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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남우현] n년전에 헤어졌는데 너뚜기 회사에 입사한 남우현 썰 中 | 인스티즈  

   

   

  

쩌렁쩌렁 울리는 알람소리에 감긴 눈을 채 뜨지도 못한 채,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몇번 마른 침을 삼키고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다. 제길, 내가 밤사이에 에어컨을 틀어놓는 만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이 익숙한 느낌은 필시.  

  

" 아, 목 아파."  

  

감기, 감기가 틀림 없었다. 하필 중요한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이럴건 뭐람. 사실 인과가 분명한 사건에 왈가왈부한 자격은 못되었지만 칼같은 현실에 투정이나 부려 본 것이였다.   

  

지금 이 결과의 원인은 어젯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젯밤, 남우현이 건네준 우산을 받아들고, 열한시가 넘어선 시각에 나는 한참을 고민에 빠졌다. 이걸 쓰고 가, 말아? 쓰자니 점심시간에 그렇게 매섭게 내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게 고고한 척, 도도한 척, 매서운 말은 다 내뱉어놓곤 남우현의 우산을 받는 꼴이라니. 이거야 완전 말 따로 행동 따로 아닌가. 그렇다고 이렇게 멀쩡한 우산을 버려두고 가는 것 역시 상황이 썩 좋지 못했다. 버스나 지하철은 끊겼고 택시를 타자니 며칠 전 들었던 택시 괴담이 귓가를 맴돌았다. 이 근처에서 여성 직장인을 상대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회사에서도 각별히 주의를 줬기에 더욱 망설여졌다. 그래, 얼굴이 무기라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택시는 과감하게 리스트에서 제했다.   

  

이제 문제는 걸어가되 우산을 쓰느냐, 마느냐로 좁혀졌다. 쓰자니 남우현이 마음에 걸렸고 안 쓰자니 내일 아침 상태는 불보듯 뻔했다. 우산에 새겨진 노란 자수를 노려보던 나는 이내 우산을 남우현 책상에 얹어두는 편을 택했다. 중요한 서류는 모두 회사 서랍에 넣어두고 가방을 끌어안았다. 어렸을 때 미친 짓을 많이 해봐서 아는데, 이런 비 쯤이야 한 번 흠뻑 젖고 나면 그저 시원할 뿐이다. 게다가 지금은 한 여름이고. 설령 낯선 이가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다 하더라도, 비맞고 턴 한번 하면 치한 퇴치 끝일텐데, 뭐. 아무리 사람이 없어도 설마 미친 여자를 납치하겠어.   

  

빗속으로 한 발을 내딛었다. 거기부터가 선택 미스였다. 비는, 그러니까, 생각보다,   

  

엄청난 양으로 쏟아졌다. 귓가를 때리는 사운드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힐을 신은 발등 위로 빗방울이 세차게 내리꽂혔다. 이 놈의 자존심이 문제다, 자존심이. 넌 그 자존심 내세우다 인생 말아먹을거야. 혼자 중얼거리며 집에 도착한 시각은 거진 열두시였다. 피곤한 몸으로 정신없이 샤워를 하고 긴 생머리를 말리지도 않고 누운게 둘째 화근.   

  

한번 떠올리자 줄줄이 소세지처럼 연상되는 어젯밤의 기억에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커피포트에 물을 올렸다. 유자청이라도 타서 하루종일 마시고 있어야겠다. 목이라도 어떻게 회복을 하면 좋을텐데. 느릿느릿 옷을 챙겨입기위해 방으로 향했다.   

  

  

  

-  

  

  

  

빌어먹을, 집에서 가져온 유자차가 벌써 세잔째였다. 쇳소리가 섞여 걸걸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아침인사를 한게 약 2시간 전 상황. 막바지 발표 대본 연습을 해야하는데 몸은 생각대로 따라주질 못했다. 아침보다 상태가 호전되긴 커녕 점점 심각해졌다. 아침엔 느끼지 못했던 열도 조금씩 나는 것 같고, 설상가상으로 그렇게 덥다 덥다 노래를 부를땐 귓등으로도 안듣더니 오한이 드는 오늘 같은 날에야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재끼는 것이다. 덕에 집에서 챙겨온 담요는 갈 곳을 잃었다. 무릎에 덮자니 상체가 춥고 상체에 두르자니 다리가 시렵고.   

