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아니면
첫 번째 노래, 나랑 아니면_검정치마
1028일 우리 그리고 봄
햇살이 좋은 날이었다. 바람도 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오늘도 따뜻했다. 한결같이 물을 가득 머금은 만두처럼 멀리서 조금 빠른 듯한 속도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내 삶의 이유, 하여주 길고 긴 인생 중 수 많은 인연 중 가장 특별한 인연인 김재환이다.
“재환~”
“엉.”
언제나 대답은 ‘엉’으로 시작해 내가 물어보는 거에만 답해준다. 나한테 궁금한 것도 없고 내가 뭘 하든 같은 자리에 있는 그는 내 남자친구다.
“아, 재환. 나 오늘 신환회 있어.”
“알아.”
“언제부터 나한테 그렇게 관심이 많았어? 나 지금 기분 조금 좋아지려해~”
“성운이 형이 부탁해서.”
“그럼 손 잡아주면 안돼?
“안돼.”
“뽀뽀는? 그 것도 안돼?”
"안 되는 거 자꾸 묻지마. 안돼.”
귀여워... 미친 거 아니야?
자긴 알까 ‘안돼’라고 말하는 저 우물쭈물 입술이. 뱉고 나서 눈동자 도르륵 굴리며 눈치보는 저 귀여움을. 괜찮아. 세상 사람 다 몰라도. 나, 나 하여주만 알면 돼. 김재환은 내 거야. 으, 존나 귀여워 진짜. 밖에 나가서 23살이라고 하면 누가 믿어. 김재환! 23개월 아니냐고.
안녕하세요. 오늘 처음으로 인사드려요. 김재환 덕질일기... 아니 저와 김재환 연애하는 이야기를 들으러 와주신 모든 분들게 먼저 감사인사 올립니다. 제 이름은 하여주, 올해 20살 18학번 새내기입니다. 미대생이고요. 재환이는 23살 복학한 공대생입니다.
내 소중한 재환이한테 술 쓰레기가 된 저를 데리고 오라는 부탁을 한 사람은 우리 엄마 아들 하성운이자 소중한 재환과 같은 과였던 공대생 졸업생 하성운이고요. 종종, 아니 어쩌면 자주 우리의 얘기에 나올 수도 있겠네요.
그럼 다음 이야기에서...
“잠깐만...”
“하여, 어떻게 오빠들을 빼놔?”
아... 우리 얘긴데 오빠들을 소개할 필요는 없잖아. 그럼 오빠들이 알아서 자기소개 해. 나 우리 소중한 재환이랑 놀고 있을게.
“안녕하세요! 옹성우입니다. 재환이랑 동기고 같은 과에요.”
“전 강다니엘이고 뭐 더 해야하나? 저도 재환이 동기.”
“자주 보려나? 여주가 우리 얘기를 많이 해야 자주 보지.”
“그런가? 난 뭐 안 나와도 된다.”
거짓말. 성우오빠랑 대니오빠는 재환이 동기고 같은 공대생이고 아마, 정말, 리얼, 대박, 많이, 진짜 나올 거 같아요. 이 참에 제 친구들도 소개해드릴게요.
“박우진! 박지훈 데리고 이리로 집합.”
- 어~ 간다. 끊어.
보나마나 또 피시방이겠지 뭐.
“왜. 어? 안녕하세요.”
“하여주 나 너 때문에 치킨 포기하고... 엉?”
인사드려 자주 만날 분들이야.
“안녕하세요. 여주 고등학교 동창이자 재환이 형 후배 박우진입니다.”
“같은 18학번이고 저도 우진이랑 같아요. 박지훈입니다.”
아, 그리고 종종 나올 제 삶의 여유 민현오빠랑 우리 엄마보다 더 엄마같은 지성오빠는 우리 엄마 아들 하성운 군과 친구고요. 저희 과 선배입니다. 둘 다 아직 졸업을 못하고 졸작에 찌들어사는 미대생이에요. 안 어울리지만 둘 다 미대에서 알아주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민현오빠는 피지컬로 더 알아주죠.
“여주, 삶의 여유는 뭐야?”
“지금 질투야?”
“아니.”
“귀여워...”
“됐다.”
민현오빠랑 지성오빠는 어릴 때부터 봐왔고 민현오빠를 그냥 소중한 팬심으로 좋아만 합니다. 다들 제 마음 뭔 줄 아시죠? 그냥 그런 마음인데 그 걸 또 소중한 재환이가 질투를 해버리니 나 기분 좋아? 안 좋아? 당연 좋지. 째환~ 짜란네~
그럼 진짜로 다음 이야기에서 만나요, 우리. 자주 그리고 달게 봐요. 안녕.
오늘도 좋은 날 그리고 예쁜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