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는 도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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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처남 전봇대 브라더스
상견례 날,저녁 식사 후 도경수 씨와 한 ㅃ,, ㅃ..뽀..뽀뽀!!!!! 때문에 멘붕상태였던 나는 멍하니 방에서 누워있다가 엄마가 왔는데 나와보지도 않냐며 궁시렁거리는 엄마때문에 뒤뚱뒤뚱 거실로 나갔다.
아.. 진심.. 상견례도 충격이건만 뽀뽀가 너무 기억에 틀어박혀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아... 아!!!!!!!!!!!!!!! 흐규... 진짜 좋은데.. 좋은데!!! 왜 기분은 아리송할까. 혹시 내가 음란마귀 보스라서 더 이상의 것을 바랐는데 그냥 뽀뽀로 끝나서 그런걸까? ㅇ..아니야 나는 순수한 영혼이라 그냥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런거야 그런 ㄱ
" 기지배가 엄마가 왔는데 왜 그런 표정이야 "
" .. 하하 엄마 왔~어~ "
" 오냐 "
물 한 잔을 가져오라는 엄마의 명령에 순하게 물을 떠다 바치고 살랑살랑 거리며 옆에 앉았다. 엄마는 여름철 땡볕에서 축구하다가 이온음료를 마시는 축구선수마냥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난데없이 내 등짝을 한 대 때렸다.
" 아! 왜. 물까지 떠다줬더니 "
" 너 왜 도서방 집안이 그런 집안이라는 거 말 안해줬어 "
그런 집안이라면 뭐 갑부라던가 준재벌이라던가 벤츠 몰고다니고 도곡동 살고 그런 집안 말하는 건가? 그거 말해줬으면 엄마 거기서 콧소리 장난아니게 낼 거 였으면서.. 나는 입을 삐죽이며 간지러운 종아리를 긁었다.
" 그래서. 어머님은 어떠셔? "
" 사돈 아우디 몰고 다니시더라 "
...
" 그런 거 말고! 차 마시면서 무슨 얘기했냐고!! "
어머~ 얘가 하며 나를 보던 엄마는 곰곰이 기억을 되짚어 보며 말했다.
" 딸 잘키웠다고 하시던데. 내가 딸 하나는 잘키우긴 했지 "
" 그리고? "
" 그리고 .... "
*
시간은 대략 두시간 전, 상견례 장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전통 찻집에서 엄마와 어머님의 이야기이다.
차를 마시자길래 금박으로 장식 된 티포트로 즐기는 귀부인식 티타임인 줄 알았던 엄마는 좌식으로 즐기는 우리나라 전통 찻집이라 꽤나 당황했다고 한다. 결국에는 강남 사모님들 유행이구나 하고 얻어마시긴 했지만
평소에는 향기고 뭐고 물이 다 거기서 거기지! 하던 엄마는 나름대로 격식을 차린다며 국화의 냄새를 맡고 차를 한 모금 넘기니 그 모습을 보시던 어머님께서 먼저 말씀을 하셨다.
" 따님이 정말 이뻐요 "
딸이 이쁘다는 건 어렸을 때나 하던 말이지 맨날 집에서 방구뀌고 거실에 배를 드러내놓고 누워있는 딸의 모습이 익숙한 엄마에게는 지금 딸이 이쁜지 안이쁜지는 알 길이 없었다.
" 아뇨. 이쁘게 봐주셔서 감사드릴 뿐이죠 "
그저 감사하다고 샤바샤바 할 수 밖에
" 요즘 여자애들 답지않게 싹싹하고 웃음도 많고, 경수가 생각보다 사람보는 눈이 있었네요 "
" 오히려 제 딸이 어떻게 도서ㅂ, 아니 경수군같은 남자를 만났는지 궁금할 따름이죠 "
그런 순간에도 엄마는 도서방을 놓지못했다.
" 도서방이요? "
하며 의미심장하게 후후 웃으시는 어머님에 엄마는 흠칫했지만 곧이어 따라 호호 하고 웃었다.
" 우리 경수가 스물 일곱.. 아니 이제 스물 여덟이네요 "
어머님은 손가락을 하나하나 세어보며 스물여덟이 맞는지 세어보다가 맞네요 하며 손을 접으셨다.
" 요즘 아무리 남자애들 결혼 적령기가 서른이 넘는다 뭐다 해도 저는 보낼 수 있으면 빨리빨리 보내버리자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
조용히 말을 듣던 엄마는 슬슬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을 굳혔다. 우리 딸은 아직 대학교도 졸업을 못했는데...
" 중간에 헤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경수의 엄마로서 지켜본 바로는 경수가 쉽게 ○○양을 놔줄 것 같지도 않고 또 지금 만나는 거보면 처음인데도 굉장히 안정적이기도 하고 "
" 그래서... "
" 네, 결혼까지 어느정도 염두해두고 지켜봐주셨으면 해서 이렇게 따로 뵙자고 한거에요 "
맨날 장난식으로 빨리 시집이나 가버려라! 대체 어떤 머스마가 데려가려고! 하며 딸에게 장난쳤던 엄마지만 막상 이렇게나 빨리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 하지만 저, "
" 아직 섣부르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 더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
엄마가 무언가를 말하려고하자 손바닥을 보이며 막는 어머님에 그저 멈칫 어정쩡한 상태로 일시정지 해있을 수 밖에 없었다.
" 사모님께서 느끼신 저희 경수의 첫인상을 이야기 해주시겠어요? "
엄마는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목에 차를 한 입 마시며 입을 열었다.
" 경수군은... 예의도 바르고 상냥하고 웃는 것도 이쁘고... "
친절하고, 사람 아낄 줄 알고, 엄마가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나열해가자 가만히 그를 듣고있던 어머님의 입가에 있는 미소가 더 크게 번졌다.
" 그렇죠? 근데 원래 예전의 경수는 절대 그 모습이 아니었어요 "
" ..네? "
" 예의는 바를지 모르겠지만 하는 말에 딱 대답만 하고 그 이상을 하는 법이 없었고 일주일 내내 같이 지내도 웃는 모습을 보는 것도 손에 꼽을 지경이었으니까요 "
이어서 하나하나 엄마가 나열한 말에 대해 반대의 성격을 지닌 말 또한 나열해 주시면서 이게 원래 자신이 알던 경수라며 설명해주시는 어머님의 말씀에 엄마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 성격이 그렇게 된 것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저의 탓도 있다고 생각해서 죄책감이 있었는데... "
" ... "
" 애가 언젠가부터 바뀌더라구요. 조금씩 말도 트면서 집에도 늦게 들어오고 요즘 주말에 같이 앉아있으면 가끔 친구가 생겼는지 놀자고 전화도 오고 "
그리고 푸스스 웃던 어머님은 저멀리 찻잔을 버리고 몸을 엄마에게 더 가까이 기울이셨다.