  

게다가 남우현 저 놈은 내 밑에서 배운다더니 입사 동기와 히히덕 거리기에 바쁘다. 아, 저 망할 새끼. 그래 저 놈은 항상 그랬다. 내가 정작 필요할 땐,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도움이 필요하다 온 몸으로 외칠 땐 기가막히게 못 알아쳐들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 아침에 오는 길에 급한대로 감기약을 사서 먹었더니 눈커풀은 자꾸 무겁게 내려앉았다. 회의는 점심시간을 마치고 바로 이어진다. 제길, 이런 몸상태로는 회의는 커녕 오늘 업무는 제대로 끝마칠지 모르겠다. 내가 이 프로젝트 한다고 몇 달을 매달렸는데. 자꾸 찌질하게 눈물이 비집고 나왔다. 훌쩍거리며 대본을 중얼거리는데 익숙한 온기가 닿아왔다.  

  

" 대리 님, 오늘 상태 안 좋으신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 네. 고마워요."  

  

어깨께에 걸쳐진 남우현의 자켓을 내려다보다가 정신을 차렸다. 내가 지금 뭐하는 거야. 그렇게 관심끄라 지랄을 해놓고서 정작 관종짓을 하고 있는 건 나잖아. 이렇게 아프다고 골골대면서 광고를 하는데 남우현 같은 오지라퍼는 무시하기가 더 힘들테다. 하나도 안아프다, 하나도 안아파. 이따위의 말을 중얼거리며 대본에 초점을 맞췄다.   

  

​" 이 대리, 이거 오늘 중으로 올려야되는 서륜데, 내가 너무 바빠서. 이것 좀 도와 줘."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자, 스스로 학습 모르냐, 쌍쌍바야? 목끝까지 차오른 욕지기를 억누르며 사람좋게 웃어보였다. 네네, 돈받는 입장에서 더럽고 치사해도 해야죠. 이번 달에 날아올 카드 명세서를 위해서라도...   

  

  

  

  

-  

  

  

  

  

눈 앞이 어질거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는 심각해졌다. 얼굴엔 열이 올라 가만히 눈을 뜨고 있는데도 눈물이 고였고 온몸은 흠씬 두들겨맞은 것 처럼 욱신거렸다. 감기몸살인가. 어디에라도 몸을 뉘이고 쉬고 싶은데 당장 발등에 떨어진 서류만 해도 수십개라 맘 편히 쉬지도, 농땡이를 부리지도 못하겠다. 정신없이 타이핑을 하는 와중에 듣기싫은 음성이 귓바퀴를 타고 흘러들었다.  

  

" 점심들 먹고 쉬다 합시다. 오늘 메뉴는 뭘로 할까, 수진 씨?"  

​" 아, 요 앞에 백반집 생겼던데 어떠세요?"  

​" 그럼 거기로 갑시다. 근데 이대리는 왜그렇게 축 처져있나?"  

  

입사 동기의 하이톤의 목소리가 울리더니 팀장새끼의 목소리가 또 귓가에 들려왔다.   

  

" 아, 전 오늘 좀 몸이 안 좋아서요. 맛있게 드시고 오세요."  

  

목소리부터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는지 팀장새끼도 이번엔 잠잠하다. 애써 입꼬리를 올려가며 꾸벅 인사까지 해보이니, 팀원들의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이목을 잡아끄는 남우현.   

  

" 우현 씨, 생선구이 좋아한댔죠? 제가 지난번에 가봤는데 생선구이도 맛있고, 거기 또 황태구이가 그렇게 맛있다는데, 나중에 한번 가볼래요?"  

" 네…​ 네? 뭐라고 하셨죠?"  

" 에이, 왜 이렇게 정신을 빼놓고 다녀요. 아, 일단 얼른 백반 집으로 가요."  

