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바람은 귓가를 간지럽게 하지 않았다. 중양절에 떼를 지어 하늘을 날던 제비들이 다시 본래의 보금자리로 돌아오고 있었다. 동혁은 흑립 끝을 살짝 어루만지면서 어느 기와집 언저리에 시선을 두었다. 통통한 제비 부부는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면서 힘차게 지저귀고 있었다. 그에 동혁은 마침내 봄이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고 더불어 그녀에 대한 사랑 역시 호흡을 멈춰버렸음을 자각했다.
그의 사랑은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자신조차도. 동혁은 그 생각을 했을 때 잠깐 입술을 꾹 씹었다.
형과 세자빈의 가례에 가던 길이었다. 그는 어제까지 착실히 세자빈에게 소학과 내훈을 가르쳤으므로 이제 더는 궁에 볼 일이 없었다. 오늘 그 둘의 혼례가 무사히 끝나게 되면 아마 한동안 혼자서 가슴을 떠는 일은 없을 것이다. 더 이상 눈치를 보며 입궐하는 것도, 거기서 세자빈의 상심 담긴 얼굴을 보는 일도 이젠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동혁의 역할은 끝났다. 그저 최종 간택이 이루어지고 다스레 동안 그녀를 가르치고 보살피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결코 무르지 않던 사랑에 처참히 활을 꽂고 살을 찢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 죽어버린 사랑의 잔해는 앞으로 동혁의 아득한 회상 안에서만 담길 예정이었다. 그게 과연 내내 그 안에서 태연히 눈 감을 수 있을지에 대해 동혁은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동혁의 옆에는 궁에서 보낸 내금위 소속의 호위무사 한 명이 전부였다. 늘 세자빈의 곁에서 그녀를 지키던 사람은 아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는 궁의 소속된 사람임을 강조하는 운검을 옆구리에 차고 있었다. 궁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상쾌했다. 그렇게 숨이 막히지도 곧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지도 않았다. 오늘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설친 것이 법석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동혁은 문득 궁을 떠나던 날을 떠올려냈다. 그 날은 겨울이었고, 때 늦은 비가 내렸다. 동혁은 진환이 있는 궁을 떠나기 싫었지만 왕비의 경계심이 날로 심해졌음을 느끼고 어쩔 도리 없이 열 여섯을 앞둔 해에 모든 짐을 챙겨 그 곳으로부터 안녕을 말했다. 지금보다 어렸고 몸집마저 가녀렸던 소년은 단순한 헤어짐이 슬퍼 한참을 울었다. 궁과 멀리 떨어진 누추한 공간으로 가게 됐으므로 그런 게 아니었다. 갈모를 썼는데도 차가운 비가 어깨에 젖어들어서가 아니었다. 세상에서 자신을 정말로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음이 아니었다. 궁에 모친을 두고 와야 한다는 슬픔 따위도 아니었다. 눈물 걷힌 얼굴로 손을 흔들던 진환의 모습이 끝끝내 머릿속을 잠식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날 처음으로 사람들 밖으로 손을 놓친 기분을 느꼈고 또렷한 눈으로 밤을 지샜다.
궁과는 좋은 추억이 별로 없었다. 그저 살뜰하게 자신을 챙겨주던 진환과 가끔 뚱한 얼굴로 함께 검술을 겨뤄주던 한빈의 모습만이 흐리게 기억 끄트머리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동혁은 멀리서 보이기 시작하는 궁의 입구를 쳐다보며, 좀처럼 예전에 대한 생각들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 때였다. 어디선가 화살 촉이 날아와 동혁의 목선 바로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거의 동시에 호위무사가 운검을 뽑았고 화살은 궁 옆으로 뻗은 담 근처의 늙은 나무 허리에 정확하게 꽂혔다. 동혁은 잠시 비틀했다. 조금만 앞으로 몸을 빼고 있었더라면 목숨이 날아갔다. 정신이 아찔해졌다. 호위무사가 옆에서 고함을 내지르고 있었고 덕분에 궁 앞을 지나가던 적지 않은 인파가 놀란 얼굴로 걸음을 멈췄다.
"괜찮으십니까?"