" 저로서는 굉장히 좋은 변화에요. 그게 아마 ○○양을 만나고나서 부터였는지도 모르죠. "
" 저희 애가... "
" 그리고 생전 안하던 외박까지, 이제 좀 평범한 아들자식 키우는 것 같네요 "
엄마는 외박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며 몸둘 바를 몰라했다. 이게 같이 마신 딸년 잘못인지 아니면 도서방 혼자 마신건지
흐음 하고 소리내 숨을 뱉은 어머님은 한참 말없이 상 위에 정갈하게 놓여진 다기들을 보다가 다시 입을 여셨다.
" 그래서, 결론은 애들 교제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도 길게 지켜보자는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
" ... "
" 저희 경수 많이 이뻐해주세요 "
" 저야 말로 저희 부족한 딸아이 잘 부탁드리죠 "
누가 해야 할 말을 하는 건지 결혼 이야기에 굳은 얼굴을 하고 있던 엄마는 다시 얼굴을 풀고 미소를 지었다.
물론 이 이야기만 한게 아니라 덤으로 주말에 함께 백화점에 가자는 쇼핑 약속까지했다고...
*
히유, 한숨을 뱉던 엄마가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있는 내게 외투를 벗어 건냈다.
" 나는 네 남자친구 본게 이번이 처음인데 말이다. 너 혹시 엄마 몰래 연애한 적은 있니? "
... 대학교 들어와서 또라이조랑 맨날 붙어다니면서 노느라 남자친구는 무슨..
" 초등학교 때? 같은 반 남자애하고 썸타던게 끝인 거 같은데... "
" 너가 그렇지 뭐.. "
?
( 자존심 상함 )
" 엄마는 이 남자 저 남자 많이 만나보고 나중에 딱 이 남자다! 하는 남자하고 결혼하길 바랐거든... "
" 왜~ 도경수 씨 최강벤츠남인데 "
엄마는 또다시 내 등을 때리려다 주먹을 쥐고 꾹 참았다. ... 왜 이래.. 진짠데.. 맨날 빨리 시집이나 가버리라면서...
" 됐다. 이렇게 상견례까지 한 마당에 잘 해봐라 "
" 지금 완전 잘하고있ㄱ.. "
엄마 이야기에 정신을 뺏긴 내 머릿속에 다시금 두둥실 차오르는 뽀뽀
흐...흐아아ㅏ아아아!!!!!!!!!!!!! 마이 퍼스뜨 키쮸를 이렇게 한순간에 빼앗기다니... 여러생각에 내일 알바는 아무래도 제정신으로 못할 것같다.
긴긴 밤을 지새우고 반시체 상태로 강남까지 출근해 힘없이 카페 문을 여는데 저 멀리 카페쪽으로 오는 전봇대 실루엣이 보이는 것 같다. 이렇게 빨리 출근 할리가 없는데... 내 눈이 잘못된 건가 싶어 꿈뻑꿈뻑 눈을 몇차례 치켜세워도 저건 분명 박찬열이다. 세상에 쟤가 웬일이래
" 야 니 어제 왜 안왔냐 "
내 얼굴을 보자마자 왜 안왔냐며 따지듯이 묻는 박찬열. 하지만 내 눈에는 하루만에 세월을 직격탄으로 맞은 놈의 얼굴만 보였다.
" 너 어제 막노동 뛰었냐? 얼굴이 왜 그 모양 "
" 얼굴은 거울이나보고 말해라. 너 왜 어제 안왔냐고!! "
왠지 얘하고만 있을 때는 말해주기가 싫어지는 느낌적인 느낌, 나는 조용히 카페 문을 열고 먼저 안으로 들어섰다.
" 빨리 말해달라고! 왜 어제 안왔어! "
" ... "
얘한테 먼저 상견례 때문에 안왔다고하면 대단히 큰 오해를 살 것 같다. 꼭 말 안해도 그 반응을 할 수 있을 것같기도 하고... 히익 이게 뭐야 어제 마감도 제대로 안하고 갔구만.. 마감을 하려고 나름 하긴 했는데 주방이 완전 난장판이다.
" 왜왜왜왜!!!! 왜왜왜왜왜왜 안왔어 왜!!!! "
" 아 좀 닥쳐봐! 너 이게 뭐야 마감이 이게 뭐냐고! "
옆에서 종알종알 떠들던 박찬열은 내 다그침에 입을 꾹 다물었다. 이런 c...
" 아니.. 어제 이모님께서 그냥 대충 마감하고 오늘와서 하라길래.. 그래도 일찍 왔잖아~ 이제 세훈이도 올 걸. 내가 빨리 오라고 했는ㄷ "
박찬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딸랑 종이 울렸다.
....
오늘따라 오세훈 상태가 좀 그지같다. 그는 나만 느낀게 아니였던 듯 박찬열도 당황한 눈치로 멍하니 오세훈을 보고 서있다. 평소같았으면 트레이드 마크인 훈이왔어~ 를 외치면서 들어올 녀석이 선글라스까지 끼고 왜 저러고 등장하느냐..
아무 말 없이 카운터까지 묵묵히 걸어온 오세훈의 선글라스를 뺏어버렸다.
" 재수없게 "
" 아! 감히 슈퍼스타 오세훈님의 선글라스를 "
미친 거 아니야?
" 너 전부터 갑자기 슈퍼스타,슈퍼스타 하더니 돌았냐? "
" 돌았냐니. 너 봐라 이제 내가 슈퍼스타 되는 건 시간 문제야 "
도대체가 오세훈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1도 모르겠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박찬열과 함께 놈을 노려보기를 한참, 그에 못이긴 오세훈이 먼저 말했다.
" 이거 진짜 말하지말라고 해서 조용히 하고 있었는데 너네들한테만 알려주는거야, 나 캐스팅 제의 받았어 "
????????????????????????????????????? 어떤 미친 기획사에서???????????