  

폼이 얼씨구, 그냥 팔짱을 껴라, 대놓고 수작부린다고 광고를 하라구. 괜히 쌍방인 것 처럼 수줍은 척 하지 말고.   

  

" 두 사람 그러고 있으니까 잘 어울린다. 둘이 키도 딱 어울리네. 그치, 미연씨?"  

" 그러게요. 진짜 안성맞춤이네!"  

  

지랄 똥을 싸라. 남우현 저거 깔창을 몇개는 까는지 아냐? 니가 에어 사줄 거 아니면 아예 관심을 가지질 말란 말이야. 고개를 책상에 묻고 혼자 별 생각을 다 했다. 머릿속이 익어버릴 것 같다. 사실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진정한 의식의 흐름으로 보이면 보이는 대로, 들리면 들리는대로 막 떠올리는 거다.   

  

" 이 대리 빼놓고 우리끼리만 맛난거 먹는 것 같네. 미안해서 어째."  

" 저는 괜찮아요. 맘편하게 다녀오세요."  

  

미안하면 니 보고서를 나한테 주지 말았어야지. 일말의 양심이라는 것은 지니고 있는지 괜히 살갑게 말을 붙이는 여상사에게 속으로 욕세례를 퍼부어주며 말했다. 여상사를 끝으로 사무실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이따금 열이 올라 거칠어진 나의 숨소리를 제하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외부의 소리가 더욱 또렷하게 들렸는데, 내가 엎드려 선잠이 든지 10분여가 지나서였다.   

  

달칵 문이 열리고 다소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군지 궁금은 한데, 이미 온몸의 힘이란 힘은 다 빠진 상태라 눈커풀 하나 드는 것, 고개 한번 드는 것 조차 힘겨웠다. ​비닐봉지가 부스럭거리더니 조심스럽게 내 앞머릴 걷는 손길도 느껴진다. 그 손길이 퍽 조심스러워서 얼결에 나까지 숨을 죽였다.   

  

" 용광로네. 이렇게 될때까지 무식하게 뭘 했어."  

  

여느때보다 다정한 음성. 오랜만이였다. 걱정스러우면서도 속상하단 듯한 말투. 3년 전 쯤 겨울이였나, 가벼운 교통사고때문에 다리에 한달간 깁스를 해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당장 응급실로 달려온 남우현의 말투가 꼭 이랬다. 다친건 난데 지가 더 아픈 것 같은 목소리를 하곤. 괜시리 듣는 나조차도 울멍이게 하는 그런 목소리를 하곤.  

  

" 기다렸어."  

​" 뭘. 열 언제 식나? 또 어디 아파."  

" 머리랑, 목도 좀 아프고, 몸살 걸린 것 같아."  

  

간만에 찡얼거려본다. 서울 올라와서 대학을 졸업하곤 완전한 사회인이라고 생각했다. 의지할 곳 없는 이 곳에서 혈혈단신으로 악바리처럼 살아왔다. 남우현이 떠나간 자리는 그래서 더 외로웠다. 내가 힘들다 그러면 언제든 날 끌어안곤 토닥거려줄 사람이 없어서. 오롯이 나 혼자 견뎌내야할 외로움이라서.   

  

" 죽 사오려고 그랬는데 그럼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일단 약 먼저 사왔어. 빈 속은 아니지?"  

  

고개만 살랑살랑 저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 내가 너 아침에 밥은 꼭 챙겨먹으라고 그랬잖아. 너 어제도 안 먹었지?"  

  

몰아치는 목소리가 제법 매섭다. 그런데 그안에 들어찬 감정은 걱정이 전부라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무는 수밖엔 없었다. 입이라도 열었다간 금방이고 갇혀있던 울음이 터져나갈 테다.   

  

" 아까 오면서 죽 주문해놓고 왔으니까 곧 있으면 올거야. 아플 때 혼자 있는 거 제일 싫어하는 애가 무슨 자신감으로 혼자 남겠대."  

​" 우현아."  

  

부산하게 움직이는 녀석의 셔츠 끝자락을 붙잡았다.   

  

" 잠깐만, 잠깐만 이러고 있자. 나 너무 아프잖아."  

