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사는 도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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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라이벌은 일찍 나오지 않지
달이 뜬 야심한 밤, 가로등 밑에서 키스도 아니고 뽀뽀도 아니고 포옹도 아니고 건전하게 손만 잡고있는 한 연인.
바로 나와 도경수 씨다.
저번부터 오세훈에 이어 갑자기 도경수 씨가 좀 이상해졌다. ㅁ.. 물론 원인 제공은 내가 했지만 도대체 내 집이 코 앞인데 10분째 손만 잡고 안놔주는 건 무슨 심보란 말인가.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땀이 삐질삐질 나오기 시작했다.
" .. 도경수 씨 저 집에... "
" ... "
하지만 오히려 손에 힘을 더 넣는 도경수 씨는 빤히 우리 옆집 문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경계했다.
저 집은 우리 엄마가 시도때도없이 들락날락거리는.
그래.
민석오빠네 집이다.
*
여느 때처럼 도경수 씨의 초특급 벤츠를 타고 집 앞에서 내려 같이 손을 잡고 걸어오는데 저 멀리 낯선 실루엣이 우리 집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혹시 엄마가 너무 빨리 잠든 나머지 우리 집을 털러 온 도둑이 아닐까 화들짝 놀라며 도경수 씨와 잡은 손을 놓고 뛰어가니 나를 본 그 실루엣 또한 맹수같은 나의 모습에 함께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누구야!! 얼굴 좀 보자!! 하며 눈을 크게 뜨고 실루엣의 얼굴을 관찰하니
" 아 놀래라.. ○○가 였구나 "
옆 집 민석 오빠다.
초등학교 때 옆집으로 이사 온 민석 오빠와는 대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만해도 맨날 오빠,동생하면서 친하게 지냈는데 어떻게 된게 언제부턴가 점점 교류가 없어지다가 가끔 인사만 하는 사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학생 때만해도 나이차가 적었다면 썸 아닌 썸을 탈 수 있었겠지만 애매한 4살 차이여서 내가 중딩 때 오빠는 고딩.. 내가 고딩 때 오빠는 대딩.. 덕분에 학교 한 번 겹치는 일도 없이 친한 이웃 사이로 남게되었다.
무튼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사람이 갑자기 우리 집에 웬일이래
" 민석 오빠? 오빠!! 안녕하세요!! 저희 집에 웬일이세요? "
반가운 마음에 화색을 띄며 말을 걸자 민석 오빠가 입을 열었다
" 엄마가 반찬을 많이 하셔서 아주머니께 좀 나눠드리러 왔다가 같이 차 한 잔 하다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
" 아하, 되게 오랜만이다. 평소에 얼굴 보기도 힘들었는데, 요즘 뭐하고 지내요? 직장 다니나? "
" 아 소식 못들었어? 나 임용 합격해서 초등학교 선생님 해, 지금은 방학이라 백수랑 똑같지만 "
... 임용 합격???????... 혹시.. 옛날에 엄마가 옆집 민석이네 떡했더라 떡 맛있는데 좀 먹어봐라 얘 하면서 떡을 한 포대씩 짊어지고 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합격했던건가... 엄마는 정작 중요한 민석 오빠 임용 합격이라는 말도 안하고...
" 올~ 초등학교 선생님~ 완전 잘어울려요. 역시 교대 당당히 합격했을 때부터 알아봤어 "
" 대학 가는 거보다 임용이 더 힘들더라. 너는... 이제 대학생인가? "
" 이제라뇨! 저 올해 졸업반이라 학원 다니려고 알바하는데 완전 죽겠어요.. "
이제 대학생이라니..ㅎ... 민석 오빠도 참...ㅎ..... 수줍어하며 장난스럽게 오빠를 한 번 툭하고 쳤다.
" 졸업반?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나.. 시간 되게 빠르다 옛날에 마냥 애기 같던게 이렇게 커서 남자친구랑 집에도 오고 "
그러고선 내 옆을 보며 안녕하세요 하며 꾸벅 인사하는 민석 오빠
" ... 안녕하세요 "
잊고있었던 도경수 씨의 존재...민석 오빠를 바라보는 도경수 씨의 눈에는 스파크가 튀었다. 질투왕 도경수 씨
" 이 쪽은 제 남자친구인 도경수 씨! 이 쪽은 어렸을 때부터 알고지내던 김민석 오빠! "
민석 오빠는 내 소개가 끝나자 생글생글 웃으며 악수를 건냈고 도경수 씨는 한참 그 손을 가만히 내려보다가 턱하고 소리내며 맞잡았다.
" 그러고보니 둘이 동갑이네요? 올해 스물 여덟 맞죠? "
내 말에 오~ 하며 감탄하던 민석 오빠가 말했다.
" 잘부탁드려요. 옛날만해도 철없이 허둥지둥 거리는 애라서 대체 나중에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 만날까 궁금했는데 "
" 내가 언제 철없이 허둥지둥 거렸대?"
우스갯 소리로 장난을 치는 민석 오빠를 보며 낄낄 거리자 옆에서 코로 깊고 거친 숨을 내뱉는 도경수 씨
저건 언짢음의 숨소리다. 전봇대 브라더스한테는 털 끝도 못건드리게 으르렁 댄다고 한 게 얼마 전인데 지금 이렇게 외간 남자랑 히히덕 거리는 모습을 보는 도경수 씨의 마음도 이해가 가긴 하는데... 민석 오빠가 여간 반가워야지..