" 쩔지않냐, 내가 얼굴이 좀 생기긴했지. "
" 사기 아니야? 그 투자명목으로 돈 300씩 받고 잠수타는 그런 사기 있잖아 "
물론 오세훈이 왕년에 히터대 아이스 프린스☆ 였지만 스물 넷먹고 캐스팅 제의라니 요즘 잘생긴 미자들도 그득그득 튀어나오는데...
" 아니야! 졸래 큰 기획사거든 나 명함도 받았어 "
그러면서 지갑에 소중히 보관해둔 명함 하나를 건내준다. 명함을 뺏듯이 채와서 나란히 박찬열과 명함에 쓰여진 글자를 하나하나 읽는데,
맞다. 졸래 큰 기획사의 캐스팅 매니저의 명함이
" 뭔데? 요즘 잘난 애들이 없나? 너가 뭘했길래 이런 걸 주냐 "
오세훈은 거기까지 말하기는 뻘쭘한지 눈썹 위를 긁적거렸다.
" 아... 그게... "
" 어디 나가서 춤이라도 췄냐? "
" 아니... 롤하다가 배고파져서 떡볶이 먹으러 우리 집 앞 초등학교 쪽에 있는 떡볶이 집에 갔는데 ... "
오세훈은 갔는데에에에에- 하며 말꼬리를 길게 늘렸다.
" 어떤 아저씨가 나보고 연예인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하는거야 "
뭐야.. 무슨 떡볶이 집에서 길거리 캐스팅을 해.. 이거 조작한 거 아닌가 싶어 명함을 이리저리 뒤집어도 보고 했지만 전혀 전혀 모르겠다.
" 순간 인신매매단인 줄 알았지. 그래서 남은 떡볶이 입에 꾸역꾸역 넣고 돈 바로 내고 졸라게 튀었거든? "
자기의 무용담을 말하듯 열심히 설명해주는 오세훈
" 근데 진짜 계속 따라오는거야 그렇게 동네를 30분동안 뛰었는데 이 아저씨가 안지쳐. 결국엔 따라잡히고 이 명함을 받았는데 "
녀석이 내 손에 든 명함을 뺏어가서는 자랑스럽게 흔들어보인다.
" 연락 해보니까 진짜 맞는 것 같아. 여기 들어가면 슈퍼스타 되는 건 시간문제잖아 "
" 야 진짜 미쳤다. 그래서 가수한다고? "
얘 노래 못하는 건 나도 알고 박찬열도 알고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데. 내 말에 오세훈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 일단 들어가서 기초트레이닝 받으면서 차차 생각하기로 했어"
살다보니 내 주위에서 연예인도 나오고 참 별난 일이 다있다. 그래봤자 아직 티비에 눈썹 한 올도 나온 적 없는 주제에 선글라스 쓰고다니는 꼴이 웃겨 박찬열 앞치마 주머니에 선글라스를 넣어버리고 오세훈에게 앞치마를 던져주었다.
" 알았으니까 일 해 무급노예야 "
" 야 진심 여기 나중에 대박난다. 슈퍼스타 오세훈님이 알바한 카페라고 "
나중에 대박이 나든 쪽박을 치든 지금 청소가 더 시급하거든. 투덜투덜거리는 오세훈에게 대걸레를 쥐어주었다.
오세훈은 옛날에 박찬열이 열심히 홀을 닦듯이 열심히 대걸레질을 하고 박찬열은 짬밥 좀 먹었다고 열심히 커피를 연구하고 이모 빼면 여기서 가장 최고참인 나는 카운터에서 농땡이를 치고. 참 평화롭다...
내가 내린 커피를 즐거운 표정으로 마시는 손님들을 보며 뿌듯함에 힐링을 하고 있는데 박찬열이 또다시 슬금슬금 가까이 와서 물었다.
" 너 어제 왜 안왔어 "
또또또!!!!!!!!!!! 하지만 이렇게 궁금해 하는 모습을 보니 대답 안해주기도 그렇고 대걸레질을 하다가 지친 나머지 벽에 몸을 기대 쉬고있는 오세훈까지 불렀다. 콩고물이라도 떨어질 줄 알았는데 팔랑거리면서 걸어오는 녀석
" 훈이 커피주게? "
" 아니. 어제 내가 왜 카페에 안나왔는지 말해주게 "
" 안궁금한데 "
박찬열이 궁금해서 말해주려고한다 이 새끼야. 듣고 아주 그냥 놀라기만 해봐
" 어제 내가 왜 안나왔냐면 "
" ... "
" 도경수 씨 어머님이랑 상견례했어 "
말이 끝나자마자 카운터로 굽혔던 몸을 부르르 떨면서 벌떡 일으키는 전봇대 브라더스는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이건 내가 도경수 씨랑 사귄다고 발표했을 때보다 더 격한 반응...☆
" 뭐?????????? "
이럴 줄 알았어 이래놓고 안궁금하다고? 오세훈은 차마 말이 안나오는지 ㅁ..ㅁㅁ..ㅁ므ㅡ..뭐..뭐??? 하며 말을 더듬었다.
" 너 경수형이랑 결혼해????? 사귄지 얼마됐다고????? "
조용히 해!!!! 손님들 있는데!!! 나는 카운터 위로 미친듯이 짧은 팔을 뻗어 오세훈의 입을 막았다. 그에 눈치를 보며 조용히 있던 박찬열은 나를 조심스럽게 툭 건드리고 말을 걸었다.
" 왜 이렇게 서둘러? 혹시 사고 친 ㄱ.. "
" 야!!!!!!! 아니거든!!!!!!!!!!!!!!! "
미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박찬열 때문에 오세훈의 입을 막고있는 내 손이 민망해지게 오히려 내가 버럭 소리를 쳤다.
" 근데 상견례를 왜하냐고. 결혼 날짜는 언제로 잡았는데 너 아직 졸업도 못했잖아 "
" 좀! 조용히 이야기하라고! 손님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잖아! 너 고등학교 때 뭐 1학년 2학년 상견례 안해봤냐? 그냥 얼굴만 보는 자리였어 "
" ㄱ..그런 거 없었는데.. "
어 그래
할 말이 없어진 나는 무표정으로 다시 간이의자에 앉았다.
" 야 진짜 대박이다. 그래서 언제 결혼한다고? "
내 말을 똥구멍으로 들은 오세훈이 계속 물어왔다. 아오
" 결혼 안 해 안한다고!!! "
성질 뻗친 내가 결혼 안한다고 외치자 조용히 입을 가리고 있던 박찬열이 나즈막히 말했다.