동혁은 걱정스러운 음성에 정신을 차렸다. 침착해야 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다. 특별히 수상한 차림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동혁은 최대한 태연한 척을 하며 속으로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는 불안을 삭히려고 노력했다. 호위무사는 무심코 화살 끝에 걸쳐져 있는 종이로 손을 뻗으려고 했다. 그에 동혁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조심하시오! 그 위에 피부를 타게 하는 독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비장한 동혁의 표정에 호위무사는 그가 지금 진담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노련했다.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도 왕의 어린 자식은 늘 있는 일이라는 것처럼 뻔뻔하고 태연하게 굴었다. 호위무사는 새삼스럽게 그가 불쌍해졌다. 동시에 존경스러웠다. 그는 죽을 고비를 여럿 넘겼고 그만큼 단단하고 강하다.
인파는 이내 사그러들었다. 호위무사는 동혁의 충고를 명심하며 조심스럽게 화살을 잡아 비틀었다. 호위무사의 눈이 순간적으로 가늘어졌다. 화살 끝에는 조류의 것으로 추정되는 깃털이 달려있었고 그 옆으로는 종이를 접어 전할 말을 매달았다. 궁이나 각종 관리청에서는 이렇게 긴 화살을 쓰지 않는다. 놈은 무언가를 노리고 활을 쏜 게 분명하다. 동혁의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강렬한 목적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호위무사는 이내 종이를 풀고 그 위에 쓰인 글자들을 읽었다. 동혁은 부디 그 글씨가 무서운 것을 담지 않았기를 속으로 빌고 있었다.
"…이건 대체……."
"……제가 한 번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호위무사가 긍정의 대답을 내놓기도 전에 동혁은 그의 손에서 종이를 덥석 잡았다. 종이는 아주 약간 구겨져 있었다. 감촉이 푸석한 게 그렇게 질이 좋은 종이는 아니다. 동혁은 미간을 좁히며 글씨를 읽었다. 어지러운 필체로, 그것은 죽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무수지수, 명재경각, 백중숙계. 열 둘의 한자는 생생하게 먹을 머금고 있었다. 쓰인지 얼마 되지 않은 글자들이다. 그 위를 살짝 문지르니 손가락이 검게 변했다. 백중숙계, 그 글자에서 백에는 가위 표식이, 중과 숙 위에는 둥근 원이 그려져 있었다. 동혁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걸 내려다봤다. 거칠게 원을 그리고 있는 먹 글씨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그는 알았다. 진환에 이어, 누군가가 새로운 세자와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대와 같은 내금위 소속의, 세자빈의 호위를 맡고 있는 자를 아십니까?"
"세자빈이라면……. 준회를 말씀하십니까."
동혁은 그렇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에게 세자저하의 곁에서 단 일 초도 떠나지 말 것을 약속 받으시오."
"…예."
"지금 당장. 나는 괜찮으니 지금 당장 그 자에게 달려가 고하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대가 준회를 대신하여 오늘 세자빈의 곁을 지키도록 하시오."
그 말에 호위무사는 잠시 머뭇거렸으나 이내 깊게 허리를 숙이는 것으로 그 명을 받아들였다. 동혁은 불쾌한 표정으로 종이를 반으로 접어 입고 있는 회색 빛 도포 안으로 넣었다. 호위무사는 등을 돌리고 빠른 걸음으로 궁의 안으로 들어갔다. 동혁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세자빈이 이를 알게 된다면, 또 얼마나 걱정스럽고 슬픈 표정을 지을 것이란 말인가. 새로운 세자마저 그녀의 곁을 떠나게 할 수는 없다. 동혁은 마음을 다잡았다.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가까운 곳에서 웅장한 풍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혼례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형의 사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틈엔가 궁의 앞으로는 하얀 옷을 갖춰 입은 서민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었다. 동혁은 그 앞을 스쳐 궁의 안으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그녀로 인해 가슴을 떨 수 있는 기회였다. 그는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11
나는 어느 때보다 많아진 궁녀들의 수를 보면서 영 어색한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별궁으로 필요 이상의 사람들이 찾아와 나의 치장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도 엄청 이른 아침부터. 내 생각에는 아직 아침 여덟 시도 안 됐을 시간이었다. 궁녀들은 하나 같이 무감각한 얼굴로 내 얼굴에 분을 칠하거나 머리칼을 손질하거나 화려한 수가 놓인 겉옷과 치마를 살피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너무도 바빠 보이는 그녀들의 모습에 차마 다리가 저리다는 말도 하지 못한 채로 몇 시간이고 무릎을 접고 앉아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걱정이 되어 잠이 오지 않았는데 막상 오늘이 찾아오니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직 실감이 되지 않아서 그러는 걸까. 솔직히 지금 이 순간도 믿기지가 않았다. 그저 평소와 같이 눈을 떴는데 하루 아침에 난 조선의 세자빈이 되어있었고 오늘은 그것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증명 보여야 하는 날이었다. 이틀 전 세자와의 일을 생각하니 그의 얼굴을 어떻게 볼 수 있을지 벌써부터 막막했다.