도경수 씨는 민석 오빠와 악수를 하고 재빨리 내 손을 꼭 잡았다. 마치 이걸 좀 보라는 식으로
" 이렇게 늦은 시간에.. 데이트 하고 오는 거야? "
아무렴 이렇게 떡하니 보라고 잡은 손에 관심을 안줄 수 없었던 민석 오빠가 도경수 씨가 깔아놓은 밑밥에 걸려들었다.
" 아니 카페 알바하는데 끝나면 도경수 씨가 이렇게 맨날 데려다줘요. 진짜 든든하다니까 "
" 카페 알바? 어디서 하는데? 한 번 커피 얻어마시러 가야겠는데 "
그 말에 내 손을 잡고있는 도경수 씨의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도경수 씨 질투 하나는 잘 알고 있는 내가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옆에 딱 붙어 애정을 과시하자 민석 오빠가 더 크게 웃기 시작했다.
" 진짜 너 아끼시나보다 보기 좋네 "
" 우린 언제나 보기 좋죠. 그런 소리 많이 들어봤어요 "
자뻑하듯 머리를 샤랑 날려주며 농담을 치니 마치 한창 민석 오빠와 친밀함의 절정을 달리던 중학교 때 생각도 나고 어쩜 이렇게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어색하지도 않은지
" 우리 엄마가 너 많이 보고 싶어하더라 바로 옆 집인데 좀 놀러오고 해 "
" 저를요? 우리 아주머니 보러 한 번 가야겠네 "
뭐.. 그 아주머니께서는 어려서부터 나를 줄곧 좋아하셨지.
끝날 줄 모르는 대화에 옆에서 묵묵히 나를 지켜보던 도경수 씨는 흐읍 숨을 들이키고는 나를 우리 집 문쪽으로 슬금슬금 밀었다.
" 이만 들어가봐야 하지 않아요? 어머님께서 많이 걱정하세요 "
" 나도 이만 들어가봐야겠다. 다음에 보자 "
다급히 대문으로 나를 집어넣는 손길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가긴 한다만 힐끔 뒤를 돌아보니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며 작게 손을 흔들어주는 민석 오빠와 굳은 표정을 하고 있는 도경수 씨가 보였다.
" 그럼 다들 조심히 들어가세요 "
천천히 문이 닫히고 그 사이로 도경수 씨가 크게 외쳤다.
" 연락할게요 자기!! "
ㄷ...당황..!!
쾅 문이 닫히고 나는 한참동안 그 자리에 우뚝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
그녀를 집으로 들여보낸 후 이만 가보겠다는 김민석 씨에게 간단한 목례를 하고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
그녀 곁으로 내리는 접근 금지 조치는 아무래도 전봇대 브라더스가 아니라 김민석 씨.. 아니 둘 다 내리는게 좋을 것 같다. 도대체가 어떻게 된게 ○○씨 주변에 왜 이리 남자가 많은지 골이 아플 정도다. 전봇대 브라더스로도 힘든데..
뭐? 오빠?
김민석 씨는 오빠, 나는 도경수 씨?
후-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옮길 생각도 안하고 아까 전 상황을 곱씹어보니 걸리는게 참 많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머님끼리도 알고계시는 사이인 것 같고.. 어렸을 때부터 친한데다 교대 나와서 초등학교 교사면 지금 사원급인 내가 당해낼 급은 못된다. 결론은 최고 위험 인물 1위는 김민석 씨인 걸로
차로 돌아가기 전 김민석 씨가 들어간 대문을 째려보았다. 집은 또 가까이 붙어있어가지고..
○○씨 집 안 구조를 모르지만 집끼리 맞붙어있는 쪽 창문을 연다면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다. 혹시 어렸을 때부터 저 창문을 통해서... ㅇ..으....
집에 돌아와서 씻고 누워서도 계속 생각난다. 그 잘나고 하얀 얼굴이
' 시간 되게 빠르다 옛날에 마냥 애기 같던게 이렇게 커서 '
애기? 나도 아직 그렇게는 못불러봤는데 애기???
' 이 쪽은 어렸을 때부터 알고지내던 김민석 오빠! '
김민석 오빠? 오빠???
' 카페 알바? 어디서 하는데? 한 번 커피 얻어마시러 가야겠는데 '
커피 얻어마시러 카페에 찾아오겠다고? 안돼!
' 우리 엄마가 너 많이 보고 싶어하더라 바로 옆 집인데 좀 놀러오고 해 '
' 저를요? 우리 아주머니 보러 한 번 가야겠네 '
어디 남자 집을 함부로!?
' 나도 이만 들어가봐야겠다. 다음에 보자 '
다음에 봐??? 다음에?????
진짜 짜증난다. 아닌 밤 중에 김민석 씨와 그녀가 하하 웃으며 대화하던 장면만 떠오르면 졸림에 기울던 눈도 번뜩 떠질 정도다. 그렇게 기다리겠다고 다짐했는데 여기저기 적들이 널려있는 사이 어떻게 졸업까지 1년을 더 기다릴 수 있을까
머릿 속에서는 비상벨이 울렸다. 응급상황!
생각하면 생각 할 수록 화난다. 헤어질 때 자기를 외쳐서 우리는 이런 사이다 라는 걸 못박아 두긴 했지만 그래도 불안하다. 평소에는 가만히 누워서 천장을 보면 가득히 그녀의 얼굴만 차올랐는데 오늘은 김민석 씨와 그녀가 웃고 떠드는 모습이 선명하다.
