 무슨 커플티냐며, 게다가 분홍색이라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옷장 구석에 처 박아두었었다. 사주면 좀 곱게 입으라고 정대현더러 최준홍이 찡찡대기까지 했지만 정대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게 쓸 날이 오기는 하는구나. 마침 잘 나왔다, 야.


   “저엉, 대혀니.”
   “…왜, 왜.”
   “이거 입고 갈까?”


방에서 얼굴과 옷을 빼꼼히 내민 최준홍이 웃었다. 세상에, 저걸 어떻게 찾았대. 절대 입지 않겠다고 꽁꽁 숨겨두기까지 했었는데. 정대현이 경악을 했다. 재빠르게 정대현의 표정을 캐치 해 낸 최준홍은 곱게 갠 후드티를 정대현의 옆에 내려두었다. 입고 있어, 알았지? 소름끼치게 머리까지 쓰담쓰담. 이건 뭐 안 입을 수도 없고. 울며 겨자 먹기로 정대현은 꾸역꾸역 후드티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 * *



양 손 가득 마트 비닐봉지를 쥐고 들어 온 두 사람은 신발도 벗지 않고, 누구라 할 것도 없이 현관에 엎어졌다. 장 하나 보고 왔는데 아주 그냥 기를 다 빨렸다. 씨발 못 하겠어, 나 못 하겠다고. 엎어진 정대현이 우는 소리를 냈다. 입 밖으로 말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최준홍도 같은 마음이었다.


   “이거 왜 하자고 했냐.”
   “네가 하자고 했지, 내가 하자고 했냐?”
   “그러니까 너는 왜 존나 내 말에 동조를 해가지고.”
   “나도 내가 존나 싫으니까 닥치고 있어.”


서로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욕을 퍼붓는 모습은 오늘 아침 식사 전의 광경과 똑같았다.


신나게 커플 후드티까지 챙겨 입고 나간 두 사람은 남들이 보거나 말거나 자기들 세상에 빠졌다. 손도 잡고, 춥다면서 옷도 꼭꼭 여며주고, 팔짱도 끼면서 가고. 남들 앞에서 티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정대현이 딱 싫어하는 풍경이었다. 그래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이건 엄연히 신경전이고, 여기서 지면 평생 가지고 갈 자존심에 스크래치 나는 것이니까.

어쩌다 마트에 도착해 카트까지 질질 끌었다. 여태까지 자기가 싫은 짓을 했으니, 최준홍도 싫어하는 것을 잔뜩 맛 보라는 의미로 일부러 야채 코너를 지나다녔다. 어떤 게 가장 품질 좋나, 하며 능청스레 쌓여있는 당근들 앞에 떡하니 섰다. 그러자 최준홍은 자기야, 여기 말고 저기 갈까? 했다. 자기야 같은 소리하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으며 손가락으로 육류 코너를 가리키는 게 우스웠지만 정대현도 내색 않고 웃었다. 안돼, 자기야, 야채도 먹어야 돼, 애도 아니고. 그 말에는 넌 날 이기지 못한다는 선전포고가 들어있었다.

최준홍은 야채를 싫어했는데, 야채 중에서도 유독 당근과 호박을 싫어했다. 좀 먹으라고 볶음밥이라도 해 주는 날에는 먹으라는 밥은 먹지 않고 당근과 호박을 골라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는 짓이 일곱살 난 자신의 조카보다 더 밉상이었다. 그래서 항상 마트를 함께 오는 날이면 야채 가지고 싸웠다. 카트에 담아놓으면 언제 빼 놨는지 없어지고, 그러다가 또 한 바탕해서 삐진 채 집에 들어오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절대 그런 일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아주머니께 어떤 게 제일 좋아요? 살가운 물음까지 해 가며 당근 몇 개를 집었다. 최준홍이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대놓고 싫다는 광고를 하고 다녀라, 아주. 안 보이게 혀를 한 번 쯧, 차고 물었다. 왜, 준홍아. 싫어? 최준홍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최준홍 지 주제에 야채 공격을 용케도 참아낸다.