  

​씨알도 안먹힐 소리를 하곤 남우현의 가슴팍에 고개를 묻었다. 녀석의 품안은 언제나 그랬듯, 따듯하고 포근하고. 변했다고 느껴왔다. 정작 변한건 내 감정이면서 남우현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기대하고 혼자 실망하고. 네게서 떨어져 주겠다 자신있게 다짐했으면서 이렇게 또 니 품을 찾는다. 이기적인 내 모습이 끔찍할 정도였다.   

  

" 기다렸어."  

  

널 기다렸어. ​이렇게 다시 돌아와줄 널 알고, 남우현 널 기다렸어.   

  

  

  

   

-  

   

   

   

   

새근거리며 일정하게 숨결을 내보내는 것은 내 품에 안긴 너다. 더럽게 고집만 세가지곤. 대학시절 기말고사 시즌이 되면 골골거리던 네가 생각났다. 감기탓에 한 여름인 날씨를 무시하고 중앙도서관에서 떡하니 앉아 후드집업과 담요를 두르던 네가. 그런 와중에도 오늘처럼 의지는 대단해서 아픈 몸을 이끌고 항상 받는 학점은 'A'를 벗어나 본 적이 없다. 수석자리를 두고 날 경계하던 너도 떠오른다. 대리출석도 번번히 거부하고, 교수와의 입씨름도 마다않던 네가 성격 많이 죽었다, 싶었다.   

  

그렇게 못 먹는 음식 꾹 참아가며 목구멍에서라도 넘기고, 위에서 올라온 업무임에도 군말없이 맡는 것을 보면. 그렇게 발버둥쳐서 네가 오고 싶어 하던 곳이 이렇게 널 꽁꽁 싸매는 곳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어쨌거나 널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준 곳이니 뭐든 감사했다. 월차라도 냈으면 좋겠는데, 오전 내내 식은 땀을 흘려가면서 준비하던 회의가 꽤 중대한 사안인 듯 싶어, 일단 책상위에 다시 뉘어놓았다.  

  

" 자는 모습은 이렇게 천사같은데."  

  

 날 내칠 땐 왜이리도 매정한지 몰라. 볼멘 소리가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남들 눈엔 항상 싸가지없고 되바라졌다고 그러지만, 실상은 누구보다 맘약한 애다. 표정관리가 서툴고 감정을 못 숨기는 것 뿐인데 언제나 오해를 몰고 다녀 뒷소리만 몇번 들었다. 처음엔 그래서 관심이 갔다. 우리가 처음에 만났던 게 언제였더라,   

  

" 우현 씨. 여기 있었나? 식사는 했고?"  

" 아, 오늘 속이 안 좋아서요."  

" 이 대리는 어디 안 좋아?"  

" 독감 같은데요, 월차를 써야될 것 같은데 중요한 회의라고 한사코 거절하셔서."  

  

​번갈아서 팀장님과 여자 상사의 질문 세례가 쏟아지고 찬찬히 대답을 했다. 내 마지막 대답에 곧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 그건 이대리가 맡아서 하기로 결정된 프로젝트라. 이제 몇시간조차 안 남았는데, 누군가 대신 맡기도 그렇고 어떡하죠, 팀장님?"  

" 그러게요, 이 대리가 몸이 워낙 약한가봐요."  

​" … 일단 대체할만한 사람을 찾아보고.."  

  

여상사의 넋두리를 네가 말했던 입사동긴가 누가 인터셉트했다. 비꼬임이 잔뜩 섞여서 콧소리를 내는 그녀가 이젠 안쓰럽기까지 했다. 팀장은 간만에 진지한 표정이 되어선 급하게 ​적임자를 찾아내려 애를 썼다. 가관인 팀 상황을 살펴보다 팀장에게 말을 꺼냈다.   

  

" 팀장님, 그럼 제가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 아무리 우현씨가 유능하다고 해도 이건 남은 시간이 너무 적은데다가 우현씨는 경력도 짧아서."  

" 이 곳에서 인턴직 맡았던 적 있습니다. 이 대리님 도와서 브리핑 준비 했어서 내용도 대강 알구요. 지금 와서 적임자를 찾는 것 보다야 제가 맡는게 더 빠를 것 같은데요. 지금 한시가 급한 상황 아닙니까."  

