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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길 몬스타엑스 이준혁 강동원 엑소 성찬
Morning 전체글ll조회 2417l 3














“ 눈 떠. 제발 일어나. 죽지 마…. 죽으면 안 돼. 안 된다고…! ”





다친 어깨에서 많은 양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어깨에서 흘러내린 피가 제 손을 모두 적실만큼 상처가 깊은데도, 우현은 호원의 가슴에서 손을 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제가 하겠다며 명수가 우현을 달래보아도 고개를 저으며 꼭 자신이 하겠다며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그 애처로운 모습에 결국 아란이 입을 막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 우현아, 비켜. ”


“ 이거 놔. ”


“ 비켜! 너 지금 제정신 아니야! 너 어깨 아파서 힘도 못주고 있잖아! 이게 호원이에게 더 독이라는 거 몰라? 내가 할 테니까 그만 좀 해! ”


“ 이 상태에서 어떻게 제정신일 수 있는데. 너 같으면 그게 돼? 되냐고! 성규야 난 못 하겠어…. 너무 무서워. 저대로 가 버릴까봐 무서워 죽겠어…. ”


 “제정신일 수 없는 상황에도 정신 차려야지. 그래야 호원이가 살아! 네가 안 되면 내가 해. 그러니까 좀 비켜줘…! “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는 성규의 모습에, 그제 서야 우현이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며 자리를 옮겼다. 우현에 이어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한 성규가 호원의 가슴 위로 눈물을 후두둑 떨구며 이를 악 물었다.

호원아 제발. 모두가 이렇게 기도하고 있어. 제발 이대로 가지마. 너도 알잖아…. 우리에게 네가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 존재인지. 네가 죽으면, 네가 없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가지 마. 제발 가지 마…. 우리가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너에게, 우현이에게 처음부터 다가가는 게 아니었어. 모두 내 죄야. 내가, 내가 다 포기할게. 그러니까 일어나줘. 제발….






“ 흐윽…. 안 돼. 안 돼, 호원아…! ”






호원이 심장이 멈춘 지 어느덧 4분이 흘렀다. 1분 안에 반드시 살려야만 했다. 그 안에 살리지 못하면, 그가 일어난다 해도 어떠한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성규의 체력에도 한계가 온 듯, 서서히 팔에서 힘이 빠져가고 있었다. 그를 눈치 챈 명수가 성규와 교체하려는 순간, 뒤로 빠져있던 우현이 울부짖으며 호원의 가슴을 주먹으로 세게 내리치기 시작했다.






“ 눈 떠!!! 죽지 말라고! 안 돼. 가지 마. 가지 마, 호원아…. 숨 쉬어! 너 가면 내가 안 돼. 내가, 내가 죽어!! 하으…. 제발 살아줘…. 숨 쉬라고 이 새끼야!! 아악!! ”






숨이 쉬어지질 않는다. 죽고 싶었다. 그가 없이 살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질 않는다. 밀려오는 현기증에 우현이 잠시 미간을 찌푸리며 뒤로 넘어졌다. 그에 성규가 우현을 살피며 괜찮냐고 물었고, 너무 무리한 탓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오고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모두가 포기한 그 때, 거짓말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뛰,어요…. ”


“ 뭐라고…? ”


“ 형이, 숨을 쉰다고요…! ”






우현이 모든 것을 놔버린 그 때, 호원의 가슴팍이 미세하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본 명수가 곧바로 그의 가슴에 귀를 대었다. 아주 미세하지만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바로 호원의 코 밑으로 손가락을 대니 마찬가지로 아주 작게나마 숨을 쉬고 있었다. 명수의 눈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믿기 싫은 현실에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는데, 호원이 다시 숨을 쉬어주니 이보다 감격스러울 수는 없었다. 파리하게 질렸던 안색도 점차 좋아지는 것이 보이자, 우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성규의 옷깃을 부여잡고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 괜찮아. 이제 다, 모든 게 괜찮을 거야…. 괜찮아. 걱정하지 마, 우현아…. ”






우현을 품에 꼬옥 안고 나긋하게 속삭였다. 그러자 거짓말 같게도, 악착같이 버티고 있던 우현이 성규의 품에 기대어 스르륵 잠이 들었다. 우현이 정신을 놓자마자 제가 입고 있던 셔츠의 소매 부분을 길게 찢어 우현의 어깨를 꽉 동여맸다. 다행히도 지금은 잠깐 기절한 것이겠지만 아무래도 이대로 방치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니까.






