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핫팩?
...나..? 나한테 주는 거..? 저요? 나..?
솔직히 덥석 받지는 못했음. 상황 파악하느라 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나한테 주는 거?
딱 받질 못하니까.. 백현이가 한번 더 건네면서 받아. 이러길래 그제야 받음ㅠㅠㅠ
핫팩 받자마자 목발이고 뭐고 집어던지고 고맙다고 절 할 뻔 했음.
근데 이게 또.. 마음이랑 다르게 입이 잘 안 떨어지는 거 ㅠㅠㅠㅠ 제발 고맙다고 말해 췌봘!!!ㅠㅠㅠㅠㅠ
내가 받고 나서 우물쭈물 거리니까 백현이가 뭔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그냥 너 써. 나는 어차피 연습실 가는 길이라 괜찮아."
"감사합...아.. 그니까.."
"...? 음.. 이웃! 그래, 이웃으로서 주는 거니까 그렇게 막 부담스러워 하지 마."
‘변백현’ 님이 ‘덕후’ 님의 심장을 조지셨습니다. (+경험치 50)
심장아 나대지마..
그제야 내가 핫팩을 두 손으로 꼭 잡고 고개 숙이면서 고맙다고 인사했더니
백현이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거임ㅠㅠㅠㅠ 내 심장을 너덜너덜하게 후드려 패고 계시는 중이랍니다.
근데 그때 뒤에서 약간 절망에 가까운 목소리가 들림.
"... 백현아 거기서 뭐해?"
...준면이다.
우리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을 땐,
여고생(같이 안보이지만 그래도 형식상)이랑 말을 섞고 있는 백현이의 모습에 약간 경악한 듯한
우리의 리더... 준면... 아니 준멘이 서있었음.
난 아직도 그때 준면이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 이봐요. 난 결백한 사람입니다.
"아, 형. 형 오해하지 마요. 얘는.."
"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올 게 왔구나. 에헤라디야. 나 설마 고나리 당해서 이사 가야 하는 거 아니겠지ㅎㅎ..?
와타시는 정말 억울합니다만..?
입을 여는 것보다 닫고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냥 입 꾸욱 다물고 쳐다만 보고 있었음.
"아니 얘는, 그러니까... 이웃. 그렇지! 이웃이야! 10층에 이사 온! 내가 말했잖아요."
그 말을 듣고 준멘 표정이 'ㅡ' 에서 '^' 로 바뀜.
나니? 나에 대해 뭘 어떻게 말했으면 어떻게 저렇게 한방에 경계가 풀린 표정이 지어지는 거?
나중에 기회라도 되면 꼭 한 번 물어볼 거임. ㅂㄷㅂㄷ....
라고 한낱 찌질이는 다짐을 했다.
"아, 넘어져서 다쳤는데 도망갔다던?"
이러면서 날 쳐다보는데 죽고싶더라.
넘어져서
다쳤는데
도망간애
..ㅎ..
"응, 그래서 깁스하고 있을걸요? 내가 핫팩도 줬어."
"아.. 그래 잘했어. 근데 등교하는 애 붙잡고 있을 거야?"
그 말에 백현이가 깜짝 놀라더니 나한테 이만 가보라고 빠빠이 해줌.
그래서 나도 가볍게 목례를 했는데...
했는데...ㅁㅊ..... 이번엔 준면이까지 손 빠빠이 해줌..
벽에 머리 박고 한번 더 꿈인가 확인할 뻔;
그래서 나도 인사를... 어... 근데 나는 손빠빠이 할 수는 없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엑소인데^^..
가볍게 목례를 하고 뒤돌아서 심장을 진정시켰음.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서 시간을 확인했는데
시간이...
아
?
어......아?
ㅇ아아아!!!!!!!아으알ㅇㄲ?!?!?!?!!!!
ㅋㅋㅋㅋㅋㅋ나 지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까맣게 잊고 있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내가 누구랑 있었는데.. 지각 따위가 안중에 들어오겠음?
아.. 망했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가려고 지갑을 주섬주섬 꺼내는데
"잘 가, 엘리베이터~"
저 사람이 마지막까지 지금 뭐라는..?
고개를 휙 돌렸는데 이미 둘이서 총총총 걸어가는 뒷모습만 보였음.
아니, 어차피 이렇게 알게 될 거였으면 나는 대체 왜 사서 고생(깁스)을 하고 있는 건지..ㅎ?
내가수가 나를 기억해주는 게 내 꿈이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는데...(해탈)..
내가 생각했던 건,
팬싸에서나 뭐 내가 예쁘게 꾸미고 드립도 찰지게 해서 애들이 날 예쁘고 재밌는 팬으로 기억해주는 게
내 꿈이었다고. 다들 안그래여?
근데 난 뭐임? 엘리베이터ㅋ?
내가 명찰을 머리에 붙이고 다닐 수도 없고 참...
어쨌든 난 우여곡절 끝에 택시 타고 학교에 도착함.
택시 안에서도 핫팩만 만지작거리면서 나랑 대화했던 사람들이 정말 백현이랑 준멘이 맞나, 생각하고ㅋㅋㅋㅋㅋㅋ
아저씨가 도착했다고 말해줘서 겨우 내렸어ㅋㅋㅋㅋㅋ
교실을 뒷문으로 살짝 보니 내 생각대로 1교시 수업이 이미 시작했고,
나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장전하고ㅋ 교실로 들어갔음.
선생님도 뭐라고 하시려다가 애처롭게 목발에 거의 매달리다시피 의지하고 있는 꼴이랑, 내 표정을 보고 얼른 자리에 앉으라고만 하셨음.
워후!
자리에 앉아서 대충 책을 펴고 수업을 듣는데도 내 손에는 핫팩이 꼬옥 쥐어져 있었음.
