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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1.] 

 

 

 

 

 

뭐라고 말해야할까,처음에는 도무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내가 사랑한다며 말하던 이가 어느새 다른사람이 그 사랑하는 이로 둔갑하고있었단걸 눈치채는 순간 나의 세계는 곧장 무너지는 듯 하였다.배신감이 밀려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변명처럼 제 누나를 들먹이며 말하려는 그 입을 꿰매버리고싶을 정도였다. 

 

화가나고 허탈해져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떨리는 손이 도저히 진정되지않았다.그녀가 아니였다는 생각도 화가났었지만 문득 그녀의 사망소식이 떠올라 허탈해졌다.상실감에 둘러쌓인 나는 그날 밤 하염없이 울었다. 

대체,나한테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걸까.그저 원망스럽고 슬퍼와서 이불을 쥐어잡으며 계속 울었다. 

 

 

장례식을 못 가준게 미안하여 자꾸만 마음이 콕콕 찔려왔다.결국 전화번호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이번만,이번만 얼굴보고 끝내버리자. 

 

 

납골당에 갔다.납골함 앞에 서서 훌쩍이는 모습이 안쓰럽기도했지만 우선은 그에게 배신감을 느낀 것이 더 커져서 그 마음은 금세 수그러들었다. 

 

계속 오열하는 그를 힐끔 쳐다보다 따라 울었다.사랑해,성유야.닿지못하는 말이 허공을 맴돌았다.그 날을 끝으로 부은 눈을 가라앉히던 그에게 말했다.얼굴을 마주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그 말 한마디에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표정을 지으며 등을 돌리는 그가 가식적으로 느껴져 헛웃음을 지었다. 

 

기억속에서 좋지못할 사건으로 남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훗날 내가 잘못 예측한 생각이 되어버렸다. 

 

 

 

*** 

 

 

 

한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일주일간은 일에 몰두했다.죽은 그녀를 잊기위해서도 있었고,주체할 수 없는 이 화를 수그러뜨릴 방법도 오로지 일 뿐일 듯 하였다.그래,거기까지는 좋았다.그러나 몸도 마음도 조금씩 지쳐갈때 즈음 다시금 머릿속으로 그녀가 떠올랐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크나큰 오류가 자리잡고 있었다.그녀보단 그녀의 모습을 했던 그가 떠올랐다.김성규,그가 머릿속에서 자꾸만 떠다녔다. 

 

처음에는 너무 일에만 집중하여 피곤해져 그런줄로만 알아,잠시만 그리워져 다시 또 금방 식을 줄 알고서 대강 넘어갔던게 화근이였다.시간이 지날수록 자꾸만 생각나는 그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리워한다고 그렇게 빨리 치부할 일이 아니였다. 

 

 

이주일정도가 더 지나자 한달이 지나갔다.조금은 누그러든 그 마음에 괜찮아져가기 시작했을 때,그가 눈 앞에 나타났다. 

 

누그러든 마음이 다시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 신입사원 김성규...입니다. ' 

 

 

 

다시금 느껴지던 그 감정에 계속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진짜로,내가 김성규를 좋아하는걸까.의문을 가져도 대답해줄 사람은 없었다.조금이라도 말을 붙이기 위해 다가가자 딱히 할 말이 생각이 나질않았다. 

 

여차저차 납골당 얘기를 꺼내자 그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혈육의 죽음을 꺼내는 나도 죽일놈이라고 생각이 들기도했지만 이것 외에는 말할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였다. 

 

 

 

회식을 하고,술을 마셨다.이미 거하게 취해 비틀거리던 그가 달빛 아래서 말했다. 

 

 

' 나 너 좋아하나봐... ' 

 

 

나도 조금은 취했던건진 몰라도 살짝 설렜다고하면 과언이 아니였다.달이 빛나고있어 달빛 밑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토악질을 하는 그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리며 생각했다. 

 

 

지금 느끼던 이 감정이 단순히 옛 연인과 닮은 사람에게 느끼는 그리움이 아닐것이라고. 

 

 

 

*** 

 

 

 

 

정확하게 마음이 결정된건 두준과 술을 마시던 그 날이였다.아무것도 생각하고싶지 않았다.그저 잠깐의 두근거림이라고 생각해보고싶었다. 

 

 

' 왜 그래,성규한테.성유같아서 좋기만한데. ' 

' ... ' 

 

 

 

화가 나서 마음대로 주먹을 휘둘렀던 것 같다.단순한 호기심이라는 매우 일차원적인 감정을 느끼는 그 마음이 역겨워보여 속으로는 이미 토악질까지 시작하고있었다. 

 

그를 때리던 날,나는 이미 부정할 수 없는 감정을 품고있었다. 

 

내가 그를 좋아하고있다고. 

 

 

 

 

연인이 되어달라,딱히 어려운 말은 아니였지만 조금은 무섭기도했었다.아무리 좋다고해도 내가 그렇게 대했는데 이제는 나에대한 그 마음이 바닥으로 추락해버렸을까봐 두려웠었다. 

 

마음이,받아졌다.그와 함께 다시 한번 납골당에 찾아가 말했다. 

 

미안해,너 말고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와서.미안함과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녀라면 이해해줄 것 같았다.남을 이해해주고 배려해주던 그녀의 성질은 이미 태어날때부터 그런 본성을 지녔으리라. 

 

 

달빛 아래서 볼을 붙잡고 입을 맞추던 그 날,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옆에있다 사라져서 느끼는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라,이미 조금은 빠르게 좋아하고있었다고. 

 

 

 

 

 

 

[번외 2.] 

 

 

 

 

" 나 보고싶다고?어,응.이따가 빵 사서 들릴게,이따 봐. " 

- 응,보고싶으니까 빨리 와. 