“ 명수야, 어째서 호원이 팔에 저런 주사자국이 있는지는 가면서 얘기 좀 해줄래? 호원이 업을 순 있지? ”


“ 당연하죠. ”






말이 끝나자마자 명수가 추욱 늘어져있는 호원을 업은 채 밖으로 나갔다. 성규 또한 우현을 등에 업고 발걸음을 떼었다. 아란은 차에 시동을 걸기 위해 벌써 나간 상태였고, 건물을 빠져나와 뒷좌석엔 우현, 성규, 호원이. 운전석엔 아란, 조수석엔 명수가 탄 채였다. 모두가 차에 탄 것을 확인하자마자 아란이 모든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성규는 제 양 옆에서 정신을 잃은 채 간신히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두 사람의 손을 꼭 붙잡고선 두 눈을 감았다. 내리감은 눈꺼풀 사이로 눈물이 흘러 속눈썹을 촉촉이 적셨다. 지금 잡은 이 두 손을 절대로 놓고 싶지 않았다. 평생을 꿈꿔온 복수를 하지 못해도 좋다. 이 손을 놓지 않을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내던져 희생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호원아, 너도 절대 포기하지 마. 우리가 끝까지 잡아줄게. 옆에 있어줄 거니까, 제발 버텨주라.



네가 살아야 우리도 살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반드시.















 * * *









아란이 최대한 빨리 달려준 덕에 30분이 소요될 거리를 10분 만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일단 호원부터 소파에 눕히고, 당장 급한 우현부터 의료실로 데리고 가 눕혔다. 혼란스러워 하는 동우에게도 상황 설명은 나중에 모두 하겠다고, 지금 당장 급한 게 우현이니 먼저 좀 부탁한다고 하고는 그대로 의료실을 빠져나갔다. 

밖에 있는 호원이 걱정됐지만, 제 앞에 있는 환자는 우현이었기 때문에 정신을 다른 데 두면 우현을 더 다치게 할 수도 있다. 동우가 고개를 흔들며 쓸 데 없는 생각을 지우려 애썼다. 어깨의 상처를 보니, 총알이 관통하진 않았지만 피부를 꽤나 깊게 스치고 지나가 당분간은 총을 쓰지도, 육탄전을 벌일 수도 없을 것이다. 조금만 더 깊게 스쳤어도, 뼈가 드러날 정도의 큰 상처였으니까.

상처를 빠르게 꿰매고 어깨에 붕대를 감을 쯤, 정신을 차린 것인지 우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그에 동우가 다정하게 웃어주며, 깼어? 하고 묻자 우현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진통제를 주사했으나, 약효가 빠르지 못해 아직은 많이 아플 것이다.






“ 많이 아플 거야. 약효가 제대로 나타나려면 10분은 있어야 해. 강한 걸 쓸 수도 있었지만, 네 몸에 좋을 거 하나도 없으니까 일부러 약한 걸로 썼어. 버틸 수 있지? ”






동우의 물음에 대답하기도 힘든 것인지 여전히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고개만 끄덕이는 우현이다. 붕대를 감기 위해서는 우현이 일어나는 것이 더 편하니, 옆의 버튼을 눌러 침대를 반쯤 일으켰다. 그리고 치료를 마무리 하려는 그 순간, 가슴을 후벼 파는 안타까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 아아악!!! 호원이형! 우리 형 왜 이래요! 이게 다 뭐냐고…!! ”






이제 테이핑만 하면 되는데, 손이 너무 심하게 떨려서 차마 우현의 어깨를 건드릴 수조차 없을 것 같았다. 진정해보려 하지만, 지금까지의 울부짖음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고통스럽고 서럽게 울려 퍼지는 소리에 진정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때, 경련이라도 인 것처럼 떨고 있는 동우의 손을 꽉 붙잡고, 우현이 젖은 목소리로 말해왔다.






“ 미안해요. 미안해요, 형…. 다, 내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내가 욕심을 부려서, 결국 소중한 사람을 위험하게 했어요. 내가, 다 내 탓이에요…. ”






저를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우현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이 일었다. 어느새 떠는 것을 멈춘 것은 동우였고, 오히려 우현이 그보다 더 애처롭게 떨고 있었다. 우현의 말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테이핑까지 모두 마친 동우가, 우현의 옆에 앉아 입을 떼었다.






