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도경수씨는 '잘 가' 를 시전하시면서 내 심장을 조지셨고, 나는 유유히 차에서 내렸음.
끝까지 감사하다고 고개 숙이면서 인사하고 차가 내 눈에서 안 보일때까지 그 자리에 서있다가 차가 점점 멀어지는 걸 보고
다리에 힘이ㅋㅋㅋㅋㅋㅋ 풀려서 하마터면 엎어질 뻔ㅋㅋㅋㅋ 약간 휘청했음.
잠시 이쯤에서 내 덕질 역사를 되짚어보면
난 앨범을 몇 장씩이나 사면서도 팬싸인회 한 번 못 가보고, 서울 살면서 실물 영접 한 번 못해본 오징어 중 한 명이었는데
여기로 이사오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 엑소가 내 윗집에 산다는 거였고, 그래서 나는 그동안 못했던
실물영접을 몰아서 하는 중인 거임.
아, 물론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그렇게 자주 마주치는 건 아니고.. 애들은 바쁘니깐여..또륵..
병원 안에서 대기 중에 생각해봤는데, 이 상태로는 곧 고3인 내 인생이 암담해질 게 뻔했음.
그래서 생각해낸 게,
탈덕.
탈덕밖에 없었음.
좀 극단적이게 보일 수도 있는데 이제 더이상 조져질 심장도 없고 앞서 말했듯이 내 고3인생은 끝나는겈ㅋㅋㅋㅋㅋ
안 그래 보이겠지만 나름 상위권 대학을 준비하고 있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탈덕이었음.
근 2년간은 덕질을 열심히 하며 성적도 아슬아슬하게 유지해왔지만, 고3때는 어차피 덕질을 쉬엄쉬엄할 예정이었음.
그러나 내 이웃이 엑소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많은 생각을 들게 했던거지ㅋㅋㅋㅋㅋㅋㅋ
이참에 집에 가서 수니박스나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음.
깁스를 갈고 나오니까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고, 전보다는 눈이 덜 내리고 있길래 대충 병원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왔음.
근데 오면서 계속 아까 차 안에서 애들이랑 같이 있었던 게 머릿속에 맴도는거임ㅠㅠㅠㅠ아 진짜.. 일상생활불가잼;
다들 그렇게 잘생기고 다정할 게 뭐람;
집에 도착하고 내 방에 있는 수니박스를 꺼냈음.
이게.. 하.. 크기도 오질나게 커요, 또..
끙끙대면서 겨우 꺼내긴 꺼냈는데, 막상 보니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함.
이걸 정말 다 정리하고 버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들기 시작해서 후회하진 않을까 하고 우울해졌음ㅠㅠㅠㅠㅠ
차마 바로 버리지는 못하고 대충 정리를 해두고선 침대 위에 올려놨음.
고민 좀 하려고 앉았는데 엄빠가 집에 돌아와서 바로 밥을 먹었지 모야 '~'
방에 들어올 때마다 커다란 수니박스가 내 마음을 심란하게 했음..ㅠㅠㅠㅠ
내가 결코 가볍게 좋아했던 게 아니라서 이렇게 단번에 정리하려고 하니까 미치겠더라고..
안되겠다 싶어서 혼자 생각 정리도 좀 할 겸 대충 패딩을 걸쳐 입고 밖으로 나왔음.
좀 앉을 벤치를 찾는데.. 이건 뭐ㅋ.. 거의 눈에 묻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걸..?
벤치는 포기하고 놀이터로 감. 그나마 아이들 덕에 눈의 폭격을 피한 그네에 풀썩 앉았음.
...엉덩이 시려워 시발...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어차피 나 혼자인데 발 굴려서 그네 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꿀잼이었음. 어렸을 때 타보고 한 번도 안 타봤는데..
차마 깁스 때문에 높게 타지는 못하고 그냥 왔다갔다 정도?
졸라 열심히 타다가 그것마저도 지칠 때쯤 포기하고 진정을 좀 하고 나서 친구한테 전화를 했음.
그때 그 엘리베이터 친구. 맞아여. 내 흑역사의 근원ㅅㅂ
[ 모시모시? ]
? 또라..이?
[ 모시모시이~? ]
"ㅋㅋㅋㅋ뭐해?"
[ 와타시 지금 은혜로운 준멘 직캠 보고 계신다. ]
"니가 그럼 그렇지. 야, 들어봐. 만약에 내가 엑소 탈덕한다는 소리 하ㅁ.."
[ 헤에에에에-??!!! 난다고레? 난데스까아~? ]
"아 진지하게 좀. 내가 사정이 좀 있는데 그건 차마 말 못하겠고, 아무튼 탈덕 하려고.."
[ 또 진지병 도지셨네. 오늘은 또 왜? 찬열이가 미모로 뺨을 후려치든? ]
"...이 미친.. 그래!!!! 찬열이가 미모로 나를 뚜드려 패서 못 살겠다!!! 됐어 끊어!!!!!!!"