안돼!!! 눈을 꼭 감고 실눈을 떴지만 여전히 그 이미지가 선명하다 못해 눈 앞에 아른거린다.
일자로 곱게 누워있다가 이내 치밀어오르는 분노에 주먹으로 침대를 내리쳤다. 혹시 지금 이 야심한 밤에 둘이 연락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병이 돋았지만 만약 그녀가 자고있다면 잠을 깨우는 셈이니 연락도 못하고 답답해 죽겠다.
이래서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구나. 그래 결혼을 하면 이런 고민 안해도되고 매일매일 지켜볼 수도 있고. 결혼만이 답인데... 또 ○○씨가 졸업하려면 멀었고... ○○씨 옆집에 방을 하나 얻어서 자취를 할까? 지금 타워팰리스가 좋은게 문제가 아니다. 그녀의 옆집이라면 타워팰리스고 반지하고 뭐가 문제겠는가 그녀의 옆집이 곧 타워팰리스인데
아랫입술을 자근자근 물다가 이내 복잡한 머리때문에 쾅쾅 두어번 더 침대를 내리쳤다.
두고봅시다 김민석 씨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출근한 회사에서도 여념없이 어제 김민석 씨와 ○○ 씨의 모습이 머릿 속을 맴돌았다. 애기? 애기? 진짜.. 꼭 불러보고싶었던 애칭인데... 오빠? 한 번 들어보고 싶었던 호칭인데, 나도 우리 집으로 ○○씨 초대 할 수 있는데!
" 키보드 부서져 도경수 씨 "
점심 시간이 된 줄도 모르고 민대리님이 부탁한 문서를 옮겨적고 있자 내 눈 바로 앞에 얼굴을 들이미는 김종인 씨. 열심히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허공을 노려보고있으니 왜 그래? 하며 묻는다.
" 아닙니다. 점심 먹으러 가죠 "
" 뭔데 좋은 친구, 이야기 해봐. 내가 들어서 안 풀린 문제 있었어? 없잖아 "
엘레베이터로 향하면서도 나불나불 옆에서 떠드는 김종인 씨에게 일말의 대답도 안하고 구내식당까지 내려와 밥을 받는데 계속 말해보라며 물으면서도 아주머니들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도 인사 한다.
우리 식당 만두는 뼈까지 씹히고 너무 퍽퍽해서 맛없는데... 오늘따라 기분 탓인지 더 마음에 안드는 식단때문에 기분은 최악으로 떨어졌다.
먹기 싫은 티를 팍팍 내며 밥 한 숟가락을 뜨자 눈치를 보던 김종인 씨가 이제는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 아이 뭔데 그래. 싸웠어? "
" 아닙니다. "
" 그럼 ○○씨 다른 남자 생겼어? "
...
" 아닙니다. "
하지만 대답을 너무 늦게한 까닭일까 이미 알아챈 김종인 씨는 눈알이 튀어나올 듯 눈을 크게 뜨고는 금방이라도 터져나오려는 말을 막으려 손으로 입을 막았다.
" 세상에 미쳤다.사귄지 얼마나 됐다고 바람을 펴, 진심이야? "
다른 사원들이 들을까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피다가 고개를 낮게 숙이고 속삭이는 김종인 씨
" ○○씨는 그럴 사람 아닙니다 "
" 그럼 뭔데! "
.. 겨우 조금 희미해지나 했더니 김종인 씨 덕분에 다시 김민석 씨의 얼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 ..○○씨 아는 오빠.. "
" 뭐? "
" 김민석 씨... "
젓가락이 휘어질 듯 자연스럽게 그 얼굴이 떠오르자마자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제는 힘이 들어가다못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다. 그래 내가 우리 식당 만두를 싫어하니까 김민석 씨는 만두다. 그러고보니 하얗고 꼭 닮았네.
" 만두...."
" 아 대체 왜 이래.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만두가 부족해? 내거 먹을래? 내가 아주머니한테 더 받아올까? "
" 저는 만두가 싫습니다. "
김종인 씨는 인상을 찌푸리며 내 손에 있던 젓가락을 빼앗아서는 다시 바르게 쥐어주었다.
" 밥 먹고 이야기하자 도경수 씨 "
만두.... !
나는 괜히 먹지도 않는 만두를 분노를 담아 젓가락으로 찍었다. 하지만 뽕뽕 뚫린 두 개의 구멍이 눈같이 느껴져서 더 기분이 나쁘다. 만두다 만두 하며 기분 좋게 만두를 먹는 김종인 씨에게 김민석 씨를 넘겨주었다. 아니 만두를 넘겨주었다. 많이 먹어서 내 눈 앞에서 보이지 않게 하세요.
점심 시간 끝무렵 아무도 없는 직원 휴게실은 나와 김종인 씨의 아지트로 전락했다. 자판기 커피를 뽑아서 내 앞에 놔주는 김종인 씨가 조르듯이 책상을 쾅쾅 치며 말했다.
" 아니, 오늘 도경수 씨 왜 이래? 만두만 보면 싫다고 하지 않나 근데 그걸 또 왜 밥 먹고 나오다가 갑자기 멈춰서 다른 사람 식판에 있는 만두를 째려보고 있어 왜!! 뭔데!!!! 만두집 사장한테 사기라도 당했어? 아니면 ○○씨가 카페 알바 그만 두고 만두집한대? "
듣기도 싫은 저 만두소리..
부득부득 이만 갈던 나는 머릿 속에 떠오른 생각 하나에 눈을 빤짝이며 입을 열었다.