"세자빈, 잠깐 눈을 감아주시지요."
나는 화사한 색상의 화장품을 들고 서 있는 궁녀의 말에 냉큼 그렇게 했다. 그녀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세자빈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저 어서 이 요란한 준비가 일 분이라도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바램에서 그렇게 한 것이었다. 나는 퍽 조심스럽게 내 눈가 위를 문지르고 있는 그녀의 손길이 문득 엄마 같다고 생각했다. 언제 한 번 다래끼에 걸려 크게 고생했을 때, 엄마는 잠에 들기 전 꼭 연고를 내 눈 위로 발라줬었다. 그 특별하지도 않은 경험을 이렇게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는 건, 다 그리움 때문이었다. 몇 년 동안 아빠 밑에서 자라며 증폭된 엄마에 대한 향수 때문이었다.
눈을 감으면 암흑이 찾아온다. 빛이 차단되고 더 이상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주 많은 생각들이 동시에 내 머릿속을 덮쳐 오고는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제 조금만 있으면 세자와 결혼하게 된다. 아직 서울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커녕 이 곳으로 오게 된 이유조차 알지 못했는데. 벌써 나는 그 곳에서 잊힌 지 오래가 된 게 아닐까. 그렇게 되도 사실 상관은 없었다.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건, 다만 그게 내 엄마가 아니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혼례에서, 윤형을 만날 수 있을까? 내 생각엔 그럴 확률은 거의 없었다. 그저 내 헛된 소원에 불과했다. 그는 한낱 의원일 뿐이고 굳이 나를 보자고 궁까지 걸음을 옮길 이유 역시 없다. 그렇다면 찬우는? 찬우는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지원이라도. 사실 누구라도 괜찮았다. 그냥 나를 편하게 해주는 사람들을 다시 보고 싶었다.
나는 경대 위에 가만히 놓여있는 주머니를 바라보았다. 저 안엔 모란과 연고와 함께 세자의 반지가 들어있다. 나는 그걸 오늘 끼어도 될지 잠시 고민했다. 무모한 짓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세자, 그는 내게 언제나 무모한 사람이 아니었던가. 반지를 끼고 나 역시 내 사랑을 아직 잊지 않았음을 그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이만 눈을 떠도 된다는 궁녀의 말이 들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눈을 뜨고 더 조심스러운 손길로 주머니를 들췄다. 짐짓 태연하게 반지를 손가락으로 가져갔다. 이게 뭐라고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앞으로 세자와는 어떤 사이를 이어가게 될까. 그가 살아있었더라면 이런 무서운 걱정 쯤은 하지 않아도 될 텐데. 철 없는 생각이지만 그의 죽음이 미운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라면 분명, 지금의 세자보다 다정하고 착하고 나를 사랑해줬을 것이다.
궁녀들이 마지막으로 내게 적의를 입히고 방을 나갔다. 마지막으로 방을 나서는 궁녀에게 잠시 바람을 쐬어도 되냐고 묻자 그녀는 약간 복잡한 얼굴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내 부탁을 곤란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얼른 됐다는 말을 덧붙였다. 궁녀가 밝게 웃으며 허리를 숙이고 방을 나갔다.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이런 넓은 공간에 혼자 남겨지는 건 여전히 고단한 일로만 느껴졌다.