“ 호원이가 잘못되면… 난 죽을 거야, 아마. 우현아, 나는 호원이 없이는 정말 못살 것 같아. 지금 내게는 호원이가 전부고, 저 아이밖에 안 보여. 나랑 호원이 그동안 제대로 된 데이트도 해본 적 없고, 서로 사랑한단 말도 많이 해주지 못했어. 그런데 있지, 난 저 아이를 사랑하는 동안 단 한 번도 그 시간과 감정을 후회해본 적이 없어. 이게 무슨 말인지 알아? 호원이, 나보다 어리지만 배울 게 참 많은 아이야. 나는 저 아이가 선택한 그 모든 것이, 다 맞다 생각해. 그래서 무슨 결정이건 존중해주고 따라줬어. 내가 반드시 살릴 거지만, 설사 내 능력이 모자라 호원이가 잘못된다고 해도, ”


“ 으윽…. 하아…. ”


“ 널, 절대로 원망하지 않아. ”






그 말에 먼저 울음을 터뜨린 건 우현이었다. 참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참으로 여린 사람이다. 이렇게 여린 마음을 가지고, 그 끔찍한 시간을 어찌 견뎌냈을까. 아마도 너는 호원이와 성종이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며 이겨냈겠지. 그리고 지금, 너의 모든 것이었던 호원이가 위험에 빠진 게 아주 많이 두려울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말이야.






“ 결과가 어떻든 간에, 저건 너의 강요가 아닌 호원이의 선택이었어. 그리고 그 선택을 믿고 따른 것도 나였고. 만약 내가 저 아이의 선택을 믿지 못하고 가지 말라고 잡았다면, 그런데도 굳이 그곳을 가서 상황이 나빠진 거라면 나는 아마도 모두가 너 때문이라고 널 질책하고 원망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저 아이의 선택을 믿은 건 나야. 어찌되었든 나는 널 원망할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야. 우현아, 나는 너희가 견뎌내 온 그 지옥 같은 시간을 상상조차 할 수 없어. 얼마나 힘들었니…. 얼마나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어. 그래도, 함께하는 누군가가 있음에… 얼마나 감사했겠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너희들 중 누구도 원망할 자격도 없어. 오히려 내 자신을 원망한다면 하겠지. 그러니까 우현아, 제발 그런 생각 하지 마. ”


“ 으흑…. ”


“ 가족이란 건 말야, 서로 미워할 순 있어도 죽도록 원망할 순 없는 거야. 내가 생각하는 가족은 그런 거야. 그리고 너는, 내 가족 중 한 명이고.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






다친 어깨가 아프지 않게 부드럽게 만져주며 웃어주는 동우의 모습에 우현의 얼굴이 아이처럼 망가져갔다. 가족. 제게도 또 다른 가족이 생겼다. 지금 이 순간, 호원이 너무도 보고팠다. 제가 자살시도를 하던 그 날, 잡아준 호원이 없었더라면 이런 큰 행복을 느낄 수도 없었을 테니까. 결국 호원은 혼자 남은 제게 이성종이라는 남동생을 선물해주었고,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랑하는 사람 김성규와, 의지하고 기대고 싶은 믿음직한 형인 동우, 한없이 예쁘고 착한 동생 명수와 성열, 힘들 때 저를 웃을 수 있게 하고 힘을 주는 친구인 아란을 만나게 해줬다. 모든 게 호원의 덕인데, 그가 떠나버리면 이 행복한 현실이 전부 꿈이 되어 버릴까봐 두렵다. 





“ 나가자, 우현아. ”






동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서히 약효가 돌기 시작하는 건지 고통이 심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라고 여기며 문을 열자마자 우현의 앞에는 또 한 번 끔찍한 상황이 펼쳐졌다.






“ 혀엉…. 우리 형 대체 왜 저래요? 저 팔에 주사 자국은 대체 뭐고! 왜 눈은 안 뜨는 건데요! 네? 물어봐도 아무도 대답을 안 해주고… 흐으…. 나 형 동생이에요. 제발 사실대로 말해달라고요! ”






제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서럽게 엉엉 우는 성종이 있었다. 제가 아는 성종은 절대로 눈물이 많은 아이가 아니다. 오히려 저와 호원보다 강한 아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우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저려왔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동우를 바라보니, 그 또한 호원의 팔에 가득한 주사 자국을 보고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현이 두 눈을 꾹 감으며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 제 앞에 있는 성종을 끌어안았다.






“ …미안해. 형이 다 미안해, 성종아. 내가, 내가 다 미안하다…. ”


“ 흐윽…. 제발, 제발 살려줘요. 살려주세요, 제발…. ”






모두에게 충격적인 사실이겠지만, 알려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현 대신 성규가 입을 떼었다.