" 김종인 씨. 여자가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낸 옆집 오빠에게 갖는 생각이나 의미가 뭔지 아십니까? "
" 그걸 내가 어떻게 ㅇ.. 뭐야 도경수 씨 "
이런. 김종인 씨가 모르면 누가 알지. 아쉬운 마음에 주먹으로 책상을 살짝 치며 고개를 돌렸다.
" 혹시 ○○씨가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낸 옆집 오빠때문에 이러는 거야? "
" 김민석 씨 입니다. "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낸 옆집 오빠라는 호칭이 굉장히 거슬리네요. 더군다나 오빠라는 호칭이 더더욱
" 그 사람 이름이 김민석이고? 나는 무슨 ○○씨 바람핀다고... 그냥 아는 오빠면 오빠지 뭐 "
" 김민석 씨 입니다. "
오빠라는 호칭 좀 자제해주시죠.
" 아 그래 김민석 씨, 그래 그 분. 그 분이 걸려서 지금 이러고 있다고? "
" 그냥 단순히 걸리기만 하는게 아닙니다 "
지금 무척이나 진지하고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김종인 씨는 크게 웃기 시작했다.
" 아나 도경수 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 이런 캐릭터였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웃을 상황이 아닙니다 "
정색을 하고 단호하게 말하자 딱 웃음을 끊고 킁 코를 한 번 삼키는 김종인 씨
" ㅋ.큽.. 미안 도경수 씨.. 나는 도경수 씨가 이렇게 질투에다 소유욕으로 돌돌 뭉친 사람인 줄 몰랐어. 아주 매일매일이 색달라 "
질투에다 소유욕으로 돌돌 뭉친 사람이라니.. 차마 부정 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내가 지금 김민석 씨에 대해 강한 경계감이 들지 않았겠지.
김종인 씨는 계속해서 올라가는 입꼬리를 꾹 누르고 머리를 긁적였다.
" 나도 이런 연애 상담은 처음이라..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낸 옆집 ㅇ.. 아니 그 분이랑 가깝지 않은 사이라고는 못하겠다 "
" 역시 그렇습니까? 그럼 이제... "
어떡하죠. 그 옆집을 사버리는게 나을까요?
" 그럼 잘생겼어? 그분 말이야. 뭐 람보르기니라도 몰고다녀? "
... 못생겼다고 하고싶지만 객관적으로 못생기지는 않은 것 같다.그렇다고 또 잘생겼다고 말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 그냥.. 만두 닮았습니다. "
" 아핰ㅋㅋㅋㅋㅋㅋㅋ 뭐야 그래서 아까 식당에서 만두 보고 그런거야? 그럼 그분 뭐하는 사람인데 "
" 듣기로는 저랑 동갑에 초등학교 교사라고.. "
" 초등학교 교사? 이건 내 편견이지만. 듣기만해도 다정함이 넘쳐흐르는데? 거기다 가정적일 거 아니야. 여자들이 딱 좋아하겠네 "
대체 내 고민을 들어주는건지 김민석 씨를 칭찬해주는 건지...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그러니까 나는 김민석 씨를 어떻게 해야할지를 알고싶은 건데..
" 그래서 그 ㅇ..아니 그 분은 ○○씨한테 관심 있는 것 같아? 그냥 도경수 씨 혼자 너무 불안해하는 거 아니야? "
.. 그런가.. 하고 어제 밤 상황을 다시 생각해봤지만 전혀 아니다. 내가 그렇게 왕소심 질투쟁이일리가 없다.
" 아닙니다. 분명 김민석 씨는 ○○씨를 노리고있습니다 "
노려? 하고 또다시 크게 웃던 김종인 씨는 아휴. 하며 눈가에 작게 고인 눈물을 훔쳤다.
" 미안, ○○씨가 옆집 ㅇ..아니 그분한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는 잘 모르겠는데 "
하...
" 그거야 뭐 이렇게 알게 된 이상 차차 알아가면 되는 거 아니겠어? "
그렇게 말하는 김종인 씨의 얼굴에는 여유있는 미소가 한가득이다.
연애 컨설턴트 김종인 씨의 출격
*
오늘 아쉽게도 카페에 오세훈이 오지 못했다. 뭐 기초 트레이닝인가 카메라 테스트인가 한다고... 재수없게.. 벌써부터 연예인해요~ 티 다 내고 있어..
카페 저녁 피크타임이 끝나고 늦은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박찬열에게 멀지않은 유명 도시락 집에서 도시락을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키니 꼭 지 취향대로 맛대가리 없는 것만 사왔다. 그래도 차가운 바람을 뚫고 갔다온 놈이 기특해 군말 없이 카운터에 나란히 앉아 밥을 먹자 배고팠는지 한참 열심히 밥을 입에 우겨넣던 박찬열이 어느정도 말 할 기운을 차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 야 내가 경수형한테 처남 소리를 들을 방법을 한 번 생각해봤는데 "
" 아우! 그 놈의 처남! 처남 성애자냐? "
밥알을 튀길 정도로 불같이 화내는 내 성질에 움찔하던 박찬열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 나 처남 소리 한 번 들어보는게 소원이야. 우리 누나 시집 늦게 갈 거 같단 말이야 꼬장꼬장해가지고 "
" 나중에 너네 언니 한 번 마주치면 이거 다 말할 거야 "
" 우리 누나도 알거든. 무튼 경수형한테 질투작전은 안먹히는 것 같아 "
안먹히는게 아니라 역효과야 임마. 내가 너네때문에 도경수 씨한테 아양도 다 떨어보고 아주 좋~은 경험 했습니다!