내가 그와 결혼하면 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나는 언제나 아무렇지 않게 웃던 윤의 얼굴을 한 번 떠올렸다. 그녀는 예쁘고 그래서 그의 사랑을 받는다. 준회의 말을 생각해보면 그녀는 판서의 딸이다. 나와 거의 대등한 신분의 사람인 것이다. 내가 없었더라면, 내게 형사취수제가 적용되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세자빈은 그녀의 자리였을지도 모른다. 그가 나를 미워할 일 없이, 서로 감정 소모를 할 일 없이, 모두가 행복해졌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그냥 나 혼자서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은 그를 그리워하면 되는 일이었다. 윤이 속으로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미워하고 있을지, 아니면 불쌍히 여기고 있을지.
윤에 대한 생각으로 한참을 가만히 있는데, 밖에서 단정한 궁녀의 음성이 들려왔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곧장 몸을 일으켰다.
"빈궁마마, 호위무관이 마마께 긴히 청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첫 인상으로만 사람을 판단해선 안 된다는 게 딱 맞는 말이었다. 준회는 차갑게 생겼지만 속은 따뜻하고 깊다. 말이 적고 표정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게 조금 흠이지만 그래도 여기서 가장 믿음이 가는 사람은 그였다.
준회가 내게 할 말이 있다니 조금 놀라웠다. 나는 궁녀들이 내게 신을 신길 동안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그는 별궁 앞에서 얌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보였다. 이내 나는 그렇게 많지 않은 계단을 몇 번 밟아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오늘따라 치마가 길고 풍성해서, 뒤에서 궁녀들이 그 자락을 잡아주어야 했다.
나는 그를 보는 게 오랜만인 것도 아닌데 새삼 반가워서 밝게 웃었다. 그가 그런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아름다우십니다. 저하께서 좋아하실 겁니다."
"…아, 응."
내게 처음으로 한다는 말이 세자에 관한 것이어서 나는 조금 떨떠름하게 대꾸했다.
"……송구하오나 오늘 그대의 곁엔 제가 아닌 다른 자가 있을 것입니다."
"무슨 소리야?"
"제게 오늘은 그대 대신 저하의 곁을 보필하라는 명이 떨어졌습니다."
"……."
"불편하셔도 조금만 너그럽게 참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하의 곁에는 가지 않겠다면서, 오직 나를 위해서만 검을 뽑겠다면서. 나는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그렇게 어리광을 부릴 뻔했다. 준회의 눈이 미안함에 젖어 어른거리는 것을 지켜보며 난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런 명이 떨어진 건 준회의 잘못이 아니다. 그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해줄 수는 없었다.
준회는 잠시 머뭇거렸다. 무언가 또 전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대께 내전마마로부터 받은 명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
"오늘 혜민서의 의원이 그 일로 그대를 보러 입궐했으니 후에 만나보시지요."
"……알았어. 준회야. 저하를, 잘 지켜드려."
내 말에 준회는 잠깐 미묘한 표정을 했다.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왕비가 내게 혜민서에 계시는 윤형의 아버지를 궁으로 데리고 오라고 부탁했던 것.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마음에 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세자와의 일로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토록 바라던 윤형과의 만남이 생겼는데도 그에게 그런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는 내게 어떤 말을 하려고 나를 찾아왔을까? 그 말을 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날을 고민에 빠져 있었을까. 윤형에게 미안해졌다.
준회는 말을 마치고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가차 없이 등을 돌려 돌아섰다. 오늘처럼 겁 나는 날, 준회라도 내 옆에 있으면 그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럴 수가 없다니 몸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의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오늘 준회는 내가 아닌 세자의 곁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이 싫었다. 바보 같지만 세자에게 준회를 빼앗긴 느낌이었다.
동시에 어떤 이유 때문에 그가 세자의 곁을 지키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위에서 떨어진 명이라고 해도 분명 준회의 자의로 결졍된 일은 아닐 것이다.
"마마, 이제는 궁 앞으로 이동을 하셔야 합니다."
궁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낯선 얼굴의 호위무사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입고 있는 옷은 준회와 비슷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이질감이 들었다. 준회가 칭한 사람일 것이다. 그는 내게 예의를 차리며 고개를 숙였다. 부드러움과 강인함이 공존하는 인상이었다.
"곤이라고 하옵니다. 오늘, 그대의 호위를 맡게 되어 영광입니다."
