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 - 죽겠네
도련님이 뒷정리를 할 동안에도 도련님이 내게 한 말때문에 화끈거리는 얼굴을 식히려 고개를 숙이고 있자 소리내어 웃던 도련님은 다정하게 내 머리를 쓸어넘겨주었다. 나는 눈도 못 마주치겠는데 도련님은 내 손을 잡고 웃기만 한다. 얼마나 더 그러고 있었을까, 갑자기 문 밖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도련님을 살짝 밀어내고 딴청을 피우자 아까 웃던 얼굴은 어디가고 심통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여기로 오면 폭죽 더 있을 거라고 해서 왔는데... 혹시 있나요?"
"네? 아, 네. 폭죽이요."
조리실로 들어오다말고 도련님에게 인사를 한 남자는 내게 정중히 물었다. 정신놓고 있다 남자의 말에 선반에서 폭죽 몇 개를 건네자 다시 고개를 살짝 숙인 남자는 나가버렸고, 남자가 나가자마자 다시 날 끌어안고 징징대는 도련님에게서 종대도련님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결국 도련님이 원하는 대로 뽀뽀 두어번을 해주고 나서야 풀려난 내가 가지 않으려는 도련님을 애써 보내놓고 파티의 마지막 순서인 폭죽도 얼추 마무리가 돼가는 것 같아서 집 안을 한 번 둘러보려고 회장님 서재부터 찬찬히 돌기 시작하는데, 아깐 없었던 누군가가 현관에서 낑낑대고 있다. 짐이 많아서 힘들어하는 것 같아보여 도와드리겠다고 하자 활짝 웃는다.
"도와주시면 저야 고맙죠."
"어디에다 두면 돼요?"
"2층 세번째 방이요. 근데 무거우실텐데..."
"아, 괜찮아요."
남자말대로 쇳덩이가 들었나 무겁긴 했지만 그렇다고 메이드입장에서 연약한 척 어머, 를 외치며 남자를 안 도울 순 없었다. 어찌저찌 낑낑대며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이 놈의 집은 거실이 왜 이렇게 넓은지 모르겠다.
"전 변백현인데, 그 쪽은요?"
"전 ㅇㅇㅇ인데... 굳이 존댓말 안 하셔도 돼요."
"아... 그럼 그럴까?"
내겐 없는 눈웃음을 지어가며 친절한 남자는 어딘가 엄청 즐거워보였다. 파티가 그렇게 재밌나.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계단을 올라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손이 가벼워졌다.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도니 키 큰 남자가 내가 들고 있던 쇼핑백을 들고 있다.
"넌 이게 얼마나 무거운지 알면서 여자를 시키냐?"
"그럼 진작부터 형 건 형이 들었어야지."
"네가 여자를 시킬 준 몰랐지."
"그러게 자기 건 자기가 들었어야지."
"아무튼 도와줘서 고마워요."
티격태격하는 두 남자를 바라보고 있으니 키 큰 남자가 내게 자신을 변백현이라고 소개했던 남자의 말은 무시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에 그냥 고개숙여 인사하곤 마저 집 안을 둘러보는데 아직도 도련님들은 밖에 있는 건지 집 안은 조용하기만 하다. 파티 때문에 집에 있었던 사람은 메이드들밖에 없어서 그런지 딱히 청소할 곳도 보이지 않아서 그냥 메이드숙소로 건너와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하루종일 숙소에 놓고 있었던 휴대폰이 제 몸을 울려댄다. 언제 복학할 거냐며 안부를 물어대던 친구들의 카톡도 끊긴지 오래인데 누구인가 싶어 휴대폰을 보자 뜨는 이름에 자동으로 몸이 굳어버린다.
연인사이였을 때 저장했던 남자친구에서 딱딱해져버린 정일훈으로 이름을 바꾼지 한참이나 된 것 같은데 왜 연락이 오니까 마음이 이상해지는지 모르겠다. 겨우 이 새끼가 나 버린지 며칠이나 됐다고 페북에 후배랑 연애 중을 띄웠던 그지같은 사실을 기억해내고 욕이라도 한 바가지 해줘야겠다 싶어서 자판을 두드리려는데 갑자기 똑똑, 하고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 너 보러 왔는데. 핸드폰말고 이제 나 좀 보지?"
"어... 언제 오셨어요?"
"좀 전에? 여자애가 문단속도 안 하고."
열린 문에 기대서서 내게 말하는 도련님에 놀라서 다가가니 나를 나무라며 방 문을 닫는다. 뭐가 그렇게 재밌냐며 내 핸드폰을 보려는 도련님에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뒤로 숨겨버렸다. 의심쩍어하면서도 서운해하는 도련님에게 둘러대려는데 그 사이에 도련님이 핸드폰을 가져가버렸다. 핸드폰 화면이 꺼져있었다면 패턴때문에 어떻게 수습할 수 있었을텐데 지금은 그냥 정일훈 문자가 그대로 떠있는 상태라 난 망했다.
"누구야?"
"어... 음... 그냥 친구요."
전 남자친구요. 했다간 아까 나를 볼 때완 달리 굳어진 눈빛에 내가 먼저 지릴 것 같아서 대충 변명하자 안 믿는 눈치로 다시 한 번 핸드폰 화면을 보더니 이번엔 아예 인상을 찡그린다.
"이 새낀 원래 그냥 친구한테도 보고싶다 어쩐다 그러나봐?"
"네?"
날카로운 도련님의 말에 당황해있자 친절히 내게 다시 채팅방을 보여주신다. 그새 잘 지내? 보고싶다. 따위의 문자를 보낸 정일훈이 밉다. 사귈 때도 헤어진 후에도 대체 도움되는 게 없다.
"무슨 사이야."
"...옛날 남자친구요."
내 대답에 뚫어져라 정일훈의 일방적인 대화만 보던 도련님이 핸드폰을 탁자에 내팽겨치듯 내려놓고 나를 봤다. 나만 빤히 쳐다보던 도련님이 내 허리에 팔을 두르고 도련님과 나를 밀착시켰다. 너무 가까워진 거리에 당황해서 횡설수설하자 바람빠지는 웃음으로 표정이 풀린 도련님을 보며 나도 마주보고 눈치보며 웃는데 나지막이 너한텐 화도 못 내겠네. 라던 도련님이 점점 다가오더니 입술이 닿았다. 눈만 꿈벅이고 있는데 갑작스레 들어온 혀가 내 입 안 곳곳을 훑는다. 셔츠자락만 꼭 쥐고 그 온기를 다 받아내자 아쉬운듯 떨어졌다 짧게 쪽쪽거리던 입술이 다시 내게 말했다.
"나 두고 딴 새끼랑 놀면 돼요,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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