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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999l 1


UNTITLED.


타일러는 태생부터 꽤나 작았던 키에, 놀림을 받는 것 쯤은 계속 참아왔다. 하지만 그로 인해 불편한 점은 언제나 한숨을 불러일으킨다. 서양인임이 신기한 것인지, 아니면 이타심 가득한 마음으로 배려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타일러가 조선에 선교사 겸 의사로 파견되고 나서부터 짐을 옮기는 사소한 일마저 제게 맡기려 하지 않고 마을사람들은 하나같이 소매를 걷고 도와주려 했다. 됐다며, 괜찮다고 두 손을 내저어도 계속 웃으며 일을 대신 해주는 사람들을 보곤 그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싫은 건 아니었다. 다만, 다시 은혜를 갚아야할 것 같은 부담감에 사양을 하려는 것일 뿐이었다. 

오늘 역시 조선의 약재를 잔뜩 사들어 집으로 향하고 있던 참, 옆집의 고운 소녀가 대신 들어주겠다며 잽싸게 보따리를 그에게서 뺏어갔다. 할 일 없이 거칠한 돌담을 세심히 쓸며 찬찬히 걸어가는데, 비싸보이는 도포를 입은 덩치 큰 사내가 제 집 앞에 쓰러져있는 광경을 목격하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소녀 또한 당황스러웠는지 어찌할 줄 모른 체 타일러에게 급한 손짓을 한다. 어둑어둑해진데다가, 고르지 않은 흙길이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사내에게 한걸음에 달려가 소녀에게 약재 보따리를 받아 간단하게 고개짓한다. 

그 사람은 조선인이 아닌 듯 했다. 의문의 사내의 맥박을 짚어보니, 아직 살아는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심박이 약하게 뛰고 있는 것에 타일러는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살릴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이 덩치를 진료실로 옮기는 게 문제였다. 이럴 때나 도와주지, 투덜거리곤 타일러는 무릎을 꿇어 사내의 팔을 어깨에 감싸고 끙, 하며 힘겹게 일어난다. 일어났는데에도 불구하고 질질 끌리는 사내의 바지 끝자락이 더러워지는 게 두려웠지만 그런 사소한 걱정은 하지 않으려 애써 고개를 젓곤 낑낑거리며 마당 안으로 들어서 마루에 대충 그의 상체를 걸치곤 마저 다리를 그 위로 올린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한산한, 그리고 한기가 넘치는 밤이었다. 지금 남의 원망을 할 게 아닌데, 하며 타일러는 숨을 잔뜩 긴장한 채로 들이마셔보았다. 조선에서 만나는 첫 서양인이었다. 익숙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말동무가 되고, 어쩌면 좋은 벗으로 지낼 수도 있는 것이었다. 영어는 할까, 두고온 가족은 있을까, 어디에서 왔을까, 궁금한 마음이 귓가에까지 웅웅거려 도대체 그는 제대로 환자에게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일단 살리는 것을 급선무로 두고, 떨리는 가슴을 심호흡으로 가라앉히며 방에서 미국에서 가지고 온 여러 의료 도구를 잔뜩 꺼내와 옆에 신속하게 정리를 해두었다. 정좌로 자세를 바르게 한 뒤 -조선의 문화였다, 이래 봬도- 구식 청진기를 귀에 대고 사내의 왼가슴 위에 다른 한 쪽을 올려놓아 정신을 집중하며 소리를 느꼈다. 하지만, 타일러를 찾아온 것은 작은 심박동이 아닌, 심장의 잔인한 침묵이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생각하며 그가 허리를 굽혀 직접 사내의 왼가슴에 귀를 조심스레 대보았다. 아까 미미하게 뛰던, 적어도 몇 십분은 더 갈 것이라고 확신했던 심장은 조용하기만 했다. 게다가, 세상에, 사내의 듬직한 몸 또한 시체와 같은, 마치 돌 같은 체온으로 뚝 떨어져 버린 것이다. 데려올 때는 폭발할 것 같더니. 타일러는 만나보지도 못한 서양인이 죽은 게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해 어느새 눈가가 간질거리기 시작한다. 닭똥같은 눈물이 사내의 값비싼 도포로 흘러가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그는 그대로 사내의 비단 옷에 얼굴을 묻곤 조용히 흐느낀다. 타일러는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의사로서의 기량을 뽐낼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식어간 이 서역인의 몸뚱아리가, 그리고 하늘 위의 그 분이 미웠다. 어지럽게 흩어진 생각들을 최대한 가지런히 정리하려 애쓰면서 끙차, 소리와 함께 무릎을 짚고 일어나 눈을 살며시 감고 마음을 담으며, 비운의 사내를 위해 기도한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타일러는 눈을 두 번 깜빡였다. 지금, 이 사내는 말을 하고 있었다. 영어와 조선어가 뒤죽박죽으로 섞인 사내의 목소리는, 분명히 진짜였다. 무어라 하는지 제대로 알아내지도 못한 채, 타일러는 신께서 불쌍히 여기어 기회를 다시 주신 거구나, 싶어 기쁜 마음에 눈물을 대충 소매로 닦아내었다. 사내의 맥박을 다시금 짚어보려 할 때, 갑자기 스며드는 한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기와 함께, 그 사내는 눈을 번쩍 떴다.

사내의 눈은 진득한 피와 같은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마치 인간이 아닌 것처럼 핏빛을 띈 두 눈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타일러는 곧 들려오는 사내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우가 먹고 싶다며, 힘없이 중얼거리는 사내가 딱하여 일단 이야기는 나중에 듣도록 하고 재빠르게 어저께 장에서 구매한 한우 등심을 창고에서 조심스레 꺼내왔다. 구워 먹으려고 잠깐 을 가지러 창고에 다시 들어갔다 나오니, 또 다른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의문스러운 붉은 눈의 도령 옆에 생고기를 놓은 게 화근이었나 보다. 조리하지도, 심지어 소금을 치지도 않은 고기 한 덩이를 두 손으로 잡아 개걸스럽게 쪽쪽 빨아대는 광경에 타일러는 눈앞이 아찔했다. 혹시, 뱀파이어 같은 요괴인 걸까. 미신을 잘 믿지 않는 그였지만, 도대체 논리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사건들이 일어나자 의심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3 썰이 참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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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풀어낸거도 좋아ㅠㅠㅠㅠ 와줘서 감사해요 쓰니ㅠㅠㅠㅠ 타일러 너무 귀여워! 사스가 기욤 한우덕훜ㅋㅋㅋㅋㅋㅋㅋ
9년 전
글쓴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정 내 썰 본 적 있구낰ㅋㅋㅋㅋㅋ
9년 전
독자2
찡긋- 그라췌! ㅎㅎ 고호맙구나ㅠㅠㅠㅠ
9년 전
독자3
ㅠㅠㅠㅠㅠ귀여워요ㅠㅠㅠ잘 보고감ㄷㅏㅠㅠ
9년 전
글쓴이
응응 읽어줘서 고마워요!
9년 전
독자4
ㅋㅋㅋ뭐야 기요밀러라니ㅜㅜㅜㅜ 뱀파이어인데 한우 흡입하는 기요미 터진닼ㅋㅋㅋ 나 왜 이거 지금 봤짘ㅋㅋㅋ 둘은 그래서 행쇼하나여??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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