계절이 초여름으로 바뀌어가고 있는지 하늘에 뜬 해가 밝고 강렬했다. 나는 길고 뻣뻣한 옷 소매가 문득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별궁은 중심이 되는 궁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기 때문에 나는 그 앞으로 가며 적지 않은 걸음을 옮겨야 했다. 내 옆으로는 새로운 호위무사, 곤이, 뒤로는 고개를 바짝 숙이고 따라오고 있는 궁녀들이 있었다. 조금 부담스러운 형태의 행차였지만 하지 말라고 소리를 지를 수는 없으니 그냥 참기로 했다.
희미하게 웅장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더 걸음을 옮기니, 그 소리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는 호화롭게 꾸며진 궁의 마당을 쳐다보며 누구라도 압도 당할 법한 분위기라고 생각했다. 생애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모인 건 처음 봤다. 모두들 기쁜 얼굴로 악기로 줄을 튕기고 있거나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나와 세자의 혼례를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사람들이란 걸 알았다. 그런데도 왜인지 그들에게서 고마움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불과 일주일 전에 세자의 장례를 위해 슬픈 표정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렇게나 슬프게 울부짖던 사람들이 오늘은 행복한 모습으로 서로에게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마음 속으로 차가운 물이 흩뿌려졌다. 나는 그들이 위선자라고 생각했다.
"마마!"
그렇게 낯설지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 단상 위에는 왕이 아닌 왕비가 차분한 자태로 앉아있었다. 그 옆으로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는 걸 가만히 확인하고 있다가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화려하게 수가 놓인 치맛단을 붙잡고 예쁘게 웃고 있는 윤이 보였다. 그녀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약간 얼떨떨하게 웃으며 그녀의 인사를 받았다. 호위무사를 비롯한 무수히 많은 궁녀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태어나서 마마처럼 아름다운 분을 본 적이 없습니다. 한껏 치장을 하시니 더욱 아름다우십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대도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마마, 소인이 감히 여쭐 것이 있는데 들어주시겠습니까?"
"……그게 뭡니까?"
윤은 분명 여전히, 천진하고 눈이 부시게 웃고 있었다.
"저하께서, 요즈음 좀 누그러지지 않으셨습니까?"
"…예?"
윤이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입으로부터 세자가 담긴 것이 껄끄러워 살짝 얼굴을 구기고 되묻는데 윤은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저하께서 하시는 세자빈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항상 마마가 안쓰러웠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에 제가 조금 큰 소릴 내어 저하를 달래어드렸는데…."
"……저하께서, 그대에게 제 이야길 하셨습니까?"
"예. 그런데 저하의 표정이 매번 좋지 못했습니다."
"……."
"저하께 살가운 남편이 되실 것을 부탁드렸으니 이젠 저하가 마마께 모진 말을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
"저하께선 여지껏 저와의 약조를 한 번도 깨뜨린 적이 없습니다. 세자빈께서는 마음을 놓으셔도 됩니다. 세자빈께 좋은 분이 되지 않으면 더는 만나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청했더니 바로 알았다는 대답을 올리셨습니다."
머리가 멍해졌다. 윤이 웃는 얼굴 뒤에 따가운 가시를 품고 있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됐다. 그녀는 나를 하찮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윤은 계속 예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나는 자존심이 상해서 딱딱한 표정을 하고 그녀를 쏘아봤다. 그러나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더 밝은 웃음을 얼굴 위로 번지게 할 뿐이었다.
"마마, 그럼 아무쪼록 오늘 혼례를 무사히 마치시길 바라겠습니다."
"세자빈께서 잘 알아들으셨다니 이만 길을 비키시지요. 지금 그대 때문에 행차를 멈추신 귀인의 심기를 헤아릴 수 없는 것입니까."
보다 못한 곤이 감정 실린 어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윤은 진심으로 몰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헛웃음이 났다. 어느 정도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내게 적대심을 보일 줄은 몰랐다. 약은 그녀의 태도에 머릿속이 창백해졌다. 준회가, 보고 싶다.
상처 받은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속에서 거센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다는 일이 이렇게 힘든 것인 줄 몰랐던 내가 어리석게 느껴졌다.