" 경수형이랑 결혼 안한다고? 그럼 연애만 하는거야? 경수형이 들으면 섭섭하겠다 "
아!!!!!!!!!!! 야!!!!!!!!!!!!!! 니 수능 언어영역 몇점이야!!!!!!!!!!!!!! 어떻게 대학교 합격했어!!!!!!!!!!!!!!!!!!! 속으로 답답함에 울분을 토해내며 울부짖었지만 겉으로는 성인군자처럼 이만 부득부득 갈았다.
" 그게 아니라, 이번 상견례는 그냥 부모님들께서 얼굴만 보는 자리고 결혼은... "
" 언제하는데? "
진심 오세훈때문에 엄마하고 고혈압 약을 공유하게 생겼다.
" 당장 안한다고!!!!!!! "
" 그럼 나중에 하는 거야? "
... 그 말에 머리 끝까지 차올랐던 혈압이 쑥 내려갔다. 괜히 볼을 긁적이며 생각해보니.. 뭐... 그렇게 되는건가...?
" 드디어 내 친구 중에 아줌마가 나온다!!!!!!!!!!!!!!!! "
내 두루뭉실한 반응에 자기가 대신 상견례를 한 듯 매우 기뻐하며 나를 마구치는 오세훈
ㅁ.. 뭐? 아줌마? 내 평생 그런 말은 안들어볼 줄 알았는데...
" 야 근데 내가 본 커플들 중에 경수형하고 너가 가장 진도가 빠른 것 같아. 뽀뽀도 못할 것 처럼 굴더니.. 언제 거기까지... "
박찬열이 영혼 잃은 얼굴을 하는 내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 도경수 씨가 얼마나 상남자인데 "
어휴 얼마나 상남자인지 먼저 ㅃ..뽀..뽀뽀를 해서....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지금 개차반상태인 이 아이들에게 하지않기로했다. 했다간 도경수 씨 얼굴 못볼 것 같아
노코멘트하겠다는 뜻으로 입을 가리는데 '상남자인데' 하고 뒤에 작게 삼킨 말을 그새 눈치 챈 오세훈은 다시 새침한 표정을하고 말했다.
" 왜 경수형이 너 막 벽에 밀쳐놓고 뽀뽀했어? "
?
...
소오름... 밀치진 않았지만 못움직이게 두 손 잡아놓고 하긴했지... 순간적으로 들켰다는 표정을 못숨긴 나를 보던 오세훈이 박찬열의 의미심장한 눈빛을 이어받았다.
" 흐흥.. 뽀뽀.. 했네했어 "
" 아니거든? "
오세훈은 애써부정하는 내게 손으로 총을 만들어보이며 빵- 하고 쐈다.
" 아니 이미 네 입술은 괴도 경수님이 루-팡-☆ "
미친... 지금 오세훈을 보면서 결심한게 하나 있는데. 이 녀석이 진짜 브라운관에 데뷔하게 된다면 인터넷에 이런 저런 썰을 다 풀고 다닐 것이다.
엽사도.
꼭
" 그만 깝치고 이제 일 해 "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얼른 꺼지라며 손을 휘젓자 게걸음으로 흩어지는 전봇대들이 각자 한 마디씩 던졌다.
" 훈이 경수형 오면 똑같이 놀려줄거야 "
" 나는 경수형한테 연애 노하우 좀 배워야겠다 "
*
전봇대들의 이야기 당사자인 경수는 오늘 상쾌한 아침을 맞았다.
왜냐고?
말하면 뭐하나, 어젯 밤 그녀와의 뽀뽀때문이다.
경수는 시끄럽게 울리는 시계 알람을 끄고 머리가 잔뜩 헝클어져 부스스한 채로 반쯤 떠진 눈을 꿈뻑거리며 침대에 앉아있으니 다시금 어제가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ㅎㅎ.. 절로 미소가 나올 수 밖에.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꿈만 꿔왔는데 맨날 생각으로만 했는데 평생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정신나간 사람처럼 실실 웃으며 세수를 하고 실실 웃으며 엄마에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실실 웃으며 차를 몰고 그야말고 경수의 모습은 회사 사람들에게 혼돈의 카오스였다. 아침 인사를 해주는 것도 모자라 갑자기 실성한 웃음이라니
사무실에 들어서 좋은 아침입니다. 인사를 하자마자 얼마없는 팀원 모두 일제히 경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총대를 멘 종인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김이 폴폴 솟는 머그를 들고 다시 경수를 쿡쿡 찌르며 빠르게 사무실 밖으로 밀었다.
아 저 가방만 놓고... 하며 책상을 붙잡는 경수에도 더 아프게 쿡쿡 찌르며 빨리 나가 빨리 가 도경수 씨 하는 종인에 어쩔 수 없이 무거운 가방을 멘 채로 직원 휴게실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기분 좋게 출근했는데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인지.. 취조받는 것 처럼 아무도 없는 휴게실에 남자 둘이 마주앉아 있으니 분위기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 도경수 씨 어제 아무 말 없이 왜 안왔어? "
다리를 꼬고 거만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종인에 경수는 어이가 없었지만 괜히 무거운 분위기 잡을 사람이 아님을 알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오늘 아침 로비 게시판은 봤어? 아니 우리 층 엘레베이터 옆에 붙어있는 게시판은? "
" ... 아뇨.. 확인 못했습니다 "
평소 주요사항들은 따로 메신져로 받고 게시판은 확인 할 일이 없던 경수는 난데없는 게시판 타령에 아차 싶었다. 평소에 확인하는 습관이라도 들일 걸
" 지금이라도 보고 와. 보고 와서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 해 "
종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경수는 고분고분 엘레베이터 옆 벽을 크게 차지하고 있는 초록색 게시판으로 뛰어갔다. 리터소프트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 어학연수 지원, 구내식당 식단표 등이 여기저기 붙어있는 게시판 한중간에 새하얗고 간결한 공지문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 인사 발령문 >
기획 1팀 도경수 애플리케이션개발부 주임
정기인사에서 상기와 같이 보직(승진) 발령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새로운 분기를 맞아 저번에 회사 규모가 커진만큼 대규모 인사 발령이 한 번 났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렇게 뒤늦은 시기인 지금, 경수만 따로 신규 부서로 인사 발령이 난 것이다. 이것 때문에 김종인 씨가....