" 방법은 하나야 "
코난처럼 강직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내 얼굴 향해 뙇하고 삿대질을 하는 박찬열
" 너가 경수형하고 결혼을 하면 돼 "
아오 이런 웬수
젓가락으로 찍어버릴 듯이 손을 높게 쳐들자 박찬열은 하루이틀 맞는 것도 아니면서 화들짝 놀라며 양 팔로 가드를 올리며 외쳤다.
" ㅇ.. 아니 아니!!! 진짜!! 그 방법 밖에 없다니까? "
" 나 아직 대학교 졸업도 못했거든? "
그에 음.. 하고 입 안 가득 고등어를 우물거리는 박찬열이 말했다.
" 내가 왕년에 궁예왕이었는데 "
? 궁예왕은 나인데?
" 경수형 아마 너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결혼하자고 한다 "
어디서 말도 안되는 미친 소리를.. 슬금슬금 내 쪽으로 들이미는 박찬열의 머리를 밀어버렸다.
" 밥이나 쳐먹어, 쓸모없는 데에 에너지 소비하고 있어 "
박찬열은 치.. 하며 내가 세게 밀어버린 머리 한 쪽을 만지며 나를 흘기는데 마침 딸랑 울리는 카페 종소리에 자동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어서오세요! 를 외쳤다.
" .. 저 왔어요 .. "
뭐 이 시간대에 올 사람이면 뻔하지. 도경수 씨 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가끔 김종인 씨가 한 번씩 일을 터뜨릴 때만 지었던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입장했다.
카운터로 오는 도경수 씨가 조금 힘 없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눈치만 보며 오늘도 그가 내미는 카드를 밀어내고 열심히 커피를 만드는데 김종인 씨가 열아~ 하며 밥을 먹던 박찬열을 불렀다. 전봇대가 맨날 쫄래쫄래 찾아가기만 했지 절대 먼저 부르는 일이 없던 사람인데
그에 박찬열은 좋다며 먹던 것도 네! 형! 하며 카운터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는 이내 움칫움칫 거리며 다시 들어와서는 열심히 스팀 밀크를 만드는 내게 물었다.
" 야.. "
" 왜, 김종인 씨 오늘 카푸치노 안먹고싶대? "
" 아니.. "
박찬열은 그러고서도 말하기를 망설이며 등허리를 긁적였다.
" 너.. 돈 잘 벌어오는 남자가 좋아 가정적인 남자가 좋아? "
.. 뭐 이런 쓰레기 같은 질문을...
" 돈 잘 벌어오는 가정적인 남자 "
" 존나 이기적이네, 그럼 또또 "
뭐 또 얼마나 그지같은 거 물어보려고
" 다정한 남자가 좋아 아니면 ㅁ.. "
' 야 그냥 이상형이 뭐냐고 물어봐라 "
내 말에 멀뚱히 서있던 박찬열은 곧 오~ 하며 감탄을 했다.
" 그래? 그럼 너 이상형이 뭐야? "
난데없이 이상형 앙케이트라니... 애인 있는 사람한테 이딴 거 물어봐서 뭐하려고.. 조용히 커피 위에 하트를 그리다가 도경수 씨 쪽을 곁눈질로 힐끔 쳐다보니 미어캣처럼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고있는 그
도경수 씨가 박찬열한테 시켰구나. 근데 왜 이딴 질문을..
" 내 이상형? "
" 어어 "
바쁘게 커피를 옮겨담는 손을 멈추지 않으며 말했다.
" 나는 키 별로 신경 안쓰고 눈 동그랗고 다정하고 "
트레이를 들고 홀로 나가자 똑같이 나를 뒤따라 오며 어어, 하며 대답을 하는 박찬열
" 항상 나한테 무언가 해주고 싶어서 안달나있고 아프면 걱정도 해주고 "
" 뭐가 그렇게 많아, 너 그러다 시집 못 가 "
" 닥치고 들어 "
입을 삐죽 내밀고 도경수 씨 테이블까지 따라온 박찬열와 함께 커피를 각자의 앞에 놔주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
" IT 업계에서 일하면서 벤츠 몰고 다니는 "
도경수 씨는 아직 끝나지 않은 내 말에 목을 울렁였다.
" 우리 도경수 씨가 내 이상형이야 "
그러며 양손으로 도경수 씨를 가르키자 진지한 표정으로 있던 김종인 씨가 아- 하며 김 빠지는 소리를 냈다. 오늘은 작전 실패네요 김종인 씨
" 찬열아.. "
" 죄송해요 형.. "
그렇다고 박찬열을 책망 할 필요까지 없는 것 같은데.. 아무도 없는 도경수 씨 옆자리에 당당히 앉아 말했다.
" 왜 갑자기 제 이상형을 궁금해하는 거에요? "
응응? 하며 김종인 씨와 박찬열의 시선을 번갈아가며 맞추었지만 둘은 시선을 피하기에만 바쁠 뿐 답이 없다. 내가 도경수 씨한테까지 안 그럴려고 했는데. 고개를 옆으로 돌려 이상형은 왜 궁금해 한 거에요? 하고 물으니 차마 냉정하게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 도경수 씨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 ... 아직 부족한 저라서.. 최대한 이상형에 맞춰가려고.. "
" 아~ 그러셨구나~ "
평소에 또박또박 말하던 도경수 씨가 말을 질질 끈다. 수상하다. 그래도 거짓말이잖아요!!! 진실을 얘기해주시죠!!! 라고 추궁 할 수는 없으니 그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큼큼 거리는 세 남자를 흘겨보았다.