이윽고 나는 단상 위로 올라섰고, 음악 소리는 더욱 힘차고 아름답게 변해갔다. 멀리서 면류관을 쓰고 면복을 입은 채 이 곳으로 다가오고 있는 세자가 보였다.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윤에게 휘둘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오로지 혼례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모두에게 예를 보여야 했다.
세자가 느리게 내 옆으로 다가와 섰다. 그의 옆에는 준회가 있었다. 준회와 짧게 눈이 마주쳤는데 내가 먼저 고갤 돌려버렸다. 때문에 그도 나처럼 이만 시선을 돌려버렸을지, 아니면 계속 내게로 눈을 맞추고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준회를 계속 보고 있다가는 세자가 생각나서 무너질 것 같았다.
음악은 소동이 멈추는 것처럼 끊겼다. 조복을 입은 충신이 각이 접힌 종이를 펼치고 우렁차게 글씨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이토록 높은 태양이 뜬 날에, 혼례를 올리시게 된 저하와 마마께 진심으로 경축 드리는 바입니다."
진심으로 경축을 드립니다.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세자가 몸을 돌려 내게로 바싹 다가왔다. 오늘 처음 보는 그의 얼굴이었다. 그는 뚫어져라 내 얼굴을 쳐다보기만 했다.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이 사람이 윤에게 내 모든 것을 말하고 덕분에 나는 그녀로부터 괜한 수치스러움을 느꼈다. 모든 원인이 세자에게 있었다. 그가 정말로 싫어졌다. 그를 사랑스럽게 쳐다볼 수 없었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부디 무탈한 행복이 저하와 마마께 깃들기를 기도 드립니다."
그 말과 함께 다시 웅장한 음악 소리가 시작됐다. 귀가 아팠다. 모두가 기쁜 얼굴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나만 제외된 것 같아 속이 거북해졌다.
그가 주먹을 쥔 손을 잠시 비틀었다. 그의 오른손 약지에 금으로 된 얇은 반지 하나가 끼워져 있었다. 나는 그걸 쳐다보다가 문득 끼치는 불길한 예감을 밀어낼 수 없었다. 지금 세자가 주먹 안으로 숨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말았다. 세자가 좀 더 내 앞으로 다가왔다. 숨결이 닿을 거리였다. 그러나 나는 동요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나쁜 사람이다. 마음을 줘봤자 결국 혼자 남게 되는 건 나뿐이다.
"한양의 업을 쥐고 있다는 정 씨의 막내 아들이 궁 앞으로 모란 백 송이를 보내왔습니다."
"……."
"왕자의 품격이라는 뜻을 가진 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대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 궁을 장식한 꽃에는 걸맞지 않는 사람이라서, 품격이 없는 왕자가 바로 저라서 죄송합니다."
"……."
"…한 번만 더 궁의 사람이 아닌 자와 연을 계속하시면, 그 때는 화를 참지 않겠습니다."
"……찬우와는 그저 친구 사이일 뿐입니다! 막된 말로, 제가 앞으로 찬우와 절친한 사이를 지속하는 게 저하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조용히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이던 그에게 그만 날카로운 소릴 내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욱해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다행히 그런 내 목소리는 커다란 음악 소리에 가려져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세자가 앙칼진 내 대꾸에 잠깐 할 말을 잃은 표정을 했다.
"친구 사이에는 그런 눈을 하지 않습니다."
"…찬우를 만나셨습니까?"
"…만나지 않았습니다. 마주쳤습니다."
"그렇다면 저하께 윤은 무엇입니까."
"……."
"저는 저하께서 윤을 바라보는 그런 눈으로 찬우를 대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싸늘하게 대꾸하자 세자는 잠깐 허무하게 웃었다. 유난히 당돌한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그가 빈 껍데기 같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도 지지 않고 그런 그를 쏘아보았다. 그가 말이 없더니 내 오른손을 예고 없이 감싸 쥐었다. 나도 모르게 놀란 숨을 들이켰다. 그가 주먹을 펴고 자신과 같은 반지를 꺼내어 내 손가락에 끼우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에 그의 눈이 내 약지로 닿았다. 끈질기고 두꺼운 그 시선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내 약지 위의 반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에게서 풍기기 시작하는 차가운 기운에 나는 움찔 몸을 떨어야 했다. 그가 입 밖으로 어떤 말을 내게 될지 두려워졌다. 어쩔 수 없었다. 아직 나는 그에게 완벽히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
그는 내 반지를 빼지 않았다. 그저 그 위로 새로운 반지를 덧씌우기만 할 뿐이었다.
