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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에 승용차 한 대가 들어섰다. 차는 한참을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길을 달리다가 마을 끝 쪽에 있는 집 앞에서 멈추었다. 차에서 내리는 남자는 손에 들린 노란 포스트잇과 앞에 있는 낡은 집을 몇 번 바라보다가 포스트잇을 구겨 바닥에 버리고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는 중년의 여자가 마당에서 하얀 털이 떼에 많이 타 더러워진 진돗개에게 밥을 주고 있었다. 여자는 낯선 사람이 들어오자 짖는 개에게 조용히 하라며 꾸중을 내렸고 개는 다시 얌전히 앞에 놓인 밥을 먹었다. 

 

 

 

 

 

“여긴 어쩐 일이세요.”





 

여자는 여전히 진돗개에게 시선을 고정하고는 말을 했다. 유품정리, 전화 주셨길래요. 나의 말에 여자는 그제야 나에게로 시선을 돌리더니 한참을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렇게 날 쳐다보다가 따라오라는 듯,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넓었다. 커다란 복도를 지나가다 보면 방도 몇 개 보였고 복도 끝에는 커다란 방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복도 옆에는 정원도 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비워져 있었는지 가구들 위에는 먼지가 쌓여있었고 정원에는 잡초들로 가득했다.





 

“이 방이예요. 예전에 남자아이가 쓰던 방인데.. 살아있다면 지금 그 쪽 정도 됐을 거 같은데. 그리고 저 옆 방은 들어가지 말아주세요. 어차피 들어가지도 못하지만. 아, 물은 저 쪽 부엌에 놔두었으니까 드시고요. 저 찾을 일 있으시면 정원으로 오세요.”

 

 

 

 

 

고개를 끄덕이고 방에 들어가려 하는데 여자가 한참을 내 얼굴을 쳐다본다.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싶어 얼굴을 슥슥 만져봤지만 그래도 아무 말없이 쳐다보는 여자에게 왜 그러냐며 말을 건넸다. 

 

 

 

 

 

“성함이.. 우현, 맞아요?”

 





여자의 말에 고개를 한 번 끄덕이자 여자는 나를 보던 시선을 거두고 몸을 돌렸다. 내가 언제 이름을 알려줬었나. 여자가 정원 쪽으로 걸어갔고 괜히 기분이 찝찝했다. 아, 저기. 내 부름에 여자가 뒤를 돌아 나를 보았고 어색한 기운이 맴돌아 애꿎은 머리만 긁적였다. 이 방에 살던 남자아이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입 밖으로 꺼내놓고 이런 질문은 실례인가, 기분 나빠하면 어떡하지, 하며 별생각이 다 들 참에 이제껏 아무 표정 없이 나를 바라보던 얼굴이 무엇인지 모르게 바뀌었다.





“성규, 성규요.”





아아, 감사합니다.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을 하자 여자는 지금까지 나에게 딱딱하게 굴던 모습과는 달리 손을 배에 공손히 모으고는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정원으로 들어갔다. 왜인지 모르게 여자가 나간 정원이 추워 보였다. 겨울이 오는 걸까.



정신을 차리고 주머니에 넣어두던 흰 면장갑을 꺼내 손에 끼워넣고 여자가 알려준 방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왜일까. 문을 열기가 덜컥 겁이 났다. 예전에 명수의 부탁을 받아 유품정리를 몇 번 해보긴 했지만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 걸까, 방에 들어가는 게 망설여졌다. 그러고 있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바보 같고 한심하게 느껴지고 웃겨서 헛웃음을 내뱉었다. 나도 늙긴 늙었나 보다.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갈 즈음에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소리에 오른손에 껴있던 면장갑을 빼고 핸드폰을 꺼내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 명수. 부탁한 곳 도착했어?”

 

“어. 지금 보려고.”

 

“대충 하고 와. 나중에 내가 트럭 끌고 가서 할 테니까.”

 

“그래. 알았어.”