멀뚱멀뚱 인사 발령문을 보던 경수를 뒤늦게 쫓아온 종인이 말했다.
" 원래 저번 인사 발령 때 도경수 씨도 들어갔어야 하는데 내용이 누락됐었나봐 "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종인에도 불구하고 경수는 무덤덤하게 간질거리는 코를 문질렀다.
" .. 인사 발령이네요 "
" 뭐야 도경수 씨, 사람 섭섭하게. 아무렇지도 않아? 우리가 헤어지는데? "
" 해외 파견 근무도 아니고 같은 건물에 층만 다른거지 않습니까 "
물론 그렇게 말하는 경수도 섭섭한 마음은 똑같았다. 발령문에 보이는 주임이라는 직급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사원에서 사원으로 단순 보직만 시켜주지 우리 회사에 주임이라는 직급이 없는 건 사원 모두가 뻔히 다 아는 사실인데 그런 계급까지 급조하면서까지 보직시키고 싶었나
발령 일자를 보니 지금 진행하는 신규 사업 추진 프로젝트까지 넉넉히 끝내고 마무리 할 수 있을만큼의 시간이 남아있는 것 같다. 천천히 생각하던 경수는 옆에서 섭섭하다고 궁시렁거리는 종인의 어깨를 한 번 툭 쳐주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려하는데
" 어어어 안돼안돼 "
하며 경수의 긴 가방끈을 쭉 잡아당기는 종인
" 또 뭡니까 "
경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하자 종인은 진지했던 표정을 싹 지우고 본래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그래서 어제 왜 결근했다고? "
" 그리고 어제 ○○씨를 데려다주려고 하는ㄷ "
처음에는 이야기 하길 꺼려했지만 종인의 재촉에 한번 이야기에 물꼬를 트자 이제는 자기가 신이 나서 업무는 내팽겨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경수를 가만히 지켜보던 종인은 문뜩 한 생각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다.
" 그래서 어제 상견례를 했다고? "
자신의 말을 끊는 종인에 꾹 입을 다문 경수는 눈동자를 굴려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 사귄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상견례를 해 "
" 그냥 얼굴만 보는 건ㄷ "
" 또 거기에 ○○씨는 순하게 따라갔고? "
그럼 뭐 거절이라도 했을까... 종인이 하는 말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 경수는 계속 말을 툭툭 끊는 종인이 거슬렸다.
" 와 ○○씨 성격이 좋긴 좋구나 "
상견례로 한 번에 그녀의 성격을 판별 할 수 있나... 뭐 그렇다고 성격이 나쁘단 건 아닌데...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긁적거리는 경수를 보는 종인은 답답해하며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 어떤 여자가 얼마 만나지도 않은 남자 엄마를 보겠다고 쫄래쫄래 따라가주고 장단 맞춰줘 "
" 밥만 먹는 건ㄷ "
" 조용히 하고. 아무리 남자친구라도 남의 엄마는 누구든 불편한 법이야. 괜히 시월드라는 말이 있을까 "
경수는 혹시 남몰래 시집이라도 간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역지사지로 여자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이해해주는 종인이 너무 신기했다. 듣는 자신까지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설득 당하는 기분
한참 열심히 여자의 마음에 대한 강연을 하던 종인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탈탈 털어먹은 머그잔을 소리나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 무튼 이제 그럼 ○○씨는 ○○씨가 아니네 "
" .. ○○씨가 ○○씨가 아니면.. "
뭡니까...
" 상견례까지 했다며. "
" ... "
" 그럼 제수씨지 "
그 말을 하며 환하게 웃는 종인의 치아가 하얗게 빛났다.
*
저녁 시간이 끝나갈 때 쯤 카페 문이 열리고 도경수 씨가 나를 보고 인사하기도 전에 그를 먼저 발견한 전봇대 브라더스가 예전 내 마음을 받아줘 프로젝트 때처럼 무섭게 하던 일을 놓고 뛰어갔다.
저것들이 뭔 짓을 하려고... 심상치 않은 느낌에 카운터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 상황을 살펴보니 전봇대들은 원시 부족마냥 도경수 씨를 중심으로 그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매번 새롭고 참신한 호구짓을 보여주는 전봇대 브라더스에 당황한 도경수 씨의 얼굴이 재미지다.
그와중에 뒤늦게 카페에 들어온 김종인 씨는 들어오자마자 길다란 두 인간이 갈매기처럼 빙글빙글 돌지않나 생전 처음보는 이상한 상황에 그 자리에 우뚝 서서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하지만 이내 익숙해진 도경수 씨는 전봇대들에게 아무런 대꾸도 없이 침착하게 내 쪽을 바라보며 인사를 했다.
" 저 왔어요 "
" 오셨어요 "
여전히 주변을 맴도는 전봇대 브라더스는 냅둔 채 카운터까지 온 도경수 씨가 대단하다. 나같으면 정신 사납다고 화냈을텐데
" 오늘도.. "
" 제 하트가 들어간 카푸치노하고 아무것도 안그린 카푸치노 이렇게 두잔이요? "
도경수 씨는 정곡을 찔렸다는 듯 소리없이 활짝 웃어보였다. 여름 때도 더워죽겠는데 뜨뜻한 카푸치노 먹겠다고 하려나..
내게 카드를 내미는 도경수 씨의 손을 단호하게 막으니 그가 눈을 동그랗게 떠보였다.
" 도경수 씨한테 돈 받기에도 이젠 좀 그렇네요 "
내 간지나는 한 마디에 방정맞게 왔다갔다 거리던 전봇대 브라더스가 멈춰서는 오- 하며 양쪽에서 도경수 씨의 어깨를 잡고 감탄을 했다.
" 뭐야 이제 막 계산하는 사이 아니다 이거야? 나한테는 꼬박꼬박 일 시켜먹고 할 일 다해야지 커피 만들어주면서 "
" 이야 카푸치노 비싼데 그걸 꽁으로 해주고, 새삼 카페 알바 여친 두니까 좋아요? "
왜 저렇게 깝쳐
떨떠름한 표정으로 주방 쪽으로 등을 돌리는데 나이트 삐끼처럼 자자 앉아봐요 하면서 자리로 도경수 씨를 이끄는 전봇대 브라더스가 신경쓰인다. 그 사이에 끼어들지 못하고 뒷전에 놓여진 김종인 씨가 참으로 안타까운 순간
커피를 내리며 귀를 쫑긋 세우고 무슨 말을 하는지 엿들어보니
" 상견례 했다면서요 "
" 결혼해요? "
" 날짜는 언제에요? "
아까 전 내게 물어봤던 질문이랑 똑같은 말을 하고있다. 저건 분명 도경수 씨를 놀리며 떠보고있는 요망한 행동임이 틀림없다. 감히 나도 함부로 못하는 도경수 씨를 떠보다니.