"사랑합니다."
"……."
"믿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그와 똑같은 대답을 내놓지 않았고, 음악은 어느 틈엔가 잔잔하게 바뀌어 흐르고 있었다. 진심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거대한 궁의 행사였던 혼례가 끝이 났다. 나는 단상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어머니와 눈을 맞추고 웃었다. 내심 그 옆에 지원이 있기를 바랬지만, 그는 이 곳에 없었다.
모두가 행렬을 하다가 이내 각자의 거처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복잡한 인파가 각자 다른 방향으로 궁의 마당을 거닐었다. 세자는 별 다른 인사도 없이 단상 아래로 내려갔다. 단상 아래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준회가 꾸벅 고개를 숙였고 그 뒤를 따라갔다. 그는 나를 보러 등을 돌지 않았다.
"마마, 주상전하께서 옥체가 더욱 위독해지시어, 부현구고는 잠시 생략되었다고 합니다. 이만 별궁으로 돌아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곤이 조심스럽게 속삭이며 내게 일러주었다. 나는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곤을 옆에 두고 같이 단상 아래로 내려갔다. 해가 아직 중천에 있는 걸 보면 혼례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들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의미 없이 발 구름을 하며 궁이 조금 한적해지기를 기다렸다.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는 적당히 조용한 공간이 필요했다.
무심코 고개를 들자 멀리서 희미하면서도 낯설지는 않은 인영 하나가 보였다. 인영은 느린 걸음으로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곤이 옆에서 바짝 긴장을 하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반갑게 목소리를 내는 나를 확인하고선 몸에 힘을 풀었다. 인영은 갓을 쓰고 녹차 빛깔 도포를 두른 윤형이었다. 윤형은 내게로 다가와 온화한 표정으로 꾸벅 고갤 숙였다. 나도 그를 따라 가볍게 인사하며, 그의 안부를 물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예, 세자빈. 혼인을 축하드리니다. 무탈하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사이의 대화는 잠시 끊겼다. 인파의 절반 정도가 궁의 입구를 나서고 있었다.
"…저, 실은, 그대에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이런 부탁을 드리는 저를 이기적으로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이미 전해들어 알고 있습니다. 궁에서, 저희 아버지를 꼭 필요로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어려운 부탁을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저 의원의 마음으로서, 전하깨서 하루 빨리 쾌차하시기를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윤형이 말을 멈추었다. 그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은 표정으로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아버지를 대신하여 제가 대신 내의원의 의원으로 입궐하여도 되겠습니까?"
"…예? 하지만 혜민서에 그대가 없으면……."
"혜민서는 정원이 서른 명입니다. 저 말고 그 곳을 대신할 의원들은 한양에 널리고 널렸습니다. 부디 세자빈께서 제 어리석은 제안을 받아주시면, 전하의 곁을 단 조금도 떠나지 않고 그 병을 낫게 할 방법을 모색하겠습니다. 물론 제 실력이 아버지보다 한참 뒤떨어진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저보다 뛰어난 의원들이 내의원에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허나, 저는 누구보다 뛰어난 명의의 피를 물려받은 하나뿐인 자식입니다. 열심히 전하의 치료를 도울 자신이 있습니다."
상황은 의도된 방향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궁은 위험하다. 이런 곳에 윤형을 엮이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윤형은 제 발로 궁으로 들어오겠다고 하고 있다. 나는 진중한 그의 표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입 안이 바싹 말라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좀처럼 감이 잡히질 않았다.
"무리한 부탁이라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아버지를 궁으로 보내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부디 오랫동안 고심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그럼, 혜민서로 전갈을 보내주시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가 할 말을 모두 마치고 깊게 허리를 숙였다. 그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렸고 내게로부터 점이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의 모습이 점차 작아졌다. 윤형의 만남이 반가웠다. 하지만, 그의 제안은 전혀 반갑지가 않았다. 처음 궁으로 오겠다는 뜻을 전했을 때 단호하게 고개를 젓고 싶었지만, 확고한 신념이 담긴 윤형의 두 눈 때문에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윤형과의 만남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동혁이 내 앞으로 나타났다. 그는 어딘지 모르게 못이 박힌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곤이 그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감사합니다."