  

재촉하듯 말을 빠르게 하자 팀장은 뒷덜미를 긁적이더니 이내 결심을 굳힌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내선에서 찾긴 해보겠지만 찾는다고 해도 가능성이 낮으니까 우현씨가 맡기로 하지. 말이 끝나자 마자 고개를 꾸벅하고 노트북을 켜 급하게 네가 작성한 브리핑 대본을 살펴본다. 대학 다닐때도 발표는 도맡아 했던 편이라 많은 사람들 앞에 두고 조리있게 말하는데는 도가 텄지만,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이 적었기에 질문에선 지식의 깊이가 금세 들통나고 말테다. 과제에 휩쓸려 중간고사를 벼락치기했던 그 날의 기분을 되새기며 두뇌를 풀가동시켰다. 예상 질문 리스트부터, 적절한 답변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타이핑을 마치자, 회의시간에 딱 맞아 떨어졌다.   

  

회의 도움자료를 인쇄해서 미리 테이블 위에 세팅하고 다시 찬찬히 브리핑 내용을 살펴보았다. 노트북 연결까지 끝내자 사람들이 속속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몇몇 노인 분들도 계신걸로 보아 꽤 높은 고위간부들도 참석하는 자리 인것 같았다. 웬만한 일은 호기롭게 해내던 네가 중요한 일이라고 몇번을 되풀이한걸 보면 알만 하지만.   

  

" 안녕하세요, 마케팅부 브리핑을 맡은 남우현이라고 합니다."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  

  

  

  

  

 ​눈이 번쩍 뜨였다. 착 가라앉은 사무실의 공기에 한층 가벼워진 머리를 들었다. 뭐야, 아직도 점심 안먹었나, 생각하다가 역시 부재중인 남우현을 떠올리곤 시계를 확인했다. 3시. 뭐야, 이 인간들은 어디로 사라진거야. 깊이 생각 않고 다시 고갤 뉘였다가 번뜩 뇌리를 스친 생각에 벌떡 일어났다. 아, 미친. 나 회의.  

  

​순간 어질하는 바람에 이마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했다. 일단 진정하고, 머리를 굴려보자. 일단 회의 시간을 훌쩍 넘겼으니 회의는 이미 시작했을테고. 그런데 이 일은 전적으로 내게 위임된거라 나 말곤 맡을 사람이 없었을텐데. 차라리 그냥 날 깨우지, 남우현 이 새끼 괜히 엄한 소리 해서 밉보인건 아닌가, 모르겠네. 나도 넙죽넙죽 약먹고…,  

  

' ​잠깐만, 잠깐만 이러고 있자. 나 너무 아프잖아.'  

  

지져스. 뭐야, 돌았나? 잠깐 아팠다고 정신이 나갔었나? 문득 떠오르는 기억에 머리를 쥐어잡았다. 그렇게 있는대로 남우현을 밀어내놓고 이제와서 매달리는 꼴이라니. 얼마나 우스웠을까. 쓰나미처럼 황당함과 내자신에 대한 창피함이 몰려들었다. 아, 미쳤나봐. 미치려면 곱게 미치지. 일단 급한 것은 회의였다. 헝클어진 머리를 반듯하게 정리해 하나로 질끈 묶고, 회의실로 향했다. 일단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니까 상황이라도 보고 준비하는게 맞겠다, 싶어서. 급한 발걸음으로 나아간 회의실은 반투명한 유리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조금만 고개를 치켜들면 내부 상황이 보일 정도의 높이였다.   

  

발끝을 들자. 회의실 앞에서 여유로운 웃음까지 지으며 PPT를 발표하는 사내의 인영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찬다. 막바지에 다다른 것인지 질문을 하는 나이 지긋한 분들도 보이고. 못미더운 눈으로 남우현을 쳐다보다가 청산유수로 말을 하는 녀석에 미련없이 뒤를 돌았다. 그 순간 동시에 복잡하게 얽혀드는 감정에 숨이 꽉 죄여 제대로 호흡을 할 수가 없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널 보니, 지난 날의 우리가 문득 스쳐서.   