도경수 씨덕분에 하트 전문가가 된 나는 빠르게 커피 위에 하트를 올리고 거침없는 발길질로 카운터 옆 작은 문을 열었다.
" 야! "
마치 결투를 신청하는 듯한 내 외침에 키득거리며 웃는 세 남자와 도경수 씨의 시선이 한꺼번에 내 얼굴에 꽂혔다. 그에 잠깐 흠칫 뒷걸음질 쳤지만 이에 질 수는 없어 당당히 커피 두 잔이 올려진 트레이를 들고 네 남자들에게 향했다.
" 나는 지금 너네들이 생각하는 연애와 급이 다른 연애를 하고 있는거야 "
도경수 씨 앞에 한 잔, 김종인 씨 앞에 한 잔을 놔주며 경고하듯이 당당하게 말하니 전봇대들은 안궁금하다는 표정을 했다. 안궁금해도 들어
" 우리는 서로의 부모님들께서 모두 허락해주신 그런 공식적이고 바람직한 틀 안에서 당당하게 만나고 있다. 이 말씀이지 "
이와중에 오세훈은 내 말에 반박할 거리가 없는지 턱을 어루만지며 깊은 생각에 빠져있고 박찬열은 설득당하고 있는 것 같다.
" 너네 여자친구 생겼는데 엄마가 야! 여자친구 좀 데려와봐라! 이러면 뭐라고 해 "
" ... 음... "
" 뭘 고민해! 너네 분명 무슨 여자친구야! 신경 쓰지마! 이러면서 한창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로 돌아갈 걸 "
내가 그랬으니까. 오세훈 또한 생각하기를 멈추고 박찬열과 함께 내 말에 공감했다.
" 근데 나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완전 대박 바람직한 연애지? "
평소에 내가 이렇게 약을 판 적이 없는데... 도경수 씨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그렇죠??? 하며 동의의 눈빛을 내려보냈다.
..
소근소근
' 빨리 그렇다고 대답해요 '
" 네, 그렇죠. 바람직한 연애를 하고 있는 거죠 "
아하하 웃으며 대답하는 도경수 씨에 전봇대 브라더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아 뭐가 또 문제야!!!
잠시동안 테이블에 흐르는 정적에 팝콘까지 가져와 먹을 기세로 우리를 흥미롭게 보던 김종인 씨가 푸흐흐 낮게 웃었다.
" 아 그럼 제수ㅆ 푸흡 "
재수..? 무슨 말을 하려고했는지 무척이나 궁금해질 정도로 도경수 씨가 화들짝 놀라서 일어나 김종인 씨의 입을 막았다. 하지만 나만 모르는 눈치인지 김종인 씨 주변에 있던 전봇대 브라더스는 눈치를 주고 받다가 스리슬쩍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아무렴 상견례까지 했는데 제수씨지 "
??????? 제수씨?????????????
" 훈아 그럼 우린 뭐 없냐? 종인이형이 쟤를 제수씨라고 부르면 우리는? "
어린애도 아니고 어느새 전봇대들은 가족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격렬한 반항으로 도경수 씨의 손아귀로부터 주둥이의 자유를 얻은 김종인 씨가 귓구멍은 안막혀있었던 듯 언제 그 말을 주워듣고는 대답했다.
" 그럼 너넨 처남해!!! "
제수씨에 처남에. 도경수 씨는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지 이걸 막으려고 그렇게 놀라했다니, 다시 한 번 느끼건데 도경수 씨는 대놓고 귀여운 짓을 하지 않아도 귀엽다.
처남하라는 말에 와아 우린 처남이래! 하며 좋아하는 전봇대 브라더스
" 유치하게 소꿉장난도 아니고 뭐에요. 얘네들이 제 남동생들도 아니고 처남은 웬 처남 "
" 에이 재밌잖아요. 더 친근하고, 안그래 도경수 씨? "
능글능글. 김종인 씨는 하얗게 불태운 도경수 씨에게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
" 좋아요. 그럼 경수형은 우리한테 처남이라고 부르는 걸로, 우리는 매형이라고 불러줄게요 "
윽 오글오글. 조용히하고 있으라는 뜻으로 오늘따라 깝의 절정인 오세훈의 팔뚝을 힘주어 밀었다. 그리고 오세훈은 때를 놓치지 않고 내 팔을 잡아당겨 박찬열과 자신 사이에 나를 두었다. 예상치못한 상황에 눈만 동그랗게 뜨고 가만히 있으니
" 우린 진짜 거의 가족이죠. 얘가 군대 면회도 자주 오고 대학교에서 만나서 군대 때 말고는 떨어진 적이 없는데 "
하며 내게 머리를 치대는 오세훈에 박찬열도 한껏 친한 척을 한다.
" 아무렴요. 오빠는 못되더라도 거의 친동생급이죠 "
우리 엄마는 너네 낳은 적이 없습니다만?
그리고 슬슬 발동걸리는 도경수 씨의 폭풍 질투. 하긴 대놓고 이러고있으니 질투가 안나고 배겨?
마음 같아서는 그 모습이 귀여워 계속 이러고 지켜보고싶은데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손님이 보여 놈들의 손을 뿌리쳤다.
" 야 꺼져꺼져. 손님 오셨어 "
" 알았어 훈이 여기서 기다릴게~ 빨리하고 와 누나! "
" 열이도 여기서 기다릴게! 얼른하고 와 누나! "
ㄴ누누ㅜㄴ누나??????????????????????????????????????
미친새끼들이 진짜... 할 말은 많은데 너무 당황스러워서 입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허,허, 하는 헛웃음만 내뱉을 뿐.
저 놈들이 오늘 뽕 맞고 왔나...
*
그녀가 손님때문에 자리를 뜨고 작은 테이블에는 장정 네 명이 오손도손 모여있다. 모두가 해피해피한 얼굴인데 그 중 유일하게 성이 난 얼굴 하나
경수다.