"제 대단하지 않은 가르침이 앞으로 그대가 생활하실 궁에서 부디 옳은 방향을 일으켰으면 좋겠습니다."
동혁이 곤에서 내 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살짝 웃었다.
"요즘 그대 생각에 많은 밤을 뒤척이고 있습니다."
"……아! 그 글자를 알고 있습니다. 전전불매, 맞지요?"
"…예."
그는 조금 뜸을 들이다가 대꾸했다. 저번에 바보처럼 그의 가르침을 고백으로 알아듣고 잠시 얼굴을 붉혔던 게 떠올랐다. 이번엔 그렇지 않았음에 내심 안도했다. 글자를 기억하고 있는 것에 대해 칭찬을 해줄 줄 알았는데, 동혁은 별 다른 말이 없었다.
그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 최대한 정중하게 허릴 숙였다. 그의 표정이 문득 서글픔에 젖었다는 걸, 나는 그렇게 숙여 외면해버렸으므로 영원히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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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양절: 음력 9월 9일로 제비들이 떼를 지어 강남으로 몰려가는 날. 이렇게 강남으로 갔던 제비는 다시 삼짇날에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를 총명하게 여긴 사람들이 제비를 영물로 인식하고 길조로 부르게 되었다.
*다스레: 약 50일.
*갈모: 조선에 우산이 수입되기 전, 비를 피하기 위해 썼던 모자로 대나무를 꺾어 만든다.
*무수지수: 목을 벨 만큼의 원수.
*명재경각: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뜻으로 곧 숨이 끊어질 것임을 암시함.
*백중숙계: 백은 맏이, 중은 둘째, 숙은 셋째, 계는 막내를 의미함. 본문에는 백-진환, 중-한빈, 숙-동혁으로 묘사됨.
*적의: 왕족 여자들의 대례복.
*면류관: 면복과 함께 착용하는 모자.
*면복: 왕족 남자들의 대례복.
*부현구고: 혼인을 끝낸 며느리가 시부모를 뵙는 일.
여러분~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입니다... ㅠㅠㅠㅠ 거의 일주일만인가요? ㅋㅋㅋㅋ큐ㅠㅠㅠ
어제 온다고 했는데... 웬수 같은 오빠가 컴퓨터에서 비킬 생각을 안 하길래 하루 늦게 올려드립니다.(변명)
ㅋㅋㅋㅋ 죄송해요... 하지만 이제 방학을 앞두고 있으므로 자주 자주 올릴 수 있습니다!!
저는 잉여라서 할 일이 글 쓰는 것밖엔 없거든요!!! ㅋㅋㅋㅋㅋ
폭풍연재를 약속드려요......★
어느덧 연재하고 한 달이 흐르고 한양도 열 편이 넘었네요!
빨리빨리 글을 진행하고 싶은데 무능력한 저는 그럴 수가... (암전)
즐거운 크리스마슨데 독자 님들은 뭘하고 계실지 궁금하네요.
모두... 약속으로 인해 나가셨겠죠?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셨겠죠......? (부러움)
저는 이따가 웬수 같은^^ 오빠와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ㅠㅠㅠ
댓글 보면 정말로 힘이 나요!!!!!
바나나킥 님
빈블리 님
김빱 님
일이세개 님
뜨뚜 님
뿌요뿌요 님
한빈아춤추자 님
또또 님
슬기 님
동동동 님
총총총 님
꾸준해 님
꾸주네 님
김한빈김지원 님
꾸욥 님
헤헷 님
페브리즈 님
햇님 님
떡볶이 님
파랑짹짹이 님
혜민서송씨 님
외에도 부족한 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어렵게 댓글 남겨주시는 비회원 분들과 신알신과 더불어 정주행해시는 분들은 모두... 러브...(찡긋)
암호닉 신청하셨는데 저 위에 없으시면 댓글에다가 꼭 알려주세요!
그럼 곧 다시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