  

  

  

-  

  

  

  

​고요한 사무실로 들어가니 찝찝함이 온 몸을 훑고 지나간듯한 기분이였다. 지금 일어나 있는 꼴을 보이면 상황이 더 이상해질듯 싶어서, 아까 있던 자세 그대로 엎어졌다. 얼마 있지 않아 왁자지껄하게 몰려드는 소리에 팔에 얼굴을 깊숙이 묻었다.  

  

" 우현 씨가 우리 마케팅부 체면을 살려줬지 뭔가. 아무리 우수했다고 하더라도 반신반의 했었는데 말야."  

​" 우현 씨는 매사에 책임감이 넘치나봐. 자기 일 아닌데도 이렇게나 열심이고."  

  

수줍게 웃을 동기의 표정이 예상이 되어 바로 쥔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누군 아프고 싶어서 아팠냐고. 하긴 비맞고 간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긴 했지만, 나도 할 데 까진 했는데.   

  

" 그러게. 팀장님이 항상 건강관리는 비즈니스의 연장선이라고 누누이 말씀하셨는데."  

  

쐐기를 박는 여상사의 말에 낮게 한숨이 새어나갔다. 이런 말을 각오하지 않은건 아니지만 이렇게 직격타로 들을건 뭐람. 아까 회의장이라도 박차고 들어갔으면 이렇게 뒷말은 안들어도 됐을텐데. 아니 적어도 들으면서 대꾸 한마디 못하고 참고만 있는 상황이 생기진 않았을테다.   

  

" 에이, 왜들 그러세요. 이대리님이 다 차려놓은 밥상에 저는 숟가락만 얹은건데요, 뭘. 워낙 정리를 잘 해두셔서 제가 빠른 시간내에 준비할 수 있었던거예요. 아픈 몸으로 오전까지 회의 준비하신 것만으로도 대단하시던데요?"  

​" 우현 씨는 너무 겸손해서 탈이야."  

  

웃음소리가 번지고 가만 상황을 관망하던 난 작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저 말, 나 쉴드 한번 치겠다고 기회만 노렸을 남우현이 선해서. 남들 눈엔 그저 평온했겠지만 몇년을 봐온 나로써는 남우현의 속마음 하나하나 속속들이 보일테니, 심지어는 목소리만 듣고도 이렇게 알 수 있잖아. 무표정을 유지하려 입안쪽살을 깨물다가도 소담히 피어오르는 웃음에 결국 미소를 띄우고야 말았다.   

  

  

 ​  

 

-
 
 
(똥을 투척한다)
어휴 별것도 없는데 늦었네요....... 개연성이나 리얼리티는 개나 줘버린ㅋㅋㅋㅋㅋㅋ
우현이가 프레젠테이션하는걸 보고싶은데....... 신입사원이라 기회는 업꼬.......... ;ㅅ;
중편까진 세이브 원고였고 제가 글을 엄청 느리게 쓰는 편이라 하편은.... 언제 찾아올지.... (먼산)
 
+ 아 그리고 전혀 기대도 안했는데 초록글 올라가게 해주신 독자분들 감사합니다ㅠㅠ 사랑해요...♥
 
++ 암호닉 신청해주시면 절하면서 받아요 ㅠㅠ♥
이 글은 상중하와 번외편으로 끝날 예정이고 타아이돌글도 올라올 수 있는데 괜찮으시다면 신청해주세요!!
 

♥암호닉♥

손가락님 ♥ 치치님 ♥ 겨울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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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하하하핳
9년 전
독자2
세상에나........그냥 내꺼하면 안되나요......그냥 사내연애로 가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 이러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스카트
그러니까요ㅠㅠㅠㅠㅠㅠㅠ 왜 이런 남자는 현실에 없고....^^..... (주변을 둘러보고 쓴웃음을 짓는다)
9년 전
독자7
암호닉신청..받으시나요..?(걱정)
9년 전
스카트
아!! 제가 글잡에 글을 쓴게 처음이라... 암호닉 거시는 분도 없겠거니 하고 언급을 안했는데.. 어휴 걸어주시면 절하면서 받습니다ㅠㅠ
9년 전
독자8
스카트에게
손가락이요!!!!!!!!!!!!!!!!!!!!!!!!!!!