“ 국정원 쪽에서 호원이를 낡은 건물에 가두고 고문했어. 보다시피 옆구리에 난 상처는 덧나지만 않게 치료도 대충 한 상태고, 사람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호원이 몸으로 투여해서 우리에 대한 자백을 받아낼 생각이었던 모양이야…. 하지만 호원이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겠지. ”






성규의 말에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침묵을 지켰다. 성규 또한 목 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감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를 대신해 현재 성규보다는 상황을 더 잘 알고 있는 우현이 이어서 말문을 열었다.






“ 내가 듣기로는 저 약을 투여한 즉시 짧으면 4일, 길면 일주일이야. 인간의 몸으로 견디기 힘들 정도의 고통을 준다고 들었어. 우리는 호원이가 눈을 뜨는 그 순간, 함께 지옥을 맛봐야 할지도 몰라…. 고통이 너무 심해서 자해를 할 수도 있어. 우린 수시로 호원이 곁을 지키며 그걸 막아야 하고. ”


“ 그래서 약은요? 약은 어떻게…! ”


“ 구해야지. 날이 밝는 대로 갈 거야. 국장실과 국과수에 있다고 들었는데, 국장실이나 국과수나 두 곳 모두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가야만 해. 그래도 비교적 위장잠입이 쉬운 국과수가 어떨까 싶어. 자세한 건 밤새 고민해봐야 알겠지만… 구해야하니까. 반드시 살릴 거야, 내가. ”


" 하지만, 호원이를 구할 수 있는 약이 뭔 줄 알고 거길 간다는 거야? 국과수에 있는 약물만 수 천, 수 만 가지야! 거길 가겠다는 건 곧 너희도 죽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






무모한 계획을 세우려는 우현의 말에 동우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아무리 제가 사랑하는 호원이라지만 판단력을 잃어선 안 된다. 반드시 무슨 방법이 있을 것이다. 현재 우현은 저 어깨로 절대 그 누구와도 싸울 수 없다. 만약 무리를 해서 근육까지 찢어져버린다면 다신 총을 잡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 될 테니까.

이렇게 해도 위험하고, 저렇게 해도 위험하니 도저히 어떻게 할 방법이 생각나질 않는다. 아무리 머리를 굴리며 생각해보아도 답이 없는 이 거지같은 상황에 우현이 주먹을 꽉 쥐며 입술을 짓씹었다. 그런 우현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진 동우가 애써 시선을 호원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셔츠를 들어 올리자, 심하게 다친 상처가 눈에 띄었다. 다행히 곪진 않았지만 누가 보아도 대충 치료했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만약 이대로 며칠만 더 방치했다면 그대로 피부가 곪다 못해 썩어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 …성규야, 미안한데 호원이 좀 의료실로 옮겨줄래. ”






동우의 부탁에 호원을 등에 업고 의료실로 향하는 성규였다. 조심스레 침대에 호원을 눕히고는, 괜찮냐는 듯이 동우를 바라보았다. 잘 참았다고 생각했는데, 성규의 눈을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또 한 번 주먹을 쥐고 참으려는 동우의 어깨를 단단하게 잡아준 성규가 한 마디를 던지곤 그대로 의료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 …울고 싶으면 울어. 호원이, 형 곁으로 돌아왔잖아. 형은 호원이와의 약속을 지킨 거야. 그러니까 이제는, 울어도 돼. 더 이상… 참지 마. ”






단 둘이 남겨진 의료실 안. 침대에 누워 두 눈을 감고 있는 상처 가득한 호원의 얼굴을 만져보다가, 이내 그의 상처를 묵묵히 치료하기 시작했다. 상처를 치료하는 내내 눈물이 멈추질 않아 옷소매로 닦고 또 닦아가며 어렵게 치료를 이어나갔다. 거즈까지 모두 붙여주고는, 여전히 눈을 뜰 생각을 하지 못하는 호원의 차디 찬 손을 잡았다. 