" 가정적이고 다정한 남자 싫어 할 여자 없지 않나요? 아니 완전 환영이죠 "
" 아.. 가정적인 남자 좋아하는구나.. "
" 뭐 또 물어볼 거 없어요? "
드루와 드루와. 더이상 김종인 씨에게 휘둘리던 옛날의 내가 아니야! 히랴!!
" .. 없어요 "
뭐야 싱겁게. 다 받아쳐줄 생각하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뻘쭘해진 테이블 위로 조용히 손장난만 하는데 커피를 마시던 도경수 씨가 나즈막히 말했다.
" 노력하겠습니다.. "
" 네? "
" 최대한 돈 잘벌어오는 가정적이고 다정한 남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아...네 그러세요... 저야 좋죠...
근데 가정적인 건 아직 모르지만 이미 도경수 씨는 다정함의 만렙을 찍은 것 같은데... 거기다가 오히려 제가 도경수 씨를 업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
다른 손님이 들어오자마자 그녀는 이만 가보겠다며 다시 카운터로 들어가버리고 또다시 남자 셋만 남은 테이블 위에는 정적이 흘렀다.
" 도경수 씨. 그 분 좀 강적인 것 같아 "
" ... 저도 느꼈습니다 "
아까 전에 그저 돈 많이 버는 남자와 가정적인 남자 중에 뭐가 좋냐고 물어보라는 부탁만 받았지 알 수 없는 종인과 경수의 대화에 찬열은 멀뚱멀뚱 눈만 굴리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 왜요? 뭔데 그래요? "
종인의 옆에 앉아 팔을 살짝살짝 흔들며 재촉하니 그를 보던 경수가 먼저 말했다.
" 혹시 찬열군.. 김민석...이라는 사람 아십니까? "
" ... 김민석? 아뇨? 그게 누군데요 "
" 그.. ○○씨 옆집에 사는 사람인데..둘이 친하다고.. "
" 걔 옆집을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저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어요 "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라...그럼 또 그렇게 친한 건 아닌가? 아닌데.. 어제 보니까 엄청 친해보이던데... 알송달송한 민석과 그녀의 관계에 경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 뭐 김민석이라는 사람이 왜요 싸우자고했어요? "
..경수는 그런 비슷한 낌새를 느꼈다. 몸으로 치고박고하는 그런 싸움이 아니라 기싸움 비슷한..?
" 아닙니다 "
" 궁금하게 왜 그래요!! 그 사람이 쟤 뺏겠대요? 막 한 여자를 두고 사랑의 결투 신청을 했어요? "
....
아무거나 내뱉던 찬열에게 드디어 하나가 얻어걸렸다. 아무리 눈치가 없는 찬열이라도 맞아! 바로 그거야! 를 외치고 있는 분위기를 무시하려고해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 .. 쟤 갑자기 남자복이 터졌네 다 터져서 없는 줄 알았더니 "
"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찬열아. 그 분이 보통이 아니라는게 문제지 "
" 그 사람은 페라리라도 몰고다니나? "
차라리 그런 돈 문제였다면 경수도 지지 않을 만큼의 부를 가지고 있으니 아버지께 무릎을 꿇어서라도 페라리보다 더한 롤스로이스로 바꿀텐데
" 초등학교 교사래 "
" 뭐야 나는 또 엄청난 대기업 회장 아들이라는 줄. 하긴 그러면 쟤 옆집에 살지도 않았겠지만 "
" ○○씨 이상형이 뭐라고 했지? "
" 경수형? "
크흡.경수는 타오르는 듯한 갈증에 커피를 마시다가 찬열의 말에 기침을 했다. 새삼스럽게...
" 그건 도경수 씨가 바로 앞에 있으니까 그렇게 말한 거고 "
" ... 그럼 .. 뭐라고 했죠.. "
종인은 팔짱을 끼고 날이 선 눈빛으로 경수를 바라보았다.
" 가정적이고 다정한 남자 환영이라고 했잖아 "
" 가정적인 건 모르겠는데 다정은 우리 경수형도 한 다정하지. 나한테만 너무 단호박이라서 그렇지 "
" 일단 초등학교 남자 선생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생각해봐 "
그 말에 경수도 찬열과 함께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 음.. 애들 좋아하고..친절하고...다정하고... 가정적이고?????? "
한 단어 내뱉을때마다 찬열의 눈이 커져감과 동시에 경수의 얼굴에도 어둠이 드리워졌다.
" 그래! 그러니까 강적이라는 거야 거기다 바로 옆집이면 매일매일 얼굴 볼 거 아니야 "
매일매일 얼굴을 본다니 듣기만 해도 경수 마음 속은 벌써 열불이 터졌다. 나는 매일매일 얼굴보는 것도 제약이 많은데... 역시 ○○씨 옆집에 자취방을 얻는게 좋을 것 같ㅇ
" 근데 지금 이러고있어도 결국엔 우리가 그 김민석? 이라는 사람 얼굴 못보고 못떼어내면 말짱도루묵 아니에요? 쟤 옆집으로 찾아가야하나 "
" 그니까.. 대체 어떤 사람인지 그 사람 얼굴 한 번 보고 싶은데.. "
그리고 경수의 머릿속을 지나치는 민석의 한마디
' 카페 알바? 어디서 하는데? 한 번 커피 얻어마시러 가야겠는데 '
...옳다구나 싶은 경수가 무릎을 치며 말했다.