9년 전
스카트
8에게
컴티로 접속할때 넣어드릴게요ㅠㅠ♥

9년 전
독자3
어머....진짜 반하겠어여ㅠㅠㅠㅠㅠ 뭐이런 완벽남이 다 있어여ㅠㅠㅠㅠㅠ 아직도 설레요ㅠㅠㅠㅠ 작가님 고마워요!!!!
9년 전
스카트
오모오모 설레셨다니ㅋㅋㅋㅋㅋㅋ 사실 제가 워낙 청승맞은걸 좋아해서 우울하게 쓰다가ㅋㅋㅋㅋㅋ 나름 빙의글인데!! 싶어서 달달한 씬을 넣어봤거든요ㅋㅋㅋㅋㅋ 맘에 드신것같아서 다행이예요 ^&^
9년 전
독자4
헐 대박잘보구갑니다 진짜 우현이 같은남자 어디없나여ㅜㅜ
9년 전
스카트
그러니까요ㅠㅠㅠㅠㅠㅠ 나도 아플수있는데!! 왜 감기약 사올 남자는 없냐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5
잘보구가여ㅜㅜㅜㅜㅠㅜㅜㅡ아진짜 저런전남친있으면..하..ㅋㄲㄱㅋㅋㅜㅜㅜ
9년 전
스카트
하ㅏ.... 진짜 저도 저런 전남친..... 아니 남사친만이라도 있으면 황송해서 108배를 올릴텐데......
9년 전
독자6
워~~~~~후 아진짜 앓다죽을 우현아ㅠㅠㅠㅠㅜㅜㅜㅜ왜이렇게 예쁜거야ㅜㅜㅜㅠㅠ♡ 어후.. 작가님은 제 L.O.V.E. 사랑합니다 정말 사랑해요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그대는 제 ... ♡ ....(수줍) 100년 후라도 좋으니 언제까지라도 기다리겠습니다 다음 편에서 뵈요 내사랑 ♡ㅎㅎㅎㅎㅎㅎㅎㅎ
9년 전
스카트
독자님도 내사랑이예요ㅠㅠ♥ 지금 플롯붕괴돼서 멘붕왔는데 독자님 생각하면서 힘내야겠어요ㅠㅠ!
9년 전
비회원189.59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현이 왜 다정한데 아련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 서로 너무 잘 알고 있는 게 좋다ㅠㅠㅠㅠㅠㅠ
9년 전
스카트
ㅠㅠㅠㅠㅠㅠㅠㅠ 서로에게 빠삭한거 저도 염두에 두고 쓴 부분인데 캐치해주시다니!! 굉장해엄청나!! ㅋㅋㅋㅋㅋㅋㅋ 우현이는 현실에서도 다정하고 속깊은 아이라 제 로망을 맘껏 펼쳐도 소화를 해줘서 너무 우현이한테 고마워요ㅋㅋㅋ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함미당♥
9년 전
독자9
허류ㅠㅠㅠㅠㅠㅠ아휴ㅜㅜㅠㅠㅠ우현아ㅜㅠㅠㅠㅠㅠ우현아ㅠㅠ정말 작가님 글정말 잘써요ㅠㅠ사랑합니다♡저..암호닉 신청해도 되나요??
9년 전
스카트
과찬이세요ㅠㅠㅠㅠㅠ 저야말로 읽어주셔서 감사함미다ㅠㅠ 암호닉은 신청하시면 절하면서 받는데 이게 짧게 끝날것같아서... 괜찮으세요? ㅠㅠ
9년 전
독자11
저 암호닉 치치요!
9년 전
스카트
넹!! 컴티로 접속했을때 넣어드릴게요♥
9년 전
독자10
아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암호닉 안받으세요? 우현아 날 가져!!!!!!!!!!
9년 전
스카트
저도 독자님이 너무 조화요...ㅎ.... (거부당한다) 암호닉은 받는데 이 글이 짧게 끝날 예정이라서요ㅠㅠ 괜찮으세요?
9년 전
독자12
괜ㅊ나아여!!!!!!!후에 더 안쓰실 생각이신가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암호익은 겨울이요!!!
9년 전
스카트
제가 부업을 많이 뛰어서.... 우현이글 말고 타아이돌 글이 올라올수도 있을것같아서요 ㅠㅠ
9년 전
독자13
괜찮아여!!저도 본진은 인피니튼데 안가리거 읽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스카트
13에게
그러시다면 걱정없이 암호닉 받을게요^♥^ 컴티로 접속했을때 넣을게요!!