“ 얼마나 무서웠어. 얼마나 힘들었니. 어제까지만 해도 널 동료라고 믿었고, 네가 동료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모두 너에게 손가락질하며 갖은 욕설을 내뱉고 너에게 폭력을 휘두를 때, 얼마나 외로웠니. 우리가 얼마나 보고 싶었어. 감당하기 힘든 고통에도 끝까지 우리 이름을 내뱉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며 모든 걸 참아낸 네가, 나는 너무도 자랑스럽고 대견해. 이렇게까지 버텨줘서, 어쨌든 살아 숨 쉬는 모습으로 내 옆으로 와줬으니까… 넌 나와의 약속을 지킨 거야, 호원아. 그런데, 그런데 있지. ”


“ ………. ”


“ 계속, 계속 그렇게 버텨주면… 안 돼? 가지 말고… 계속 나와 함께 해주면 안 돼…? 으으… 나 너무 무서워. 호원아, 이제 네가 없는 이 세상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어.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더 보고 싶고, 더 안고 싶고, 평생을 그렇게 너만 사랑하고 싶어. 제발, 나 두고 가지 마…. 흐으…. 사랑해. 사랑해, 호원아. 많이 못해줘서 미안해. 너는 언제나 온 몸으로 사랑을 표현해줬는데, 나는 너만큼 해준 게 없어서 죄스러워. 앞으로는 내가 더 잘할게. 네가 행복에 겨워 울고 싶을 만큼 내가 잘 할 거야. 그러니까 일어나주라. 제발 눈 뜨고 나 좀 봐주라, 호원아…. ”






얼굴이 온통 눈물범벅이 되어버릴 정도로 울고 또 울었다. 밖에서 제 울음소리를 듣고 마음 아파할 이들을 알면서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호원이 오기까지 참았던 모든 것이 터져버린 듯, 일곱 살 어린 아이처럼 울어버리고 만다. 그의 가슴팍에 안겨 심장 뛰는 소리를 들으며 애써 제 자신을 달래보려고 했다. 


아직 죽지 않았어. 살았잖아. 너 지금 살려고 발버둥 치고 있잖아…. 그러니까 금방 일어날 거지? 곧 일어나서 동우 형, 하고 불러줄 거지. 






“ 기다릴게. 기다릴게, 호원아. 네가 버텨줄 거라고 믿어. ”






네가 나를 두고 갈 리가 없잖아…. 네가 살아야 내가 살아. 


그러니까 살아줘.




나를, 장동우를 위해서. 














* * *











“ 명수야, 너 손…. ”


“ …아. ”






모두가 정신이 없어 챙기지 못할 때, 유일하게 명수의 손이 불편하다는 걸 알아 챈 아란이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명수를 불렀다. 그에 씨익 웃어 보이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손을 뒤로 숨기는 명수다. 안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로 보아 동우에게 맡기긴 힘들 것 같으니 아무래도 일반 병원을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명수도 똑같이 생각했는지 테이블에 올려져있는 차키를 집어 들며 말했다.






“ 저는 병원으로 가서 치료받는 게 낫겠어요. 심하게 다친 것도 아니고, 간단하게 치료하면 되는 거니까. 아, 그런 미안한 표정은 짓지 말아요. 제가 상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다 이해하니까…. ”


“ 같이 가자. 내가 운전할게. ”






차키를 빼앗으려 하는 성열을, 명수가 막아서며 고개를 저었다.






“ 아니, 혼자 갈 수 있어. 미안한데 성열아, 너는 이 집에 남아줘. 호원이형이 깨어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최대한 한 명이라도 더 남아있어야 내가 안심하고 갔다 올 수 있을 것 같다. ”


“ 정말 괜찮아? ”


“ 풉. 바보야. 내가 죽을 만큼 다쳤어? 겨우 손가락 하나야. 걱정하지 마. 한 시간 안에 돌아올 테니까. ”






걱정하는 성열을 뒤로 한 채 집을 나서는 명수였다. 명수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정말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성종은 울다 지쳐 우현의 품 안에서 잠이 들어 침대에 눕히고 온 상태였고, 그 곁은 아란이 지키고 있었다. 혼자 두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이제부터 가장 신경 쓸 건 호원을 살릴 약물을 어떻게든 빼와야 한다는 것이다. 우현과 성규가 고민에 잠겨있을 때, 성열이 안에 있는 동우가 걱정이 되어 문을 연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믿고 싶지 않은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 하윽…. 아아, 아아악!!!! ”


“ 호원아!! 왜 그래. 그러지 마. 안 돼!! ”






그 소리를 들은 성규와 우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의료실 안으로 뛰어 들어가자, 호원이 감당할 수 없는 괴로움에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두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채 몸부림을 치다 이내 곧 침대 밑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가 바로 제 옆에 있던 메스를 잡더니 이내 그것으로 자해를 시도했다. 






