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 않아
w. 다빈 점
하늘에는 구멍이 뚫린 듯이 비가 내렸고, 도시에는 빗 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쾌쾌한 매연냄새 그리고 비 특유의 냄새가 가득했다.
어릴적의 나는 비가 오는 날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비를 닮아 차가웠던 그 소년이 비가 내릴때만 찾아왔던 기억때문일까
비내리던 날만 손 꼽아 기다리던 어린날의 내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프지만 말고 무럭무럭 자라다오, 그게 이 어미와 아비의 소원이다.'
내가 태어나고 제일 처음으로 했다는 말, 아프지 말라는 말
부모님이 행복했던 시절 나에게 건네준 말, 아프지 말아다오
부디, 무럭무럭 자라다오.
행복했던 시절이 지나고 불행한 시절이 다가와서 한껏 우울했던 때의 나는 그때의 말이 힘이있었는지 아프지않고 그저 우울했을 뿐이었다.
비가 오는 날 바닥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면 아직도 네가 눈에 선하다. 김동혁, 너는 아직도 감시가 지독히도 싫은 어른으로 자랐을까, 아니면 그럭저럭 익숙해져 아무렇지도 않은 어른으로 자라났을까.
떠오르는 얼굴에 기분이 나도모르게 좋아졌다.
잘 지내지 동혁아? 나 아직도 네가 건네준
빨간 우산과 회색담요를 보관하고 있어.
짧은 추억이 선물한 물건을 너무나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어.
그 날의 나는 어느때와 다름없이 한 없이 우울했고,
기분이 바닥으로 떨어져있었다.
비가 오는 날이 무척이나 싫었던 나는 어느덧
비가 오는 날을 손 꼽으며 기다리게 되었고, 너를 기다리게 되었다.
낯을 가리고 수줍음을 타던 내가 너를 기다리던 날
너는 어김없이 한손에믄 빨간우산과
회색담요를 가지고 나에게로 걸어왔다.
처벅처벅-
빗물이 고여있던 웅덩이를 밟아서 나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안녕, 김코니."
안녕, 동혁아.
마음속으로 인사를 하고 너를 빤히 쳐다보았다.
여전히 너는 어딘가가 지쳐보였지만 활기차 보였다.
나와는 많이 달라보였고, 또 많이 닮아보였다.
이 모순된 말을 누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 날은 그렇게 나는 김동혁과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평생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으로 말을 하지 못 하게 된다해도 후회없을만큼 후련했고,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던
동혁이 또한 그래보였다.
그렇게 착각하며 나는 또 동혁이와 세번째 만남을 끝맺었다.
....응? 무슨 착각..?
역시 낮이라서 그런지 미묘하게 다르네요ㅜㅜ
저는 밤에 써야 잘 써지는 타입인건가 봅니다..ㅎ
매번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님들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다음편 예고?
오랜만에 보는 얼굴은 무척이나 깔끔했고, 단정했다. "오랜만이야, 코니야." "오랜만이야, 동혁아." 보고싶었어 김동혁 차마 하지 못 하는 말을 목구멍으로 삼킨 채 나는 그렇게 또 다시 한번 찾아 온 기회를 놓쳐버린 것 처럼 보였다. "있지," "응..?" "세상에서 너랑 나, 딱 둘만 남으면 어떤 느낌일까?" "글쎄..?" "..." 이상한 질문만 남긴채로 그렇게 너는 나의 무릎에 누워서 눈을감고 잠을 청했다.예고 (보고싶다면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