코너를 움직이는 내내 최준홍은 정대현에게 어깨 동무를 하기도 하고, 허리에 손을 감기도 하고, 정대현의 손을 잡고 카트를 밀기도 하고, 대놓고 자신들은 커플이라는 티를 냈다. 안 그래도 분홍색 커플 후드티를 차려 입어 눈에 띄는데 치대기까지 하니 정대현이 미칠 기분이었다. 야채 공격 했다고 스킨쉽 공격을 하다니. 이건 완전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격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최준홍은 시식코너에 정대현을 끌고 갔다. 아주머니 앞에서 자기야, 발언을 하는 최준홍의 정강이를 당장에 발로 까 버릴 뻔 했다. 아주머니의 표정이 기괴해졌다. 신경도 쓰지 않은 최준홍은 이쑤시개로 콕 찍은 돈까스를 정대현의 입에 넣어주었다. 기괴하던 아주머니의 표정은 이내 썩어들어갔다. 이 아주머니가 무슨 죄인가 싶은 마음에, 돈까스나 집어먹는 최준홍의 등짝을 밀며 얼른 가자고 재촉했다. 뭣도 모르는 최준홍은 알겠다고 정대현의 어깨를 감싸안아 남은 한 손으로 카트를 밀었다.

어쨌거나 그 짧은 시간동안, 마트 내에서는 최준홍과 정대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둘은 꼭 붙어다니며 마트를 나돌아다녔다. 이게 무슨 호모 순회 공연도 아니고, 정대현은 얼른 이 시간이 끝나기를 바랐다. 최준홍도 마냥 다르지는 않은 모양인지 생필품 코너만 골라다니다가 계산을 끝마쳤다. 집으로 가면 이 따위 짓거리는 당장 끝내자고, 자존심이고 뭐고, 그냥 평소대로 하자는 말이나 해야 할 성 싶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결국 서로에게 K.O 패를 당했다. 현관에서 낑낑 일어난 정대현이 그랬다. “한 번만 이딴 거 하자고 해 봐, 나 집 나갈거야.” 되도 않는 협박이었다. 그러나 최준홍은 너나 그러지 말라면서 자신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루동안 꼬박 늙었다. 아무래도 자신들에게는 치고 박고 싸우는 게 가장 맞는 것 같았다.

그 날 밤, 최준홍과 정대현은 무슨 드라마를 볼 지 고르다가 또 한바탕 붙었다.




배틀호모의 심리 첫 번째, 상대가 애인이라고 해서 절대 지거나 봐주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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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제련이들 귀엽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2
달달하고 귀엽고 그르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아좋아ㅠㅠㅠㅋㅋㅋ
10년 전
독자3
준홍이 대현이 엄청 좋아하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좋다... 커플티입고 마트 데이트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실제로 보고싶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4
!?쓰니 너 내가 알고있는 사람이구나ㅋㅋㅋㅋ여기서 만나니까 되게 반갑네ㅠㅍ
10년 전
심리학자
흥흥 비밀이에요 'ㅅ' 나도 반가워요 하트
10년 전
독자5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둘다 진짜 귀엽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신알신해놓을게!!
10년 전
독자6
헐 죠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7
귀엽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아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8
재밌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9
존못ㄲᆞㄹㅡㅋㅋㅋㅋㅋㅋㅋ취격ㅜㅜ제련행쇼ㅜㅜ
10년 전
독자10
짱재밌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둘이 너무 귀엽고 웃기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계속 써주세요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1
배틀홈오라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12
비비방에서 봤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제 여기서 보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뒤늦게 신알신~
10년 전
독자13
어디서 봤는데.. 혹시 다음 카페에 있으셨어요??
10년 전
심리학자
비밀이에요 'ㅅ'~
10년 전
독자14
헉 여기서 만나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대바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심리학자
반가워요 하트 ♥.♥
10년 전
독자15
헹 저 누군지 안 알랴줄 거예요!!!! 요즘 안 오셔서 저 삐졌거든요!!!!!!!!!!!!!!
10년 전
심리학자
15에게
삐졌어요? 안 되는데.. 계속 삐지시면 나 울거예요 8ㅅ8

10년 전
독자16
심리학자에게
아이고!! 안 삐질게요 울ㅇ지 말기..헤헿헤 그러니까 결론은 사랑해요

10년 전
심리학자
16에게
저두요 하트♡

10년 전
독자17
심리학자에게
혹시 대영은 안 써요?? 그냥 물어보는 거예요 젤현도 짱짱 좋아하는데 혹시나 해서!!!!! 작가님 글이라면 다 좋지만요 정말 혹시 해서 물어보는 거예요ㅎ헹헤헿ㅎ

10년 전
심리학자
17에게
힝 대총러라서 대영은 좀 어려워요 미안해요 ㅠㅅㅠ

10년 전
독자18
심리학자에게
아니에요 아니에요 미안해하실 거 없어요ㅠㅠ 작가님 글이면 다 좋아용 헷헤ㅎ헹헿

10년 전
독자19
아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이제야이글을봤는지모르겠어여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귀여워듀그뮤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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