“ 이호원!!! ”


“ 놔! 이거 놓으라고!! ”






간신히 성규가 호원의 팔을 잡았지만 고통에 시달리는 호원의 힘을 감당하기란 힘이 들었다. 결국엔 우현이 호원을 바닥으로 넘어뜨리곤 두 팔을 잡고 위에서 짓눌러 제압했다. 그 모습에 동우가 바짝 얼어 눈물만 뚝뚝 흘리고 있었다.






“ 정신 차려, 이호원!!! 동우 형 안보여? 네가 일어나기만을 바랬어. 너만 기다린 동우 형이 안 보이냐고! ”


“ 하윽…. 아악!!! ”


“ 호원아, 제발…! ”






너무도 아파하는 호원의 모습에 우현의 얼굴이 그와 함께 뭉그러졌다. 그간 호원과 지내면서,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처음이어서 가슴이 시리고, 생각보다 더 많이 아팠다. 결국 우현의 밑에서 한참 동안을 몸부림치던 호원이 저를 지배하는 큰 고통을 감당하지 못한 채 그대로 정신을 놓아버리고 말았을 때, 그 누구보다도 더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한 동우는 이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의료실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 성규야, 성열아, 동우 형 좀 부탁해…. ”


“ 괜찮겠어? 너 어깨…. ”


“ 괜찮으니까 어서. ”






호원을 제압하느라 힘을 써버린 탓에 어깨의 상처가 터져 붕대를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저보단 호원의 상처가 더 먼저였다. 최대한 막는다고 막았지만 결국 자신의 팔에 꽤나 깊은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다행히도 꿰맬 정도의 상처는 아닌 것 같아 동우 없이도 충분히 치료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하아…. ”






허공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해보지만 엎질러진 감정이 쉽게 정리되질 않는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면서도 끝까지 저와 성규에게는 상처를 입히지 않으려는 호원의 노력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우의 이름을 말한 순간, 아주 잠깐이었지만 호원의 동공이 애처롭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이 뇌리에 깊게 박혀 제 가슴을 더 짓뭉개며 괴롭혔다.






“ 살려주세요. ”






아까와는 달리 평온하게 눈을 감고 있는 호원을 내려다보니 간신히 참았던 눈물이 왈칵 차오른다.






“엄마 아들이, 죽어가요. 엄마가 그렇게도 끔찍해 마지않던 셋째 아들이 죽어가요. 엄마가 약속했다고 했잖아. 이호원이 날 지키면, 엄마는 이호원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했잖아…! 제발 살려줘…. 엄마… 엄마아…. ” 






무릎을 꿇은 채 애원했다. 보이지도 않는 그 누군가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며 빌고 또 빌며 애원했다. 제발 우리 좀, 구원해주세요…. 행복해지고 싶어요. 나 정말로, 행복해지고 싶어, 엄마.






살려줘….


엄마 아들 좀 살려주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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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편이 가장 최신글입니당 ㅋㅋ

앞으로는 새 연재글이 올라오겠지요?

못나니 글에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하여요 ㅠㅠㅠ

성실연재 해보도록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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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기다렸어요ㅠㅠㅠㅠ호원이 보기가 너무 안쓰럽네요ㅠㅠㅠㅠㅠ약이 구해져야 안아플텐데ㅠㅠㅠㅠㅠ다음편도 기대할께요!!기다리고 있을께요
9년 전
독자2
아 나 진짜 가슴이 미어져요ㅠㅠㅠㅠㅠㅠ호원이도, 그리고 다른 멤버들도 하나같이 다 마음이 아파서 계속 눈물나고ㅠㅠㅠㅠ약 구할 땐 제발 아무도 안다치고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어요ㅠㅠㅠ다음편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ㅠㅠㅠ♡
9년 전
독자3
세상에나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기다리고있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ㅓ류ㅜㅠㅠㅠㅠㅠ훠나ㅠㅜㅜㅜㅜㅜ애들이약가져올때까지조금만기다려...ㅜ루루ㅜㅜㅠㅠㅠ너루
9년 전
독자4
기다렸어요ㅠㅠㅠ 아ㅠㅠㅠ 호워니.....ㅠㅠ 약.....아ㅠㅠㅠㅠㅠㅠ 언제쯤 행복해질수잇는견가요....ㅜㅜㅜㅜ 담편 기다리고잇겟슴다ㅠㅠㅠ
9년 전
독자5
설화에요...정말 애절해서 이불덮어쓰고 울면서 봤어요....ㅠㅠㅠㅠㅠ 호원이 꼭 살려주세요 ...ㅠㅠ 다음편 기다릴게요 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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