하.. 진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저 세훈군이 저번에만 해도 너무 자신들을 미워하지 말라는 그 세훈군이 맞던가. 아무리 내가 전봇대 브라더스를 질투하지 않으려고해도 생각보다 너무 돈독한 그녀와의 관계에 질투가 난다.
거기다 나는 뽀뽀만 해봤지 그녀에게 정겹게 머리를 들이미는 건 생각지도 못한 스킨쉽인데...
내 딱딱한 표정에 전봇대 브라더스는 동네 악동들처럼 히히 웃다가 이내 서로의 친밀함을 뽐냈다.
" 화났어요 경수형? "
" ... "
그럼 화가 나지 안나면 그건 애인으로서 자격을 상ㅅ..
" 처남이라고 한 번만 불러주면 안그럴게요 "
모든 일의 원흉인 김종인 씨는 재밌다고 옆에서 낄낄 웃고있다. 처음에 제수씨지 하고 말할 때 망할 싹을 뽑아놨어야 하는 건데
" 아니 처남이라는 호칭은 혼인으로 맺어진 관계 때 쓰는 호칭아닌가요? 제수씨도 그렇구요 "
반쯤 마신 잔을 옆으로 살짝 밀어놓고 열심히 설명을 하자 지루하다는 듯이 귀를 후비던 김종인 씨가 말했다.
" 상견례까지 했다며 "
" 네, 상견례는 했는데.. 그게 왜 "
그냥 단지 어머님들께서 만나뵙자고 하셔서 같이 저녁 먹고 그런 것 밖에 없는데..
" 헤어지지 않고 끝까지 가겠다는 합의하에 한 거 아니야? 어머님들까지 다 알고계실 정도면 나중에 헤어질 때 어떡해 "
헤어진다니! 어떻게 그런 끔찍한 상상을.
" 누가 헤어집니까. 안헤어집니다 "
" 그럼 계속 같이 살거야? "
" ..언젠가는.. "
그래 언젠가는. 한 지붕 아래에서
" 그게 결혼하는 거잖아. 도경수 씨 "
... 이럴수가... 그렇게 나는 단순히 상견례가 공식적으로 예만 보는 자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결혼까지 이야기가 이어지는 자리였다니... 그런 자리를 ○○씨와 어머님께서는 흔쾌히 와주셨고... 나는 충격보다 기쁨이 먼저 선뜻 다가왔다. 나만 너무 빨리 생각하나 했는데..
피실피실 웃음이 멋대로 새어나온다.
" 그럼 제수씨라고 불러도 되지? "
" ... "
뭐 결혼까지 생각하는 사이라면..
" 우리도 처남이라고 불러주세요 처남~ "
그러면서 아양을 떠는 전봇대 브라더스의 얼굴을 보니 방금까지만해도 목까지 기어나왔던 처남 소리가 쑥 들어가버렸다. 화나서 안되겠네
묵묵히 다시 잔을 앞으로 가져와 한 입 커피를 넘기는데 생각보다 짙어진 결혼 이야기가 머리에 가득 찬다. 정식 교제기간은 얼마 안돼도 고백만 늦게했지 서로에게 호감을 가진 건 꽤 된 거 같은데...
그럼 지금 곧바로 날짜를 잡..이 아니라 아직 대학생이지만 학생이라는 그녀의 신분이 걸림돌이 되었다.
그래 너무 서두를 필요없지
흘끔 주방에서 열심히 일하고있는 그녀를 보니 결심이 굳어진다.
" 대학교만 졸업 하면... "
데려가야지
내 말을 언뜻 들은 전봇대 브라더스는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 처남이라고 불러준다는 뜻으로 해석하고는 너무 오래기다려야 한다며 징징거렸다.
아직까지 화가 안풀리는 걸 보면 아마 평생동안 전봇대 브라더스를 처남이라고 불러 줄 일은 없을 듯 하다.
절대
*
오늘은 끊기지 않는 손님덕분에 정시간 마감을 했다. 맨날 이모 몰래 일찍일찍 마감했는데...
도경수 씨의 차에 녹초가 된 몸을 맡기고 창 밖만 보다가 문뜩 일까지하고 와서 전봇대들에게 시달렸을 그를 생각하니 괜시리 미안해졌다.
" 오세훈하고 박찬열한테 괜히 말했나봐요. 그냥 어제 대충 일 있어서 알바 쉬었다고 둘러댈 걸 "
으휴 신중치 못한 나년..
" 아뇨 찬열군이랑 세훈군 덕분에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
도경수 씨는 침착하게 말한다고 나름 부드럽게 미소까지 짓고있는데 그동안 같이 들러붙어있던 시간이 얼마인데 미묘한 표정 차이를 못알아챌까 얼굴에는 한가득 언짢음이 담겨있다. 거기다가 뚝뚝 끊기는 말투까지
" 걔네들때문에 화났어요? "
" ... 아뇨 "
화났으면서
" 박찬열이랑 오세훈은 걔네들이 말했죠? 그냥 거의 친동생 수준이라니까요 "
" 진짜 친동생 아니잖아요 "
...
( 할 말이 사라짐 )
화 안났다면서 내 말에 꼬박꼬박 자신의 언짢음을 표시하는 도경수 씨. 운전하는 사람이라 어떻게 팔에 매달려서 위협적으로 애교를 떨 수도 없고...
그저 입 다물고 빨리 집 앞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도경수 씨는 그 대화 이후로 차 문을 열어주면서까지 말이 없었다. 화 안났다면서!!!!!!!!!!!!!!!!!!!!!!!!!!!!!!!
이제 핸들을 손에서 놨겠다. 아무런 위험 요소가 보이지 않자 잽싸게 도경수 씨에게 붙어섰다.
" 앞으로 전봇대들 제 옆으로 못오게 할게요 "
다른 여자들은 그렇게 하는 말마다 애교가 배어나오던데 왜 나는 그게 안되는지.. 되지도 않은 끼를 부리며 도경수 씨의 팔에 매달리니 슬금슬금 올라가는 그의 입꼬리가 보인다.
" 그래도 같이 일 하는데 어떻게... "
" 그럼 저 털끝 하나 못건들게 할게요 "
원래도 건들면 으르렁거렸지만
네?네? 하며 도경수 씨의 대답을 재촉하자 이내 소리 내 웃음을 터뜨리는 그
" 진짜 오늘 걔네들이 저한테 그럴 줄 몰랐단 말이에요 "
그러자 도경수 씨는 나와 팔짱을 끼지않고 노는 손 새끼손가락을 눈 앞에 내밀었다.