" 언제 한 번 오겠다고 했었습니다 "
" 누가. 그분이? "
" 네, 한 번 커피 얻어마시러 온다고.. "
그 분이 오신다니.. 세 남자는 이거다 싶어 서로의 눈을 재빠르게 마주치기 시작했다.
" 언제 "
" ...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 아~ 그게 중요한데 "
완전히 상황에 몰입한 종인이 아쉬운 소리를 하며 아무말없이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는 가장 만만한 찬열을 위아래로 쓸어보며 눈치를 주었다. 가. 가서 물어봐. 빨리 가서 그 분이 언제 오는 지 물어봐
부담스러운 눈빛에 꾸역꾸역 그 의미를 알아들은 찬열은 거부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하하 제가 어떻게요.. 말재간이 없어서 아까 이상형 이야기처럼 파투 날 지도 모르는데.. "
" 아냐 일단 물어보고 와 "
" 아니.. 저는 질문을 잘 못하는 병이 있는ㄷ "
" 찬열이 언제 한 번 우리 회사 고객 지원팀 견학 좀 할까? "
...고객 지원팀..??? 고객 지원팀이라면 그래, 천사누나가 있는 그 곳..!! 찬열은 더 이상 말대꾸도 하지 않고 넵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커피를 마시며 카페를 나서는 손님의 등에 안녕히가세요~ 인사를 하고 카운터에 서있는데 박찬열은 못마땅한 억지 미소를 지으며 또다시 내게 다가왔다. 이거 또 왜 이래..
" 열이가 하나 더 물어볼게 있어서 왔어 "
너가 아니라 도경수 씨겠지. 박찬열 어깨 너머로 그가 있는 테이블 쪽을 보니 역시나 이젠 쌍으로 내 눈치를 보고있다.
" 너 시키지 말고 도경수 씨보고 물어볼 거 있으면 나한테 직접 물어보라고 전해줄래? "
" 이건 내가 궁금해하는 건ㄷ "
" 빨리 "
단호한 내 한 마디에 알겠어.. 기어들어가는 대답을 하고 도로 돌아가는 박찬열. 아니 대체 싸워서 말도 못섞을만큼 사이가 나쁜 연인도 아니고 엄연히 사이가 좋다못해 상견례까지 한 사이에 전서구 마냥 박찬열을 시켜서까지 나한테 묻는 이유가 뭘까?
도경수 씨에게로 가서 내가 한 말을 그대로 전하는 모양인지 조용히 박찬열의 말을 듣던 그가 커다란 눈동자를 굴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저 히죽 웃으며 한쪽으로 고개를 살짝 까닥여주었다.
대체 뭐때문에 이상형 물어보고 이 난리인지 직접 말씀해주시죠.
막상 생각은 이렇게 했지만 왠지 도경수 씨는 안절부절 못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내 예상을 깨버리듯 도경수 씨는 너무나도 당당히 내 시선을 피하지않고 코 앞까지 다가와서는
" 김민석 씨 "
하고 먼저 말을 꺼냈다.
김민석 씨? 민석 오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살짝 뒤로 물러서자 우리 사이를 가로막은 카운터에 쾅 양 손을 단단히 내리꽂아 몸을 받치고 얼굴을 더 가까이하는 도경수 씨
" 카페에 언제옵니까? "
...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민석 오빠는 내가 어디서 일하는지도 모르는데..
" 저도 잘.. 왜요..? 민석 오빠한테 연락해볼까요? "
연락 안주고받은지 꽤 됐지만 그래도 실제로 얼굴 몇번 봤으니까 답장은 할 거 에요...얼굴 한 번 밖에 안본 사람이 왜 이러지.. 갑자기 불도저로 변신한 도경수 씨에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들어보이니 아뇨아뇨. 하며 내 손을 붙잡는다.
그리고는 핸드폰을 뺏으며 말했다.
" 연락하지마세요. 절대 "
멋대로 성질을 뿜뿜 내는 도경수 씨를 가만히 지켜보니.
이거이거
촉이 온다~ 촉이 와~
혹시 이상형 물어본 것도, 민석 오빠 카페에 언제 오냐고 물어본 것도, 세 남자들끼리 꽁냥꽁냥 댄 것도 민석 오빠때문?
도경수 씨 나보고 자기 질투 많다고 미안하다고 했으면서 또 이렇게 질투하네.
허허 엄마 미소를 지으며 내 핸드폰을 꼭 쥐고있는 도경수 씨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엄연히 똑같은 커플링을 끼고 정식으로 상견례까지 한 사이인데 뭐가 그렇게 불안한 걸까
" 알았어요 연락안할게요. 그니까 제 폰 이리 주세요 "
" ... "
내게 힘없이 핸드폰을 건내는 도경수 씨는 당당히 내게 나가왔던 때와 달리 내가 정말 이런 질투쟁이였단말인가 자책하는 표정이었다. 참 이렇게 만나고 볼 일이다. 도경수 씨한테 이런 모습도 있었나. 가끔 안절부절하던 거 말고는 생전 본 적도 없는 모습인데
그래서 더 보고싶다.
아..아니 내가 변태라는 건 아니고... 그냥.. 호기심..?
만약 민석 오빠가 정말 카페에 오게 된다면 도경수 씨는 어떤 반응일까?