9년 전
독자14
스카트에게
넵넵!!

9년 전
비회원221.214
똥이라니요ㅠㅠㅠㅠ설레고좋은데요ㅠㅠㅠ아진짜 작가님 제취향을 어쩜이리도 잘아십닊 ㅏㅠㅠㅠㅠㅠㅠ 사라해요ㅠㅠ
9년 전
스카트
저야말로 읽어주셔서 감사해요ㅠㅠ♥ 저도 독자님 사랑함미다ㅠㅠ
9년 전
독자15
진짜 우현이 같은 남사친 없나요ㅠㅠㅠ 설레면서 봤어요
9년 전
스카트
저도 진짜 우현이같은 남사친 있으면 소원이 없겠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읽어주셔서 감쟈해용♥
9년 전
독자16
헐 진짜 작가님 금손이세요ㅠㅠㅠ취저네요 완전ㅠㅠㅠㅠㅠ
9년 전
스카트
과찬이세욯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함미당ㅠㅠ
9년 전
독자17
아아ㅠㅠㅠㅠㅠㅠㅠ설레ㅠㅠㅠㅠㅠㅠㅠ우현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 금손이세요 정말ㅠㅠㅠㅠ
9년 전
스카트
금손이라뇨ㅠㅠ 저야말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18
하 우혀니 설레고 다정해서 좋쟈나.. 제 맘에 힐링을 주고 가쟈낭...
9년 전
스카트
저능 독자님 댓글에 힐링받아요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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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스카트
어헣ㅎ.... 세상여자 누구라도 저런 남자있으면 안웃고 배기겠어요ㅋㅋㅋ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9년 전
독자20
설렘설레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1화때도 완전 기대할거라고 했었는데ㅠㅠㅠㅠ기대를 넘어서네요ㅠㅠㅠㅠ
다음편도 꼭꼭 기대할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스카트
매번 읽어주셔서 감사해요ㅠㅠ 저도 사랑해요..ㅠㅠ♥
9년 전
독자21
헐왜 이런글을 이제서야 봤을 까요 ㅍㅍㅍ퓨ㅠㅠㅠㅠㅠ
9년 전
스카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9년 전
독자2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흥ㅇ헝,,,,꿀잼.,.
9년 전
독자23
어이구진짜ㅠㅜㅠㅜㅠㅠㅠㅠㅠㅠㅠ설레죽겠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작품대박이네요ㅠㅠㅠㅠ
9년 전
독자24
이제행쇼하는일만남음드슈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5
사내연애 가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26
우현이진짜내꺼스럽네~~~~~~~~~~~♡취저ㅠㅠㅠㅠ
9년 전
독자27
우현이 진짜 너무 다정하네요ㅠㅠㅠ아 회사 사람들 너무 나빴어요ㅠㅠㅠㅠㅠㅠ우현이같은 남친 있었으면 소원이 없을거같아요ㅠㅜ
9년 전
독자28
저런남자 만나고 싶네요ㅠㅠㅠㅠㅠ우현이는 사랑
9년 전
독자29
세상에나.............우현아..............우더ㅓ.............................워덜................thelove...............
9년 전
독자30
와 진짜 싱숭생숭하네요 어떡해ㅠㅠ
9년 전
독자31
우혀니 진짜 다정하네요ㅠㅠㅠㅠㅠ 제 근처엔 어디 우혀니같이 다정한 남자 없나요ㅠㅠㅠ 우현이앓이하겠어요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32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대박이다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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