하여튼 단 1도 진지한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도라희년한테 전화를 한 내 탓이라고 생각하고 씩씩거리면서 화를 좀 가라앉힘.
그래도 심란했는데 얘 목소리 들으니까 좀 나아진 것 같기도 하고..
맨날 으르렁대면서 투닥거려도 나한텐 얘만큼 편하고 좋은 친구가 없음. 벌써 몇 년이더라 ..
아 하여튼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다시 그네에서 생각하는 사람 뺨치는 자세로 혼자 머리를 싸맸음.
근데 어디서 자꾸 거슬리는 소리가 들림. 부스럭대는 소리 하며, 헛기침 소리까지 들렸음.
급쫄.. 혹시 몰라 휙 하면서 고개를 뙇 돌렸는데
"아, 미안. 엿들으려던 건 아니었는데."
간신히 웃음을 참는 듯한 찬열이가 서있었음.
......................
........
...
ㅅㅣ발 망했ㄸㅏ............
내가 지금 찬열이 듣는 앞에서 탈덕이니 뭐니 저딴 소리를 지껄인 건가요?
그리고 마지막 어쩔건..데..
내가 뭐라고 지껄였더라.... 뭐.. 찬열이 미모가 뭐.........
다시 휙- 하니 고개를 돌리고 인상을 찡그렸음. 시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밤이라서 망정이지 낮이었으면 지금 내 얼굴 시한폭탄일텐데 들킬 게 뻔했음. 귀까지 빨개져 있겠지?
이놈의 본능이 또 도망가려고 그네에서 벌떡 일어나서 옆에 놔뒀던 목발을 황급히 잡으려던 찰나에 더 급하게 나한테 말을 걸었음.
찬열이가.
"또, 또 도망간다. 너 그거 한강에서 도망치다 다친 거라며."
.... 맞습니다만.. (해탈)
"혹시 부담스러워서 그래?"
"....네? 아니, 아, 뭐가...요?"
내가 그네에서 일어나서 굳은 채로 있었는데, 찬열이가 걸어와서 내 옆 그네에 털썩 앉았음.
앗, 차거. 라는 텐덕터지는 말과 함께...
아니, 시발 나 뭐래니.. 흔들리지마, 흔들리면 안돼. 안된다코ㅠㅠㅠㅠㅠ
"이상해. 팬이면서 싸인해달라고도 안하고, 사진, 악수는 커녕 도망치기만 하고."
"...아, 하하. 그게.. 불편할까...봐..서요.."
그리고 너네가 너무 잘생겨서 현기증 나니까요.
나따위 오징어가 감히 마주할 수 없는 얼굴이랄까?
"그래서 탈덕까지 하려고?"
"...아니, 그..탈덕 그게.. 아..."
"나 마지막 말도 다 들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럴 줄 알았음ㅋㅋㅋㅋㅋㅋ
찬열이가 지금 쪼개는 건가ㅎ?
나도 어이없어서 쪼갬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민망해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거는요..."
시발 뭐라 말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뭐라고 하냐고ㅠㅠㅠㅠㅠ난 지금 찬열이 옆에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요ㅠㅠㅠㅠㅠ
한 겨울인데 손에서 식은땀이 났음. 괜히 바지에 손 문지르고ㅠㅠ.... 안절부절 못한채로 서있기만 했음.
"안 불편 하니까 도망가지 말라는 얘기야."
...?
시발
탈덕 꺼져
탈덕은 무슨
내가 공부를 하다 뒤지는 한이 있어도
탈덕은 없던 일로 한다.
괜히 탈덕 고민 하려고 나왔다가 탈덕의 ㅌ자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게 됐음.
사담 |
안녕하세요! 죽지 않고 왔습니다! 어느덧 2014년의 마지막 날인데, 독자분들께 인사드리고 싶어서 왔어요!
사실 제가 요새 글이 잘 안 써져서 많이 고민입니다ㅠㅠ 간단히 말해서 슬럼프라고 할까요? 공부가 제 발목을 잡네요.. 세륜..
제가 가끔씩 늦어져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T^T 연중은 절대 없을 테니까 걱정 마시구요! 적어도 완결이 나기 전까지는요.
항상 읽어주시는 여러분들께 감사드려요 ♡
징어가 도망가지 않을 날이 머지않아 보이네요!
+) 아 그리고 제가 암호닉 개수를 새어봤는데 벌써 35분이나 신청해주셨어요! 여러분들 자꾸 이렇게 제 핥어택 하시면...곤란합니다.. (감덩) 제가 부득이하게 이번화에는 답글을 일일이 못 달아드릴 것 같아요. 연말이라 그런지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밀렸네요ㅠㅠ 죄송합니다.. 다음 화에는 꼭! 달아드릴 테니까 또 찾아와 주세요 'ㅅ' ♡
♥ 해피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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