" 약속 하는 거에요 "
새끼손가락 되게 오랜만이다. 새끼손가락 잡았다고 좋아하던게 얻그제같은데
" 빨리 약속. 세훈군하고 찬열군이 털 끝 하나 못건들게 하겠다고 "
새끼손가락을 걸지않고 가만히 쳐다만 보고 있으니 딸랑딸랑 손가락을 흔든다. 나는 좋아요 약속! 을 외치며 꼭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꼭꼭 약속해. 엄지손가락으로 도장까지 찍자 한참 내 얼굴을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도경수 씨의 눈빛이 눈에 들어왔다.
...
ㅇ...위험!!!!!위험해!!!!!!!!!!!!!!!!!!!!!!!!!!
꾸역꾸역 입술을 안쪽으로 말아넣는데 도경수 씨가 덥썩 나를 안았다. 궁예질을 뛰어넘는 갑작스러운 포옹에 도경수 씨 어깨 위로 푸핰 숨을 내뱉는데 자근자근 차분한 그의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
" 내가 질투가 많아서 미안해요 "
ㅇ..아뇨 뭐.. 질투 많은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
" 빨리 대학교 졸업하면 ... 꼭.. "
대학교 졸업? 웬 졸업.. 내가 이제 졸업반이긴 하지만 나를 놔주지않고 계속해서 꼭 안는 그의 품에 가만히 있으니 도경수 씨의 숨이 은근히 들떠있다.
" 기다릴게요 "
*
헤어질 때 도경수 씨가 뭘 기다리겠다는 지는 모르겠지만 집에 가만히 누워서 핸드폰을 하다가 우연히 들어간 갤러리에 옛날에 줍줍해놓았던 짤 하나가 눈에 띄었다.
흐아!! 이거슨 바로 그 커플들 염장질 할 때 쓰던 불꺼줘 짤..!! 좋았어 나도 남친이 있다 이 말씀이지!!!!
비록 유행은 지났지만 한 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우리의 이모티콘 성애자 도경수 씨...^^
뀨? 귀엽죠!!!! 귀여워서 죽을 것 같죠????? 기대에 찬 눈으로 도경수 씨의 답장을 기다리는데 오래도록 답장이 없다.
혹시 핸드폰을 꺼버린 건 아닐까?
한참이 지나서 도착한 답장에는 역시나 내가 우려했던 상황이 있었다.
... 참...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아죠....
아?
안귀여워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괜히 했어ㅠㅠㅠㅠㅠㅠ그냥 사진 지워버릴 걸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은밀하게 카페 노예를 보쌈해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도경수 ♥ 그것도 모르고 전봇대 브라더스만 원망 중인 카페 노예
그리고 아직 처남 소리 듣기 프로젝트를 끝내지 않은 전봇대 브라더스
*
하이 여러분 리히터예요
이번에도...이번에도... 낮에 이렇게 올리네여.. 원래 가장 글잡이 활발할 때인 저녁에 올리려고했는데 하필 오늘 일이 있어서...흡..
흐앜ㅋㅋㅋㅋㅋ 근데 여러분 전에 제가 지나가는 말로 섹시 퇴폐 치명물 한 번 써보고 싶다고하니까 그것도 잘 볼 수 있는 자신이 있다고 하셨는데. 네 제가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하하ㅏ하ㅏ하ㅏㅏ 정말 잘 봐주실거죠?
그런 의미로 중간중간 도부자 이야기가 안나올 때 머리도 환기 시킬 겸 분위기 전환으로 하나씩 써놓은 또라이같은 퇴폐물이 있는데 그건 도부자와 함께 연달아서 올리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오늘 밤 올려볼까 합니다. 도부자가 아니라 신알신 체크를 할까말까 고민 중이긴한데 독자님들은 어떠신가요? 신알신 날려서 괜히 여러분들 쪽지함 들락날락 귀찮게 만들고 싶진 않아서..
후후 ... ( ㅇㅅㅁ ) 저번 편에 여러분들... 여러분들 음란마귀.. 음란마귀!!!!!!!!!!!!!!!! 이 음란마귀 보스들!!!!!!!!!!!!!!!!! 별 뜻 없이 지은 부제목에 그런 음란마귀를!!!!!!!!!!!!!!!!!!!!!! 이렇게 알려드리지만 도부자는 비회원 독자님들이 굉장히 많슴다...거기다 제가 지향하는 부분은 해피해피 설렘설렘 귀욤귀욤 도부자라.. 최대한 불마크 직전까지의 수위로 조절 할 생각인데.. 뭐 하긴..... 얘네도 커플인데... ( 시선회피 )
저번편에 답댓글을 많이 못달아드렸는데 진짜 모두모두 너무 감사드리고ㅠㅠㅠㅠ진심 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흐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즘 일이 좀 많아서 여유가 안나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흐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무튼 여러분 즐건 주말 보내시구 우리 독자님들 항상 내가 하트하트 합니다 많이 애정해요 사랑해요 사랑사랑 알랍!!!!!!!!!!!!!!!!!!!!!!!!!!!!!!!!!!!!!
저는 20000 야심한 밤에 돌아오겠습니다. 하하하ㅏ하하하ㅏㅏㅏ
[암호닉]
너구리걸님/면하트님/우비님/망고님/카페알바생님/아메리카노님/정수정수연님/바닐라라떼님/굔듀님/뽑뽀님
됴됴륵님/종순이님/몽구님/복숭아님/핫초코님/첸스님/모나리자님/쀼님/2평님/맴매맹님
꽯뚧쐛뢟님/이웃집여자님/제인님/베이비파우더님/데후니님/안녕님/안열님/랭거스님/6002님/사랑둥이님
부릉부릉님/전봇대님/딸기님/설렘사님/소녀님/제이너님/경수하트워더님/민속만두님/시카고걸님/모카님
찬효세한님/마름달님/세시님/로운님/스누피님/언어영역님/모찌님/블리님/도즈님/SH님
메리미님/쉬림프님/박력탬님/드보봅님/프라이빗님/타오네엄마님/씽씽카님/됴로롱/됴숭됴숭님/거뉴경님
카푸치노님/으니님/고구마님/툐툐님/세젤빛님/율스루님/뽀로로님/시나몬님/청담동앨리스님/우럭우럭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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