달이 뜬 야심한 밤, 가로등 밑에서 키스도 아니고 뽀뽀도 아니고 포옹도 아니고 건전하게 손만 잡고있는 한 연인.
바로 나와 도경수 씨다.
" ... "
도경수 씨는 빤히 우리 옆집 문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경계했다.
저 집은 우리 엄마가 시도때도없이 들락날락거리는.
그래.
민석오빠네 집이다.
이제야 확신 할 수 있게 되었다. 도경수 씨는 민석 오빠에게 내가 상상했던 것 보다 더 큰 적개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왜 아무도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문만 뚫어져라 보고있는 걸까? 민석 오빠가 때마침 나와서 우리가 손 잡고 있는 모습이라도 보길 원하는 걸까? 초딩도 아니고 손 잡고 있는 걸로 무슨...
이 참에 확 도경수 씨를 안고는 이렇게 제대로 해야죠 하고 충고 할까 했지만 하늘은 도경수 씨를 도운건지 아니면 타이밍을 잘 잡은건지
" 어, 또 보네 "
집에서가 아닌 우리 뒤쪽에서 등장하는 민석 오빠와 마주칠 수 있었다.
스물 여덟답지 않게 캐쥬얼한 옷차림의 민석 오빠와 직장인임을 자랑하고 다니듯이 반질반질한 양복을 입고다니는 도경수 씨의 만남은 볼만했다. 오늘도 민석 오빠는 특유의 싱글거리는 웃음으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고 질투에 휩싸인 도경수 씨는 굳은 얼굴로 인사를 맞받았다.
" 오늘도 카페 알바하고 들어오는 거야? 자주 보네 "
" 네. 어제 말했죠. 맨날 도경수 씨가 데려다준다고, 오빠는 어디 잠깐 다녀오나봐요 "
" 요즘 초등학교 방학이 짧아져서 말이지. 개학하기 전에 친구들 좀 만나고왔어 "
민석 오빠의 말투는 임용 합격한지 얼마나 됐다고 나 선생님이에요~ 를 말하고 있었다. 하긴 원래도 말 곱게 쓰긴했지
" 맞다. ○○가 너 어디서 알바해? "
" 저요? 저 강남 테헤란로 쪽.. "
내 말에 아~ 진짜? 하고 민석 오빠에 도경수 씨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 마침 금요일 날 강남에 일이 있는데 그 때 한 번 들를 게, 시간은 저녁 먹고? 그 때까지 열지? "
세상에, 시간은 마치 도경수 씨 보고 나 그 때 갑니다~ 하고 짜맞춘 것마냥 딱딱 들어맞았다.
" 당연하죠! 커피 맛있게 만들어드릴게요. 그 때 봐요! "
그런 약속을 거부할만한 배짱도 이유도 없기 때문에 나는 손바닥을 흔들어보이며 집으로 들어가려는 민석 오빠에게 인사를 했다.
" 알았어 그 때 보자, 저 이만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
자신을 지나치며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는 민석 오빠의 뒷통수를 보는 도경수 씨의 눈빛이 묘하게 빛났다.
민석 오빠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에는 힘이 빠질 줄 몰랐다. 그런 도경수 씨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 있는 나
...
민석 오빠,
맨날 오빠 여친 없다고 아주머니께서 그러시는데. 페이스북을 안하셔가지고 모르셔서 그렇지
사귄지 얼마 안된 여친 있는데...
다음 날 아침,집에 돌아와 씻고 바로 미친듯이 골아떨어진 나머지 새벽에 온 도경수 씨의 톡을 보지 못했더니 이런게 와있다.
민석 오빠 번호를 지우라는 말까지 약 4분이 걸렸다. 그래놓고 미안하다니... 도경수 씨는 어지간히 민석 오빠가 싫었나보다.
도부자의 옆집 만두 탐구 작전
" 김민석 씨 두고봅시다 " 도경수 ♥ " 우리 도경수 씨가 내 이상형이야 " 카페노예
그리고 집에서 열심히 새학기 자료를 만들다가 문뜩 귀가 간지러운 그분,만두,김민석이라는 사람 김민석
*
하이 여러분 리히터예요!
이번 편은.. 대체 무슨 정신으로 쓴 건지 모르겠네요..하하... 흑..ㅎ부ㅡㅂ흡흡휴ㅠ흏휴ㅠ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흐규흐규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고 하니 조금 난잡하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이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요! 새로운 인물의 등장입니다!!! 밍쏰!!!!!!!!!!!!!!!!!! 사실 이 역할에 누굴 넣을까 참 고민을 많이했었더랬죠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고르고 고르다보니 남는 건 밍쏙밖에 없어서 ㅎㅎ 우리 스릉스릉 김민석 씨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아참 그리고 저번 번욐ㅋ 또라이같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준면이 단편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서 깜놀... 그런 단편 조차 사랑해주시는 여러분들은 마이 엔제르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러분들의 사랑을 듬뿍받은 우리 [나를 지배하는] 단편은 연재는 무리겠지만 번외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총학생회장 준면이ㅎㅅㅎ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휴 요즘 머리를 너무 풀가동했더니 과부하가 된 느낌..!! 뭐 좀 잔뜩 쳐먹으면서 머리 좀 식혀야겠네요 그럼 다음 19화로 다시 만나용
우리 독자님들 항상 제가 많이 애정하고 사랑해요!!!! 알랍쏘머취!!!!!!!!!!!!!!!!!!!!!!!!!!!!!!!!!!!!!!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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