" 응.끊어. " 

 

 

맘에 안 들어.뚱한 표정으로 제 앞에 놓인 컵만 만지작거리다 이제서야 전화를 끊는 그를 보며 투덜거렸다.걔는 왜 보고싶다고 난리야.명수를 말하는 것이였다.성규가 조금 웃었다. 

누나한테 들었을때도 질투가 조금 있다고 들었지만 막상 겪어보니 너무도 애같아서 웃음이 끊이질않았다. 

 

우현은 이미 명수가 성규에게 고백했던 사실을 알고있었다.자꾸만 무언갈 숨기려는 성규의 어깨를 붙잡고 추궁하던 날,결국은 털어놓았다.나 친구한테 고백받은 적 있었어. 

 

그때부터 마음에 안든다고 입술을 댓발 내밀었던게 엊그제같은데,위험성은 하나도 모르고 자꾸만 친하게 연락하는 성규에 안달이 날 것 같았다.제일 친한 친구란말이야.명수를 조금이라도 욕하려고만하면 항상 성규가 꺼내던 말이였다. 

 

 

" 명수한테 그러지 마. " 

" 야,그래도 걘 아직도 너 좋아하는거 같다니까? " 

" 아니야.형이나 돼서 한살 어린애한테 질투하기는. " 

" 질,투 아니야! " 

 

 

진짜로 질투 아닌데.조금 삐친듯이 중얼거리는 우현을 보며 성규가 웃었다.나 안볼거야?우현이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 으구,미운짓만 해대는게 뭐가 이쁘다고 봐. " 

" 미운짓 안하거든? " 

" 충분히 하고계시네요. " 

" 김성규? "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명수가 얼빵한 표정을 지은 채 성규를 바라보고있었다.어쩐일이냐며 반갑게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활짝 웃었다.우현이 인상을 찌푸렸다.왜 여기서 마주치고 난리야.차마 말할 수 없어 속으로 꾹 눌러담았다. 

 

 

" 혼자 왔어? " 

" 응.집에서 커피 마시려고 방금 온거야.빨리 오라고했는데 데이트 중이였어? " 

" 응! " 

 

 

성규의 볼을 꼬집은 명수가 웃으며 볼을 만지작거렸다.딱히 명수와 친분이 있던게 아니라서 뭐라고 할 수도 없던 우현은 그런 둘을 보며 속으로 화를 삭히고있었다. 

 

성규는 전혀 모르는 듯 보였지만,여전히 바라보는 눈은 좋아하고있단걸 간접적으로 나타내고있었다.주먹을 꽉 쥐다 억지로 웃어보였다.이런저런 장난을 치다 딱밤을 한대 때리자 성규가 이마를 부여잡았다.아! 

 

 

" 완전 아파... " 

" 미안해,많이 아파? " 

 

 

안절부절 못하며 성규를 끌어안아 등을 토닥여주는 명수를 바라보며 우현이 제 손에 흐르는 땀을 바지에 닦았다.우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성규를 향해 걸어갔다. 

 

갑자기 명수의 품에서 성규를 떼어낸 그가 성규를 꽉 안았다. 

 

 

" 어... " 

" 김성규,집 가자. " 

" 잠깐만,명수... " 

" 저희 일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 

 

 

서둘러 빠져나가는 둘을 보며 명수가 웃어보였다.생각보다 잘 지내네,김성규. 

 

 

막무가내로 성규를 끌고나온 우현이 차에 올라타며 툴툴거렸다.김명수 걔 마음에 안들어.자꾸만 웅얼거리는 우현을 바라보다 성규가 입을 열었다. 

 

 

" 우현아. " 

" ... " 

" 남우현. " 

" ... " 

" 형. " 

 

 

 

고개를 돌린 우현이 성규를 바라보았다. 

 

 

 

" 손,줘봐요. " 

" ...자. " 

 

 

 

주머니에서 목걸이를 꺼내들며 손에 올린 성규가 우현을 향해 물었다.이 목걸이,기억나요? 

고개를 젓자 손을 잡아 깍지끼며 말을 이어간다. 

 

 

" 그때 나 들키던 날,남산타워에서 형이 사줬던거.그때도 형 너무 좋아서 안버리고 가지고있었어요. " 

" ... " 

" 좋아해요. " 

 

 

우현이 맞잡은 손에 힘을 꽉 쥐며 말했다. 

 

 

" 나도 좋아.그런데... " 

" 뭔데? " 

" 뭐야,다시 또 반말이네.나 김명수 싫어.잘생겼어.너 보는 얼굴이 딱 너 좋아한다고 얼굴에 써있어. " 

" 그런데? " 

" ...걔 만나지 마.나랑만 연락해줘. " 

 

 

품에 안기며 얼굴을 부비는 우현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성규가 크게 웃었다. 

글쎄,생각해보고.울상을 짓는 우현을 보며 성규가 볼에 입을 맞췄다. 

 

 

너무나도 아이같은 이 남자를 누나는 어떻게 감당했던걸까.성규가 우현을 바라보며 웃었다. 

 

 

 

진짜로 fin. 

 

 

 

 

 

 

 

드디어 끝났습니다! 

아쉽게도 인티에선 텍파를 배포하지않을 예정이예요. 

 

제가 활동하는 블로그와 카페에서만 배포할예정입니다. 

따로 인티를 위해 텍파를 새로 만들어서 텍파를 두개씩이나 가지고싶진않아서 내린 결정입니다. 

 

텍파를 가지고싶으신분은 능력껏 잘찾아주세요.죄송합니다ㅠ~ㅠ 

 

다음 연재작부턴 포인트를 조금 높게 잡겠습니다.눈팅을 방지하기위한 대책이니 이해해주셔요ㅠ~ㅠ 

 

그동안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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