 



 

 

명수와의 전화를 마친 우현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방은 거실과는 다르게 깨끗했다. 누군가 와서 닦기라도 한 모양인지 먼지라고는 보이지도 않았다. 책장에 꽂힌 여러 가지의 책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그 사이에 엄청난 두께로 꽂혀져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 꺼내보니 앨범 이었나보다. 앨범을 넘겨보니 첫 장에는 성규라는 남자의 어릴 적 모습 인듯, 유치원복을 입었는지 노란 모자와 노란 옷을 입고 가슴 쪽에는 김성규라는 명찰을 달고 공원에 서있는 사진이었다. 찬찬히 앨범을 넘겨보니 성규라는 아이는 커가면서 몸집만 변하지 얼굴은 달라지지도 않는 거 같았다. 항상 무표정인 체 심통 나 있는 얼굴로 어떤 사진은 눈이 부신지 작은 눈을 찌푸렸는데 눈이 아예 보이지 않았고 어떤 사진은 추운 건지 눈썹이 팔자로 휘어 눈에 눈물이 고여있는 사진도 있었다. 그렇게 사진을 살펴보다 문뜩 느낀 것은, 성규라는 아이가 웃고 있는 사진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사진을 넘기는 데 여태껏 사진 속에서 보지 못 했던 성규가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발견했다. 고등학생 정도 돼 보였다. 눈이 휘어 세상을 다 가진 듯 누군가를 보며 해맑게 웃고 있는 데 그 누군가는 보이지 않았다. 사진이 찢어진 체 앨범에 넣어져 있었다. 뒷 장에도 역시나 성규는 웃고 있었고 누군가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지 성규의 어깨 위로 팔이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 팔의 주인일 성규의 옆은 찢어져있었다. 누가 고의로 찢어놓기라도 한 건지 고등학생 이후의 성규의 사진은 다 어딘가가 찢어져 있었다. 고등학생의 성규는 전과 달리 화를 내는 사진도 있었고 꽃다발을 들고 우는 사진도 있었다. 사진에서도 보일 만큼 고등학생 이후의 성규는, 행복해 보였다. 



문뜩 그렇게 앨범을 보고 있다 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걸 깨달았다. 어느새 자신은 바닥에 앉아서 앨범을 보고 있었다. 오늘따라 왜 이리 정신을 놓는 건지 정신 차리고 얼른 하고 집에 가서 쉬어야겠다며 앨범을 원래 있던 곳에 꽂아 넣었다. 대충 보니 이 정도면 정리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거 같고 딱히 특별한 물건도 없는 거 같아 집에 가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장롱만 살펴보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장롱을 열었다. 버리지도 않은 건지 옷들이 빼곡히 걸려있었고 그 사이로, 커다란 상자가 하나 있었다. 






“어우, 왜 이리 무거워.”





가벼워 보여 아무 생각 없이 상자를 들었는데 생각보다 엄청난 무게에 바닥에 툭 떨어뜨렸다. 뭐가 깨지기라도 했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얼른 상자를 여니 깨질 것은 없었고 그냥 여러 가지 잡동사니들이 들어있었다. 백과사전, 문제지, 과자, 종이학 등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들만 가득했지만 혹시라도 중요한 물건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물건을 하나하나 꺼내어 살펴보았다. 괜히 무게만 차지하는 사전들 사이에서 노트가 하나 끼여있었다. 사전들을 바닥에 내려놓고 노트를 넘기는 데 순간, 자신이 잘 못 본 건가 싶었다. 노트를 대충 넘겨도 보이는 이름이 익숙했다. 남우현. 우현이. 자신의 이름이었다. 






“뭐야. 괜히 소름 돋게.”






성규의 친구의 이름이 자신과 똑같았는지 노트에는 성규와 그 친구인 우현의 흔적들이 가득했다. 수업시간에 몰래 노트에 적어 대화라도 했나 보다. 하필 나랑 이름이 똑같아서 기분만 이상해졌다. 노트를 하나하나 넘기다 보니 자신이 나쁜 짓이라도 저지르는 것 같아 그냥 노트를 닫았다. 그리고 상자 안에 들어있던 녹음기를 들어 꽂혀져 있는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듯, 가슴이 마구 뛰었다. 


‘남우현!! 사랑해!! 우현아 사랑해 정말! 나랑 평생 살아! 알았지! 응? 얼른 대답해 남우현, 빨리!’


남우현.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성규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성규가 그 옆으로 남자의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얕게 들려왔다. 성규가 사랑하던, 좋아하던 사람이 남자였구나, 이 아이가 남자를 좋아했구나, 하고 생각도 할 틈도 없이,


‘아 진짜.. 나도 사랑해 김성규. 사랑해 나도. 평생 같이 살자 성규야.’


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성♡

현성...... 우리 우효니...... 허읔... 맘 아파...  현성 행복하게 해줘야되는데 맨날 이런거 밖에 못써서 미안해 내가...

[현성] 돌이키지 못한 上 | 인스티즈

현성 실제로 행복해~ 빠빠이~

수열 로맨스 저거는....... 언제 올리지... 어떻게 끊어야 될지 몰라서 못 올리고 있다는 게 정답T.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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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이런거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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