진짜... 아.. 이게.. 백현이가 가지고 있던, 백현이가 나한테 준 핫팩이 맞음ㅠㅠㅠ 맞아요ㅠㅠㅠㅠ
수업시간에 짝꿍 잡고 춤출 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핫팩을 꺼내놓고 1교시 내내 핫팩만 봤던 것 같음.
1교시가 끝나고 친구들이 슬금슬금 다가옴.
물론 나는 그 어떤 순간에도 손에서 핫팩을 놓지 않았음.
이게 누가 준 건데..
"오늘 왜 늦었어? 혹시 늦잠ㅋㅋㅋㅋㅋ? 내가 니 그럴줄 알았닼ㅋㅋㅋ"
"어, 늦잠.. 알람 못들어서 시발.."
"너 그럼 안씻었겠네. 썩은내나."
"닝겐적으로 나 머리는 감았어."
ㅎㅎ친구가 아프다는데 이년들은 썩은내 난다고 함.
꼭 좋은 소리 한 번 입에서 나온 걸 들은 적이 없어요, 내가.
근데 우린 원래 이렇게 놀아서 서로 이게 편하고 익숙함ㅋㅋㅋㅋ
츤츤대면서 챙겨주기도 하ㄱ..
"얘 얼굴 부은 거 보니까 푹 잤네ㅋㅋㅋㅋㅋ 아 근데 나 지금 손 시려.. 야, 나 핫팩 한 번만."
"꺼져."
이건 안 돼. 내 오장육부를 빼줘도 이 핫팩은 안된다고.
친구가 상처받은 눈으로 날 쳐다보길래 잠깐 학교 앞 마트에 들러서 사온 바나나우유 하나를 물려줬더니 얌전해짐.
그리고 나서 그 핫팩에 금이라도 발라져있냐고 물어보는데 금보다 더 소중한 게 묻었다고 했음ㅋㅋㅋㅋㅋㅋㅋ
맞는 말이잖아?
오늘 아침에 내가 백현이와 준면이를 봤고, 백현이가 나에게 핫팩을 줬다고 말하면 드디어 내가 미쳤다고 소문내고 다닐 년ㄷ애들인데.
당연히 안 믿을 걸 아니까 그냥 대충 얼버무리고 입 다물고 있었음ㅎ
맞다. 백현이가 준 핫팩이 어땠냐고?
처음에 받았을 땐 진짜 엄청 따뜻했음. 전부터 계속 흔들고 있었나보오ㅠㅠㅠㅠㅠㅠㅠㅠ
그걸 내가ㅠㅠㅠㅠㅠ 백현이가 나한테ㅠㅠㅠㅠㅠ으앙ㅇ니ㅠㅠㅠㅠㅠ직접ㅠㅠㅠ
아직도 사실 이게 꿈인가, 싶음.
그리고 준면이는 내가 생각했었던 리더다운 단호박스러운 면이 있었다는 점.
한번 더 입덕할뻔;
학교에서 내내 핫팩만 쥐고 있다 보니까 감기 걸렸냐는 소리도 듣고, 또 입에서는 웃음이 끊이질 않으니 미쳤냐는 소리도 간간히 듣고 ㅋㅋㅋ
그래도 난 좋다고 실실 웃고 다녔음.
뭔들?
난 지금 행복해 죽겠는데?
막상 엑소 앞에서는 도망이나 치고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면서 혼자서는 덕후도 이런 덕후가 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밤늦게 집에 와서도 나는 식어버린 핫팩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엎드려서 계속 쳐다봤음.
이걸 어디다 보관해야 잘 보관했다고 소문이 날까?
나는 수니박스를 쳐다봤음.
그러고 보니까 내 수니박스.
몇 주, 아니 이제 한 달도 넘게 내가 손도 못 댄 내 수니박스.
나는 수니박스에서 조심스레 빼빼로 선물 상자를 꺼낸 나는 그 안에 핫팩을 넣어놓,
아니야.. 이걸 그대로 놔둘 순 없어.. 지퍼백.. 뽁뽁이.. 뽁뽁이!!!!!!!
지퍼백에 넣고 뽁뽁이로 한 번 감싼 후에 고이 모셔놨음.
나만 이러는 게 아닐 텐데? 지금 찔리는 사람 있을 텐데? (ㅇㅅㅁ)
아
그리고,
오늘 내 방 벽에는 백현이 포스터 한 장이 붙었음.
사담 |
7화 올라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8화??!!!!?!!? 깜짝 놀라셨죠? 내용은 항상 그렇듯 장담은 못해요. 노잼일게 분명하지만 조심스레 올려봅니다. 모자라고 또 모자란 글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 감사하고요ㅠㅠ 다름이 아니라, 제가 12월달이 축제 기간이라 연재텀이 조금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미리 찾아왔습니다! 말 그대로 이번 8화를 기점으로 12월 말까지는 엄청 자주 올리지 못할 것 같아요. 아예 안 온다는 소리는 안 했습니다. (단호) 내 소듕한 독자분들 보러 올꺼라구요. 날 말리지 뫠!!!!!! 저는 그동안에도 어떻게 하면 독자분들이 더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할 테니까요. 독자분들도 그동안 감기 조심하고, 춥게 입고 다니면 안 돼요. 알겠지? 항상 고맙고 내가 많이 스릉하는 건 말 안해도 알죠 'ㅅ' ? 암호닉 왕사탕 / 타앙슈욱 / 엑소깹송사랑 / 알찬열매 / 뿜빠라삐 / 1214 / 퓨어 / 딩스 / 흰둥이 / lobo12 / 소녀 / 찜닭 / 캐서린 / 솔 밍쏘쿠 / 사무라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